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민영화와 전기요금 인상을 넘어선 큰 그림?

[김재민의 에너지 포퓰리즘] 한전 독점 전력시장 개편의 의미는? 유연성 발전과 실시간 가격체계로 간다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풍력발전단지 일대. 사진= 연합뉴스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풍력발전단지 일대. 사진= 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전이 독점한 전력시장을 개편하면서, 전기 요금 원가반영 원칙을 확립하기로 한 소식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한전의 전력시장 독점 해제를 전력시장 민영화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전기요금 원가반영 원칙을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더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되고 발표될 것이지만 인수위의 이번 발표 내용의 배경이 된 본질적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한전 독점 전력 시장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전력거래소에 등록된 회원사는 판매 사업자 1개, 발전 사업자 4902개, 자가용 설비 설치자 24개, 구역전기 사업자 9개이다(전력통계 정보시스템 2021년 5월 1일 현재 기준). 여기서 판매 사업자 1개가 한전이다. 즉 한전은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발전 사업자는 5개 발전기업 및 한국수력원자력공사를 포함해 민간 사업자들이 포함된다. 전력시장 독점이라는 의미는 판매사업 독점시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민영화라는 것은 판매사업자를 한전 외에 여럿 둘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즉, 발전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고 발전사의 전기를 사서 소비자에게 판매할 도매상도 지역별로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개념도
스마트그리드 개념도

전기요금 원가반영 원칙은 앞서 언급한 한전 독점 판매 구조의 해체와 연관이 있다. 그동안 한전은 전기 요금 책정에 원가를 바로 연동시키지 않았다. 고정된 전기 판매가를 통해 한전은 국제 에너지 원료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이 아주 높아질 수도,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었다. 김종갑 한전 전 사장은 ‘콩 가격보다 싼 두부’로 비유하면서 한국 전력 산업 운영 구조의 비시장적 부조리를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비시장성은 국제 무역 시장에서 국가 산업경쟁력과 국민 복리에 기여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손실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최종적으로 지게 된다면 누군가에겐 내가 사지 않은 물건값을 내는 것이고, 누군가에겐 내가 산 물건 값을 다른 사람이 내준 것이 된다. 비시장적 부조리에는 면죄부가 없다.

미국 전력시장처럼 간다는 의미는?

인수위는 판매독점체제 개편과 전기요금 원가반영 원칙의 확립은 미국처럼 시장 상황에 기반한 전력 판매, 전기 요금 결정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같은 것은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전력 거래를 자유화하겠다는 것만이 아니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요금은 고정요금이 아니다. 이 요금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변동요금을 의미한다. 변동성이 있는 가격 체계에서는 시간별로 가장 비쌀 때와 가장 쌀 때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요금의 인상 가능성을 가장 비쌀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요금이 인상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장 쌀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는 요금 인하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사용자들이 최저가의 요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인가? 시장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싼 요금을 찾는 구매자에게는 이익을, 비싼 요금을 피할 수 없는 구매자에게는 손실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전기 거래 체계를 만드는 것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 것이 시장기반 전력거래 체계이다.

한전의 수익성 개선은 원가 반영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 실제로 한전은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미세먼지 대책 비용 등 기후‧환경 관련 비용의 증가와 신고리원전 4호기 준공 등 신규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기 판매’로 지속가능한 이익구조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도, 한전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탄소배출량의 감축을 강제하도록 진행될 것이다. 차기 정부는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목표치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원의 확대와 더불어 전기 수요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야한다. 왜냐하면 탄소배출원의 책임자들은 직접 배출량과 간접 배출량 모두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발전사만이 청정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지우게 된다는 의미이다.

발전량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수요처에서 설치되어 운영되는 중소규모 분산형 발전 시스템의 잉여 전기 생산 등은 경직성 발전원에서 유연성 발전원으로 전력 인프라의 기본 성격이 변화해 간다는 것을 뜻한다. 유연성 발전원과 수요 변동 상황을 반영하기 위한 실시간 전력거래 가격체계는 전력 산업의 미래이다. 미국과 유럽이 그 길을 이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산업의 민영화, 한전 수익성 개선을 위한 요금의 인상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게 된다. 전력 판매를 독점해 얻는 한전의 위상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수위는 한전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 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전했다. 수요 관리 서비스기업이 분산형 발전원, 중앙 발전원이 혼재하는 전력망에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요 공급 간의 전력 밸런스와 가격 관리를 담당할 중앙플랫폼이 필요하게 된다. 한전의 역할은 아마도 이러한 데이터와 스마트 전력 배전망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체이지 않을까 한다.

한전이 그런 역량이 있다면 새로운 독점적 지위는 판매 사업에서가 아니라 전력망 운영 관리 서비스에서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관건은 전력 거래 시장 민영화나 요금 인상 부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 발전원과 수요 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전력 산업 구조의 혁신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에 있다. 차후에 인수위가 내놓을 구체적 정책안이 무엇일지 관심이 커진다.

글쓴이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공동대표

필자인 김재민은 제로탄소 에너지 컨설팅 전문기업 (주)이젠파트너스 대표, 지자체 탄소중립 사업 지원 비영리 법인인 (사)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University of Strathclyde)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ICT를 활용한 건물 에너지 시뮬레이션 및 모니터링 분석등을 연구하면서 유럽의 그린딜 정책을 지켜봤다. 그는 “그린뉴딜에 대해 환경운동하는 쪽과는 속도감과 관점이 달라 조심스럽다”면서도 "디테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그린뉴딜은 돈 나눠먹기가 된다. 좋은 기회지만,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책임질 수 있는 것들만 약속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