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영국과 프랑스의 축구 이야기①

11일 새벽 4시에 벌어질 월드컵 대결 같은 민족으로 시작...백년전쟁후 ‘앙숙’ 포용의 프랑스, 고립의 영국...스포츠에서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해리 케인(왼쪽)과 프랑스 대표팀의 킬리안 음바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해리 케인(왼쪽)과 프랑스 대표팀의 킬리안 음바페.

‘영원한 앙숙’ 잉글랜드와 프랑스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승부 중 가장 큰 이벤트는 잉글랜드(영국)과 프랑스전이다.영국과 프랑스는 역사상 전통적 앙숙이다. 축구에서도 앙숙이다. 피파(FIFA) 랭킹도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4위와 5위로 양보할 줄 모른다.

두 나라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프랑스는 대륙에 위치한 반면 영국은 섬나라이다. 프랑스는 EU의 창립을 주도한 나라이면서 현재도 독일과 함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인 반면,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Brexit), 즉 EU를 탈퇴한 나라이다. 종교도 영국은 개신교(성공회)인 반면 프랑스는 카톨릭 국가이다.

민족적 구성에 있어서는 둘 다 본래 켈트(Celts)족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 영국은 나중에 앵글(Angles)족과 색슨(Saxons)족의 침략으로 앵글로-색슨화 되었고, 프랑스는 로마의 지배로 라틴화 되었다. 그러나 1066년의 노르만 정복(Norman Conquest) 이후 프랑스어를 쓰는 왕족들이 영국의 지배층을 형성하면서 프랑스어가 영어에 대거 유입되었다. 조셉 윌리엄즈(Joseph M. Williams)의 『영어의 기원』(Origins of the English Language)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쓰이는 영어 단어의 41%가 프랑스어에서 유입된 단어들이다. 반면에 고대 영어(Old English)로 불리는 앵글로-색슨어는 33%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영어이지만 영국인들은 독일어로 된 글보다 프랑스어로 된 글을 볼 때 이해되는 단어가 훨씬 더 많은 상태로 바뀌었다. 이는 영국인과 프랑스인을 문화적으로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백년전쟁(1337-1453)을 치르면서 영국인들에게 프랑스어가 이제는 적의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로 인해 프랑스어 사용을 중지하고, 영어를 잉글랜드의 유일한 언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 나라는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매듭짓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갈등이 발생하면 해결책도 못찾고 서로 미워하고 못 본 척하는 서먹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모범적인(?) 갈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라 하겠다.

축구는 잉글랜드가 앞서지 않을까

잉글랜드의 축구 경기장들은 매우 특징적이다. 관중들이 경기장 경계에 매우 가깝게 앉아서 바로 코앞에서 경기를 본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고 상호간의 작전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리, 심지어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까지 들을 수 있고, 땀 냄새까지 맡을 수 있어 훨씬 더 경기에 몰입하고 보다 더 흥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경기를 중계하는 화면도 매우 다양하고 박진감 넘치게 구성되고 편집되어 송출된다. 그리고 이것이 전 세계 텔레비전 시청자에게 판매된다. 우리나라에도 새벽에 잠을 설쳐가면서까지 EPL(English Premier League) 경기를 시청하는 매니아들이 많이 있다.

요컨대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EPL은 유럽의 다른 빅리그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또한 영어로 해설되어 접근성이 다른 나라의 리그에 비해 높아 유리하다는 덤까지 얻는다. 이론의 여지 없이, 전 세계에서 절대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리그이다. 그런데 왜 잉글랜드 팀은 세계 최고의 팀이 되지 못할까?

스타 플레이어들이 팀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는 분석 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항 중 하나는 팀 구성에 있어서의 폐쇄성이라 생각된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은 지금까지 대체로 앵글로색슨족에 국한한다는 암암리의 인종적 원칙이 있었다. 그리하여 실력이 있는 유색인종을 잘 등용하지 않는 측면이 강했다. 다만 최근에는 이것이 사라져서 현재는 흑인 선수들이 많이 포함되는데, 유로 2020의 잉글랜드 팀의 경우 26명의 라인업 중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이 11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

잉글랜드의 순혈주의는 선수뿐 아니라 감독 임명에도 적용되어, 자국인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으로 재임한 사람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재임한 스웨덴의 ‘스벤예란 에릭손’ 감독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재임한 이탈리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 정도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선수들을 실력이 아니라 피부색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폐쇄적 태도와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정책은 잉글랜드의 축구를 더 이상 성장시키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어 왔다.

