기차 좌석 ‘구둣발 사진’의 은유
[언어학자의 한국대선 동향과 전망] 첫째 은유, “국민은 좌석이다” 둘째 은유, “부하는 짐짝이다”
윤석열 후보가 기차 내 좌석에 구둣발을 올린 사진이 공개되면서 큰 논란 거리가 되었다. 정치권은 물론 SNS에서도 맹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SNS에서의 반응도 역시 윤석열 후보의 몰지각한 행태를 혹독히 비판하는 사람들이 다수지만 그를 변호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피곤한 유세 일정 동안 잠시 다리를 올리고 쉴 수도 있는 것을 너무 정치적으로 공격하느냐는 동정론도 보인다. 비판이든 동정론이든 대부분의 반응과 의견은 이 사진에 비친 윤석열 후보의 행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는 말과 글로만 소통하지 않는다. 맥락과 상황을 보충하기 위해 표정이나 제스처나 행동 등 다양한 비언어적 ‘기표’(sign)를 함께 전달한다. 특히 사진은 매우 중요한 기표이다. 그렇기에 SNS 상에 장문의 글을 쓰는 대신 짧은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 만으로도 충분히 화자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구둣발 사진’은 비언어적 은유를 전달
인간 언어의 신비성은 ‘말 그대로의 의미’(literal meaning)뿐 만이 아니라 다양한 ‘비유적 의미’(figurative meaning)를 잘 쓴다는 데에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은유’(metaphor)다. 언어학 분야에서 어떤 대상을 다른 것에 빗대어 표현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은유라고 본다. 은유는 물론 말과 글을 통해 언어적으로 표현되지만 그 은유적 의미가 비언어적인 현상으로 실현되어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지언어학에서는 문장 발화로만 전달되는 ‘언어적 은유’(linguistic metaphor)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은유’(non-linguistic metaphor)를 주목한다. 즉 영화의 한 장면, 광고 영상, 사진, 건축물, 조각 등에도 ‘개념 은유’(conceptual metaphor)가 관찰된다. 대표적인 예로, 교회 건물은 대부분 하늘로 치솟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이는 [하느님은 위에 계시다 = God is UP]이라는 방향성 은유(orientational metaphor)가 구현된 것이다.
한 장의 사진도 한마디 말처럼 말 그대로의 의미도 전달하고 그 안에 담긴 은유적 의미도 전달한다. 윤석열 후보의 기차 좌석 구둣발 사진을 보고 그 사진의 전체적인 겉모습에 비친 그의 행태에 대해 비판이나 동정적 평가 의견을 내는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 파악일 뿐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사진 속에 숨겨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중대한 은유적 의미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언어를 구사할 때 그것이 은유 표현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쓰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을 주고 받으며 의사소통할 때도 마찬가지다. 흔히 그 사진의 전체적인 겉모습에 비친 이미지가 주는 의미만을 보는 편이다. 그러나 사진 속의 구도나 설정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깊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왜 기차 좌석에 발을 올렸을까
이 한 장의 사진에는 말 그대로의 의미를 뛰어넘는 어떤 은유적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
첫째로 읽을 수 있는 은유적 의미는 [국민은 (구둣발을 올릴 수 있는) 좌석]이다. 이 사진이 찍힌 곳은 모든 국민이 타는 기차 안이고 윤석열 후보가 발을 올린 곳은 일반 국민 누구나 타는 좌석이므로 이 좌석은 국민을 ‘환유’(metonymy)한다. 그러므로 이 맥락적 구도를 고려한 사진의 모습은 [국민은 (구둣발을 올릴 수 있는) 좌석]이라는 은유적 의미를 전달한다.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의 개념 은유(conceptual metaphor) 이론에 따르면 이 은유에서 이해하려는 목표 영역(target domain)은 ‘국민’이고, 그것을 이해하는 근원 영역은 ‘(구두발을 올릴 수 있는) 좌석’이다. 이 이론에서는 은유적 의미를 일으키는 근원 영역과 관련된 추가적인 세계 지식을 토대로 다양한 곁가지 은유가 함의(entail)된다고 주장한다. ‘좌석’은 ’몸을 뭉개고 앉을 수 있는 곳‘을 함의한다. 그러므로 이 은유는 목표 영역인 ‘국민을 ’깔아 뭉개고 무게를 견디게 하고 더럽게 해도 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확대 의미를 전달한다. 이 은유적 분석은 많은 이들이 비판했듯이, 윤 후보의 이 행태가 왜 국민을 심각하게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인지를 언어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것은 후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후보를 변호하는 말의 끝부분에서 왜 굳이 “우선 해당 좌석은 목포에서 전세열차 운행완료하기 전에 저희가 자체적으로 깔끔하게 청소하고 반납했다”는 말을 추가해서 그 치명적 의미를 상쇄시키려 했는지를 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왜 사람 옆자리에 올렸을까
두 번째 은유 표현은 [부하는 (감정도 이성도 없는) 짐짝]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리 다리가 불편해도 바로 옆에 사람이 앉아 있다면 저런 식으로 구두를 올려놓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을 무시하며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을 감히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가 그런 행동을 행한 것은 옆의 존재를 사람이 아니라 감정이 없는 짐짝으로 취급한 것이므로 [부하는 짐짝]이라는 은유적 의미를 읽게 된다. 그리고 ‘짐짝’이라는 근원 영역은 여행 중 나의 편의를 위해 가지고 다니는 짐 덩이이므로 감정도 이성도 없는 존재를 함의한다. 따라서 이 은유는 부하를 지적과 비판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확대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이 은유적 분석은 윤석열 후보 진영이 건전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숨막히는 복종 문화와 서열 문화를 가진 곳이라는 지적과 비판을 뒷받침해 준다.
종합하면 이 사진에 숨겨진 은유적 의미는 윤석열 후보가 국민을 깔보고 무시하며, 자기 부하를 복종적 존재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결론을 지을 수 있다. 사실 윤석열 후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는 이런 중대한 은유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전달한다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무심코 다리를 편하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큰 문제였던 것이다.
공인은 매순간 정직과 올곧음을 지켜야
한번 밖으로 뱉어진 말을 다시 주워 담아 취소할 수 없듯이, 한 순간의 행동도 영원히 남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욕설이 녹취가 되어 그의 사람됨에 대한 평가에 큰 흠집으로 영원히 남아 있듯이 이 한 장의 사진이 전하는 윤석열 후보의 무례한 행태 관련 은유적 의미는 영원히 남는 것이다. 사실 윤석열 후보가 구두를 신은 채로 좌석 위에 발을 뻗어서 올려놓았을 때 그런 모습을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서 이렇게 공개되고 이 정도의 파장을 일으킬 줄을 몰랐을 것이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말하고 행동하며 상대방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우리가 뱉은 말은 영원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행동이 찍힌 사진도 없어지지 않는다. 거짓으로 자신의 잘못과 죄를 가리다가 한 마디의 녹취가 결정적 증거가 되듯이 한 장의 사진도 똑같은 역할을 한다. 정치인 같은 공인은 물론이려니와 우리 모두 매일 매순간을 정직하고 올곧게 살아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의미심장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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