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진화’ 교훈...기업은 예민해야 한다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북미대륙에서 멸종한 말 亞· 유럽에는 ‘말의 능력’ 키워 말은 빠르고, 예민한 감각 ‘특기’ 기업도 공간 넓게 쓰고 예민해있어야
북미대륙에서 멸종한 말
『총·균·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북미의 문명 발달이 늦어진 이유로 ‘말’이라는 가축이 없었던 것을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말의 분류학상 위치를 보면 말과(Equidae)는 기제목(Perissodactyla)에 속하는데, 말, 당나귀, 얼룩말 등이 포함된다. 현존하는 말과의 동물은 모두 말속(Equus)에 속한다. 현대의 말 대부분 차지하는 말의 학명으로 Equus caballus이다.
현대의 말은 약 5500만 년 전에 아메리카에 살았던 에쿠우스(Equus)가 지금의 말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북미에는 이 에쿠우스가 멸종 당했다. 베링 해협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해 들어왔던 아메리카 원주민이 말을 남획하는 바람에 멸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멸종되기 전에 고대의 말 몇 마리들이 육지였던 베링 해협을 건너갔고, 아시아, 유럽으로 퍼졌다. 인간이 이 말들을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운명도 달라졌다. 말은 인간과 더불어 진화해 온 셈이다.
인간과 말이 가까워진 데는 그가 가진 특성이 큰 역할을 했다. 인간은 목축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말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식량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식량으로 사용하는 소나 양을 기르는 목축에 말을 이용한 것이다. 말을 활용하면 목축 시에 넓은 초원에 소나 말을 풀어둘 수 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빠른 이동 수단이 필요했는데, 그때 용도로 안성맞춤이었다. 즉 자신이 가진 특별한 기능 때문에 말은 식량 자원보다는 오히려 인류의 문명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말은 동물 중에서 장거리 평균 시속이 가장 빠른 동물이다. 순간적인 속도가 가장 빠른 동물은 치타이지만, 장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말이 가장 빠르다. 평균시속 60㎞/h를 넘는 재능은 인간에 의해서 길러졌다. 달리기에 뛰어난 말은 더욱더 인간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재능을 가진 말을 다룬 민족이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기도 했다.
생존을 보장해준 말의 특별한 능력
말이 진화한 방향에는 말이 가지고 있는 형태 및 생리적인 특성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말이 가진 형태·생리학적인 특징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말굽이다. 말굽은 발가락에서 가운데 발가락만 남고 다른 발가락은 흔적만 남아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발가락 하나가 커져서 하나의 말굽으로 진화를 한 것은 달리기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말이 서식했던 북미 지역에서 발견된 말의 화석을 보면 그 당시 말은 일반적인 동물들처럼 앞다리의 발가락은 4개이고 뒷다리의 발가락은 3개였다. 하지만 이 중에 가운데발가락이 커지면서 결국 하나의 발가락이 남아 있는 상태로 진화를 한 것이다. 말굽이 하나가 되면서 말굽의 표면적이 넓어지고 에너지가 집중돼 땅을 박차고 나갈 때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즉 지표면을 최대한 강하게 차면서 스프링처럼 튀어오를 수 있다. 이 능력은 말이 넓은 초원지대에서 먹이를 찾아서 장시간 이동할 수 있게 해줬고, 또 포식자로부터 빠르게 도망가는 데도 매우 유용했다.
두번째 말의 특징으로 소화 능력인데, 말은 목초를 잘 먹을 수 있는 어금니가 발달해있으면서도 되새김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 능력을 갖고 있다. 즉 말은 ‘비반추’ 초식동물이다. 그래서 행동반경이 더욱 넓어졌다. 소는 되새김질을 통해서 소화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없고 행동 반경이 좁다. 반면 말은 멀리 장거리 이동시에 빠르게 목초를 소화할 수 있다. 소화 효율 측면에서 보면, 기제목 (Perissodactyla 홀수 개의 발굽을 가진 포유류)인 말에 비해 소나 염소 같은 우제목(Artiodactyla 짝수 개의 발굽을 가진 포유류)이 소화효율이 높다.
소와 같은 같은 우제목은 식도가 여러 개의 위(胃)로 진화했고 그중 되새김 위 안에서 박테리아가 풀을 발효시키고 섬유질을 분해해 풀 죽을 만들면, 이것을 위로 넘겨 소화하는 방식이라 소화 효율이 높다. 적은 양의 풀로도 충분히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말은 반추(되새김질)를 하지 않고 소화효율이 낮아 풀을 먹은 양이 반추 동물인 소나 양에 비해서 훨씬 많아야 한다. 그래서 넓은 면적의 목초지를 필요로 한다. 되새김질을 하는 우제목이 말과 같은 기제목에 비해 다양한 종들으로 번성하는 이유도 소화 효율의 차이 때문이다.
셋째 특징으로 말은 오래 서 있을 수 있다. 말이 가진 뼈와 근육의 사다리꼴 구조는 말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지 않고도 오래 서있을 수 있게 해준다. 말이 힘들이지 않고 오래 서있는 것은 ‘안정 기제 (stay apparatus)’라고 부르는 근육구조 덕이다. 이 구조는 근육과 뼈 그리고 뼈와 뼈사이를 연결 짓는 힘줄과 인대의 작용과 관련된 것이다. 말이 서서 쉴 때에는 이 힘줄과 인대가 말의 어깨, 무릎, 관절을 고무줄처럼 당겨준다. 근육을 크게 긴장시키지 않고도 오래 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덕에 인간이 말에 올라타도 말은 무겁다고 바로 쓰러지는 일이 없다. 이런 능력을 포착한 인간은 장거리 말 타기를 하게 됐고, 전쟁터로 끌고 가게 됐다.
