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탈퇴, 이란 전쟁이 부른 OPEC의 균열?

[문병준의 UAE의 OPEC 배경과 전망]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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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르텔의 종말과 변동성 폭발 UAE가 생산능력과 쿼터의 충돌로 OPEC을 전격 탈퇴(5월1일부)하며 사우디 주도의 산유국 카르텔이 와해 수준에 직면, 국제유가의 하락보다 심각한 ‘출렁임(변동성)’을 예고한다.
  • 전쟁이 촉매가 된 ‘불편한 분업’ 이번 전쟁 중 사우디의 침묵과 이스라엘·미국의 파격적인 안보 지원으로 ‘진짜 친구’를 확인한 UAE는, 탈퇴를 사우디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닌 서로 다른 계산서에 따른 ‘불편한 분업’의 시작으로 공식화했다.
  • 한국의 긴급 점검 필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2%인 한국은 사우디(비싼 가격)와 UAE(많은 판매)의 제각각 움직일 가격 정책에 대비해 도입선 다변화, 장기 계약 구조, 비축 전략 등 에너지 안보의 근본적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아랍에미레이트(UAE)가 오는 5월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OPEC+에서 동시 탈퇴한다. 1967년 가입 이후 59년 만이다. ‘더 팔 수 있는’ 나라가, ‘덜 팔자’는 질서에 묶일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이번 탈퇴는 OPEC의 약화를 뜻하고, 국제유가의 방향보다 변동성을 키운다.

30초 사전 지식

OPEC은 산유국 12개국이 “이번 달 우리는 얼마만큼만 팔자”를 정하는 카르텔이다. 적게 팔면 유가가 오른다. 사우디가 사실상 리더다. 2016년부터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과 합쳐 OPEC+ 22개국으로 확대됐다.

OPEC 회원국: 사우디·이란·이라크·쿠웨이트·UAE·베네수엘라·알제리·리비아·나이지리아·콩고·가봉·적도기니

UAE는 7개 토후국 연방(1971년 출범)이다. 수도이자 석유 본거지는 아부다비이지만 경제·관광 중심은 두바이다. 인구 1,158만 중 자국민은 133만뿐. 세계 7위 산유국으로 OPEC 내 3위다.

왜 지금이고, 무엇이 달라지나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통신 WAM을 통해 OPEC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5월 1일부터 발효되며 OPEC+에서도 동시에 빠진다. 알마즈루이 에너지장관은 “국가 에너지 전략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내린 주권적 결정”이라며 “사우디 등 다른 산유국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정도 규모의 결정은 발표 형식과 별개로 사전 인지나 묵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카타르(2019년, LNG 집중), 앙골라(2024년 1월, 쿼터 분쟁)에 이은 세 번째 회원국 이탈이다. 앞선 두 사례와는 무게가 다르다.

UAE는 ‘더 팔 수 있는데 못 팔던 나라’였다

이번 탈퇴의 본질은 정치적 감정이 아니라 생산능력과 쿼터의 충돌이다. ADNOC(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 아부다비 국영 석유 회사) 생산능력은 일평균 4.85백만 배럴인데, OPEC 쿼터에 묶여 실제 생산은 약 3백만 배럴대였다. 매일 약 1.8백만 배럴이 땅 속에 묶인 셈이다. 시장가 기준으로 보면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다.

균열은 갑자기 생기지 않았다. 지난 2021년 7월 OPEC+ 쿼터 분쟁이 결정적 장면이었다. UAE는 증산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 “왜 우리만 낡은 기준 생산량에 묶여 있어야 하나”고 따졌다. 사우디는 ‘질서를 지키려’ 했고, UAE는 ‘기준을 바꾸려’ 했다. 절충은 이뤄졌지만 답은 그때 이미 나와 있었다.

OPEC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OPEC 안의 균열은 양국 관계 전반의 일부였다. 2017년 사우디 주도 카타르 봉쇄 입장차, 2019년 UAE의 예멘 일방 철군(사우디에 사전 통보 없이), 2020년 UAE의 아브라함 협정 선제 체결(사우디보다 먼저 이스라엘과 외교 정상화), 2021년 사우디 RHQ(중동지역본부) 정책으로 두바이 30년 비즈니스 허브 위상 직접 겨냥(2024년 시행 이후 수백 개 국제기업이 리야드 RHQ 라이선스를 취득), 2024~25년 예멘 남부 지역에서 군사 충돌 직전 상황까지. 5년 누적의 결과다.

