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 유전자’가 기업을 키운다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유전자, 생명의 출발이자 진화의 기록 기업엔 ‘창업자의 아이디어’ 유전자 모태 조직 만들고 조직문화로 정착시켜 좋은 유전자 가진 기업들 많이 만들어야

사진=pixabay
사진=pixabay

▶ 유튜브로 칼럼 듣기

유전자가 다르면 서로다른 종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DNA의 차이는 1%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과 침팬지는 너무나 다르고, 그 작은 차이가 지구를 지배하는 인간과 멸종할 수도 있는 침팬지를 만들었다.

유전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생물의 종을 분류하는 기준도 최근 들어 유전자의 유사성 정도에 따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생김새, 성적 친화도, 그리고 행동 패턴 등으로 구분했다면 이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분류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그만큼 유전자 분석 기술이 개발되고 보편화된 영향이다.

유전자는 생물의 세포핵에 들어있는 DNA(Deoxyribo Nucleic Acid, 핵산)가 핵심 부분이다. DNA의 기본 단위는 염기와 당, 인산이 결합한 물질인 뉴클레오티드이다. 이 뉴클레오티드는 반복하여 이어져 사슬처럼 일렬로 늘어서고, 이 사슬 두 가닥이 서로 마주 보며 이중나선을 만든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사성도 유전자 분석 과정에서 확인됐다.

인간은 유전자 분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었다. 1990년에 시작해 2003년까지 인간 게놈에 있는 약 32억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의 서열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였다. 뉴클레오타이드는 3가지의 주요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핵염기, 5탄당(리보스 또는 디옥시리보스), 인 등이다. 핵 염기는 구아닌, 아데닌, 사이토신, 티민과 RNA에서 작용하는 유라실로 구성된다. 5탄당은 5개의 탄소 원자를 갖는 단당류이다. 즉 모든 유전자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조합이 결국 유전자 정보를 만들고 이 정보에 의해 생명체가 탄생하고 종족 보존을 한다. 인간도 그렇게 해서 현대 사회까지 만들어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생명의 골격을 만들고 진화시킨다

생명체에서 유전자가 하는 역할도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단백질 합성이다. 이를 통해 생명체 조직을 만들어낸다. 생명체의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으로, 복제 과정을 통해서다. 단백질이 없다면 생명체는 지구상에는 존재할 수 없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아마도 다른 형태의 단백질 물질을 사용하겠지만 지구상에는 DNA와 RNA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생명체의 조직을 담당한다.

둘째로 유전자 정보를 후대에 남겨 개체군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종이 하나의 종으로 구분되어 생태계 내에서 존재한다. 유전자가 다르면 종이 다르다. 유전자는 종 구분의 기준이 된다. 과거에는 형태나 생식과정을 통해서 구분했지만,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가장 중요한 분류 기준이 바로 유전자의 차이다. 즉 유전자가 있어야 독자적인 생명체가 될 수 있고, 생명체로 연속된다. 한번 살고 죽어 버리면 지구상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자신과 닮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연속할 수 있어야 생명체다. 그 중심에 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또 진화를 통해 획득한 형질 정보를 담아 전해준다. 유전자에는 생명체 진화의 기록이 담겨 있다. 진화의 정보는 그 세대에만 아니라 후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에 정보가 담기지 않는다면 진화는 한 세대에서만 끝날 수밖에 없다. 생명체에 유전자 정보가 어떻게 담기는가 하는 과정이 진화의 과정이고, 이는 생식과 자연 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한다.

생명체는 생식과정을 거쳐 개체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변이가 없는 단일한 종만 나타나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멸종하기 쉽다. 유전자의 다양성이 같은 종 내에서도 변이를 지닌 생명체를 만들고, 이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해 살아 남는다. 변이로 살아남은 개체는 후대를 이어가면서 진화하게 된다. 유전자 변이는 진화의 핵심 메커니즘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길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적 사실과 유전자 정보분석을 통해서 확인할 뿐이다.

유전자의 변이는 종이 분화되는 출발점이다. 동일한 유전자만 가지고 있다면 종이 분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선택이든 돌연변이든 만들어지고 이것이 유전되면서 종의 분화가 이루어진다. 변이를 통해 유전자의 다양성이 증대될수록 자연 생태계는 다양성을 가진 생태계로 진화한다. 유전자 다양성의 유지와 확보는 생태계 균형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멸종하지 않도록 하는 밑거름이다.

