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잭팟 당첨금에 깔려죽는 미국인들
[김유진의 미국 사는 이야기] 준비되지 않은 부자들, 인생 몰락 사례 넘쳐 3억불 당첨자, 사기·딸 자살등 갖가지 비운끝에
지난주 금요일 (7월 29일) 미국의 메가밀리언 1등 당첨 금액은 13억 3천 7백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금액은 메가밀리언 역사상 두번째로 큰 금액으로, 당첨금이 가장 컸던 복권은 지난 2018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나왔던 15억 3천7백만 달러였다. 3개월동안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던 메가밀리언은 드디어 지난 주 금요일, 일리노이 주에서 숫자 여섯 개를 다 맞춘 복권 한 장이 판매됨으로써 일단락 됐다. 이번 주부터는 4천만 달러에서 다시 시작한다. 일리노이 주의 당첨자는 월요일인 오늘(8월 2일)까지 아직 복권국에 당첨사실을 통보하지는 않았다. 물론 당첨자가 심장마비로 죽지 않은 이상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다.
미국 44개 주와 푸에르토리코, 버진 아일랜드(미국령)에서 살 수 있는 메가밀리언의 1회차 잭팟 금액은 4천만 달러이다.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회차가 추가될 때마다 계속 잭팟 금액이 불어나며,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당첨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첨 번호가 계속 밀렸던 지난 석 달 동안 미국의 복권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화요일과 금요일 두 번 추첨을 하는 오후 8시(미 서부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상점마다 긴 줄을 만들었다. 단체로 복권을 사서 복사본에 서명한 후 공증을 받는 사람들 때문에 공증 오피스는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늘 복권 이야기, 당첨이 되면 그 돈으로 뭘 하겠다, 뭘 사겠다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돈 찾을 때 심장마비 안걸릴까
어디선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행운의 일리노이 거주자가 당첨금을 수령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당첨금을 30년 동안 나누어 받는 방법과 일시불로 수령하는 방법인데, 일시불 옵션을 선택할 경우 전체의 58%인 약 7억 8천만 달러를 받게 된다.
물론 이 금액을 다 받는 것이 아니라, 연방정부에서 24%를 세금으로 원천징수한다. 그리고 다음 해 세금보고를 할 때 13%의 소득세를 또 납부해야 한다. 필자가 사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복권 당첨금에는 주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받게 되는 현금은 약 5억 달러이다. 30년 동안 나누어 받는 옵션을 선택하면 1년에 약 4천6백만 달러씩을 받게 되고, 위의 세율을 적용하면 실 수령액은 약 2천8백만 달러 정도가 될 것이다.
13억 달러는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숫자일 수 밖에 없다. 우리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3억 3천만 달러(약 1조 7천억원)가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인지 실감하지 못한다. 어느 작은 한 국가의 1년 총예산보다도 많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한국 기업 50~60위 수준하고 맞먹는 액수라고 설명을 해 주어도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원화 환율로 환산하면 매일 4천8백만원씩 100년동안 쓸 수 있는 돈이다. 뉴욕 맨하탄의 40평대(시가 30억원) 아파트 600채를 살 수 있는 돈이며, 테슬라(모델 X) 1만283대를 살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자장면 약 3억 5천만 그릇을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래도 여전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숫자이다.
당첨 확률에 대해 얘기하면 현실감은 더 떨어질지 모른다. 이번 메가밀리언의 당첨 확률은 4억분의 1이었다고 한다. 미국과 한국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약 4억명)이 각기 쪽지에 제 이름을 써넣고 잘 섞은 통에서(통의 크기는 논하지 말기로 하자) 단 한 번의 시도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찾아낼 확률이라든가, 맑은 날 홀인원을 세 번 연속으로 한 후에 홀컵에서 공을 집어 들다가 날벼락에 맞을 확률이라고 말해 줘도, 사람들은 ‘그래도 누군가는 맞을 것이고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단순논리를 들이댄다. 결국 자신의 승률은 언제나 50대 50(당첨되거나 아니거나)인 것이다.

