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부의 외교언어 능력, 교육이 필요하다
언어학자가 본 팔짱 사진 ‘논란’ 한국 대표하는 행동, 오해살 상황을 연출 비언어적 소통능력이 더 중요할 수도 외교언어 집중적으로 연마해야
김건희 여사, 바이든 팔짱낀 사진 ‘논란’
김건희 여사 팔짱 사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과 유명 논객들은 물론Facebook 등 SNS 상에서도 국민들이 활발히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 여사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 각자의 정치 성향이 깔린 자극적인 비판과 적극적인 변호가 맞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다.
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주관적 의견 표출이나 평가를 하기보다는 언어학자로서 이 논란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배경 지식을 소개하려 한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앞으로 더 나은 외교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는 남과 소통할 때 언어로 소통할 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손짓이나 자세 혹은 행동 등 다양한 비언어적 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에 의존한다. 우리가 화자로서 어떤 감정이나 의견을 표출할 때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말없이 표정이나 손짓 등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대학에 최종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한 친구에게 봄날의 햇빛보다 더 화창한 미소를 지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쳐들어 친구를 축하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정말) 축하해“라는 말보다 훨씬 기쁘게 할 수 있다. 부모님을 잃은 슬픔을 당한 친구에게 즉시 달려가서 문상 후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친구를 진하게 안고 위로하는 태도와 행동은 그 친구에게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동적인 위안을 줄 것이다.
비언어, 다른 나라는 다르게 알아듣는다
그만큼 비언어적 소통은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 혹은 감정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언어적 한계를 보충하는 것이 바로 비언어적 소통이다. 우리는 언어를 습득하는 것처럼 사회화 과정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비언어적 소통 방식을 익힌다. 희로애락의 감정에 충실한 얼굴 표정을 짓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드러낼 때 적절한 손짓과 행동을 하는 방법을 배운다.
흥미로운 것은 언어처럼 비언어적 소통 방식도 보편적인 것도 있고, 특이한 것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제2언어를 익힐 때 전형적으로 잘못 생각하는 오류중 대표적인 것이 소위 ‘순진한 어휘적 가설(naive lexical hypothesis)’이라는 것이다. 제2언어 학습자가 막연히 자기 모국어에 있는 표현이 제2언어에도 그대로 상응하는 표현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습자는 자기 언어에 존재하는 표현을 제2언어를 말 그대로 번역해서 쓰면 뜻이 잘 통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발화한 문장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부모상을 당한 영어 화자에게 한국언어문화권의 굳어진 언어 표현인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를 그대로 번역해서 “There is nothing to say”라고 하면 의도한 애도의 감정을 충실히 전달하기는커녕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은 비언어적 소통 방식에서도 이런 오류 믿음을 갖고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얼굴 표정과 손짓과 특정 행동이 개별 언어문화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막연히 같은 뜻으로 알아듣겠지 하고 생각하고 무의식적으로 쓰다가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예로 손가락으로 영어의 V자 사인(sign)을 하는 손의 바닥이 화자 자신 쪽으로 보이게 하면 의도한 것과 달리 모욕적인 욕으로 해석되는 문화권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팔짱을 끼는 김건희 여사 사진의 논란 배경에는 바로 이 언어문화 현상이 깔려 있다. 김 여사의 돌발 행동은 한국문화에서는 친근감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여자가 남자의 팔짱을 끼는 행동이 용인될 수 있지만, 같은 행동이 다른 문화권 상대방에게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고 무심코 생각한 오류에서 출발한 것이 문제다.
그녀의 돌발성 행동을 두고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서 비판 수위가 훨씬 높다. 어떻게 외교 무대에서 저렇게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냐고 상당한 수위로 비판을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김 여사의 행동을 동정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국 대통령에게 최대한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정작 당사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영미권 등 외국 언론의 반응은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사진에 비친 바이든의 어색한 파안대소는 김 여사의 돌출 행동을 한국문화 특유의 친근감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인 느낌이다. 만찬 직후 미국 언론 등에서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을 보면 한국식 영어영미문화를 제2언어로 습득하고 있는 김 여사의 미숙함을 동정하고 최대한 이해하는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부부, 외교의전과 언어 집중 연습해야
응용언어학자들은 문화간 소통(intercultural communication)이 이루어질 때 모국어가 아닌 제2언어를 구사하는 화자가, 즉 예를 들어 한국인이 영어로 영어권 사람과 의사소통할 때 발음이나 문법적 실수에 대해선 매우 관대하지만 화용적 실수(pragmatic error)에는 매우 민감하며, 심각한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화용적 능력(pragmatic competence)이란 상황과 맥락에 맞는 적절한 표현을 쓰는 능력으로서, 이 글에서 강조하고 있는 비언어적 소통 기제를 적절히 쓸 수 있는 능력도 포함한다.
이처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교류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세련된 비언어적 소통 방식을 익히고 실천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 의전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외교 무대에 설 때마다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글로벌 수준의 비언어적 소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김 여사도 본인은 좋은 뜻에서 한 손짓이나 자세와 행동이 의도와 달리 심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 결과는 두 사람 모두 이런 국제 외교 무대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교류한 경험이 거의 없었으므로 어떻게 보면 당연한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부족한 지식과 경험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학습과 노력밖에 없다. 대통령실에서 문화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초청하여 대통령 내외를 위해 글로벌 환경 속 외교 무대에서 필요한 언어문화 관련 교육과 훈련을 하도록 제안한다. 그리고 외교 전선에 나서기 전에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방문 국가의 언어문화적 특징을 숙지하고 만남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철저히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연습하고 자세와 매너 연습 등도 치밀하게 해야 한다. 세련된 외교 순간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내공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내외는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외교 무대에서 대통령 부부의 언행은 우리 한국의 국격을 드러낸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적극 노력해 주기를 촉구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