반면에 프랑스의 국가대표 축구팀은 자국 국적의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일찌기 문호를 개방해 왔고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잉글랜드와 큰 대조를 이룬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프랑스팀의 선수들을 보고 아프리카 팀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프리카계 선수의 비율이 높다.

프랑스 축구국가대표팀의 스타플레이어 음바페.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잡지 레퀴프 표지모델로 나왔다.
프랑스 축구국가대표팀의 스타플레이어 음바페.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잡지 레퀴프 표지모델로 나왔다.

월드컵 우승 횟수를 살펴보면 프랑스가 2회 우승, 잉글랜드가 1회 우승을 한 바 있다. 월드컵 역대 순위를 승점 기준으로 본다면 월드컵을 5회나 우승한 브라질이 단연 1위이고 4회 우승국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2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뒤를 잇고 그 다음이 월드컵을 1회 우승한 잉글랜드가 뒤따른다. 이렇게 보면 역대 승점 순위에서도 프랑스가 조금 앞설 뿐 큰 차이가 없어 이 부문에서도 역시 라이벌이다.

이처럼 잉글랜드는 누가 뭐래도 축구 종주국인데도 지금까지 보여준 성적이 이에 걸맞지 않다. 커리어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상당한 홈 어드밴티지를 받아 서독을 연장전 끝에 4 대 2로 꺾고 처음으로 우승을 이루었을 뿐 의외로 축구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구가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국가 대표팀도 전통적으로는 매우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갖지 못했으나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유로 2000’에서 연이어 우승을 한 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등 최근에는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스포츠 비지니스’를 압도하는 프랑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여러 면에서 큰 대조를 보여주는 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차이는 지금까지 언급한 ‘스포츠’ 자체가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드러난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세계 무역에 있어서 비즈니스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들이다. 앵글로-색슨족의 영미권이 세계화를 주도하고 전 세계의 비즈니스계를 주도하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에 프랑스인들은 스스로를 예술과 창조와 같은 분야에 재능이 있는 ‘발명의 민족’이라고 일컬었던 반면에,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자본주의를 이끈 영국인들을 ‘비즈니스의 민족’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것이 축구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프랑스인들이 축구의 비즈니스를 항상 선도하였고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우선 프랑스는 1904년 세계축구연맹인 FIFA를 창설했다. 그리고 1954년 UEFA(유럽 축구 연맹, Union of European Football Associations)도 프랑스가 창립했다. UEFA의 리그인 챔피언스리그(Champions League)도 1955년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 잡지인 프랑스의 ‘레키프’ (L’Equipe)지의 주최로 시작한 것이다. 유러피언 네이션즈 컵(Euros; European Nations’ Cup, 1960년 창설)과 이어 유로파리그 (Europa League, 1971년 창설) 모두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다.

2005년 발롱도르 상을 수상한 '외계인' 호나우디유.
2005년 발롱도르 상을 수상한 ‘외계인’ 호나우디유.

또한 한해 동안 가장 훌륭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 (Ballond’or)도 프랑스어로서 영어로는 golden ball에 해당하는 뜻인데, 1956년 축구 전문 잡지 『프랑스 풋볼』(France Football)이 창설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 프랑스는 축구 비즈니스를 독점하게 된 것일까?

<2부 『월드컵 비즈니스의 진짜 승자는?』으로 계속>

글쓴이

박만규 아주대 교수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는 언어에 관한 다양한 주제, 특히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언어, 어원과 인간의 사유, 한국어와 영어/프랑스에 나타난 세계관의 차이, 현대 프랑스 문화의 기원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사전학회와 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프랑스정부 학술공로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설득언어’(베가북스)와 ‘빛나는 당신이 있다면 촛불을 켤 필요가 없다’(씨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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