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시위’, ‘브릿지 맨’...중국 시위사태 확산

‘제로 코로나’ 정책 항의에서 반정부 조짐도

'코로나 제로' 정책에 항의하는 중국 시민들이 백지를 앞세우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제로' 정책에 항의하는 중국 시민들이 백지를 앞세우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지 시위와 ‘브릿지 맨’의 파워가 중국 지도부를 흔들 수 있을까.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서 시작된 주요 도시의 시위가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도 도심 곳곳에 공안을 배치하며 경계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 특이한 장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번 시위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본토 내 최소 15개 지역에서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흰 종이를 들고 나와 구호를 외치는 이른바 ‘백지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이들은 당국에 언론이 봉쇄된 것을 항의하는 흰색 종이를 내걸고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 “우리는 PCR검사가 필요 없다”, “식사가 필요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검열과 통제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아무런 구호를 적지 않은 종이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백지 시위는 지난 2020년 홍콩 내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등장했다. 상하이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AFP통신에 “종이에는 분명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지만, 우리는 백지 종이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의 시위는 3년 가까이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중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촉발됐다. 특히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는 소셜미디어(SNS) 내용이 퍼지면서 시위대를 격앙시켰다. 끝내 시위는 봉쇄 완화나 해제 요구를 넘어 “시진핑 퇴진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가 등장, 반정부 시위 조짐으로 비쳐지고 있다.

중국 공안은 주민들의 스마트폰에 트위터나 유튜브, 텔레그램 등 중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앱이 깔려 있는지까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28일 베이징에는 낯익은 외침이 울려퍼졌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앞두고 베이징 등장한 이른바 ‘브리지맨’의 구호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브리지맨이 유명 연구사이트인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에 올렸던 정부 정책 비판 성명이 다시 등장했다. 이 성명은 바로 삭제됐는데, 지난 주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선 이들이 브리지맨의 성명을 다시 게재한 것.

브릿맨은 성명에서 “중국은 모든 중국인의 중국이지, 시진핑의 중국이 아니며 독재자의 사유재산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한 남성이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쓰퉁차오(四通橋) 위에 등장, 붉은 페인트로 “핵산(PCR) 검사가 아닌 밥, 봉쇄 말고 자유, 영수(위대한 지도자) 말고 투표권, 노예가 아닌 시민”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거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는 또 “독재자이자 나라의 반역자인 시진핑은 물러나라”등을 써놓기도 했었다.

당시만 해도 메아리가 없을 것같았던 이 외침은 지난 주말 중국 주요 도시에서 다시 등장하면서 메아리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 공산당 당대회를 3일 앞둔 13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쓰퉁차오(四通橋) 위에 반정부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이 걸린 가운데 연기가 솟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당대회를 3일 앞둔 13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쓰퉁차오(四通橋) 위에 반정부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이 걸린 가운데 연기가 솟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공안 당국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과잉 대응 논란이 불거지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시민들이 이슈가 되는 정책이나 법, 명령에 대해 모여서 평화적으로 항의하는 권리는 허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평화로운 시위 권리를 지지하며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도 중국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내놨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상하이 시위를 취재하던 자국 BBC 기자가 현지 공안에 붙잡혀 구타당한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중국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BBC 기자를 폭행하는 등 강력 탄압하는 것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서방과의 교역을 통해 중국의 정치·사회 개혁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은 순진한 발상이었다. 영국과 중국의 황금시대는 끝났다”며 대중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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