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로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변동할까

[현동균의 알기 쉬운 경제] 금리차로 자본이 이동한다는 미신에 대해 헷징거래시 외환의 수요공급은 항상 일치 환율은 투기심리, 경상수지가 결정해 주류경제학의 시장만능론으론 설명 안돼

금융감독원 통계 자료. 환율과 금리는 월초와 다음달 초일의 값의 단순 평균. 환율은 실제 환율을 1000으로 나눈 값.
금융감독원 통계 자료. 환율과 금리는 월초와 다음달 초일의 값의 단순 평균. 환율은 실제 환율을 1000으로 나눈 값.

금리차와 관련한 우려

미국 달러화 고금리 정책으로 인하여 원화 금리 수준보다 높게 역전되자 경제학자들과 언론은 금리 차이로 인하여 자본이 유출되고 그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절하된다고 우려하면서 한국도 서둘러 금리인상을 할 것을 이구동성으로 촉구했다. 그리고 이러한 금리 인상 처방이 소위 ‘시장원리’에 충실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에서 이러한 우려를 확장 재생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분들은 소위 경제전문 유튜버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들이다.

반면 혹자들은 고금리 정책을 실시하면 높은 가계 부채율을 자랑하는 한국내 개인들의 금융 부담이 증가되어 개인파산이 속출할 수 있으며, 고금리로 인하여 투자의욕이 감소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논의들은 오류이거나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금리 차이와 자본 유출입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고, 환율과도 무관하다. 잘못된 경제이론이 만들어낸 ‘미신’에 불과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주류 경제학 개론에 나와있는 당연한 이야기를 필자가 미신이라고 이야기하는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은 당혹스럽게 느낄 수도 있고, 혹자는 필자를 무지한 사람으로 폄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고명하신 대학 교수들은 필자에게 공부가 부족하다고 점잖게 타이를 수도 있다.

자본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단 아래의 그래프를 보자. 미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한미간의 금리가 역전되었으며, 그 차이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자본이 오히려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비교적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실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은 수 십년 동안 거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위의 경제학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일본에서 자본이 모두 유출되어 남는 것이 없어야만 한다. 현실은 그들 경제학 이론과 너무도 현저한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론을 살리기 위해 현실을 죽이지 말자

사실 많은 경제현상들은 조금만 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다. 상식을 무시하고 자꾸만 이상한 궤변들을 도입하기에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필자가 누누이 지적하듯이 이론을 살리기 위하여 현실을 죽이는 결과가 종종 생기는데, 금리 차이와 자본이동, 그리고 환율변동에 관한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이다.

맹자에 나오는 ‘가기이방(可欺以方)’이라는 말이 있다. 주인이 선물 받은 잉어를 연못에서 잘 기르라고 하인에게 맡기자, 하인은 잉어를 잡아먹고도 주인에게는 연못 저편에서 잘 놀고 있다고 거짓으로 고한다. 물론 맹자의 맥락에서는 주인이 거짓말을 알고도 속아주는 형국이기는 하다. 어찌되었건 그럴 듯한 말로 남을 속이는 경우에 사용되기도 하는 고사성어다. 흔히들 말하는 금리차이, 자본이동 그리고 환율변동으로 이어지는 설명이 이에 해당된다. 그들이 말하는 어려운 경제이론을 일단 차지하고 상식으로 돌아가 판단해보자.

현물외환시장과 선물외환시장, 자본이동 그리고 환율결정

당신이 현재 10억원을 “안전자산”에 투자하려 하는데, 미국 국채 1년 만기 금리가 5.5%이고 한국의 1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5%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현재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라고 가정하자. 2% 금리차이는 연간 2천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당신은 당장 흥분하여 미국 채권에 투자하겠는가? 주류 경제학 교과서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과연 “신중한” 당신은 어떻게 결정할까.

