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과 개미에게 배우는 ‘상리 공생’ 경영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개미에게 종자를 운반시키는 제비꽃 애벌레 먹이 될 영양분을 종자에 붙여 기업의 ‘사회적가치 실현’과 일맥상통

시멘트 계단 틈새에 핀 제비꽃. 사진=위키피디아
시멘트 계단 틈새에 핀 제비꽃. 사진=위키피디아

개미를 유혹하는 제비꽃의 지혜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이다. 제비가 돌아오고 농사도 그날부터 시작된다 해서 ‘양기가 충만하다’는 날이다. 이때 피는 꽃이 있는데, 제비가 돌아오는 날에 핀다고 하여 ‘제비꽃’이다. 제비꽃은 봄을 알리는 전령이기도 하지만 어디나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특히 시멘트 바닥에 틈이 갈라진 곳에서도 피는 꽃이다.

시멘트 바닥이 갈라진 곳에 제비꽃이 필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바로 개미 덕분이다. 바닥이 갈라진 곳 밑에 개미들이 집단 군락을 형성하고 사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위를 시멘트가 막아주는데다 밑에는 흙이 있으니 자신들의 집단 거주지로 안성맞춤이다. 갈라진 틈은 개미가 들락거리기에 좋은 입구가 된다. 제비꽃이 이런 틈새에 피어나는 모습은, 사실 개미와 제비꽃이 서로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로 협력하며 진화해 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제비꽃은 꽃을 피우면 벌이나 곤충에 의해 수정이 되고 종자를 맺는다. 그런데 종자를 맺을 때 엘라이오솜(elaiosome, 지방체)이라는 영양분을 붙여준다. 엘라이오솜은 oil을 뜻하는 그리스어 ‘ělaion’과 body를 뜻하는 그리스어 ‘sǒma’의 합성어로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여러 가지 형태의 지방체다. 개미는 제비꽃 종자에 붙어 있는 엘라이솜을 애벌레에게 먹이기 위해서 이 제비꽃 종자를 물고 개미집 안으로 들어간다. 애벌레 방에 이 종자를 넣어두면 애벌레는 엘라이오솜을 뜯어 먹고 종자를 버린다. 그러면 개미는 다시 종자를 물고 나와서 자신의 개미집 근처에 만들어둔 쓰레기장에 던져둔다. 이 쓰레기 장에는 유기물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제비꽃 종자가 발아하기 좋은 환경이다. 영양분들 덕에 성장도 잘 할 수 있다. 이 곳에서 봄이 찾아오면 다시 제비꽃이 피고 제비꽃 종자가 만들어지고, 개미는 애벌레 먹이로 제비꽃 종자를 물고 개미집으로 가는 행동을 반복한다.

재밌는 것은 엘라이오솜에 저분자의 아미노산과 단당류가 함유되어 있는데, 아미노산이 종자에 비해 7.5배나 많다는 점이다. 철저하리만큼 개미 애벌래가 먹기 좋고 영양가 높게 만들어진다. 개미는 이 엘라이오솜을 종자에서 떼어내 운반하면 더 편할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경우 제비꽃은 종자에 엘라이오솜을 붙이기 않을 것을 것이다. 종자에 엘라이오솜이 붙어있는 상태가 개미 애벌레 먹이로 최적이다.

개미는 제비꽃 종자의 확산과 번식을 돕고

개미에게 좋은 먹이감을 제공해주는데 비해 제비꽃은 어떤 이익을 가지게 될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종자의 확산’이다. 제비꽃은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멀리 종자를 퍼트리지 못한다. 반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개미는 제비꽃 종자를 멀리까지 운반해준다. 개미를 통해서 확산을 촉진하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씨앗이 다른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게 하는데도 개미가 일조한다. 개미집으로 들어간 종자는 있는 동안 안전하게 보관된다. 특히 개미집의 쓰레기장에 버려진 종자는 가장 영앙분이 풍부한 땅에서 발아하는 기쁨을 누린다. 산불이 나도 개미집은 안전할 정도이니, 적어도 발아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과 시간을 개미가 만들어주는 것이다.

식물들의 종자 확산은 반드시 필요한 진화의 법칙중 하나다. 같은 종자가 같은 지역에 밀식 재배되면 같은 종끼리 동일한 영양분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한 두 해는 그럴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식물이 성장하기 위해선 경쟁이 덜한 땅으로 이동을 해야 그 종은 오래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다. 그러니 식물들은 자신의 종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한계때문에 자신을 도와줄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제비꽃은 개미가 그런 일을 하게 엘라이오솜을 붙여둔 것이다. 개미는 이를 통해 애벌레 먹이를 얻고, 제비꽃은 진화에 필요한 종의 확산을 도움받는 것이다.

