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도대체 왜 안 끝날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군이 연이틀 공습을 벌이자 이란은 항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군이 연이틀 공습을 벌이자 이란은 항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 ‘종전’ 불가능한 구조와 ‘관리’로의 전환 중동의 전쟁은 승패를 가리는 사건이 아니라 만성적인 상태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기에, 종전을 목표로 하기보다 유가와 호르무즈 통행을 정상화하는 ‘관리 가능한 저강도 분쟁’으로의 전환이 유일한 현실적 목표다.
  • 내부 분열과 실존적 언어의 대립 각국의 다원화된 의사결정 구조와 ‘상대를 지워야 할 위협’으로 규정하는 극단적 수사가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으며, 특히 최고지도자 부재로 인한 이란의 이중적 권력 체계가 단일한 종전 결정을 가로막고 있다.
  • 극적 종전 대신 일상의 회복으로 흐지부지될 결말 정치적 성명보다 경제 지표가 진실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이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이 복구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양쪽 채널을 지키고, 원유 도입선을 넓히며, 진영의 언어를 절제해야 한다.

▶ 칼럼의 핵심 요약본을 들어보세요

지난 7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2월 28일 개전 이후 이런 식으로 휴전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4월 8일 파키스탄이 중재한 첫 휴전, 5월 오만 채널의 교전 중단이 있었다.

6월 17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체결된 60일간의 협상 기한을 담은 양해각서가 있었지만 매번 며칠 만에 공습이 재개됐다. 세계는 “이번에는 끝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몇 번이나 걸었고, 그때마다 실망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가” 그러나 이 질문 자체가 이 지역의 전쟁에는 맞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전쟁’과 ‘종전’이 이 지역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전쟁의 끝’은 이 지역에 없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벌어진 1차 중동전쟁은 이집트·레바논·요르단·시리아 네 아랍국과 차례로 정전에 합의하며 총성이 멎었다. 그러나 국경선도, 팔레스타인의 지위도 확정되지 않은 채 갈등은 78년째 이어지고 있다.

8년간 지속된 이란-이라크 전쟁 역시 1988년 유엔 결의로 멈췄지만, 그 후유증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걸프전, 다시 2003년 미국-이라크전으로 이어졌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34일 전쟁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로 마무리됐지만, 헤즈볼라는 이후 15만 발에 이르는 로켓·미사일 전력을 구축했고 결국 2023년 다시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다.

이 지역에서 ‘전쟁의 끝’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다. 그리고 그 상태는 대부분 ‘다음 전쟁의 씨앗’을 품고 있다. 그래서 중동에서 종전은 갈등의 종착점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과정에 가깝다. 종전을 정책 목표로 삼는 순간 그 정책은 실패한다.

목표는 ‘끝내는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란 대규모 확전과 원유 시장 마비를 막고, 산발적 저강도 충돌은 감수하는 상태를 뜻한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에서 안정되고, 호르무즈 통행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며, 걸프 산유국 인프라와 이란 본토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 잦아드는 지점, 그것이 이 지역에서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평화’의 실체다.

“이란이 결정했다”는 문장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봐야 할 것은 ‘누가 결정하는가’다.

2월 28일 개전 첫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후계자로 지명된 그의 아들 무즈타바 하메네이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부상설과 사망설이 엇갈릴 뿐이다.

전쟁연구소(ISW)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 부재 이후 이란의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IRGC)가 사실상 전시 결정권을 장악했다. 특히 3월 1일 IRGC 총사령관에 오른 아흐마드 바히디가 대외 창구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자리도, 실질 결정권도 몇 달간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손에 맡겨진 셈이다.

카타르 협상단이 6월 이후 테헤란에서 이란 외무부와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IRGC 계열 매체는 “협상은 없었다”고 부인해왔다. 이란은 지금 사실상 두 개의 정부가 병존한다. 한쪽은 ‘외교’의 얼굴, 다른 한쪽은 ‘무력’의 얼굴이며, 최종 결정권은 사안마다 바뀐다.

미국(백악관-국방부), 이스라엘(총리실-군)도 사정이 비슷하다. 우리가 편의상 ‘삼자 전쟁’이라 부르는 것의 실제 참가자는 세 나라 국기가 아니라 각 나라 안의 서로 다른 결정권자들이며, 이들 모두가 같은 시점에 종전에 동의해야 전쟁이 끝난다. 그런 일치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실존적 위협’이라는 말이 협상을 파괴한다

세 번째는 협상장에서 오가는 말의 문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을 “실존적 위협”이라 부른다. 즉 자국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위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표현이 외교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보통의 위협은 타협이 가능하지만, ‘상대의 존재 자체가 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규정하는 순간 그 타협의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란도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미국·이스라엘에 굴복하지 않는 나라”라는 정체성 위에 세워진 이 체제에게, ‘핵 포기는 곧 존재 이유의 포기’다. 이란에게도 이 협상은 실존적이다.

미국은 원래 이 두 실존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야 할 유일한 행위자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지워버리겠다”는 SNS 게시물과 “위대한 딜을 만들겠다”는 발언 사이를 한 주 단위로 오가며, 두 실존적 언어를 조율하기는커녕 오히려 강경 노선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다섯 달 반복된 휴전 붕괴는 군사적 실패가 아니라 이 언어의 실패였다.

