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등골 빼는 미국 대학 등록금
[김유진의 미국 사는 이야기] 30년 사이 등록금 가까이 10배 올라 부모 소득으론 감당못해...’보조금’ 손벌려 세무조사 각오하는 자영업 부모도 있어
미국의 5월은 졸업 시즌이다. 이 시기의 시니어(고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의 대부분은 진학할 학교들을 정한다.
미국 대학교의 한 해 등록금은 몇 천 달러에서 많게는 6만여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2021년 기준 가장 등록금이 비싼 대학은 뉴욕주의 콜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로 1년 등록금만 6만1850 달러이고 기숙사, 음식, 기타 생활비를 합치면 10만달러 수준(약 1억 3천만원)이 된다. 한인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UCLA 주립대의 경우 캘리포니아 거주자는 1만 6650 달러, 타주 거주자나 외국인 학생의 경우는 한화로 6천여 만원인 4만7680 달러다(2022년 기준, 자료출처 https://admission.ucla.edu). 등록금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한국 사립대 등록금이 평균 700만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학부를 졸업한 후 의대나 로스쿨 등으로 진학하면 그 비용은 곱절 이상이 된다.
필자가 미국에 왔을 때만 해도 소위 일하며 학교에 다니는 고학생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아예 학교를 한 두 학기 쉬고 돈을 벌어서 다음 1년 등록금이며 생활비를 충당하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등록금은 해마다 인상되었고, 이제는 파트타임 정도로는 용돈벌이 이상을 할 수가 없다.
비싼 대학 학비는 미국의 평균 4인가족 1년 수입이 7만9000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 서민들이 쉽사리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그러면 다들 무슨 재주로 아이들 대학을 보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학비조달 세가지 방법
미국에서 부모의 도움 외에 학비를 조달하는 방법은 융자(loan)와 보조금(grant), 장학금(scholarship) 등이 있다. 이 중 Student loan이라고 하는 학생융자는 일반 가정들이 학비를 조달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물론 부모가 보증을 서야 하지만) 방법이다.
부모가 아주 부잣집이 아닌 다음에는 웬만한 졸업생들은 모두 갚아야 할 융자를 짊어지고 사회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학생융자는 재학 중에는 원금 및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되며, 이자 또한 유예(differ)된다. 대출금을 반환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략 졸업 후 6개월 후부터가 되는데 이자는 일반 대출에 비해 낮은 편이다.
요즘처럼 학비가 비싸진 이후 졸업생들이 떠안는 빚의 규모는 예전의 그것보다 몇 곱절이 되었다. 대학 등록금은 10년 주기로 약 2배 정도 올랐는데, 참고로 1991년 UC(주립) 대학을 졸업한 아내의 마지막 학기(quarter, 10주) 등록금은 623달러였는데 지금은 약 5500 달러(캘러포니아 거주자) 선이니 30년동안 거의 열 배가 된 셈이다
두번째 방법은 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높은 성적을 가지고 약간 눈높이를 낮추면 많은 장학금을 제안하는 학교들을 찾을 수 있다. 특출나게 성적이 좋다면 전액 장학금도 가능하다. 남들보다 정보 수집이 빠르다면 성적 외에 봉사활동, 단체활동 등을 통해 지원되는 소규모 장학금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어쨌든 부모 등골 빠질까봐 명문대학에 합격해 놓고도 장학금 받기 위해 하향지원하는 철든(?)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선 빚을 내서라도 아이들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 보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를 두지 못한 집들은 안타깝지만 해당 없는 이야기다.
세번째 방법으로는 매해 6월 30일 전까지 마감하는 FAFSA(Free Application for Federal Student Aid), 즉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보조금(grant) 신청이다. 저소득층 가정들은 이 보조금 혜택을 받음으로서 대학 학비를 일부 충당할 수 있다. 이 보조금 신청은 신고된 전년도 소득세를 기준으로 하며 통상적으로 4인 가족 기준 8만달러 이하의 소득이면 상당액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FPL(Federal Poverty Level, 연방 최저생계지수)인 4인가족 기준 연 2만7750~ 3만8850 달러 정도의 소득을 신고하는 가정이라면 비싼 사립대에 합격하더라도 전액 지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만든 제도인 FAFSA는 사실 남용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또박또박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일반 샐러리맨들은 곧이곧대로 소득세 신고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웬만한 중산층 맞벌이 부부라면 보조금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자영업자들 중에는 과감히 사업비용 처리를 하고 소득세를 최대한 줄여서 보고하는 방법으로 학비를 무상지원 받는 사람들이 많다. 국세청으로부터 감사를 받게 되는 위험도 감수한다. 감사에 걸려서 세금을 물더라도 비싼 등록금보다는 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입이 다 드러나는 월급쟁이 부모를 둔 아이들은 대출 받고, 일도 하면서 부모들이 뼈 빠지게 번 돈으로 겨우겨우 학교를 다니는데, 제법 잘 나가는 자영업자 부모를 둔 아이들 중에는 정부보조금 받으면서 아빠가 사 준 고급차 몰고, 용돈 넉넉히 써가며 다니는 공평하지 못한 모습들을 보게 된다. 철이 일찍 나서 보조금 한 푼 못 받고 학비 대느라 허리가 휘었던 아빠 엄마를 지켜보았던 필자의 큰 아이는 이러한 부조리에 많이 분개했었다. 아이의 눈에 요령 없는 아빠 아닌 정직하게 소득세 신고하는 아빠로 보여졌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애가 이번에 전액장학금 받고 UCLA 의대에 들어갔어요.”