제비꽃과 개미처럼 서로가 도움이 되는 공생관계를 형성하며 진화해 온 것을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이라고 한다. 상리 공생을 하는 개미종은 한국 내에서는 곰개미, 곰뿔개미, 누운털개미, 주름개미, 긴호리가슴개미, 고동털개미 등 6종이 있다. 또한 엘라이오솜을 만들어서 개미가 종자를 물어가게 하는 식물로 현삼과의 꽃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마주송이풀, 백합과의 왕원추리와 뻐꾹나리, 제비꽃과의 잔털제비꽃, 앵초과의 큰앵초, 삼과의 환삼덩굴 등 국내에서 36종 이상으로 밝혀져 있다.세계적으로는 개미가 씨앗을 퍼뜨리는(myrmecochory) 식물종은 세계적으로 약 3000종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제비꽃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식물 진화 전반에 등장하는 중요한 진화의 법칙 중 하나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식물은 전파체인 종자의 무게나 개미가 물고가기 좋은 종자의 모양, 엘라이오솜의 성분 비율 그리고 개화 시기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내고 효과적인 전달자로 개미가 선호하는 종류를 결정하게 되면, 일종의 공진화처럼 특정 식물에는 특정 개미가 맞아서 ‘상리 공생’을 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를 보면 진화는 살아남기 위한 생명체들의 투쟁의 결과다. 그래서 혼자보다는 함께 살아남는 것을 택한 것이 바로 상리 공생인 것이다. 상리 공생은 한쪽의 이익만 보는 편리 공생(片利共生, Commensalism)과는 다르다. 서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공생은 필요 없는 일이다.

상리 공생에 대한 진화경제학적인 의미는 간단하다. 혼자 살아남기 보다는 함께 살아남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경제적 교훈이다. 제비꽃은 살아남는데 필요한 번식을 효과적으로 해야 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조그만 들풀에 불과했다. 살아 남아야 하기에 작은 씨앗을 만들고 거기에 엘라이오솜이라는 최고의 영양가를 갖춘 씨앗 부산물을 붙여두었다.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개미가 애벌레에게 먹이고 종자를 최적의 부화장소인 개미들의 유기물 쓰레기장에 버린 것이다. 만일 제비꽃이 만든 엘라이오솜보다 배아(종자)가 더 맛있었다면 제비꽃은 번식에 성공하지 못한다. 개미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단당이나 아미노산인 것을 제비꽃은 알고 있었다. 이처럼 서로간에 필요한 것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가에 따라 상리 공생의 성공 여부는 결정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 경영과 비슷

상리 공생을 경제학적 용어로 바꾼다면 비슷한 용어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그 기업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그 사회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기업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그 회사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 제고를 통해 고객들에게 공헌하면 고객들은 그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구매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도 고객도 서로 이익을 얻는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실제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기업이 그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려 해도 혹시 과도한 비용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실현을 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이 너무 빨리 변심해 조금이라도 비용이 싼 제품이나 서비스로 옮겨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다. 반면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그 기업이 사회적 가치실현을 생색만 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과거에 이런 가치실현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어느 순간 정치적인 이유로 나서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식의 명분 뿐인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상리 공생을 실현한 제비꽃과 개미는 서로의 필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서로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데 오랜 진화의 시간이 걸렸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단순히 기업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자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들도 기업의 사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점검하면서 그 기업에 신뢰를 보내야 한다.

기업은 단순히 기업가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해선 안된다. 사회적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는 기업만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 자선기관이 아니지만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적 공헌이라고 착각하는 기업가도 많다. 공해를 일으키면서도 벼락부자가 되는 기업주가 이를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라고 주장한다면, 고객들은 그 기업이 사회적으로 매장되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진정성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난다. 진정성이 노출되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결국 멀리 보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어느 사회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고객 누구도 사회적 가치를 지킨 기업이 망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상리 공생’ 경영, 누가 먼저 시작할 것인가

공생을 통해 기업도 사회도 성장하려는 것은 생태계 진화의 원리와 통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출발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개미와 제비꽃의 상리공생은 제비꽃으로부터 시작됐다. 즉 엘라이오솜을 종자에 붙이는 작업을 제비꽃이 먼저 한 것이다. 그 작업의 결과로 개미가 종자를 발견하고 개미집으로 가져갔고 쓰레기장에 버리는 과정이 일어났다. 그러니 사회적 가치 실현도 기업이 먼저해야 한다. 기업이 먼저 하고 꾸준히 해나가면서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 기업을 대하는 고객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오뚜기 식품을 ‘갓뚜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고객들이 주목을 하게 된 것도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낸 진정성을 고객들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먼저 자신의 기반이 고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기업에 호감을 보인다. 사회적 가치 실현이 이제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이 아닌 기업의 생존 전략인 시대가 되었다. 제비꽃과 개미의 공생도 생존의 결과물이듯이, 기업도 공생 전략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오래 살아남으려는 기업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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