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의 돌덩이? 돌맹이 던지고 싶은 국민 마음
“성급한 성과주의적 발상과 태도를 비판한다” 누가 돌덩이를 놓았는지, 먼저 치워야하는지 야당도 ‘국민의 분노’ 배경을 이해하고 따져야
다시 논란이 된 한덕수 총리 발언
대일 외교 관련 쟁점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야 간 불꽃 튀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점화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 교수 등 지식인들과 여러 시민 단체에서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는 대일 굴욕 외교를 저지른 윤석열 대통령 하야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 뜨거운 비판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한덕수 총리의 말이다. 며칠 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정부 질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안 발표 후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돌덩이를 치웠다”고 한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강제동원 피해자를 가리켜 한 말”이라며 “30년 넘게 투쟁해왔고, 대한민국 대법원이 인정한 우리 국민의 권리가 ‘돌덩이’이고 ‘치워야 할 대상’이냐”며 “막말 총리의 경악스러운 역사 인식”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총리는 이것은 곡해이며 피해자나 국민을 돌덩이로 본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이 주로 ‘돌덩이’라는 표현의 부적절성에 맞추어져 있어서 이 막말 논란 관련, 그 정확한 이해의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 말싸움의 언어학적 분석을 토대로 사건의 본질을 규명하고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언어학 분야에서 어떤 대상을 다른 것에 빗대어 표현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은유(metaphor)’라고 본다. 은유에는 기본적으로 말하는 순간 떠오르는 즉흥적인 유사성에 기초한 ‘단발성 은유(one-shot metaphor)’가 있고 두 개념 영역 간 체계적인 유사성에 기초하여 다소 면밀하게 의도하여 발언하는 ‘개념 은유(conceptual metaphor)’가 있다.
민주당은 한 총리의 말을 단발성 은유로 보고 피해자와 배상을 받아야 할 사안을 ‘치워야 할 돌덩이’로 보는 인식을 주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민주당의 공격의 초점이 크게 빗나가 있다.
한총리는 외교를 여행의 개념으로 이해
한덕수 총리가 쓴 ”돌덩이를 치웠다“라는 표현은 [외교는 여행]이라는 개념 은유에 기반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A는 B]라는 개념 은유의 기저에는 두 영역 사이의 유사성이 체계적으로 대응되는 관계(correspondence)가 존재하며, 인지언어학에서는 이러한 대응관계를 ‘사상(mapping)’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외교는 여행]이라는 개념 은유 뒤에는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사상을 생각할 수 있다.
여행자 → 두 나라 목적지 → 선린 우호 관계 교통 수단→ 도보 외교 갈등 → 장애물 외교 활동 →여행 중 대화
즉, 외교란 ‘두 나라라는 여행자가 선린 우호 관계라는 목적지를 향해 대화하며 함께 걸어가는 도보 여행’이라는 게 한 총리 생각의 틀이다. 이 은유적 시각에서 볼 때 성공적인 외교란 쌍방이 도보 여행 중 만나는 온갖 장애물들을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제거하고 목적지를 향해서 얼마나 꾸준히 걷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총리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배상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가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제안을 해서 그동안 한일 관계 발전을 가로막았던 장애물을 치웠다는 취지로 이 말을 했을 것이다. 위에 적시한 인지언어학적 분석에 따르면, 한 총리가 한 말은 현 정권의 외교적 결단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외교는 여행]이라는 은유적 시각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한국어문화권에서 ”~에 걸림돌이 되었다”라는 굳어진 은유 표현을 흔히 쓰는 것을 보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외교 갈등 거리를 돌덩이로 표현한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돌덩이, 누가 놓았을까 누가 치워야할까
그러나 심층적으로 이 은유 표현을 둘러싼 상황과 맥락을 깊이 고려하면, 이 표현이 얼마나 정치외교적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를 무시한 무감각적이며 무례한 표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돌덩이’라는 표현 자체보다 그 돌덩이가 왜 생겼고 그것을 누가 방치해 왔는가를 철저히 따져 물었어야 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 정부의 대일외교에 분노하는 이유는 일본 기업이 우리 국민들에게 강제 징용 피해를 입힌 당사자인데, 가해자인 그들은 가만히 있고 피해자인 우리가 나서서 고개를 숙이고 배상에 먼저 나서는 굴욕 외교를 한 것이 치욕적이라는 것이다. 가해자인 일본은 이 돌덩이를 먼저 치울 생각을 안 하고 방치하고 있는데 왜먼저 나서서 치우려는 그 발상 자체가 굴욕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을 대변해서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책임을 진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들의 정서를 똑바로 읽고 제대로 대변해서 한 총리의 은유 표현을 되받아치며 공격의 초점을 명확히 했어야 한다. 그의 표현이 이런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오랜 한일 외교 관계 흐름을 애써 외면하고 오로지 이번 정상회담의 외교적 성과 치장에만 매달린 저급하고 책임 없는 자세를 드러냈다는 데에 공격의 초점을 맞추었어야 한다.
때문에 필자는 한 총리에 대해 민주당이 다음과 같이 준엄하게 꾸짖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리는 ‘돌덩이를 치웠다’라고 했는데... 근본적인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그 돌덩이는 왜 생겼고 누가 그 돌덩이를 오래 방치하며 치우지 않았습니까? 바로 일본 아닙니까? 일본이 가해자로서 한일 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배상 문제를 정식으로 사과하지도 않고 배상 노력도 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서 왜 우리가 그 돌을 먼저 치워야 하나요? 저들이 미안하다고 사죄하면서 먼저 치워야지요. 그러고 나서야 함께 걸어갈 수 있지요. 백번을 양보해서 우리가 그들이 돌을 치우려고 할 때 조금 거들어 줄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어떻게 우리가 먼저 나서서 치웁니까? 왜 그런 치욕적인 일을 해야 하나요? 그리고 돌을 ‘치웠다’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 외교 장애물이 다 없어졌다는 뜻입니까? 이번 합의 관련 앞으로 배상 진행 과정에서 변수가 많고 당장 피해자들이 배상을 거부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일들이 생기면 그 돌이 치워진 거라고 말할 수 있나요?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돌 우리가 치운 바로 다음 날 일본은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고 그들 교과서에 더욱 분명히 적시하고 오염수 방류도 하겠다고 떠들어대면서 더 큰 돌덩어리들을 또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렇게 더 큰 돌들만 잔뜩 쌓아놓게 만들어 놓고서 그 돌 조금 건드린 것 가지고 치웠다고 자랑질하듯 말합니까? 총리의 성급한 성과주의적 발상과 태도에 분노가 치밉니다. 그 정도로 국민 정서와 여론을 못 읽습니까?”라고.
이렇게 꾸짖고 반박했을 때 한 총리가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자신의 말을 곡해하지 말라며 오만한 태도로 대응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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