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나도 ‘난방비 급등’ 사태 일어난다
[김재민의 에너지 포퓰리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숨은 그림’ LNG발전에 의존...예측 틀리면 더 혼란 가스수급 따라 에너지위기 반복될 수도
10차 전기본 계획은 괜찮나
‘난방비 쇼크’가 현실화되기 전, 정부는 지난 1월 12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 신문은 <‘세마리 토끼’ 다 놓치는 윤석열표 에너지 정책>, <정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확정…원전 늘린 만큼 신재생 줄였다>, 경향신문은 <“원전 확대·신재생에너지 축소”…귀닫고 거꾸로 달리는 산업부> 등의 칼럼과 기사를 실었다. 친야당 성향 언론사의 주요 비판 포인트는 전원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감소하고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편 친여당 성향 언론사인 중앙일보는 <尹정부, 13년 뒤 원전 비중 35%로 상향…신재생도 30%대 진입>, 조선일보는 <원전 27→35%, 신재생 7→31%로 동시에 늘린다>라는 제목으로 사안을 다뤘다. 기사 내용 중에는 “탈원전이 추진되던 때인 2021년과 비교하면 원전은 7.2% 포인트 늘고, 신재생에너지는 23.1% 크게 증가한 것”이라면서 원전 비중이 늘긴 했지만 신재생도 상당 비중 늘렸다는 측면을 강조한 것이 포인트이다. 친야당 성향 언론은 신재생 에너지비중이 줄었다 하고, 반대쪽은 늘었다고 한다.

산업부의 입장은 이전의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전원 구성에 비해 “현재의 보급여건을 감안해 실현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전망 수치를 보면 9차 전기본에서는 2034년 목표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가 77.8 GW이었으나, 10차 전기본에서는 2033년 목표 기준으로 91.5GW(전체의 41.3%)이 제시됐다. 원전 용량도 늘었지만 신재생에너지 용량과 비중이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줄었다”는 친여당 성향 언론의 지적은 2030년 목표만 기준으로 본 것이다. 10차 전기본의 내용은 최근의 국제적 에너지 안보 상황, 신재생에너지 보급 역량의 현실성,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치적 입장의 균형이 고려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만큼 중요한 문제 ‘LNG발전’
그런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치적 고려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10차 전기본의 2033년의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에너지를 합한 용량이 215GW인 반면, 9차 전기본에서는 2034년의 동일 구성 합계 용량은 184GW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신재생에너지의 용량이 9차 전기본에서 77.8GW이었다가 10차 전기본에서는 91.5GW로 13.7 GW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년 이후 석탄의 용량이 감소하는 한편 원전과 LNG 용량이 증가하는데 그보다 더 큰 비율로 신재생에너지 용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2036년의 목표 수요는 118.0GW이다. 2036년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 전원구성의 합은 131GW이므로 전력 예비율을 감안하더라도 수요관리 기술로 상쇄할 수 있다면 신재생에너지 없이도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게 된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전원 공급 용량이 9차 전기본에 비해서 각 전원 별로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 용량과 비중이 커지도록 구성되었다. 에너지 안보와 현실적 보급 역량을 고려한 것이라는 것이라는데, 계획대로 일이 진행이 안되더라도 전력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넉넉히 준비하겠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언론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비율 증감에 대해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으나 실제로 2036년까지 용량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것은 LNG발전이다. 2036년까지 64.6GW를 차지하며 실효 용량 기준(피크기여도 반영)으로 보면 44.7%여서 주력 전원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전체 공급 용량이 커지고 신재생에너지 용량도 커지면서 비율이 2023년 29.3%에서 2036년 27.0 %로 줄어드는 것 뿐이다. 용량 부문이 아니라 발전량 비율을 봐야 한다면 2036년에 신재생에너지는 30.6%를 차지하며 LNG는 9.3%로 급감하게 된다.
원전, 재생에너지 계획대로 안되면?
이 발전량을 예측하는 데에는 가정이 있다. 수요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가 ‘저장장치와 전력망의 스마트화’로 인프라의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가정이다. 2030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이 21.6%이고 LNG가 22.9%라고 목표를 삼았으니, 6년간 이 지원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2036년은 미래의 일이며 전기본은 불확실성을 포함한 예측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산자부 자료에서도 “발전량 전망은 원전 계속 운전, 재생에너지 변동성, 실제 전력 계통 제약, 원료조달 등의 영향이 크므로 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음” 이라고 주지를 시켜 놓았다.


요약하면 10차 전기본의 핵심 메시지는 첫째, 석탄 발전은 분명히 폐쇄한다 둘째, 원전은 31.7GW까지 증가시킨다 셋째, LNG는 석탄 발전의 대안 기술이다. 넷째, 신재생에너지는 미래에 여건이 되면 설치 증가를 도모한다라고 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독려하나 만약에 안되더라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겠다.
수요 관리 기술에 대한 투자는 수요 예측에서의 불확실성에 의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 듯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배려라는 명분과 탄소중립 및 에너지 안보상의 이슈들에 대해 실리를 도모하겠다는 고심도 느껴진다.
유럽도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대로 안돼
원래 전기본의 계획은 다양한 모델링을 기반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작성이 된다. 시뮬레이션에 기반해 미래의 수요부터 공급 역량을 예측하는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을 동반하며 실제로 구현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석탄 발전 폐쇄의 대안으로 선택한 가스 발전이 원래의 목표처럼 피크부하에만 사용되지 않거나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의 신규 공급 용량이 설치되지 않을 경우다. 이때는 가스 수급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에너지 안보란 어떠한 국제 정ㅈ치경제적 상황에서도 에너지 가격의 변동 폭이 관리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2022년 국내 천연가스 수입량은 2021년 4593만여톤에서 지난해 4639만여톤으로 1%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수입액은 2021년 254억 5278만달러에서 지난해 500억 2218만달러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요는 변동이 크지 않았으나 국제 가스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이 늘어난 것이다.
국제적인 가스 공급의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만이 요인이 아니다. 유럽 에너지 수급 정책의 구조적 취약점이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급격한 축소와 재생 에너지 공급량의 공격적 투자 정책으로 인해 가스 수요가 급등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의 강추위로 인한 난방용 가스 소비량 증가가 발전용 연료인 가스 공급의 경색을 불러오면서 전기 가격의 상승까지 초래했다.
천연가스 따라 난방비 급등락 일상화될 수도
한국도 ‘콩보다 싼 두부’라는 전력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를 ‘정상화’시키려 한다면, 가스 의존형 전원 구성이 국가 전체의 에너지 안보 위기를 뉴노멀화할 가능성도 있다. 가스 의존성이 일상적인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규 원자력 발전의 건설이 재생에너지 건설보다 더 용이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역 주민들이 시설을 수용할 가능성이 원자력이든, 재생에너지든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다 중소규모인 가스 발전은 열병합 발전 형태로 저탄소 및 비용 효율적 측면에서 시장 수용성 면에서 유리하다.
10차 전기본의 에너지 안보, 친환경성, 재생에너지 보급의 현실적 접근이라는 좋은 의도의 방향성이 실제 정책 구현과정에서 어떻게 진행될 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인식해야 한다. 그 불확실성이 에너지가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 유럽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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