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을 주저앉힐 수 있을까
- 중재자 중국의 부상 오는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긴장과 이란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상하며, 이란의 최대 경제 버팀목인 중국이 사태 해결의 실질적 레버리지를 쥔 중재자로 역할할지 주목받고 있다.
- 안보는 미국, 시장은 중국 중동 국가들은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면서도 비즈니스는 정치적 조건이 적은 중국을 선택하는 ‘이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안보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경제 실익만 챙기는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게 실상이다.
- 불투명한 ‘이란전 엔드게임’ 미국은 대중 관세 완화 등을 카드로 중국의 협조를 구하려 하지만, 러시아의 변수와 이란 내부 강경파(혁명수비대)의 통제 불능성 때문에 베이징 회담이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는 일정을 지켰지만, 중국은 통제력이 제한되어 있다.
오는 14일과 15일, 트럼프와 시진핑이 베이징에서 만난다. 한국 언론은 이 회담을 주로 관세 협상의 틀에서 다룬다. 그러나 외교 현장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번 회담은 무역 의제에 더해,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까지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큰 정상회담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도 이번 방중 의제에 이란 문제와 호르무즈 상황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부분 봉쇄’ 상태와 군사적 긴장이 반복된 지 두 달이 넘었다. 이 사태를 풀 핵심 열쇠 가운데 하나는, 워싱턴이나 테헤란이 아니라 베이징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왜 베이징인가
중국은 이란의 최대 경제 파트너이자, 동시에 이란이 가장 의지하는 외부 버팀목이다. 미 재무부와 복수의 에너지 분석기관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사들이고 있으며, 그 상당 부분이 산둥성의 독립계 티팟(teapot) 정유소들을 통해 들어간다.
이 거래가 이란 정권의 전쟁 수행 능력과 재정 버팀목을 떠받친다. 달리 말하면, 중국이 구매 속도를 늦추거나 결제를 조이는 순간 이란 재정은 즉각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이 베이징을 압박하는 핵심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중국 기업 일부는 이란의 드론·미사일 프로그램에 활용 가능한 이중용도 부품 문제로 미국의 제재와 의심 대상이 되어 왔다. 결국 중국은 이란을 협상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레버리지를 가진 나라다.
이미 막후 움직임은 시작됐다. 지난 5월 6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란 외교장관 아락치를 베이징에서 만나 “완전한 휴전이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호르무즈 해협도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중국은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라, 적어도 해협 재개방 문제에서는 분명한 이해당사자로 움직이고 있다.
이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베이징 합의
2023년 3월, 베이징은 7년간 단교 상태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한자리에 앉혀 외교관계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냈다. 시아파·수니파의 두 핵심국이 베이징에서 손을 잡은 그 장면은, 중국이 이제 중동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외교 플레이어가 되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중국의 ‘중동 접근법’은 일관된다. 군사 개입은 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과 서방이 만들어낸 빈틈을 정확히 찾아 들어가 경제적 실리를 챙긴다. 이번 미·이란 전쟁에서도 중국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군사력이 아니라, 이란에 가장 아픈 ‘경제 레버리지’다.
안보는 미국, 비즈니스는 중국
중국의 중동 영향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둘 필요가 있다. 현지인 가운데 중국을 미국처럼 “좋아한다”거나 “가깝게 느낀다”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과 협력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시장에는 중국 제품이 넘치고, 발전소·항만·통신망·산업단지 곳곳에 중국 자본과 기업이 들어와 있다.
수치로 봐도 분명하다. UAE의 중국인 거주자가 30만 명 안팎, 두바이의 드래곤마트(Dragon Mart)는 세계 최대 중국 상품 시장 가운데 하나다. 중국-GCC 교역은 연간 수천억 달러 수준이다.
일대일로(Belt and Road)를 통해 UAE 칼리파항, 사우디 산업·에너지 프로젝트, 이란 교통·에너지 인프라에도 중국 자본이 깊이 들어가 있다. 걸프 정부 인사나 기업인을 만나면 “안보는 미국과 하고, 비즈니스는 중국과 한다”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실제 정책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직후, 대부분의 외국인이 위험 때문에 떠나던 시기에도 중국인들은 바그다드 현지에 남아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은 군대로 들어오고, 중국은 장사로 들어온다” 는 말을 그때 현장에서 실감했다.