두 나라는 이제 같은 유가를 원하지 않는다

이 사건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한 문장. 사우디는 비싸게 팔아야 하고, UAE는 많이 팔고 싶다. 사우디는 비전 2030(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거대 국가 개조 프로젝트) 자금줄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밑이면 재정 적자가 폭증한다.

반면 UAE는 두바이가 일찍이 석유에서 손을 떼고 30년 전부터 무역·금융·관광·항공 허브로 변신했다. 비석유 비중이 GDP의 70%를 넘는다. 같은 산유국이라고 같은 계산서를 보는 건 아니다.

전쟁은 원인이 아니라 촉매였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결정을 더 빠르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전쟁이 탈퇴의 원인은 아니다. 이미 흔들리던 관계의 결론을 굳혔을 뿐이다.

이번 전쟁에서 UAE가 가장 많이 공격받은 걸프 국가였다. UAE 국방부 발표 기준, 이란은 UAE에 탄도·순항미사일 약 550발과 드론 2,200대 이상을 발사했다. 이스라엘보다 더 많이 맞았다. UAE 정유·알루미늄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어 일부 사업자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이번 결론을 굳힌 것은 누가 도와줬는지였다. 사우디는 직접 군사 지원이 없었다. 미국은 알다프라 공군기지(UAE 내 미군기지) 자산을 즉각 동원했고, 이스라엘은 더 파격적이었다.

지난 26일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MBZ(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대통령)와 직접 통화한 뒤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포대와 IDF 병력 수십 명을 전쟁 초기 비밀리에 UAE에 파견했다.

이스라엘·미국 영토 외에서 아이언돔이 운용된 첫 사례다. UAE 고위 관리는 “누가 진짜 친구인지 눈을 뜨게 한 순간”이라 표현했다.

UAE의 자신감은 세 가지 기반 위에 있다

UAE의 탈퇴가 시장을 흔드는 이유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에 있다.

첫째, 호르무즈 우회 인프라다. 호르무즈 해협(이란·오만 사이 좁은 바다)은 세계 원유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이번 전쟁에서 봉쇄됐다. UAE는 후자이라 송유관(아부다비에서 인도양 쪽 후자이라항까지, 일평균 150만 배럴, 최대 180만 배럴 수송)을 통해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인도양으로 직접 원유를 빼낸다. UAE 원유 수출의 약 절반을 우회 운송할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 생성지도.
구글 제미나이 생성지도.

둘째, 재정 체력이 사우디보다 강하다. UAE 재정 균형 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대로, 90달러대인 사우디보다 훨씬 낮다. 두 국부펀드(ADIA·무바달라)를 합치면 약 1.5조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저유가가 와도 버틸 자본이 충분하다.

셋째, 안보가 미·이스라엘과 직접 묶여 있다. UAE는 지난 2024년 미국의 주요 방위 파트너로 지정됐고,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스라엘과 외교 정상화를 마쳤다. 이번 전쟁 중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UAE에 직접 군사 지원을 한 사실이 결정적이다.

사우디 그늘에서 벗어나도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UAE는 작은 산유국이 아니라, 에너지·물류·금융을 연결해 움직이는 네트워크 국가다.

ADNOC의 미국 천연가스 투자...산유국에서 에너지 자본국으로

OPEC 탈퇴 직전, ADNOC(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이 미국 천연가스 사업에 수십조 원 투자를 발표했다. 산유국이 미국 LNG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UAE가 산유국 정체성에 더해 에너지 산업 전반의 자본·인프라 운용국으로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ADNOC은 엑손모빌, 옥시덴탈, BP, 토탈에너지와 합작 비중을 늘리고, 5백만 배럴 생산능력 목표를 2030년에서 2027년으로 3년 앞당겼다. OPEC 탈퇴는 그 다각화 전략의 가장 큰 제약(쿼터)을 해제한 결정이다.

사우디·UAE는 충돌 아닌 ‘불편한 분업’으로 간다

이 일을 두고 곧바로 “사우디와 UAE의 결별”이라 쓰는 건 과하다. 두 나라는 여전히 같은 지역의 핵심 산유국이고 서로를 무시할 수도 없다. 더 현실적인 그림은 정면충돌보다 ‘불편한 분업’이다. 사우디는 가격의 중심을 지키고, UAE는 점유율의 빈틈을 파고드는 식이다.

