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가 제안하는 논란 해소 방법

대통령실, MBC에 조작 혐의 씌워 “한국음성학회에 정식으로 의뢰하라” 공신력 있는 의견 통해서 논란 해소하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MBC의 방송내용. 사진=MBC 캡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MBC의 방송내용. 사진=MBC 캡쳐

서로 다른 ‘ㅂ’과 ‘ㄴ’ 이란 음소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이 국내외에서 일파만파로 퍼지자 15시간 후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해명을 내놓았다. 핵심 내용은 1) ‘이 XX들’ 표현은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고 2) 화자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발화했다는 것이다.

며칠간 2번 쟁점을 중심으로 해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은혜 수석은 모든 국민들에게 영상을 다시 주의 깊게 듣기를 호소하였고 이후 MBC가 최초 보도한 관련 영상은 조회수가 1천만회를 넘었으며 정치 성향에 따라 정치인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어느 표현으로 들린다”는 주장을 펴며 설전이 오가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의 해명이 신뢰할 만한 것일까? 이 글에서 필자는 언어학자로서 최대한 정치적 진영 논리를 떠나 언어학적 분석을 토대로 제안함으로써 대통령실이 진실을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첫째로, 음성학적으로 보면 ’바이든‘과 ’날리면‘ 두 표현의 음성적 차이가 크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각 표현의 첫소리인 [ㅂ]과 [ㄴ] 자음 소리가 근본적으로 다른 음성자질을 가진 소리라는 점이다. [ㅂ]은 입술 파열음(labial stop)으로서 폐에서 공기가 입으로 나오면서 순간적으로 양 입술 사이에서 공기 폭발이 이루어지는 소리다. 반면 [ㄴ]은 콧소리(nasal sound)이다. 혀가 윗니 잇몸 부분인 경구개(alveolar ridge) 부분에 위치한 상태에서 공기가 입으로 통과하지 않고 코로 통과하는 소리이다.

현대 언어학의 음성학 분야의 발전은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인간이 내는 모든 발화 소리를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음성 인식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해서 음성 인식 장치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소리와 문법 구조는 물론이고 그 의미까지 파악해서 기계 번역을 순식간에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녹음된 환경 속에서 화자의 발음의 정확도와 소음 등 변수가 있지만, 두 표현의 첫소리 자음의 음성적 자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공식 음성 분석 노력은 진실을 가리는 데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정치인들은 정확한 기관을 밝히지 않고 “어느 대학 연구소에서 발음이 어느 특정 발음에 가깝다고 의견을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분석 학자와 장소를 익명으로 처리한 상태이므로 그 분석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아마도 국내 정치의 첨예한 진영 대립 구도와 민감성을 고려해서 공개적으로 나서기를 주저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실이 한국음성학회에 정식으로 의뢰해서 개인 학자가 아니라 학회의 이름으로 공신력 있는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더 확보하기 위해 해외 학자와 연구 기관들에게 추가 분석 의뢰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는 독립되어 있지 않아

둘째로, ’이 XX들’ 부분 해명 관련 주장은 다음과 같은 화용적(pragmatic) 문제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욕에 가까운 ‘XX들’ 표현 부분에 몰입되어서 그 앞의 표현인 ‘이’의 의미와 화용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놓치고 있다.

‘이’는 의미론 분야에서 직시(deixis) 표현으로 분석한다. 직시 표현은 시간과 공간 속 발화 상황에서 화자가 어느 대상을 지시하는 표현이다. 전형적으로 대명사, 지시사, 시간과 공간 부사 표현 등이 이에 속한다. 직시 표현은 이런 이유로 담화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그 표현이 지시하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지시사로서 화자와 공간적으로 가까운 그리고 시간적으로는 직전의 일을 가리키는 데에 쓴다. 윤 대통령이 이 말을 한 담화 상황의 공간은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장에서였다. 행사 녹화 장면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마칠 때쯤 윤 대통령이 연단 앞으로 나와서 주요 내외빈과 함께 연단에 올라가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박진 외무장관과 통역사가 들어와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한쪽 구석에서 소위 48초 회담(사실 이 만남은 회담이라기 보다는 ‘조우(encounter)’에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을 갖는다. 그러고서는 윤 대통령 일행은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가는데 이때 윤 대통령이 참모들을 뒤로 돌아보며 그 문제의 발언을 한다.

MBC가 최초 녹취 보도한 발언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 팔려서 어떡하나”이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이 발언에서 예산 결정권을 가진 국회를 폄하하는 표현을 양국 중 한국 국회를 향해서 썼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XX들’이라는 ‘이’ 직시 표현이 한국 국회의원들을 향한 것이라는 해명이 이 맥락적 상황과 어울리지 않고 어색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는 절대로 한 문장을 독립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항상 맥락의 흐름 속에서 말한다. 단상에서의 48초간 대화 중 대통령실은 우리 기업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두 정상간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발표를 근거로 판단해 볼 때 윤 대통령의 ‘이 XX들’ 표현은 단상에서 바이든과 미국에서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논의를 한 직후에 한 것이므로 미국 국회의원들을 지시한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이 XX들’ 표현으로 지시사 ‘이’를 써서 한국 국회의원들을 모욕하듯 지칭하려면 바로 앞의 담화 상황이나 맥락에서 한국 정치에서 예산 결의권을 가진 국회가 정부가 하려는 일을 발목 잡는 상황을 개탄하는 맥락이 있어야 그들을 지칭하기 위해서 ‘이 XX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두 정상이 단상 위 대화 중 한국 의회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발표가 없었으므로 이 표현이 한국 국회의원들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되려면 단상에서의 조우가 끝난 후 다른 추가 담화 상황적 발전이 있어야 한다. 이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순간에 대통령과 참모 간 어떤 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참모들 중 하나가 “대통령께서 1억불을 약속하셨는데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가 무난히 협조할까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면 그것을 이어서 한국 국회의원들을 지시하기 위해 ‘이’라는 직시 표현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대통령실 거짓변명 비판 벗으려면

정리하면 대통령실이 거짓 변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벗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영상을 주의 깊게 들을 것을 요구하면서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두 가지 노력을 분명히 하면 된다.

첫째는 공신력 있는 한국음성학회에 (혹은 정치적 중립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국 학자와 연구 기관에게) 관련 발음 분석을 의뢰하면 분명히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 둘째는 ‘이 XX들’ 발언에 앞서 있었던 담화의 맥락적 상황을 자세히 밝히는 것이다. 특히 단상에서의 두 정상 간 대화 직후 대통령과 참모 간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를 밝히면 대통령실의 해명 관련 의문점이 많이 풀릴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실이 국민들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고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 스스로 진실을 분명히 밝혀서 거짓말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서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를 호소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이 글에서 필자가 적시한 내용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만일 대통령실이 이런 매우 상식적인 후속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거짓말을 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라는 것을 엄중히 깨달았으면 한다.

글쓴이

이창봉 가톨릭대 교수

이창봉 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언어학 박사(화용론 전공). 언어와 문화의 밀접성 관련 주제를 주로 연구하며 영어교과서와 학습교재와 일반 인문 교양서 집필 활동도 하고 있음. 최근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사람in 출판) 책을 출간함 Facebook에서 언어학자로서 언어를 통해 한국 사회와 문화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도 활발히 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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