현재 환율에서 100만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매입한다고 하자. 만일 1년 후 만기에 환율이 900으로 변한다면, 1년 뒤에 실제로 받는 원리금은 원화로 환산하면 9억4950만원이다. 2% 금리 차이를 노리고 투자하였다가 오히려 낭패를 본다. 만일 당신이 “투기꾼”이 아니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절대로 이같은 무모한 도박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현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반대로 선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헷징을 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이때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본 이동이 생기면서 현물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사자”의 규모가 커지고 원화가 약세가 되며, 선물외환시장에서는 반대로 달러의 “팔자”가 커지면서 원화가 강세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아주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러한 주장의 오류는 경제 행위를 그 연관된 전체로 보지 않고 부분만을 거두절미해 관찰함으로써 발생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외환을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선물외환시장에서 헷징을 위해 달러를 파는 주문을 은행에 내면, 은행 전체로 볼 때는 미래에 달러가 증가하고 원화가 줄어든다. 즉, 은행의 달러 포지션은 ‘플러스’가 되고, 은행은 환위험에 즉시 노출이 된다. 은행의 포지션 관리부에서는 이러한 환위험을 없애기 위하여 즉시 반대 거래를 해야만 한다.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즉, 선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야만 하므로, 반대로 현물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팔고” 원화 포지션을 늘려야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같은 은행의 거래를 종합하여 보자면, 은행은 현물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마이너스 포지션이 되게 함으로써 현물외환시장과 선물외환시장을 통합하여 볼 때 달러 포지션은 0이 되도록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은행의 입장에서는 환위험이 없어진다.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아래 그림을 보자.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선물외환시장에서 헷징을 위해 투자자가 달러를 팔자마자 은행은 즉시 현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현물외환시장에서 투자자가 원화를 던지고 달러를 사면, 은행은 그 원화를 받고 달러를 투자자에게 던진다. 투자자가 던진 매물을 은행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위 그림에서 보듯이 수요와 공급은 항상 일치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항등식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고,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환율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환율의 조정과는 무관하게 그냥 수요와 공급이 항상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류 경제이론은 현물외환시장에서 투자자가 자본을 미국으로 이동시키려고 달러를 사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투자자가 외환거래를 할 때 상대방인 은행을 그림에서 완전히 제외시킴에서 비롯된 오류이다.

투자자가 현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선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거래를 하자마자 거의 0.1초안에 은행은 반대로 현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선물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산다.

그렇다면 선물환율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은행은 현재 달러를 팔고 원화를 가지게 되었으니, 금리 손실이 2% 발생한다. 그러면 은행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서” 미래 선물 환율을 981원으로 결정한다.*1 즉, “계산기”가 선물환율을 결정하는 것이지 선물외환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선물환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경우, 은행은 자신이 계속 1백만 달러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애당초 받을 수 있었던 총 105만5000달러를 고객인 투자자로부터 미래에 지급받고, 대신 현물외환시장에서 투자자로부터 매입한 10억원 원화와 1년이자 포함 총 10억 3500만원을 미래에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1.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재 환율인 1000 x (1+3.5%)/(1+5.5%)이다.

그런데 이렇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원화 국고채와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차이가 없어져 버리고 굳이 미국 국채에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금리차이로 인하여 자본이동은 생기지 않는다. 적어도 투자자가 안전 투자를 선호하여 헷징을 하는 투자자이고, 환율에 투기하는 투전판의 ‘투기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굳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라도 현물 환율은 불변이고, 선물 환율은 은행의 포지션 관리부에서 그냥 전자계산기를 두드려서 고시하는 가격에 불과하다.*2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금리 차이로 인해 투자자금이 국가 간에 이동하지 않으며, 현물외환시장, 선물외환시장에서의 환율은 금리 차이를 노리는 투자 자금의 유출입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러한 세간의 이야기는 주류 경제학에서 현실을 도외시하고 만들어낸, 경제 현상의 모든 것이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어야만 한다고 믿는 시장만능론의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같은 필자의 주장은 필자의 독창적인 이론이 절대로 아니다. 이 이야기는 소위 “외환딜러의 견해”(Cambist View)로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매일 매일 외환거래를 하는 실무자들의 견해를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 이론이다. 주류경제학적 견해에 세뇌된 대학 교수들이 상상하는 이론적 허구와는 다르다.

