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3인, 현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들

버냉키 전의장, 다이아몬드 교수, 딥비그 교수 버냉키 “외부 요인으로 금융상황 더 악화될 것” 다이아몬드 “신뢰 약해지면 공포 확산될 수도”

벤 버냉키 전 Fed 의장. 사진=AP/연합뉴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 사진=AP/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은행과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해 연구한 공로를 인정해 벤 버냉키(69)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현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69) 미국 시카고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필립 딥비그(67)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1980년대에 수행한 연구는 은행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향상시켜서 인류 사회가 금융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선했다”며 “수상자들의 통찰 덕분에 심각한 경제 위기에서 치러야 하는 막대한 대가를 예방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금융위기라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이 동시에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데, 그럴 때 정부가 어떻게 개입해서 이를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는 것이 노벨 위원회의 설명이다.

‘헬리콥터 벤’ 버냉키 전 Fed 의장

1979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대공황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버냉키 전 의장은 스탠퍼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의 뒤를 이어 지난 2006년 미국 연준 의장에 취임해 2014년까지 재임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해결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워싱턴DC의 브루킹스연구소에 몸을 담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1983년 대공황에 관한 첫번째 주요 논문을 발표했다. 디플레이션이 담보 가치를 잠식해 차입자의 순자산을 위축시키면 차입자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위험한 프로젝트로 뛰어든다. 이에 은행들은 점차 대출을 꺼리게 되고, 대신 정부 유가증권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많은 차입자가 부도가 나고 담보가치가 떨어져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면 은행도 부도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디플레이션이 경제 활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신용 흐름을 차단하게 된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

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무너질 때 이례적으로 보험회사인 AIG에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해 파산을 막았고, 금융시장 자금줄이 얼어붙자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연착륙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지만 Fed 인사들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이전과 같은 저금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은 완화될 것이고 경제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다시 보게 되겠지만 팬데믹 이전만큼 낮은 금리 수준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또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잡고 있는 연 2%를 변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버냉키 전 의장은 “Fed의 물가 목표치는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여서 항상 충족할 필요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6개월 동안 꼭 지켜야 하는 수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Fed가 2% 목표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한데다 목표치를 2% 이상으로 바꾸면 Fed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또 향후에 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금융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내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효과와 강달러로 인해 국제자본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 등을 예로 들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부실대출이라는 금융 시스템 내부의 문제이지만, 현재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외부 요인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딥비그 모형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공동논문 등을 통해 ‘뱅크런’(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에 관한 이론적 모형을 제공했다.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 사진=EPA/연합뉴스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 사진=EPA/연합뉴스

이들은 1983년 유명 저널중 하나인 ‘저널 오브 폴리티걸 이코노미’(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기고한 ‘뱅크런, 예금보험 그리고 유동성’(Bank Runs, Deposit Insurance, and Liquidity)에서 뱅크런에 관한 고전적인 분석을 제공했다.

이 논문에서 제시된 이른바 ‘다이아몬드-딥비그(D-D)’ 모형은 폐쇄경제 하에서 은행은 항상 뱅크런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을 설명한다. 뱅크런은 금융시장에서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동시에 상실돼 갑자기 유동성을 회수,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자금중개 기능이 무너져버리는 현상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주요국들의 동시다발적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급격히 높아진 현 상황에서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때 금융위기는 더 악화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급속한 금리인상 등 예기치않은 일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공포가 확산할 수 있다”며 “조직화된 시스템도 공포 자체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교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교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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