가장 먼저할 일은 ‘신변보호’ 요청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권 당첨 후 맞닥뜨리게 될 현실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써도 써도 마르지 않을 돈을 은행이나 금고에 쌓아놓고,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사고,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고급차에 대저택 살면서 가고 싶을 때 세계일주여행 가는 화려한 생활을 꿈꾸겠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다.
이 정도의 돈벼락을 맞게 되면 편안한 삶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곧바로 신원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당첨자의 신원은 46개 주 중에서 11개 주를 제외하고는 복권국 웹사이트를 통해 당첨자가 신고하자마자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익명 수령이 가능한 나머지 11개 주에서도 1등 복권이 판매되었다는 장소가 추첨 후 바로 알려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가 당첨되었는지 금방 추적해서 찾아낸다.
당첨이 되면 직장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도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다. 가족 모두가 엄청난 ‘위험’과 ‘협박’에 노출될 것이 뻔하고, 친척 친구 사돈의 팔촌의 옆집 사람까지 줄 서서 죽는다고 손벌리며 아쉬운 소리들을 해 댈 것이며, 치어 죽을 만큼 돈이 많은데 나눠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욕하다가 결국 원수지간이 될 것이다. 주위엔 친구는 커녕 떡고물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파리떼들만 남아서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이다.
기부를 하는 건 어디 쉬운가. 단체란 단체는 죄다 찾아올 것이고, 어딘 해 주고 어딘 안 해 주면 못 받은 곳은 하루아침에 안티가 되어서 사방팔방 욕하고 다니는 그들을 보든가 피해 도망 다니기 바쁠 것이다. 별 것 아닌 일에도 툭하면 고소장을 받기 일쑤일 것이고, 친하다 생각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적이 되어 있거나 호시탐탐 약점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당첨자를 감시할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천만달러 단위 이상의 잭팟에 당첨된 사람들은 변호사나 대리인을 고용해서 어떻게든 본인과 가족이 위험으로부터 피하는 방법을 모색했고, 보디가드, 사설 경호업체들을 찾는 일들이 많았다. 물론 당첨금 수령 후에 종적을 감추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렇게 숨어 지내는 동안 도박이나 마약에 중독되고, 이혼, 불화 등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며 돈 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을 잃고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실제로 언론에 노출될 정도의 금액을 가져간 당첨자들은 대부분 사는 곳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대리인을 설정해 놓고 장기간 숨어 지낸다. 어떤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고 성형으로 얼굴까지 바꾼다고 한다. 그저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어딜 갈 때면 사설 경호원을 대동해야 하겠고, 가족들도 어디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친구, 교회, 골프, 그 밖의 취미활동들은 포기해야만 한다. 13억 달러 벼락부자가 치러야 할 대가인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사상 최고의 당첨금 15억 달러를 독식했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당첨자는 익명으로 당첨금을 수령한 후 4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인생을 제대로 살기엔 너무 큰 금액일까
지난 2002년 당시로 사상 최고인 3억 달러에 당첨된 미국인 잭 휘태커는 복권 당첨후 최악으로 인생이 망가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당하게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던 그의 집에는 거의 매달 도둑이 들었으며, 나중엔 술집 직원들이 술을 마시고 있던 그에게 약을 먹여 돈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치는 사건에 휘말렸다. 사건이 벌어진 몇 달 후 잭의 집에서 손녀의 남자친구가 약물중독으로 사망했고, 잭은 바로 소송을 당했다. 3개월 후 손녀 또한 버려진 차 안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손녀가 죽은 1년 후, 잭은 당첨금의 절반을 사기당했으며, 5년 후에는 잭의 딸이 자살하게 된다. 2006년에는 잭의 집이 화재로 전소되었다. 