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인기비결, 독특한 은유와 스토리텔링
언어학자의 우영우 드라마 엿보기 봄날의 햇살·고래는 호소력 강한 은유 ‘한번은 만나고 싶었다’ 함축미는 뭘까
‘봄날의 햇살’이라는 표현법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최고 화제다. 시쳇말로 떴다. 이 드라마의 인기를 두고 떠오르는 말이 있다. ‘걸작’ 혹은 ‘대작’ 이라는 말 대신 ‘진국’ 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왜 이 드라마는 진국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드라마의 소재와 주제의 참신성과 진정성이 돋보인다. 음식의 맛은 재료의 신선함이 70% 이상을 좌우한다고 한다.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양념과 요리 기법을 동원해도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다. 드라마의 재료는 소재와 주제다.
이 드라마는 선과 악의 싸움 구도 속에서 선정적인 갈등과 위기로 충격과 자극을 주기보다는 주인공을 포함하여 모든 등장인물 개인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진솔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며 훈훈한 장면으로 우리의 가슴속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언어학자인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독창적인 은유 표현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의미적 깊이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주인공 우영우의 동료 변호사이자 친구인 최수연이 자기도 별명을 지어달라고 하자, 그녀는 로스쿨 시절부터 묵묵히 자기편으로 힘이 되어 준 고마운 존재임을 강조하면서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라고 말한다. [(다정한) 친구는 봄날의 햇살] 은유는 ‘단순히 너는 정말 좋은 친구야’라는 평범한 말보다 훨씬 더 호소력 있게 화자의 뜻(speaker meaning)을 전달한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양지 바른 곳에서 우리가 느끼는 밝고 따뜻한 봄 햇살을 떠올리면, 화자인 우영우가 앞에서 묘사한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의 뜻이 더욱 깊이 와닿기 때문이다.

고래, 묵묵한 성장 이미지
은유(metaphor)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로 전달하는 언어적 은유(linguistic metaphor) 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그림 같은 대상이 전달하는 비언어적 은유(nonlinguistic metaphor) 현상도 주목한다.
이 드라마에서 줄곧 등장하는 특이한 비언어적 은유 표현이 바로 ‘고래’다. 우영우는 소송 중 어려운 고비 때마다 바닷물을 차고 오르며 공중도약하는 고래의 모습을 그리면서 기발한 생각을 하고, 그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가는 왜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흔히 그렇게 하듯이 어느 과거 장면을 돌이키거나(flash back) 특정 사물을 응시하다가 생각의 반전을 일으키는 익숙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버리고, 굳이 주인공이 고래라는 특이한 동물의 모습을 그리다가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특이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택했을까?
아마도 작가는 우리가 자폐 장애로 온갖 슬픔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묵묵히 견디며 성장한 우영우의 질곡의 삶을 고래를 떠올리며 은유적으로 이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영우가 어린 시절 자폐의 장애를 안고 자라면서도 고래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해서 세상을 원망과 분노 속에서 살지 않고 그것을 승화시켜서 바다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고래처럼 사랑을 키우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성장했다는 것을 상상하게 한다. 고래라는 거대 해양 생물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희망을 만드는 꿋꿋한 노력과 인고의 삶을 은유함을 깨닫게 된다.
극단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출
드라마의 소재와 주제가 진국을 만드는 음식 재료라면 연출과 연기는 그 재료의 맛을 살려 주는 양념이자 요리기법이다. 이 드라마는 매회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주연과 조연 인물 이외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런 연출 방식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매번 다른 소송 사례를 통해 다양한 양념 이야기를 추가하는 묘미를 주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매 장면을 요리할 때 원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데에 충실할 뿐 선정적이거나 극단적인 장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움이 이 드라마의 연출 철학으로 보인다. 이 연출 철학에 맞는 배우 캐스팅과 그들의 빼어난 연기력이 돋보인다. 특히 주인공 박은빈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녀 자신이 자폐 장애를 가진 배우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그 자연스러움에 탄복하게 된다. 모든 시청자가 그녀의 표정과 연기 하나하나를 보면서 자폐 장애를 의지로 극복하고 전문 법률인으로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올곧은 모습을 열렬히 응원하게 만든다.
그녀 주변 중요 인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개성과 연기도 이 진국 드라마의 맛을 더해주는 다양한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남자들이 봐도 매력적인 훈남으로서 우영우를 향한 착하고 따뜻한 사랑을 키우는 이준호. 권위보다 사랑이 깔린 상사로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정명석. 우영우에게 질투와 우정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봄 햇살 같은 따뜻한 동료애를 발휘하는 최수연. 우영우의 오랜 단짝 친구로서 4차원적 오묘함 속에서도 깊은 우정이 샘솟는 장면을 줄곧 연출하는 동그라미 등. 자칫 이야기의 중심이 주인공에 지나치게 쏠려서 단조로워질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지양하고 다양한 인물 구도와 교류 속에서 웃기고 슬프고 로맨틱한 장면 등을 연출함으로써 무지개색 다양함을 느끼게 한 것도 이 드라마의 특별한 매력 중의 하나이다.
‘우영우’는 어떤 시의성을 가질까
사실 이 드라마의 줄기는 보통의 선한 사람들이 뭉쳐서 만든 평범한 이야기다. 이전에도 이런 류의 드라마가 있었는데 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시의성에 있는 것 같다.
음식도 때와 장소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왜 비오는 날에는 수제비가 더 맛있게 느껴질까?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와 상황이 중요하다. 왜 이 드라마가 현재 한국 사회를 사는 우리들 가슴 속을 파고들어 감동을 줄까? 슬프게도 우리는 현재 극도의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상식과 공정의 기본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정치는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원흉이 되고 있고, 이런 기본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생존의 밀림 속에서 우리는 각자도생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경쟁 일변도의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혼돈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거나 남과 더불어 사는 진정한 선한 삶의 길을 성찰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 중심 없는 모습과 달리 드라마 속의 인물들이 험한 세상에서도 선함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욱 참신하게 다가오고 그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위로와 힐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한번은 만나고 싶었다’는 말의 함축
진국은 그 진한 국물의 맛이 순간에 그치지 않는다. 머리와 마음속 깊이 그 맛의 기억과 감동의 잔영이 오랫동안 남아 있게 마련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순간 바로 지난 회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우영우가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를 만나서 담담히 자기 정체를 밝힌 후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그래도 한번은 만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짧은 한마디가 전하는 대화상 함축(conversational implicature)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여기서 우영우가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그리움도 키워왔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마다 원망과 그리움의 감정의 해석 비중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작가와 연출가가 이 장면에서 화자와 청자가 여러 말을 주고받게 하기보다는 눈물과 표정이라는 비언어적 소통(non-verbal communication) 속에서 짧은 한마디 말의 대화상 함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두 사람의 대화를 풍부한 상상력의 나래로 창의적으로 이해하도록 맡긴 스토리텔링 방식과 연출을 보인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런 방식은 언어학적 측면에서도 특출날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중독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으킨다. 시청자들에게 그 장면을 떠올리며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자꾸 생각하게 함으로써 감동과 여운의 잔영을 만들어서 다음 이야기의 전개를 고대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또 어떤 맛의 진국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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