중국의 대중동 전략은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것”에 가깝다.
민주주의·인권·정권 문제는 거의 거론하지 않고, 누구 편인지 공개적으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프라를 짓고, 물건을 공급하고, 원유를 사 간다.
중동 국가들도 중국을 정서적으로 가까운 파트너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금이 시급하고 공사가 급할 때면 결국 중국을 찾는다. 서방보다 정치적 조건이 적고, 공사 속도가 빠르며, 가격도 낮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중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기보다, 필요할 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여기에 잘 말하지 않는 불편한 현실이 있다. 중국은 중동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도 정작 안보 비용은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항행 안전, 걸프 미사일 방어, 해상 질서 유지, 군사기지 운영은 여전히 미국 몫이다. 중국은 그 질서 위에서 원유를 사 가고 시장을 확대한다. 지금 중동의 구도는, 안보는 미국, 시장은 중국이라는 이중 구조다.
이번 미·이란 전쟁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는, 중국이 좋아하는 나라여서가 아니라, 이미 “너무 필요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 러시아
중국만이 이란의 후원자는 아니다. 러시아 역시 깊숙이 얽혀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전에 사용된 샤헤드(Shahed) 드론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러시아는 그 답례로 방공·군사 기술 협력을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이번 사태의 경제적 수혜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호르무즈 위기가 길어질수록 유가는 오르고, 그만큼 러시아 재정은 숨통이 트인다.
그래서 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미·이란 전쟁은, 풀려야 할 문제라기보다 일정 부분 유지되어도 손해가 아닌 사안에 가깝다. 베이징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든, 러시아는 뒤에서 이란의 강경 노선을 응원할 동기를 갖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줄 수 있는 카드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에게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교환 카드는 무역과 제재 운용의 속도 조절 정도다. 관세의 단계적 완화, 첨단 반도체 통제의 부분적 조정, 대만 문제에서의 수사 관리 같은 선택지가 외교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확인된 “빅딜 패키지”는 없다.
중국의 비대칭적 우위
이번 사태에서 중국은 구조적으로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사 간다. 그러나 거꾸로, 중국의 전체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사우디·러시아·앙골라·서아프리카 등 다른 공급선으로 상당 부분 대체 가능한 양이다.
이란을 잃어도 중국의 에너지 공급은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이란은 중국 시장을 잃으면 경제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비대칭이 분명하다.
그래서 중국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다.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글로벌 중재자의 명예와 미국에서의 무역 양보를 챙기든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미국이 중동에 묶여 있는 동안 인도-태평양 압박을 덜어내든지. 어느 쪽으로 가도 중국이 입을 손해는 크지 않다.
한 가지 오해는 짚어둬야 한다. 중국이 이란 원유를 많이 사 준다고 해서, 중국이 이란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란에 큰 영향력을 갖지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혁명수비대)를 직접 통제할 위치는 아니다. 중국이 휴전 메시지를 내는 와중에도 현장에서는 해협 긴장이 계속된다. 영향력과 통제력은 다른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 시간 압박을 가장 크게 받는 쪽은 미국이다. 트럼프는 빨리 끝내야 정치적 승리가 된다. 휘발유값 인플레이션 부담도 있다. 이란의 강경 라인은, 뒤에서 보겠지만 전쟁 상태 자체가 권력 유지의 조건이므로 급할 이유가 적다.
그리고 중국은, 양쪽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도 큰 손실이 없는 자리에 서 있다. 시간이 가장 많은 쪽이 협상장의 주도권을 갖는다. 지금 협상에서는 오히려 미국 쪽이 더 급해 보인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안
물론 미국이 손 놓고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 재무부는 이미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는 중국 정유소들에 대한 제재와 경고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에는 중국의 헝리석화 계열 정유시설과 관련 선박·회사들에 제재를 가했고, 4월 28일에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산둥 정유거래 전반의 제재 리스크를 공개 경고했다.
베이징 회담의 성과가 충분치 않을 경우, 미국은 중국의 결제·해운·정유 네트워크를 옆구리에서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외교 현장의 읽기
트럼프가 미·중 회담 일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신호다. 중국이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일정을 굳이 유지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일정이 살아 있다는 것은, 막후에서 어떤 형태로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중을 ‘무역 휴전의 연장선’이면서 ‘이란 전쟁의 엔드게임’을 시험하는 계기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가시적 변화는 아직 없다. 회담을 이틀 앞둔 지금, 이란은 여전히 완강하다. 트럼프는 5월 10일 파키스탄 중재를 통한 이란 측 답변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일축했고, 휴전 상태를 두고도 “생명유지장치에 올라가 있다” 고 평가했다.