잭은 지난 2020년 72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2011년 캘리포니아에서 5천만 달러에 당첨된 에타 어커트는 복권국에 당첨자 신고를 하러 갔을 때 너무 흥분한 나머지 손이 떨려서 싸인을 할 수가 없었고, 아들에게 대신 서명을 하게 했다가 아들과 당첨금 소송에 휘말렸다. 5년을 끈 재판은 겨우 합의가 되었지만 아들과는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었으며, 변호사들은 엄청난 수임료를 챙겨 갔다. 아들은 4~5채의 고급저택과 10대의 스포츠카를 사고, 여기 저기 무분별하게 투자를 하는 등 멋대로의 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파산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플로리다에 살고 있던 흑인 아브라함 셰익스피어는 문맹이었다. 그는 3천만 달러에 당첨된 후 대리인으로 고용한 여성에게 돈을 모두 빼앗기고 결국 그에 의해 살해당한다. 캘리포니아에 살았던 인도계 미국인 우르즈 칸은 고작(?) 5백만 달러의 수퍼로토(캘리포니아) 당첨금 때문에 아내에 의해 독살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잭팟 당첨 후에 배우자나 주변인들로 인해 살해당하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한국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필자의 지인 아들(실명은 공개할 수 없다)은 TV 앞에서 당첨번호를 한자리씩 맞춰 나가다가 심정지로 병원에 실려갔는데 응급조치가 늦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그 후 일자리도 잃고 이혼까지 당한 후 아직까지 궁핍한 생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 복권이 당첨이 되었냐고? 안타깝게도 그의 복권은 마지막 번호를 맞추지 못했고 그의 당첨금은 1등 당첨금인 1억 4천만 달러에는 턱없이 모자란 100만 달러였다. 그나마 이혼하면서 와이프에게 절반을 빼앗겼고 나머지는 병원비와 도박으로 탕진했다. 그의 심장이 멎은 것은 마지막 추첨번호가 적힌 공들이 통 속에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고 하니, 정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왜 복권을 살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지옥 문앞에 가더라도 일단 당첨되고 보자는 심정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복권을 사는 사람들. 무언가 대단한 계획이라도 있을 것 같지만, 당첨되면 고작 집(저택)과 고급차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역시 큰 집과 고급차는 부의 영원한 상징인가 보다. 그 외에 은행에 넣어 두고 이자를 받겠다, 부동산에 투자하겠다, 여행이나 실컷 다니겠다, 혹은 지중해 어디 섬 하나를 사서 왕처럼 살겠다 등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아이디어들을 쏟아 놓는다.
그러나 그 어떤 아이디어도 그러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큰 집이나 부동산을 사서 일부러 남들의 표적이 될 이유도 없거니와 여행 다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납치되는 일도 생각하면 끔찍하고, 외딴 섬에 가서 세상과 격리되어 사는 것이 전혀 부자의 특혜처럼 생각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사도 퍼낸 흔적도 남지 않을 13억 달러로 최고급 명품들을 사서 도배를 한들 그다지 만족스러울 것 같지도 않다. 그런 물건을 사기 위해 고대하고 상상하며 돈을 모으는 과정들이 있어야 행복한 것이 아닐까. 전혀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면 명품인들 그리 대수일까.
물질이 주는 행복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 물질에는 ‘감사’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복권 당첨으로 부자가 되고 나면, 부자 흉내는 잠깐 내볼 수 있겠으나, 정말 부자들이 가지는 만족이나 성취감, 자존감 같은 것들을 느껴볼 기회는 미안하지만 없을 것 같다. 노력해서 일궈낸 부와 벼락처럼 떨어진 부의 차이는 생각보다 아주 큰 것이다. 5천명 분을 깔고 앉아 먹는 사람보다 5천명을 먹이는 사람이 진짜 부자이고 잘 사는 사람이라는 김동호 목사님의 잘 사는 부자 논리는 그저 명쾌하다.
필자의 고객 중 약 1억 달러 정도의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있는데 남 몰래 좋은 일들을 많이 하시는 분이다. 그 분이 필자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돈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지도 않거니와 왔다가도 떠난다네.”
필자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평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은 큰 돈을 맞아들일 그릇이 못됨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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