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변심, 이제 누가 지구를 지키나
책임 없는 권력으로 회귀한 패권 무너진 ‘공해의 자유’를 누가 복구할 것인가
- 책임 없는 패권 이란 침공과 동맹 패싱은 미국이 국제 질서의 수호자 직을 버리고,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이기적 포식자’로 전락했음을 공식화한 사건이다.
- 사망 선고받은 안보 체제 1930년대 국제연맹의 붕괴가 재현되듯, 미국의 국제기구 대거 탈퇴는 2차 대전 이후 세계를 지탱해온 집단안보 시스템의 원천적 파산을 의미한다.
- 각자도생의 청구서 공해의 안전과 평화라는 ‘공공재’가 사라진 자리에서, 이제 국제사회는 미국의 보증 없이 스스로의 안보와 경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가혹한 생존 시험대에 올랐다.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미국
올해(2026년)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납치 사건이나, 전통적 동맹국인 덴마크에게 그린란드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을 때부터 미국이 심상치 않다는 징후는 있었다.
2월 28일, 국제사회가 설마하며 품었던 미국에 대한 리더십 기대가 산산조각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전격적으로 손잡고 이란을 공격한 것이다.
그간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 유지에 동참해 온 ‘가치 공유국(like-minded States)’들이 경악한 것은 사전 협의나 연락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이제 동맹국과 자국의 이익에 관해 상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전형적인 미국 이익 중심의 ‘신고립주의’ 경향이다.
잎서 지난해(2025년) 12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이나 2026년초 국방전략(NDS)을 토대로 볼 때, 이러한 행보는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 모른다.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과의 협업’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다. 동맹을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지금까지 제공한 보호에 대해 제대로 비용을 셈해주지 않는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과 협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동맹의 안위는 스스로 책임지기를 바란다’는 식이다.
전형적인 신고립주의적, 비개입주의적, 비용전가적 태도다. 이제 미국은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Give-and-Take)식의 셈법을 원하며, 국제사회의 ‘보이지 않는 공공재’를 더 이상 무상으로 제공할 의사가 없다는 태도로 보인다.
이란과의 전쟁 중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어 세계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자, 피해국들이 알아서 해협의 안전을 도모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대표적인 예다. 전쟁은 이란과 하지만, 그 여파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튀면 피해를 보는 국가들이 해결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고 미국의 책임을 운운해봤자 소용없다. 미국이 해협을 막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이 국제해협 사용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미국의 책임”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의 조치 역시 미국의 신고립주의 정책을 계산에 넣은 행동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란과 해협 이용자 간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다. 즉, 미국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이러한 태도가 시사하는 바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기존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결과적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떤 행위도 서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국제사회가 피해를 보더라도 행위를 자제하거나 책임질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불편함처럼
중국이나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주는 불편함과 피해가 바로 이런 종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대량 난민’과 ‘국제사회의 혼란’을 책임질 의사가 있었을까? 중국이 국제 경제 질서와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때 책임을 질 의사가 있었을까?
이들 국가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자국 중심적 이익 추구에서 발생하는 부차적 피해에 대한 “책임의식 부재”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자국 이익 중심의 정치를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나 중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그저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고립주의적 국가정책의 전형을 보여줄 뿐이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이런 점에서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유사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전지구적 위기라고 봐야 한다.
여기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이 일으키는 불안 요소가 방어적 차원이라기보다, 선제적 조치를 통한 ‘일방적 목적 달성’에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원하는 목적을 위해 침략 행위가 없는 나라에 선제적으로 군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국가와 전문가는 국제법 위반이라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미국의 일방적 행위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나토(NATO), 위기를 피할 수 없다
“현 위기 상황의 근본적 출발점에 러시아가 있다”는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의 지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단 침공함으로써 국제규범을 대놓고 무시하는 전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강대국의 군사적 협박이 정책 수단으로 동원되면서 유사한 행위의 문을 열어준 셈이다.
국제사회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에게 일임한 ‘국제 평화 수호의 책임’을 헌신짝처럼 버렸기에, 이후 발생하는 상임이사국들의 일탈은 “처음이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일부 국가는 이것이 냉전 종식 후 부활하는 “신냉전”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미국의 변심이다. 미국이 대서양 국가들에게 “영원한 우방”으로 남아 있었다면 국제정세가 이토록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요구한 것 자체가 “동맹의 균열”을 의미한다. 나토 전체 연간 방위 지출의 62%(2025년 나토 보고서 기준)를 차지하고, 병력의 38%를 책임지는 국가가 분열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 지출을 GDP의 5%까지 늘리는 것이 심각한 경제적 부담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만약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한다면 그 재정적 부담을 나머지 회원국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미국의 탈퇴는 곧 나토의 종말을 의미한다. 미국이 제공하던 유럽 집단안보 우산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발트 3국이나 핀란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직접적인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다.
