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한 비상경제민생회의...민생에 약했다

윤대통령, 오후 2시부터 공개회의 부처장관들 협력하는 모습 보여줘 수출·산업활성화 강조...민생은 안보여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재 경제상황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인식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비상경제민생회의이지만, 민생은 별 얘기가 없었고 경제인식은 그다지 비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쳐졌다.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과 각 부처가 관련산업을 지원해야하는 부서로 바뀌어야 한다는 발언은 대통령 주재 비생경제민생회의에서 민생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하게 했다.

27일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한 비상경제민생회의. 대통령과 관련부처 장관들의 토론이 이어졌으나, 비상경제 시국에 따라 회의를 하며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자 한 것인지, 이미 마련한 내년 예산안에 따른 부처들의 내년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회의였다는 평가다.

1시간 20분간 진행...화기애애한 분위기

회의는 윤 대통령의 개회발언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너무 긴장하지 말라. 국민께 진정성 있게, 솔직하게 하면 될 것 같다”며 “언론을 보니 제가 장관들 골탕 먹이려는 질문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여러분 얘기 잘 경청할테니 편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위기의 상황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증대로 연결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최근에는 제2 오일 붐으로 중동 국가들의 메가 프로젝트가 재개되고 있고,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흐름 속에 전 세계적으로 원전과 친환경에너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며 전 부처 차원에서의 수출 매진, 경제 활력 제고에 대한 노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각 부처가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 활성화 대책들을 국민께 소상히 보고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장관, 참모들과 함께 생중계 회의로 진행됐다. 엄중한 상황 인식의 공유보다는 자화자찬성 발언이 많았고, 농담과 웃음도 튀어나왔다. 대통령은 불호령 대신 격려와 당부가 주를 이뤘다.

회의는 ▲주력산업 수출전략 ▲해외건설 인프라 수주 확대 ▲중소·벤처기업 지원 ▲관광·콘텐츠산업 활성화 ▲디지털·헬스케어산업 발전 등 5개 주제를 놓고 주관 부처 장관이 먼저 발표하고, 유관 부처 장관들이 보충 발언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예를 들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와 2차전지를 중심으로 주력산업 수출 확대를 위해 투자에 힘쓰겠다고 발표하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보조를 맞췄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지 확보를 위해 필요시 정부가 나서서 국가산업단지 차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거들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나서는 식으로 진행됐다.

각 부처 장관들은 ‘곳간열쇠’를 쥔 추경호 부총리에게 예산 지원을 집중적으로 요청했다. 원희룡 장관이 “경제부총리가 해외건설 패키지 투자 지원에 관심을 가져주셔야 한다”고 말하자, 추 부총리는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테니, 적극적으로 많이 수주해오시라. 제발 경제 좀 살려주시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다른 부처 장관들의 계속되는 지원 요청에 “재정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곳간이 다 떨어지겠다.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추 부총리에게 세제 지원을 요청하는 이영 장관을 향해 “기재부에 강력하게 요청해서, 세제 지원 대폭 이끌어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국방부를 방위산업부로 바꾸자는 아이디어

회의마다 발언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은 이날 발언을 많이 하진 않았다. 이창양 장관의 발표 도중 사회를 맡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 발언을 권유하자 “좀 더 들어보겠다”며 사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공급망 안정화 대책, 방위 산업 지원 전략, 초·중학생 디지털 교육 등을 강조했다.

방위 산업과 관련해 추 부총리가 “조만간 국방부에서 국방산업부로 바꿔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발언하자 윤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보건부는 보건복지 관련 사회서비스부, 국방은 방위산업부, 국토교통부도 건설산업부·인프라건설산업부가 돼야 한다”고 발언을 받았다. 국방부가 방위산업부가 되어야 한다는 발언은 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의아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두차례 질문을 했다. 원희룡 장관을 향해 해외건설 수주액과 유가의 상관관계를 물었고, 디지털 교육과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디지털 교과서가 되면 학생들이 책가방을 안들고 다녀도 되느냐”고 물으며 “교육과정에서 획기적인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은 과하게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창양 장관은 “2차전지 산업의 업황이 아주 좋다”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우리 기업이 만드는 배터리를 받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방산 수출 실적을 알리며 “10만개 일자리 창출과 38조원 생산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류 콘텐츠 산업과 관련해 “K콘텐츠 수출이 가전제품과 디스플레이 수출을 추월했다”며 “전세계가 갈채를 보내는 K콘텐츠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용산 대통령실 2층 자유홀에서 열린 이날 회의를 마무리하며 윤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에게 “산업 증진과 수출 촉진을 위해 다같이 뛴다는 자세로 일해달라”고 당부하며 “시간이 짧아서 아쉬운데, 부족하면 비공개로 더 해도 된다”고 웃었다.

긴장감과 ‘민생의 어려움’은 논외사안?

이날 회의는 정부 각 부처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윤 대통령 지시로 전체공개가 결정됐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말했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한 타이밍에 적적한 공개였다는 평가와 함께 엄중한 상황인식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정도 내용은 통상 국무회의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 수준으로 디테일한 얘기가 부족했고, 그동안 10차례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이번 회의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민생 대책이 선제적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 인상도 남겼다.

반대로 각 부처의 경제활성화 방안을 토론하고, 윤 대통령 앞에서 지원과 공조를 확약받는 장면을 전 국민들에게 공개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국무위원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줘 경제정책의 논의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와 관심을 높였다는 것도 성과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김 수석은 “오늘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시도록 정부 각 부처가 힘을 보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우리 경제의 리스크 대응은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이뤄내고 있다”며 “민간이 위축되지 않고 기업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 비전을 있는 그대로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는 윤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 따라 그동안 진행해온 회의 방식 그대로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국민께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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