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고래처럼, 크다고 불리한 것은 아니다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크릴 새우 따라 전 바다 다니는 대왕 고래 ‘천적’ 범고래보다 빠르고 산소 소비 적어 바닷물 안 삼키려 ‘작은 목구멍’ 전략 갖춰 대기업의 교훈, 크다고 느린 게 아니라 ‘느리게 움직이니까 성장하지 않는 것’
대왕 고래는 어떻게 몸집을 키웠을까
지구상에서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가장 큰 동물은 누굴까? 당연히 공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존하는 동물로는 대왕고래가 가장 크다. 대왕 고래(blue whale: Balaenoptera musculus)는 수염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로, 한국에서는 흰긴수염 고래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으로는, 무게 190t에 33m 고래가 최대라는 기록이 있다.
고래는 두가지 종으로 크게 구분한다. 하나는 이빨 고래류이고, 또 하나는 수염 고래류이다. 이빨고래는 이빨로 잡아먹는다는 의미이고 수염고래는 수염 사이로 여과 습식을 할 수 있는 고래를 의미한다. 강한 뼈를 가진 먹이가 아니라 부드러운 새우나 작은 물고기를 수염으로 걸러서 걸러서 먹는 방식이다.

고래가 포유류라는 사실은 특별하다. 육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는 코끼리인데, 이는 초식 동물이기 때문이라면 고래는 초식 동물도 아니어도 대단한 몸집을 자랑한다. 이에는 다섯 가지의 이유 또는 특징이 있다.
첫째는 대왕 고래의 주요한 먹이인 크릴(Krill, 난바다곤쟁이 )새우 덕이다. 최대 5㎝까지 자라고 새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친족 관계인 동물은 아니다. 크릴 새우는 해류를 따라 움직이고 대왕 고래는 크릴 새우를 따라 움직인다. 해류에는 영양염류 성분이 많다. 이 무기질 성분이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하고 그 플랑크톤은 크릴 새우의 먹이가 된다. 대왕 고래는 수염을 통해 그물로 걸러내듯 크릴 새우를 잡아먹는다. 대왕고래는 평생 5만t의 크릴새우를 먹는다. 하루 먹는 양이 3600㎏ 정도이고 4천만 마리나 된다.
둘째는 자신의 몸이 클수록 에너지 저장을 많이 할 수 있다. 해류가 흐르는 해역중 특정 해역에는 영양염류의 밀도가 높은데, 그런 해류를 찾아서 가려면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한다. 때문에 몸에 비축해야 하는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다. 덩치가 클수록 한두 번의 움직임으로 빠르게 나갈 수 있다. 맘모스나 코끼리 그리고 공룡 등도 같은 이유에서 몸집이 커졌다. 대왕고래는 필요한 에너지의 90배까지 먹이를 먹고 몸속에 저장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몸집이 커지더라도 물 속에 있으니 움직이기 어렵지 않다.
그 덩치에 목구멍은 자몽 크기 만하다니
대왕 고래에 천적이라고는 인간을 제외하고 범고래가 유일하다. 범고래는 한두 마리로 대왕 고래를 이길 수 없다. 수십 마리가 붙어야 대왕 고래를 이길 수 있다. 대왕고래는 최고 속도 40㎞/h 이상으로 수영하며 30㎞/h 속도로 1시간 이상을 헤엄치며 갈 수 있다. 하지만 범고래는 30㎞/h 속도로는 고작 몇 분만 지나도 더 이상 헤엄치지 못한다.
덩치 큰 대왕고래가 이렇게 빠르게 헤엄을 칠 수 있는 것은 크릴 새우를 빠르게 쫓아가며 수천 ㎞를 이동하며 훈련된 결과다. 이 역시 덩치가 커진 이유다.
넷째, 덩치가 클수록 산소 소모량이 줄어든다. 인간은 60~100회 정도의 분당 맥박수를 보이는데, 작은 포유류의 경우는 1000회까지 올라간다. 쥐의 경우도 400회 정도 맥박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끼리의 경우 맥박수가 30회 정도이고, 고래는 12~20회 정도로 낮다. 대왕 고래는 사냥할 때는 맥박수가 분당 4~8회 정도로 낮아지고, 대신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쉴 때는 25~37회 정도로 맥박수를 보인다.
몸체가 커질수록 맥박수는 낮아지고 특히 물 속에 있는 대왕고래는 낮은 맥박수로 혈맥활동을 줄여 산소 소모량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즉 몸체의 크기와 맥박수는 반비례하는 관계이다. 덩치가 크면서도 맥박수가 적으니 산소 소모량이 작은 것은 당연하다.
다섯째, 대왕 고래는 지방을 분해해서 물을 얻는다. 지방 1㎏을 분해해 1.07㎏ 정도의 물을 얻는다. 고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바닷물을 많이 먹으면 탈수 증세를 일으켜 죽는다. 그래서 먹이 섭취과정에서 마시는 바닷물을 가능한 빠르게 신장을 통해 배출시킨다. 이때 대왕 고래의 오줌 염분 농도는 바닷물에 비해서 2.5배가 높은 수준이다. 즉 바닷물을 많이 마시면 그만큼 신장에 무리가 생기기 때문에 가능한 적게 바닷물을 마시려고 한다. 입으로 들어간 바닷물은 입으로 다시 뿜어 내고, 입 안의 수염을 이용해서 새우를 걸러내 삼킨다.