다만 한 가지 정황은 짚어야 한다. 무함마드 빈 살만(MBS)의 침묵이 너무 정연하다. 사우디 외교부는 단 한 줄의 비난 성명도 내지 않았다.

트럼프와 MBS 관계도 이례적으로 깊다. 트럼프는 1·2기 모두 첫 주요 해외 순방국으로 사우디를 택했고, 2025년 11월엔 만성 귀 질환으로 장거리 비행이 어려운 MBS가 그 부담을 감내하며 7년 만에 백악관을 방문했다.

트럼프가 UAE 탈퇴에 차분히 환영한 점은 워싱턴-리야드-아부다비 사이 어떤 형태의 사전 인지 또는 묵인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정적 장면은 발표 당일에 나왔다. 어제(28일), OPEC 탈퇴 발표가 나간 그날 사우디 제다에서는 GCC(걸프협력회의) 임시 자문 정상회의가 열렸다. 사우디의 MBS 왕세자가 의장을 맡은 자리에는 UAE 외교장관 압둘라 빈 자이드도 앉아 있었다.

만약 탈퇴가 사우디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면, 두 나라는 같은 날 같은 회의장에 앉지 않았을 것이다. OPEC은 분리되더라도 GCC는 유지한다. 이 장면 하나면 충분하다.

시장은 ‘하락’보다 ‘출렁임’으로 반응한다

- 1개월 내: 5월 첫째 주 OPEC 빈 회의가 분기점. 빈살만 발언 톤이 사전 인지 여부를 가른다.

- 3~6개월 : UAE는 발효 직후 일평균 50만 배럴 추가 증산, 2026년 말 4백만 배럴, 2027년 5백만 배럴 목표. 단기엔 호르무즈 봉쇄 잔여 효과로 증산 폭이 제한된다. 석유시장은 평균 가격보다 변동성 자체가 커지는 방향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6~12개월 : OPEC국가중 추가 이탈 가능성이 시장 화두로 떠오를 시점. 이라크는 OPEC 잔류를 명확히 했다. 쿠웨이트·알제리 등 일부 회원국이 카르텔 잔류 비용과 이익을 다시 따져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어느 나라도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표명한 바는 없다.

-1~3년 : OPEC은 형해화의 길로 간다. 핵심 산유국이 남아도 쿼터가 무너지면 그 순간부터 가격은 OPEC이 아니라 시장이 만든다.

- 3~5년 : 걸프는 다극화 체제로 전환. GCC(걸프협력회의 6개국)는 단일 블록이 아니라 사안별 합종연횡 체제로 변모한다.

UAE도 안전하지 않다. 사우디 종교 카드(메카·메디나 수호자), 가격 전쟁 시 UAE 증산이 곧 손실되고 7개 토후국 내부 균열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 중요한 건 ‘값’과 ‘구조’다

유가 수준도 중요하지만, 그 가격이 어떤 공급 구조 속에서 형성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2%가 중동산이다. 사우디 32.6%, UAE 10.9%, 쿠웨이트 9.6%, 이라크 9.0%. 카르텔이 흔들리면 4개국 가격 정책이 제각각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봐야 할 것은 단기 휘발유 가격표뿐만 아니라 원유 도입선 다변화, 장기 계약 구조, 비축 전략, 정유사 재고·운임 리스크다.

정부는 비축유와 장기계약 구조를, 정유사는 도입선 다변화와 헤지 전략을, 외교는 쿠웨이트·알제리 등 변동 가능 산유국과의 라인을 동시에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

UAE의 OPEC 탈퇴는 사건이라기보다 선언이다. 이미 현실에서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고, 이번에 그 사실을 공식화했을 뿐이다.

이건 단순한 탈퇴가 아니라, 시장을 움직여온 질서가 바뀌는 신호다. 누군가에겐 기회이고 누군가에겐 비용이다. 이 변화를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다.

이 글은 문병준 전 사우디대사대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13 OPEC 60년 카르텔 붕괴 신호탄? UAE가 작정하고 나선 이유는?
글쓴이

문병준 전 주사우디대사대리

문병준은 외교부 중동 지역 업무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은 외교관 출신이다. 주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로 근무했으며, 과거 외교부 중동2과장을 역임했다. 2021년 6월 주두바이 대한민국 총영사로 부임해 교민 안전, 경제·문화 교류를 담당했고, 202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대사대리(Chargé d’affaires ad interim)로 공관장 직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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