“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애가 무슨 의대에 들어가요? 나중에 메디컬 스쿨을 가겠다 그 얘기죠?”
“아니, 의대에 붙었다니까요!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아, 그래요, 예…”
아이들이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이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다만 상당부분 정부보조금 받고 가는 것 다 아는데 전액장학금 받고 간다고 사방팔방 떠들어대는 눈치 없는 사람들 때문에 약간 불편하다. 또 의대, 법대, 약학대, 신학대 등 몇몇 전문과정은 Graduate 스쿨이라고 하여, 일반4년제 학부를 마치고 난 뒤에 진학하는 것인데,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의대 붙었다고 바득바득 우기니 뭐라고 대꾸를 할 수가 없다. 4년제 학부는 한국처럼 ‘무슨 대학 법학과’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법대(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과정이다. 어쨌든 정부보조금을 전액장학금으로 이해하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는 무식한 엄마들 때문에 빈정이 약간 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또 생활전선에서 눈물 콧물 짜가며 고군분투할 부모들임을 알기에 뭐,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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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취업의 문이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일자리는 많은데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약 3.5% 정도인데 청년 실업률은 8.2%에 달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떤 직장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연봉의 차이가 날 뿐이다. 꿈의 직장이라고 하는 Google, Apple, Tesla, Boeing 등 대기업에 들어가는 아이들과 소규모 중소기업으로 취업하는 아이들 사이의 연봉격차는 아주 크다. 하지만 전문직, 기술직이 대접받는 미국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100%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으며 전공에 따라 비명문 졸업생에게도 고소득을 보장하는 튼튼한 중소기업들도 많다.
미국 고등학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율은 생각 외로 높지 않다. 나중에 다른 칼럼에서도 다시 한 번 언급하겠지만 미국에는 소위 명문대라고 일컫는 대학들 이외에도 직업학교, 전문대학 등이 셀 수 없이 많다. 설령 대학 졸업장이 없더라도 많은 취업의 문들이 열려 있다. 일례로 내 친구는 한 전화회사의 수석 테크니션으로 30년을 일하고 있는데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지금 연봉이 거의 40만달러에 그동안 적립해 놓은 유급휴가가 20개월이다. 내년 쯤에 여행으로 남은 휴가를 다 쓰고 곧바로 은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앤틱 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얼마 전엔 1964 1/2년식 오리지널 포드 무스탕을 구했다며 메시지로 사진을 보내 왔다. 미국에 300대밖에 남아 있지 않은 차라면서 자랑질이 대단하다.
미국의 한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 명문대 보내려는 열의가 대단하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모들이 자식들을 끌고 다니는 건지, 자식들에게 끌려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이 공부 잘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들이 지지리도 공부 못했었던 부모의 한풀이 대상은 아니지 않은가.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애가 아니라면 머리 나쁜 것은 부모 탓 아닌가. 학교 마치자마자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뺑뺑이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마도 이들에겐 명문대 진학만이 계층간을 수직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듯 싶다. 세탁소에서, 편의점에서, 식당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며 뼈빠지게 자식들 뒷바라지 한 부모들 고생이 자식들이 꼭 명문대 졸업해서 미국 주류사회로 들어가 보란 듯 성공해 주어야만 제대로 보상 받는 것은 아닐텐데… 부모나 아이들이나 피차 피곤한 일이다.
그저 아이들이 작은 꿈 하나 하나 이뤄가며 돈이나 지위 보다는 삶의 가치 자체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 내 바람이라고 하면 너무 이상적일까. 그래도 내 아이들만은 연봉이나 사회적 성공이 아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에서 행복을 찾아낼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게 해 주고 싶다. 그렇게 자라라고 시켜서 되는 것은 아니다. 저절로 큰다. 그래서 맘껏 놀려도 되고 좋은 대학 안 가도 된다. 부모가 할 일은 그들이 끝없이 생각하고, 번민하며, 삶이라는 명제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적당한 자극을 주는 일이 전부임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내 소유가 아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잠시 지켜 주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 지켜 주고 있는 동안을, 그리고 홀로 서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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