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세콰이아, 기업이 배워야할 ‘위대한 전략’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산불에도 타죽지 않는 비결에다 불을 활용한 ‘발아와 진화’ 전략까지 기업들도 ‘기술혁신’ 리스크 대비해야

세콰이아 국립공원의 자이언트 세콰이아.
세콰이아 국립공원의 자이언트 세콰이아.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흰수염 고래가 대략 60~70m쯤 되니 가장 큰 생물인 듯 하지만 더 큰 생물이 있다. 바로 미국 서부 세콰이아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에 있는 ‘자이언트 세콰이아’(Giant Sequoia, 한국명으로 거삼나무)라는 종명의 나무다.

이 종은 30층 정도의 건물에 맞먹을 만큼 높이 자라고 나무의 지름이 7~8m가 된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큰 나무 밑동이를 수십 여명이 손을 잡고 둘러싸고 있는 사진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세계 최고 높이의 자이언트 세콰이아라는 나무다. 자이언트 세콰이아의 키는 대략 100m라고 한다. 매년 더 자라고 있으니 더 커질 것이다. 이렇게 자라기 위해서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명도 3천년 이상 되지만 다행히도 불 같은 자연 재해를 입지않기에 생명을 이어왔다.

산불이 나야 씨앗 방울이 터진다

재미있는 것은 자이언트 세콰이아의 씨앗이 발아를 하는 과정이다. 주변온도가 영상 200도 정도될 때 솔방울처럼 생긴 씨앗 방울이 터져 나오며 이 나무의 씨앗들이 튀어나온다. 숲에서 영상 200도의 온도가 올라가는 상황은 딱 하나 뿐이다. 산불이 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자이언트 세콰이아는 그런 조건에서만 발아를 한다. 산불이 꼭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불이 나면 불에 타서 사라질 수 있지만, 이 나무는 특별한 비법으로 살아남았다. 나무 껍질이 마치 스폰지처럼 되어 있어 항상 물을 머금고 있다. 그러니 화재가 발생해도 불에 타지 않는다. 300년 이상 사는 동안 수없이 화재에 휩싸였겠지만 살아 남아서 100m 높이까지 자란 것이다. 그런 나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산불이 아닌 인간의 벌목 뿐이다.

식물이 숲을 이루는 과정을 ‘천이’(succession, 遷移)라고 한다. 천이는 1차 천이와 2차 천이로 나뉜다. 1차 천이는 또 다시 건성 천이와 습성 천이로 나뉘는데 물이 있는 습지는 습성 천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음수림을 이루게 된다. 일반적인 것은 건성 천이다. 2차 천이는 1차 천이로 이루어진 곳이 산불이나 산사태로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경우를 말한다. 숲의 생태계 변화는 1차 천이를 잘 들여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차 천이는 바위로만 이루어진 맨땅에서 시작된다. 바위에 살 수 있는 ‘지의류’와 ‘선태류’가 먼저 서식을 시작한다. 유기물이 쌓이고 바위가 부서지면서 흙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때 초원으로 변한다. 이 초원으로 오랫동안 유지되다가 토양이 조금 더 비옥해지면 작은 관목들이 자라는 관목림으로 변한다. 그리고 관목들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하면 햇볕을 더 받는 양수림으로 변하게 된다. 관목림을 뒤덮을 정도로 햇빛을 많이 받아서 숲이 우거지게 된다. 양수림 식물로 대표적인 것이 소나무나 전나무다. 이 양수림의 밑부분에는 햇볕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에 적은 양의 햇빛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음수림 식물들이 자라난다. 음수림의 대표적인 식물은 참나무나 비자나무를 들 수 있다.

양수림은 침엽수림이라고 하고 음수림을 활엽수림이라고 한다. 음수림 식물들이 서서히 자라나면서 양수림과 음수림이 공존하는 혼합림 단계를 거치고 최종적으로는 음수림만 남게 된다. 이때를 ‘극상’(極相)이라고 하며 천이의 최종 단계라고 말한다. 극상은 숲의 생태계가 최적 균형을 이루는 단계를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이 균형이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지 않아 균형이 깨지고 다시 진화를 시작한다.

