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녹차와 일본녹차, 외형도 맛도 다르다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큰사발, 차가루, 대나무솔 일본 ‘다도’ 일본, 기계채엽에 저렴화...RTD등 인기 한국 깔끔한 맛, 일본은 감칠맛 선호

한국 녹차(왼쪽)와 일본 녹차. 모양도 조금 다르다. 사진= 구글
한국 녹차(왼쪽)와 일본 녹차. 모양도 조금 다르다. 사진= 구글

녹차는 주로 중국과 일본에서 음용된다

다양한 음료가 차(茶)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진짜 차(Tea)는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학명을 가진 차나무(보성/하동에서 재배되는 차나무)의 싹이나 잎으로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진짜 차에는 여섯 종류가 있다. 녹차, 홍차, 청차(우롱차), 흑차(보이차), 황차, 백차. 이를 ‘6대 다류’ 라고 부른다.

생산과 소비 면에서 보면 녹차와 홍차 비중이 합하면 85%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둘 중에서도 홍차 비중이 더 커서 유럽과 중동, 미국, 러시아 등 차를 마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주로 홍차가 음용된다. 녹차는 중국과 일본이 생산량과 소비량에서 각각 1위, 2위다. 다음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순위다. 근래 들어 서양에서도 녹차음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물량 면에서는 여전히 이 들 네 나라, 특히 중국과 일본이 압도적이다. 중국 녹차 생산량은 170만 톤 수준, 일본은 8만 톤 수준으로 이 들 두 나라 차이도 엄청 크긴 하다.

중국의 다양한 녹차들. 사진= 구글
중국의 다양한 녹차들. 사진= 구글

생산량 적지만 우리나라도 녹차 음용국

생산량(4000톤 수준)이나 소비량에서 보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아주 미미하지만 우리나라도 녹차 생산국이고 녹차 음용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녹차일지라도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녹차는 맛과 향, 외형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구별되는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물론 중국 녹차는 생산지역도 너무 넓고 생산량도 많아 “중국녹차”라고 하나의 단위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오히려 비교하기가 쉬운 우리나라 녹차와 일본 녹차의 대표적인 차이점을 알아보겠다.

일본의 다양한 녹차들. 사진= 구글
일본의 다양한 녹차들. 사진= 구글

일본인은 주로 RTD 형태로 녹차를 마신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일본녹차 하면 다도(茶道)를 연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큰 사발에 녹차가루를 넣고 물을 부어 대나무 솔로 휘저어서 마시는 맛차(抹茶)를 생각한다. 이것은 해외에서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복을 입고 생활한다거나 모든 사람이 태권도 유단자라고 생각하는 정도로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이 극히 일부이듯이 다도(다도에서 마시는 차가 맛차다) 역시 극히 일부의 일본인만이 관심을 가지고 하는 취미생활일 뿐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녹차를 우려 마시거나 RTD(Ready-to-drink의 약자로 유리병이나 캔, 페트병에 들어있는 음료를 말한다) 형태로 마신다. 편리함이 주는 장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RTD 형태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채엽과 가공을 거의 기계화한 일본

일본인이 녹차를 많이 마시는 이유는 과거부터 마셔 온 전통 영향도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녹차는 가격이 높은 편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찻잎을 따는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이 문제를 기계 채엽으로 극복했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녹차의 99%는 기계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것이다. 대체적으로는 기계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녹차가 손으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녹차보다 품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은 더 많이 낮아지는 장점도 있다. 손 채엽하여 만든 90점짜리 품질을 기계 채엽하여 70점짜리 품질로 낮추는 대신 가격을 9만원에서 2만원으로 낮춘다면 소비자는 7만원이나 낮아진 가격이 주는 장점으로 20점 정도 낮아진 품질을 받아들일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기계 채엽 수준은 매우 발달되어 있다. 일본이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차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있는(차 생산량 세계 10위권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기계 채엽(그리고 기계가공)으로 생산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구수한 향을, 일본인은 감칠맛을 선호

우리나라 녹차와 일본 녹차는 맛과 향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녹차에서 깔끔한 맛과 구수한 향을 즐기는 편이다. 반면 일본인은 우리가 감칠맛이라고 표현하는 ‘우마미’를 선호한다. 우마미(Umami)는 야채스럽고 식물스러운 맛으로 묘사되는데, 바디감이 강하고 감미로움이 풍성한 뒷맛이 특징이다. 일본녹차를 처음 맛보는 학생들은 미원 맛 비슷하다면서 약간 느끼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맛과 향의 차이를 가져오는 원인은 가공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 살청방법이다. 살청목적은 찻잎 속에 들어 있는 효소의 기능을 불활성화 시켜 찻잎이 산화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온의 솥에서 하는 덖음 방식이고, 일본은 뜨거운 증기로 하는 증청(蒸靑) 방식이다.

물론 가공방법 차이 외에도 차나무 재배방법, 우리는 방법 등도 맛과 향에 차이를 가져오는 또 다른 요소들이다.

최근 출간된 필자의 책 '일본 녹차수업'
최근 출간된 필자의 책 ‘일본 녹차수업’

높은 관세로 녹차수입 불가

차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같은 녹차라도 생산하는 나라 혹은 그 나라 안에서도 생산하는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른 것이 특징이자 매력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하동녹차와 보성녹차의 맛과 향을 구분하기도 한다. 게다가 중국은 차 생산량의 65%정도가 녹차이고 일본은 생산량의 대부분이 녹차다. 중국과 일본은 녹차의 나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중국녹차와 일본녹차는 우리나라에서 마셔 볼 기회가 별로 없다.

이는 국내 녹차산업 보호 목적으로 수입녹차에 매우 높은 관세가 붙어 있어 현실적으로 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차 애호가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 녹차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녹차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쓴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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