지도자 발언보다 정확한 세 개의 실질 지표

성명은 발신자가 다듬은 신호이지만, 아래의 데이터들은 통제없이 새어 나오는 신호다. 이 지역에서는 늘 후자가 전자보다 진실에 가깝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하루 선박 통행량.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바닷길로 세계 석유·LNG의 20%가 지난다. 전쟁 전 하루 60~70척이 오가던 통행량은, 7월 초 이란의 선박 공격 재개 이후 13척까지 급락했다. 상선 선주와 보험사가 매기는 실제 위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둘째, 국제 원유 가격. 개전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가, 4월 첫 휴전 국면에서 87달러대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7월 현재는 75~78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개전 이전 수준(70달러 중반)에 사실상 근접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7월 8일 트럼프의 “휴전 종료” 선언에도 유가가 크게 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이 이 전쟁을 ‘완전한 확전’이 아닌 ‘만성적 저강도 분쟁’으로 이미 재분류했다는 뜻이다.

셋째, 이란 리알화 환율. 이란 체제 내부의 온도를 재는 가장 정직한 지표다.

개전 직후 달러당 100만 리알을 돌파했던 리알화는 4월 말 180만 리알로 사상 최저를 찍었고, 7월 10일 현재도 180만 리알 안팎에서 회복 기미가 없다. 반년 만에 가치가 절반 이하로 무너진 것이다.

IRGC 사령관이 아무리 강경 발언을 내놓아도, 자국민이 재산을 달러와 금으로 바꾸려 환전상 앞에 늘어선 줄이 이 체제의 실제 체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반대로 이 환율이 안정되는 순간이 온다면, 성명서와 무관하게 물밑에서 실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다.

이 전쟁은 결국 어떻게 끝날까

첫째,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점진적 흐지부지’다. 앞서 말한 ‘관리 가능한 수준’이 실제로 자리 잡는 그림이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산발적 교전은 이어지되 강도는 낮아지고, 호르무즈 통행량이 정상의 70~80%로 회복되며, 카타르·오만·파키스탄의 중재로 ‘서명 없는 관리 체제’가 자리 잡는 그림이다. 정식 종전 문서는 끝내 나오지 않고, 이란 핵은 무기 완성 직전에서 굳어지며, 이스라엘은 필요할 때 다시 타격할 옵션을 손에 쥔 채 지켜본다.

둘째, 어느 한쪽의 국내 정치 변동으로 규칙이 바뀌는 경우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이 바뀌거나, 이란에서 무즈타바 하메네이의 생사가 확인되며 IRGC의 독주 구조에 변화가 생기거나,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연정이 무너지는 경우다. 하나만 흔들려도 협상 목표는 재편된다.

그러나 갈등이 ‘해결’되기보다 초점이 옮겨간다. 예컨대 핵 문제가 봉합되면, 이란이 지금까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아온 탄도미사일·드론 프로그램이 다음 쟁점으로 부상한다. 2015년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가 미사일을 뺀 채 체결됐다가 트럼프에 의해 파기된 전례가 이미 그것을 보여줬다.

셋째, 재앙 시나리오. 호르무즈 완전 봉쇄, 걸프 산유국 인프라나 이란 본토에 대한 대규모 확전, 지도부에 대한 추가 표적 제거 등이 일어난다. 하메네이 사망이 이미 개전 첫날 벌어졌다는 점에서 결코 극단적 가정만은 아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이 셋이 아닐 수 있다. 저강도 교전이 5년, 10년 이어지는 만성화다. 트럼프의 “휴전 종료” 선언에도 뉴욕 증시가 거의 반응하지 않는 지금이 그 조짐이다. 팔레스타인이 그랬고 시리아가 그랬다. 사람들은 계속 죽지만 관심은 서서히 줄어드는 상태. 이 지역에서 가장 자주 본 결말이다.

한국도 이 전쟁의 결과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유의 약 70%를 걸프에 의존하고, 미국과 안보협력 관계에 있으며, 세계 공급망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전을 기다리는 조바심이 아니라, 이 지역이 저강도 만성화로 접어드는 상태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준비다.

이스라엘·이란 양쪽 채널을 지키고, 원유 도입선을 걸프 밖으로 실질적으로 넓히며, 공식 성명에서 진영 언어를 절제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최소한이다.

이 전쟁은 언젠가 잦아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은 아니다. 서명식도, 승자와 패자도, 종전 행사도 없을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방공 사이렌이 며칠간 울리지 않고, 호르무즈의 유조선이 다시 정상적으로 오가며, 신문 1면에 다른 뉴스가 올라오는 순간이 온다. 그것이 이 전쟁이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이 글은 문병준 전 사우디대사대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13 트럼프 "휴전 끝"?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이란 전쟁의 결말!
글쓴이

문병준 전 주사우디대사대리

문병준은 외교부 중동 지역 업무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은 외교관 출신이다. 주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로 근무했으며, 과거 외교부 중동2과장을 역임했다. 2021년 6월 주두바이 대한민국 총영사로 부임해 교민 안전, 경제·문화 교류를 담당했고, 202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대사대리(Chargé d’affaires ad interim)로 공관장 직무를 수행했다. 최근 AI반도체기업 리벨리온의 중동전략고문을 맡았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