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홍차의 혁신가: 키티 차 상마니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28살의 태국 유학생이 이룬 혁신 차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이끌다
홍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또, 홍차를 공부하며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키티 차 상마니(Kitti Cha Sangmanee) 마리아주 프레르 회장이다.
마리아주 프레르(Mariage Frères)는 영국의 포트넘앤메이슨, 해롯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차 회사들 중 하나에 속한다. 프랑스 홍차를 오늘날 영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차 전문회사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면서 차 업계를 자극해 어떻게 보면 지난 40년간 세계 홍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약 800개의 판매제품 목록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다양하고 파격적인 가향차들과 그 어느 차 회사보다도 다양한 다원차를 구비하고 있다.
프랑스 최고 차 회사로 거듭나기까지
현재의 이 마리아주 프레르는 1980년 초반 앳된 두 젊은이들에 의해 새롭게 탄생했다. 1982년 28세였던 태국사람 키티 차 상마니는 외교관이 되는 꿈을 갖고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도중 네덜란드인 친구 리차드 부에노(Richard Bueno)의 권유로 우연히 마리아주 프레르와 인연을 맺게 된다.

마리아주 프레르(Mariage는 성이고, Frères는 형제라는 뜻)는 마리아주 집안의 두 형제에 의해 차와 바닐라를 수입하는 회사로 1854년에 설립되었다. 시간이 흘러 마리아주 집안의 외손녀로서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비혼녀 마르트 코탱(Marthe Cottin)은 80세가 지난 이 무렵 후계자를 찾고 있었다.
마리아주 프레르는 설립 당시부터 도매업을 했다. 고품질 차를 고급 식당이나 백화점 같은 한정된 곳에 공급하고 있었고 소매업은 전혀 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1980년 초반 프랑스 차 시장은 -영국을 포함한 다른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수퍼마켓에서 소금이나 설탕 같이 취급되면서 브랜드간 뚜렷한 차이 없는 티백 몇 종류 정도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키티 차 샹마니의 갖가지 새로운 시도들
전도양양한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업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운명처럼” -키티 차 샹마니의 표현- 마리아주 프레르 차의 매력에 빠져 들면서 1983년에 인수하게 된다.
이때부터 마리아주 프레르의 역사는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도매에서 소매로 전환한 것이다. 그리고 키티 차 상마니 자신도 블랜딩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향차 중 하나인 마르코 폴로를 포함하여 수많은 마리아주 프레르 가향차를 직접 만들었다.

인수 후 1984년에 새롭게 제작한 판매제품용 카탈로그에는 약 250개 차 목록이 들어있었다. 그 당시 기준으로는 판매제품이 매우 다양한 편이어서 홍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1985년부터 시작해서 파리 마레 지구의 뤼 부흐 티부흐(Rue Bourg-tibourg) 거리에 티샵과 티 살롱을 차례로 오픈했다. 그러면서 고급차에 목말라 하던 차 애호가들, 작가들, 예술가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관광가이드북에도 실리게 되었고 외국 관광객들 특히 이 무렵 해외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본인의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1990년 일본에 첫번째 해외 매장을 오픈한 이후 일본은 현재까지도 마리아주 프레르의 가장 큰 해외시장이다.

마리아주 프레르는 마레 지구에 오픈한 첫 번째 매장에서부터 차와 함께 음식을 판매했다. 그냥 음식이 아니라 음식과 와인의 조화처럼 차에 어울리는 음식을 개발해 판매하면서 크게 주목 받았다. 키티 차 상마니의 새로운 발상이었다.
마리아주 프레르가 현재 운영하는 매장은 컨셉이 3개인데 티샵 혹은 티 엠포리엄(Tea Shop/Tea Emporium)은 건조한 차를 판매하는 곳이고, 티 살롱(Tea Salons)은 우려 파는 곳 그리고 티 레스터런트(Tea Restaurant)는 음식과 함께 파는 곳이다. 파리에는 여섯 개 매장이 있는데 3개가 한꺼번에 다 있는 곳도 있고 티 엠포리엄만 있는 곳도 있다.

2013년쯤으로 기억하는데 독일 차 회사인 로네펠트가 우리나라 판교 근처에 차와 음식을 판매 하는 티 레스터런트 개념의 매장을 열었다. 수준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곧 문을 닫았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여지기에는 좀 빨랐던 것 같다.
차의 고급화를 이끈 혁신가
키티 차 상마니의 탁월성은 (리처드 부에노는 1995년에 사망한다)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와인과 같은 고급음료로서 차의 가능성을 미리 본 것이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아무런 차별성 없는 그냥 “차(Black Tea)”를 마시던 시절에, 이미 언젠가는 차애호가들이 품종, 떼루아, 가공방법 등이 차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들이 차의 맛과 향의 차별성을 중요하게 여길 시대를 예견한 것이다. 그러면서 프랑스 사람들에게 고급홍차의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를 소개했다.
이 연재 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차에 있어 가장 큰 흐름은 고급화와 다양화다. 어쩌면 그 시작이 마리아주 프레르와 키티 차 상마니 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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