대왕 고래의 목구멍 크기가 생각보다 작은 이유다. 목구멍 크기는 자몽 정도를 삼킬 수 있는 정도 밖에 안된다. 이렇게 작은 이유가 바로 바닷물을 적게 마시기 위해서다. 대신 큰 몸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을 통해서 물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많은 동물 멸종할 때 고래는 몸집 키웠다
진화의 역사로 보면, 대왕고래의 크기가 커진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시기는 410만년 전 빙하기 때부터다. 빙하에 의해서 녹고 얼기를 반복하는 동안 육지에서 만들어진 영양 염류들이 바다로 흘러들었고, 이 영양 염류들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급속도로 증식시켰다. 이들을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 및 갑각류들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이어 이들을 먹이감으로 삼기 시작한 수염 고래들의 조상들이 진화했고, 결국 대왕 고래가 탄생한 것이다. 인간이 대량으로 잡기 전까지 대왕고래는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의 양 만큼 바다에서 서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등장하면서 현재 1만마리 정도 남아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럼 대왕 고래가 가장 큰 지구상의 동물이 된 것을 보면서 산업 생태계의 관점으로는 어떤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는 바다라는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덩치가 큰 동물이 그 덩치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바다를 선택했다. 바다에서 몸집을 키웠고, 또 생존에도 유리했다. 풍부한 크릴 새우가 있는 것처럼, 기업에 있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자원을 비축할 수 있는 곳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몸집을 키우려는 기업이나 산업은 큰 몸집을 받아 줄 수 있는 시장으로 가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성장은 시장의 크기에 달렸다.
몸집 키우려면 큰 시장으로 가라
둘째, 크릴 새우가 이동하는 해류를 따라 대왕 고래도 이동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즉 큰 시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1970년대의 중동 붐과 80년대 3저 호황을 기반으로 미국 일본 시장으로, 90년대부터 2010년대 중국시장에 이르기까지 큰 시장이 열리는 곳마다 따라가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제는 다시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해야 할 때다. 다만 주의할 점은 대왕 고래가 시장이 있는 곳이라고 하여 한 곳으로만 찾아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 전체를 해류를 따라 이동해가면서 크릴 새우를 먹이감으로 삼듯이 한국 기업들도 한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깔려 있는 큰 시장을 순환하면서 몸집을 키워가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시장에 진입하고 치고 나가는 속도가 경쟁자들의 추격 속도를 따돌려야 한다. 범고래가 고래 중에 가장 빠른 편이라고 하는데, 이들보다 빠르게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체력과 순발력을 대왕 고래는 갖추었다. 몸집이 크면 순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과 정반대다. 큰 조직도 충분히 순발력 있게 문제를 헤치고 나갈 수 있다. 다만 그 조직내 순발력을 붙잡고 있는 장벽을 걷어내기만 하면 된다. 크다고 느린 것이 아니라, 느리게 움직이는 사고를 하기에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몸집을 그냥 키우는 것이 아니라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즉 큰 동물은 생존을 위해선 맥박수가 낮은 것이 좋다. 산소는 적게 쓰고 활동은 많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기업도 그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원을 써야 한다. 과도하게 쓰기 시작하면 결국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산소는 중요한 자원이고 획득할 수 있는 방법도 바다 수면으로 잠시 올라왔을 때다. 이 때 빠르게 산소를 섭취하지만 바다 깊이 잠수할 때는 최대한 느리게 맥박이 뛰게 해 산소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몸집의 크기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스스로를 지킬 전략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먹이 활동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차단하기 위해서 큰 덩치에도 작은 목구멍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업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걸러내는 기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 필요한 자원이 섞여 있을 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데, 대왕 고래는 지방을 축적해 물을 공급받았다. 이처럼 기업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나름의 전략적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기업내에서 필요한 자원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조달할 지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불량 자원’의 양도 판가름 난다. 즉 기업도 자원 조달을 위해 발생하는 위험을 자체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며, 덩치가 커질수록 그만큼 자체 조달 능력이 증대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대왕 고래의 사례를 보면 기업이 커갈 때 어떤 부분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한국 경제가 커지는 만큼 대규모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대왕 고래가 전 지구 바다를 돌아다니듯이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곳곳에 있는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위스 같은 조그만 나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나오듯이 이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이 분야별로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기업이 커갈수록 그만큼 위험도 커지는데 그 점을 어떻게 막아낼 지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대왕 고래가 크다고 하여 노쇠한 것이 아니라 100년 이상의 수명을 자랑한다. 기업도 크다는 이유로 빨리 망하지 않는다. 어떻게 시스템을 갖추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경제는 커져간 기업이 이루어 낸 성과로 발전해 왔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왕고래가 크게 성장한 시기가 다른 동식물들이 멸종을 반복했던 빙하기였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빙하기라는 힘든 시기가 오히려 대왕고래가 탄생할 수 있는 좋은 시기였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빙하기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다시 커갈 기업들은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이 아니라 보다 큰 시장을 도전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자가 없는 거대 시장에서 더욱 커갈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올 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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