문제는 이런 극상의 단계에서 그대로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 건기와 우기가 구분이 되는 지역에서는 자연상태라고 하더라도 건기에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바람이 불고 빽빽해진 숲에서 나무들이 부딪히면서 마찰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때로는 번개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일으키지 않아도 자연상태에서 화재는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에서 화재는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꼭 거치는 과정이다. 오랫동안 자라야 하는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화재를 피할 수가 없다. 산불에 대응할 수 없다면 그 식물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발생했던 산불 현장. 사진= 연합뉴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발생했던 산불 현장. 사진= 연합뉴스

나무가 불에 타지 않는 ‘특별한 비결’

자이언트 세콰이아의 비결은 바로 주로 번개에 의해서 일어난 산불에 대해서 강하다는데 있다. 불을 이겨낼 방법으로 이 나무는 불이 나도 나무에 옮겨 붙지 않도록 했다. 30㎝에 이르는 자이언트 세콰이아의 껍질이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어서 불이 자신의 몸에 옮겨 붙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자이언트 세콰이아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수천 리터의 물을 빨아들인다. 그 물을 맨 위에 있는 나무 잎사귀까지 끌어올려 저장해둔다.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어야 가뭄도 극복하고 산불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식물들의 씨앗도 타 죽는다. 그런데 자이언트 세콰이아는 발아하기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 산불은 경쟁하는 다른 식물들을 사라지게 하는 이득도 있기에 산불에 살아남기만하면 그 땅은 자이언트 세콰이아의 차지가 된다. 불타고 남은 토양은 기존의 식물들이 만들어놓은 양질의 영양분을 살아남은 생명에게 공급한다. 화전민들이 산불을 지른 뒤 그곳에 농작물을 심어서 수확하는 것도 불에 탄 토양에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적인 조건을 자이언트 세콰이아는 충분히 활용한다. 오랜 진화 과정속에 자신의 생존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자이언트 세콰이아의 생존 방식은 크게 2가지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오랜 시간으로 보면 리스크는 언제나 발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산불과 같은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맞게 진화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리스크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씨앗을 발아하고 최적의 조건을 활용해 후대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핵심

이 전략은 오랫동안 생존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에게는 꼭 필요한 전략이다. 경제적 위기는 적어도 10년에 한번씩은 다가온다. 한국의 경우도 1950년의 한국 전쟁, 1961년의 5.16 군사 쿠데타, 1973년의 1차 석유 파동, 1980년의 신군부 등장과 2차 석유파동, 1988년 노동자 대투쟁 ,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국제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큰 위기는 평균 10년 주기로 등장했다. 기업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이런 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리스크 관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리스크를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활용해야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자이언트 세콰이아처럼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리스크의 정체성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나무는 산불을 가장 심각한 리스크로 보고 진화를 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에게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한국의 경우는 리스크 요인이 3가지 변천과정을 거쳤다. 첫째는 정치적 리스크, 즉 정치권의 결정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바뀌는 리스크였고 그 다음은 원자재와 금융 리스크로 주로 환율 관리와 금리 관리를 해야 하는 그런 리스크였다. 여기까지는 이미 경험한 리스크이고 현재 남아있는 대기업들은 이런 리스크들 속에서 살아 남았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미래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리스크로 등장하는 것은 ‘기술 혁신’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이 기술 혁신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리스크로 등장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한국의 기업들은 글로벌 1위가 아니면 안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즉 승자 독식의 시장 특성 때문에 기술혁신을 못하고 과거의 기술에 머무르다 10년 정도 지나면 도태 되는 것이다.

‘기술 혁신’ 리스크에 대비하라

자이언트 세콰이아는 리스크의 순간이 다가올 것을 예상하고 씨방울을 뿌려둔다. 즉 그런 시기가 되었을 때 발아가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세번째로 다가올 ‘기술 혁신’ 리스크를 예측하면서 미래 기술에 관한 나름의 미래 씨앗들을 뿌려 두어야 한다. 미래기술로 보이는 영역들에서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거나 투자를 해서 언제든 미래 기술로 성장하는 시점이 되면 그 기술로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시기가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준비가 되어있어야 그 시기에 벤처들이 발아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씨앗을 뿌려 두지 않으면 결코 그런 시기에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대기업은 벤처기업을 자신만의 통제권 안에 두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차라리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장한 이후 인수 합병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훨씬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숲의 천이 과정은 자연 환경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햇빛량, 온도, 강수량에 따라 어느 단계까지 천이를 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극상도 환경조건에 따라 결정되기에 초원 단계에서 멈추기도 하고 관목림 단계에서 멈추기도 한다. 천이 과정은 자연 환경에 가장 최적인 조건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그 지역에 속한 식물들은 최선의 생존 전략을 선택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생명체는 리스크에 대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이언트 세콰이아는 그런 사례중의 하나다. 그 위대한 나무의 리스크 전략을 연구하면 기업들도 리스크에 대한 사고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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