파키스탄 카드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중국 역시, 앞서 본 대로 굳이 결정적으로 움직일 동기가 충분치 않다.
왜 그럴까. 지난 2023년 사우디-이란 중재가 성공했던 조건들을 떠올려보면 답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때는 양측이 이미 화해를 원했고, 합의 내용이 누구도 굴복하지 않는 외교 정상화에 그쳤으며, 중국에게는 시진핑 3기 출범 직후 “외교적 승리”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번 미·이란 사태는 그 조건이 거의 맞지 않는다. 이란은 굴복할 수 없는 정권이고, 미국은 핵무기 보유 불가를 넘어 핵 문제 전반에서 실질적 양보를 요구한다. 트럼프가 이란의 최근 답변을 거부한 핵심 이유도, 핵무기 문제에서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의 두 얼굴
호르무즈 일대의 긴장이 이어지는 동안, 중국 국적 선박이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도 보도된 바 있다.
이 정황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란 원유 수출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조차도 현장의 안전을 자국 영향력만으로 담보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영향력은 크지만 통제력은 제한적이라는 딜레마다.
이는 곧, 이란 내부의 메시지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외교 라인은 베이징과 협력해 휴전과 협상을 논의하지만, 현장에서는 해협 봉쇄와 산발적 충돌 위험이 계속된다. 중국이 압박을 안 한다기보다, 압박이 곧장 현장 통제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 가깝다.
사실 미국과 이란 사이 협상에서 혁명수비대가 전향적이거나 온건한 입장을 보인 사례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핵 협상 시기에도, 이번 전쟁 국면에서도 혁명수비대 지휘부는 “미국과의 협상 자체가 금지선”이라는 공개 입장을 반복해 왔다.
외교 라인이 어떤 메시지를 내든, 현장의 무력과 봉쇄 권한을 쥔 쪽은 결국 혁명수비대다. 협상이 진행돼도 해협의 긴장이 줄지 않는 이유다.
이란이 미국에 보낸 최근 답변도 제재 해제, 항만 봉쇄 해제, 전면적 적대행위 종료를 우선 요구했고, 미국은 이를 곧바로 거부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이란 권력구조의 강경축 입장에서 “평화”는 단순한 외교적 후퇴가 아니라 권력 재편을 뜻한다. 제재가 풀리고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지금까지 전쟁경제를 통해 유지돼 온 내부 권력 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핵만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와 조직 생존의 문제로 번진다.
또 하나의 변수, 이스라엘과 이란 국민
이 모든 계산 위에 두 변수가 더 얹혀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이다. 휴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추가 군사행동으로 기울 경우, 베이징에서 어떤 외교적 진전이 나오더라도 현장에서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베이징의 거래는 워싱턴과 테헤란뿐 아니라 예루살렘의 선택에도 묶여 있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이란 국민이다. 전쟁 장기화와 물가 충격, 연료·생계 부담은 이미 이란 내부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체제는 강경해도, 사회는 이미 상당히 소진된 상태다.
미·이란 관계의 향방
앞으로도 미국이 이란 강경 권력층에 대해 체제 안전과 조직 존속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다루지 않는 한, 현재 구도에 근본 변화가 생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미·이란 관계는, 지금과 같은 ‘봉쇄와 산발적 교전이 공존하는 통제된 적대’가 당분간 이어지거나, 어느 순간 다시 군사 충돌이 본격 재개되는 두 갈래 가운데 하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돌파구가 보인다’기보다 ‘휴전이 간신히 연명되는 상태’라는 표현이 더 가깝다.
다만 이것이 곧 중국이 중동의 새로운 패권국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동의 안보 질서와 군사 균형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지금 진행되는 변화는 “미국의 퇴장”이라기보다, 미국이 만든 질서 위로 중국의 경제 영향력이 빠르게 침투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제 회담까지 사실상 이틀. 일정은 살아 있지만, 정작 타협의 조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은 문병준 전 사우디대사대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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