이처럼 생명체의 유전자는 생명의 출발부터 종의 번성에 이르기까지 관여한다. 그렇기에 얼마나 좋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가가 종의 운명을 결정한다. 기후 환경 변화에도 적응해야 하고 경쟁자와의 싸움에도 이겨내야 하며, 질병과 같은 위험에도 버텨야 하는 것이다.

현대 기업에서도 중요해진 ‘유전자’

산업 생태계 내에서도 이런 유전자가 있을까? 최근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기업들은 자신 만의 유전자를 중요하게 여긴다. 기업의 유전자는 최초로 창업한 창업자의 정신에서 출발한다. 사업은 창업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기업으로 성장하고 연속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전자가 기업 조직 내에 축적되어야 한다. 생명체의 유전자가 진화의 과정을 담듯이, 기업도 자신만의 유전자가 조직 속에 유지 발전되도록 만든다.

기업의 유전자는 생명체의 유전자가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기업은 자신의 유전자에 해당하는 비전을 구축함으로써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어낸다. 창업자의 비전이 유전자의 출발점이며 이 비전이 조직을 구성하는 기준이 되고, 이 비전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조직이 구축되기 시작하면 돈과 기술 그리고 고객들이 모여든다. 초기 비전이 정확하게 수립되지 않으면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같은 비전은 산업 현실에 맞고, 기업의 경제적 이익에 맞아야 하며, 창업자의 철학과도 맞아야 한다.

기업의 유전자는 단순히 창업자가 경영하는 동안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연속해야 하기에 기업 유전자도 조직속에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유전자는 조직 문화로 구조화된다. 이것은 조직과 다른 조직을 구별하고, 차별성을 갖는 요소가 된다. 동일한 산업에서 기업들이 똑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발전속도가 달라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조직 문화에 있다. 특유의 문화가 형성되고 유지될 때 그 기업은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기업이 된다.

또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은 조직 내 유전자로 축적된다.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급성장한 경험들이 조직 내에 남게 되면 조직의 진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업도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진화를 해야 오래 살아남는다. 덩치가 크다고 모든 생명체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듯이, 성장 만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유전자가 담겨 있어야 기업이 유지 발전할 수 있다.

또한 환경과 시장 변화로 인한 위기의 순간이 오면, 기업은 유전자 속 극복의 노하우를 발휘하게 된다. 오랫동안 유지된 기업들을 보면 위기일 때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생존 여부는 기업 내에 있는 유전자에 의해 판가름나며, 얼마나 분명하게 유전자가 기업 조직원들에게 각인되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인수 합병을 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기존의 기업 유전자를 인수한 기업의 유전자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과제다. 그만큼 쉽게 바뀌지 않기에 한번 만들어진 기업 유전자는 그 회사의 운명과 함께 한다고 봐야 한다. 면역에 대한 유전 정보처럼 위기를 극복한 경험은 마치 위기에 면역력을 발휘하는 것과 유사하다. 기업의 진화는 산업내의 성장과 조직의 위기에 대한 극복의 과정이다.

기업 유전자도 복제되고 진화한다

기업 유전자는 때때로 분화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한다. 좋은 기업 유전자를 가진 기업이 배출한 인재는 그 유전자를 가지고 창업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 유전자가 복제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복제라도 똑같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 창업자의 비전과 물려받는 기업유전자가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기업유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치 삼성 출신이 경영하는 회사와 현대 출신이 경영하는 회사가 결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좋은 기업의 유전자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분화되고 복제되어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리고 그것이 산업 생태계의 다양한 기업을 탄생시키고 국가 산업의 기반을 만든다.

기업 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갖는 요소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돈이었고, 나중에는 인재, 그 다음은 기술로 그 기준이 변해왔다. 기업의 역사가 100년을 넘어가는 한국에서 이제 기업의 유전자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기업의 좋은 유전자는 사람과 돈을 모을 수 있고, 기술도 빠르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산업으로 진출할 지도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의 유전자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진단하는 것이 기업 경영에서 핵심이 되고 있다.

생명체는 유전자를 통해 진화하고, 진화의 역사를 기록했다. 기업도 창업 때 생성된 기업의 유전자를 발전시키고 유지 관리해 조직내에 뿌리내리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 기업에서도 이제는 기업 유전자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 100년 이상 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의 특징에 맞고, 조직원들의 비전과 일치하면서도 창업자의 정신을 잃지 않는 기업 유전자가 있어야 한다.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 환경속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시장의 위기도 경험하고 재무적인 위험도 경험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업의 유전자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고, 조직 속에 체화되어 있다면 위기도 극복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래 살아 남는 기업을 만들려면 먼저 자신의 기업 유전자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기업만 아니라 국가에도 필요하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