*2. 조금 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자면, 이와 같이 은행을 통한 헷징을 함에 근거하여 미래 선물환율은 금리차이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주장을 “무위험 금리평형설” (Covered Interest Rate Parity; CIP)라고 부른다. 이는 항상 거의 정확히 성립한다. 반면, 그러한 헷징이 없이 단순히 미래의 환율 예상을 근거로 투기자본이 움직여서 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이 금리차이를 반영하여 결정된다는 주장을 “유위험 금리평형설” (Uncovered Interest Parity; UIP)라고 부르는데, 이 후자의 주장은 1년 뒤에 나타날 현물환율이 현재 보여지는 선물환율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경제 주체가 신적인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다는 극도로 비상식적인 상상에 근거한다. 이 “유위험 금리평형설”은 경험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는 소설이다 자세한 내용은 Lavoie (2022: 520-526)를 참고할 것.

환율의 결정과 자본 이동

환율이 변하는 것은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이동과는 상관없는 그 “이외’의 요소에 의한다. 즉, 환율이 변화되는 이유는 실물경제(경상수지 등)와 투기자본의 유출입, 그리고 그에 부화뇌동하는 인간 군상들의 심리에 근거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투기자본의 영향이 크다.

이는 케인즈가 일찍이 주식시장의 가격 형성을 ‘미인 선발대회’에 비유하여 설명한 바와 동일하다. 주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낄 것으로 생각할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외환시장에서도 어떤 통화의 근본적 내재가치, 금리차이 등에 따라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이 가지는 환율에 대한 기대를 내가 지금 추측하고 그에 의하여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투기자본이 현재 시장에서 다른 참여자들이 달러당 원화가 현재 1200원에서 1300원으로 달러 강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투기자본은 다른 참여자들보다 앞서서 원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입할 것이다. 뉴스에서 어떤 유명한 경제 평론가가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으로 인하여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고 이야기하거나, 혹은 ‘한국의 저금리로 자본이 유출된다고 떠든다’면, 민간에서는 그 경제평론가의 말을 믿고 무조건 달러를 매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환율 전망이 그릇된 이론에 근거하여 예상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믿기 시작한다면 실제로 그 예상 환율은 실현되는 셈이다. 이에 이데올로기가 가진 무서운 권력을 실감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은 금리 차이에 의한 자본의 이동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심리에 의존한다. 특히 외환 투기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환율은 “경제주체들이 불완전하게 자신들의 행동을 고려하는 그러한 시장에서 설정되어지는 것이다.”(Harvey 2012, pp. 186, 188).

특히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경제학자들, 언론, 유튜버들의 역할이 크다. 금리 차이로 인하여 자본이 유출되고 달러가 강세가 될 것이라고 그들이 떠들면, 그러한 그들의 권위를 믿고 민간들이 달러 사재기를 시작하고 이에 투기자본들도 가세한다. 이데올로기가 실제로 실현이 되는 셈이고, 우리말에 “입살이 보살”이라는 말을 그 경제학자들이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참고자료:

Harvey, J.T. (2012), “Exchange rates”, in J.E. King (ed.), The Elgar Companion to Post Keynesian Economics, second ed, Edward Elgar, pp. 185‒9.

Lavoie, Marc (2022), Post-Keynesian Economics New Foundations, 2nd ed., Edward Elgar.

글쓴이

현동균 경제분야 독립연구자

현동균은 금융인 및 경제학, 경제 사회학, 사회학 분야의 독립 연구자다. 과거 30년간 씨티그룹, ABN AMRO, VTB등의 대형 투자은행의 홍콩 및 싱가폴 아시아 지역 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인프라, 에너지, 자원, 중공업 산업분야에 있어서 사업 금융 자문, 직접 투자 및 자본시장 금융 조달 업무에 종사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및 케임브리지대학의 메그나드 데사이 경 및 제프리 하코트 교수 문하에서 정치경제학 및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을 수학하였고, 포스트 케인지언 및 제도학파의 시각에서 투자이론, 화폐이론 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해외 유수 경제학저널에 발표했다. 한글 역서로는 《케인스 경제학을 찾아서》(마크 헤이스 저, 2021),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에의 초대》(존 킹 저, 2022), ⟪권력의 법칙⟫(프리드리히 폰 비저 저, 2023)가 있으며, Bernhard Laum의 고전 Heiliges Geld를 영문으로 번역 및 해설하여 ⟪Sacred Money⟫(2023)를 출판. 최근 투자와 금융불안정성에 관한 논문인 ‘A financial frontier model with bankers' susceptibility under uncertainty’ (Metroeconomica, Wiley: Feb. 2023)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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