넷째의 특징으로 말은 생각보다 예민하다는 것이다. 후각은 물론 청각도 잘 발달되어 있다. 말은 위급한 상황이 되면 곧바로 도망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잠도 선 채로 잔다. 말은 초원에서는 공격을 당하면 빠르게 도망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어 무기가 없다.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도망치는 방법으로 후각과 청각이 예민한 말로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말을 기르는 사람들은 말이 놀라지 않도록 항상 배려를 한다. 덩치는 크지만 겁쟁이가 말인 셈이다.

말의 생김새도 진화의 결과
진화의 과정을 보면 말은 어금니가 커지고 길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앞니 12개, 송곳니 4개, 어금니 24개로 모두 40개로, 위쪽 이는 맷돌 모양으로 발달했다. 초식 동물로 나뭇잎이 아닌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어금니가 발달한 것이다. 이로 인해 말의 얼굴이 길어졌고 인간은 재갈을 물리기가 좋아졌다. 어쩌면 인간이 말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말의 어금니와 앞 이빨이 떨어져 있는 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재갈을 입마개처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말은 호흡하기 불편했을 것이고 사람도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후의 변화는 말에게 어떤 영향 줬을까
이렇게 말이 진화된 데는 기후의 영향이 가장 크다. 5500만~6000만년 전 지구는 지금보다 5-10℃ 더 높았다. 북미 대륙은 브라질 아마존 정글처럼 무덥고 습했다. 숲이 발달해 말의 조상인 하이라토테리움(Hyracotherium)은 숲에 살았다. 숲에서 민첩하게 행동하기 위해 앞발가락은 4개, 뒷발가락은 3개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0만년 전부터 기후 변화로 숲이 초원으로 바뀌면서, 그 초원에서 말의 조상은 적응해 나갔다. 북미 대륙에 적응한 말은 그 이후 남획으로 사라지게 되고, 일부의 말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하면서 운명도 바뀌었다.
인간이 말을 가축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5천년 전쯤이다. 북미대륙의 원주민들이 말을 사냥해서 식용으로 먹었다면, 유라시아 대륙의 인간은 말을 활용해서 목축을 한 것이다. 즉 문명의 차이가 말의 가축화에 영향을 준 것이다. 북미 대륙에는 실제 가축화를 이룬 것은 라마 밖에 없다. 그러니 말의 필요성이 낮았던 것이다. 환경이 문명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좁은 시장에서 머물면 안된다
말의 진화와 비교해 산업 생태계는 어떤 점을 참고할 수 있을까? 산업의 관점에서는, 첫째로는 북미에서는 멸종한 말이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인간과 함께 진화해 왔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이 점은 두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인간이 말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고, 말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환경에도 가축화를 통해서 종의 번성을 해냈다는 점이다. 이는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다양한 산업이 특정 지역 한 곳으로 국한되면 결국은 사라질 수밖에 없지만, 세계로 확장할 때는 오히려 더 큰 산업적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대표적인 것이 만주가 원산지인 콩을 미국으로 가져가 세계 콩시장을 석권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콩의 상업적 가치를 제대로 발견한 것이 미국이고, 미국이 세계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고 공급망을 장악한 것이다. 즉 지역에만 있었다면 세계화될 수 없었던 것을, 미국으로 이식되면서 세계화된 것이다. 최근 불어닥치고 있는 음식 한류도 따지고 보면 그 속에는 한국이라는 작은 땅에서만 있었던 특별한 음식들이 세계화되고 있는 것임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변화에 적응하면 생존의 길은 열린다
둘째로는 말의 환경 적응과 진화와 관련된 것이다. 숲이 초원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말은 초원에서 최적의 생존을 할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진화의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되새김질과 같은 보다 높은 소화효율 방식으로는 진화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초원에서 생존하기 좋은 조건으로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방식의 변화이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점이다. 숲이 초원으로 변하면 생물이 멸종할 수 있지만 오히려 살아나갈 길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숲이 초원으로 변하는 환경 변화와 인간의 남획이라는 두가지 변화 계기에 대해 말은 한 번은 성공했지만, 또 한 번은 실패했기에 말이 북미에서는 사라졌다. 환경 변화는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니라 연속해서 올 수 있으며, 그 때도 유라시아 이동이라는 새로운 적응을 한 말들은 번성에 성공했다.
기업은 예민해야한다. 특히 작은 기업은
셋째로, 말이 멸종당하지 않고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바로 ‘예민함’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말은 후각과 청각이 발달해서 언제든 위기에 앞서 도망을 칠 수 있는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다. 서서 자는 능력까지 갖춰 조그만 소리와 냄새에 곧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기업도 예민해야 한다. 특히 방어력이 약한 기업일수록 예민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 가능하고 번성할 수 있다. 대기업의 계열사이거나 공기업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협동조합으로 방어력이 있는 조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개별 기업은 변화와 위기에 예민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이 빨라야 한다.
현대에 와서 보면 자동차가 탄생하면서 말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 들었다. 그래도 말은 인류 문화의 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스포츠로서 승마, 경마가 아니면 목축용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북미 대륙에는 말이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멸종 후 몇 천년이 지나고 다시 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으로 진출하면서 다시 말이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조상이 살았던 땅에 북미 인디언들과 함께 살면서 서부 영화의 주인공으로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멸종한 이유도 있지만 다시 번성하게 되는 이유도 있다. 결국은 지리적 환경 그리고 문화적 환경과의 결합이 중요하다. 그 환경 변화에 적응한 생물만 살아남듯이, 기업도 산업도 그 변화를 견디고 길을 찾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어떤 변화이든 살아나갈 방법은 있다는 점을 말의 진화를 통해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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