당연히 미국의 나토 탈퇴도 쉽지는 않다. 2023년 개정된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나토 탈퇴를 위해서는 “미 의회의 별도 입법 절차 또는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미국의 나토 탈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탈퇴가 어렵다고 미국이 나토에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하다. 예산과 병력에 대한 제한을 의회 승인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는 한, 미국은 원하는 방식으로 나토를 사실상 ‘기능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또한 나토 회원국들의 결정 사항에 대해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로 일관하며 사실상의 “사보타주” 효과를 내는 것도 미국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 간의 “헤어질 결심”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다.
미국, 더이상 세계 평화를 보증하지 않는다
이 위기는 나토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 제공해 온 ‘집단안보의 틀’은 유엔을 통해 구현되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범한 국제연합(UN)은 1919년 창립된 국제연맹의 실패를 거울삼아 집단안보 개념을 강력히 실행하고자 만들어졌다.
과거 국제연맹에 참여하지 않았던 최강대국 미국이 국제 평화를 보증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바로 유엔이다.
국제연맹의 집단안보 시스템이 실질적 역할을 못하고 사망선고를 받은 계기가 제2차 세계대전이다. 1933년 일본과 독일, 1937년 이탈리아의 연이은 국제연맹 탈퇴로 집단안보 개념이 마비되었다.
특히 만주사변(1931~1933년) 과정에서 국제연맹이 사태 조사와 보고서 채택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수단으로 삼았으나, 당사국인 일본에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여론과 지지가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만큼 강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침략 행위를 멈출 의사가 전혀 없었고, 이를 제지할 국제사회의 힘도 부족했다.
1933년 독일이 국민투표 96%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연맹을 탈퇴하고, 이어 일본이 탈퇴하던 당시를 되돌아보면, 지금의 위기가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국가는 당시 국제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이는 2026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산하 및 비유엔 기구 등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기로 한 사태와 흡사하다. 미국은 국제기구의 주요 후원자 역할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기구가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국제 평화의 수호자가 스스로 구축해 온 국제질서를 더 이상 존중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러시아나 중국의 태도도 문제지만, 미국의 이런 태도 변화는 차원이 다른 파장을 불러온다.
공해상의 해적은 누가 소탕했던가
유엔의 집단안보체제를 답습하는 나토에서 미국이 탈퇴할 경우, 유럽의 집단안보체제는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또 미국이 창설의 근간으로서 보장했던 ‘유엔헌장 제7장’의 집단안전보장체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나토 ‘창립헌장 제5조’의 집단안전보장은 미국 없이 작동 가능한가? 미국 없는 자유무역질서나 해양안전보장이 과연 가능한가?
필자의 전공 분야인 해양법에는 인류가 공기처럼 누리는 자유 중 하나인 “공해의 자유”에 관한 부분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해상의 안전 보장’이 필수적이다. 누가 해적이 창궐하는 공해에서 안전한 이용을 가능하게 했는지 돌아보면, 전 세계가 미국이 제공한 ‘해양안전보장’이라는 공공재를 값싸게 누려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많은 국가가 국제 규범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실질적으로 해적을 소탕하고 불법 무기 거래를 적발·추적하는 역량은 상당 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변심하여 “미국의 이익”이 아닌 것에 더 이상 책임지기 싫다고 한다면, 세계 안전은 누가 책임지며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미국 없는 집단안보체제,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는 국제사회에 심각한 ‘신뢰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나토와 유엔을 중심으로 한 현 집단안보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글로벌 공공재를 다루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제법 준수와 국제 질서의 예측 가능성 회복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변심해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국제질서 프레임이 하루속히 논의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과 아시아 리더 국가들의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미국이 독단적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한다면,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규범과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미국 없이” 운용 가능한 집단적 안보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안보리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포함되어야 한다. 안보리 주요 회원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한 표가 절대적 가치의 잣대인 것처럼 국제사회의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면 이것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불공정인가?
미국의 국제사회 정의 실현에 대한 “변심”을 목도하는 오늘날, 한 국가가 세계 평화의 무게와 책임을 홀로 견디며 무소불위의 의사결정권까지 갖게 한 점이 지금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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