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경제학’ 싫다면 ‘빵집경제학’은 어때?

‘호텔경제학’에서 폄하된 ‘돈의 원리’ 빵집의 수요와 고용 창출 생각해보자 케인즈의 ‘유효수요 원리’에 부합한 주장 돈의 무한동력, 경제에 ‘군중심리 현상’ 수요와 고용 창출하며, 경제에 ‘낙관’ 띄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 칼럼을 대화형으로 들어보세요

‘돈은 무한동력이 아니라고?

최근 소위 “호텔경제학”에 대한 일각의 비난이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돈이 돌면 경제가 흥한다”라는 논리의 화두를 일단 호텔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는데, “돈은 무한동력이냐?”고 조롱하면서 반대 측에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호텔경제학”이다.

그런데 경제학 이론도 나름 깊이 공부하고, 해외의 대형 투자은행에서 대규모 실물 투자 및 자문 활동을 30년도 넘게 자문하여 온 본인의 눈에는 이 후보의 발언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논란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는지 아리송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래, 바보야, 돈은 무한동력이다”.

그리고 호텔에서 화두를 시작하는 것이 싫거나 혹은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돈의 흐름에 있어서 중간에 위치한 빵집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를 “빵집경제학”이라고 부르자.

그림=YTN 홈페이지 캡쳐
그림=YTN 홈페이지 캡쳐

돈은 ‘돈다’라는 우리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듯이 ‘돌아야 하는 것’이며, 돈은 마치 ‘혈류’와 같다는 것이 바로 돈이 가진 속성 중 핵심이다. 금속화폐가 주를 이루던 시대에 귀금속의 부족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기에 태고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위대한 경제학자들은 돈을 혈류로 비유했다.

그 혈류가 미치는 곳에서는 싹이 트기 시작하고 열매를 맺게 된다. 그러면서 돈은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옳겨가는 과정에서 소멸하지 않으며, 단지 누군가가 모아서 숨기려고 할 뿐이다. 그렇기에 실제로 무한 동력이며, 누구인가 그 돈을 숨기려 할 때 그 동력은 쓰이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 같은 단순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보다 깊숙이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위하여 최대한 단순화시켜 보겠다.

빵집경제학에서 일어나는 ‘돈의 순환’ 효과

어떤 동네에는 기업이라고는 오로지 ‘빵집’ 하나만 있고, 그곳에서는 식빵만 생산한다고 하자. 그리고 그 빵의 재료는 (성경에서 나오는) ‘만나’인데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하고, 오로지 노동력만을 이용하여 빵을 만든다고 하자. 빵집 주인은 식빵을 월 100개 파는 경우 종업원 5명, 200개 팔면 8명 등, 각 예상 판매량에 대응하여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한 적정 종업원 수를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정상, 그 동네에는 빵집 손님은 오로지 그 빵집의 종업원뿐이라고 하자(주인의 소비는 판매량에는 계산되지 않기에 없다고 하자). 이럴 때 그 빵집의 매출은 빵집에서 얼마나 인원을 고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종업원 5명을 고용하기 위하여서는 100개의 빵을 팔아야 하는데, 만일 종업원들의 월급으로는 빵을 80개만 구입할 수 있다면 빵집 주인은 생산을 줄이고, 따라서 종업원을 줄여야 한다.

만일 종업원들이 월급으로 사 먹으려는 빵이 150개라면, 당연히 빵집 주인은 종업원을 더 고용해서 생산을 늘려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적정 수준에서 고용, 빵의 생산, 그리고 빵의 판매는 균형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예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바는, 빵의 공급과 빵의 수요는 사실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위의 예를 확장해서, 이제는 동사무소의 직원도 있고 빵을 굽는 오븐의 생산업자도 있다고 하자. 만일 동사무소 직원도 빵을 사 먹으면, 빵집 주인은 고용을 늘릴 것이다. 빵이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빵집 주인이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그는 벌어들이는 이윤을 재투자하여 오븐을 추가로 구입할 것이며, 오븐 생산업자도 고용을 늘릴 것이고, 그렇게 늘어난 고용은 다시 빵을 구매하려 할 것이다.

만일 관광객이 그 동네에 놀러 와서 빵을 구입한다면 빵 주인은 더 신이 날 것이다. 그리고 누구인가가 빵집 종업원에게 돈을 꾸어주거나 혹은 상속하는 경우, 빵집 종업원은 평소와는 달리 빵을 마음껏 먹을 수도 있고, 혹은 케이크를 먹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빵집 주인은 또 고용을 늘리고, 그렇게 늘어난 고용은 다시 빵의 수요를 늘리고, 그렇게 되면 고용도 또 늘고, 어느 순간에는 오븐도 또 추가로 구입하려 할 것이다. 단순히 빵집과 종업원만이 있던 최초의 가정에 비해 이제 경제의 모습은 아주 다양한 색채를 띄게 된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존 메이너드 케인즈.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의 ‘유효수요 원리’

필자는 이 이야기가 일반 상식에 비추어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혹자는, 특히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의 경제이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은 이렇듯 단순한 이야기로 어떻게 경제를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비칠 수도 있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가 바로 20세기 최고의 천재 중 한 사람이고, 철학자이며, 금세기 확률철학이론의 양대 거두 중의 한 사람이자 후에 경제학자로 변신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말한 소위 ‘유효수요 원리’의 핵심이다.

케인즈는 절대 바보가 아니다. 이 원리는 기존에 존재하던 경제학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천재가 각고의 사색 끝에 탄생시킨 것인데, 물론 그 세부적 사항에 들어가면 여러 복잡성을 보인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우리가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에서 배운 것처럼 수요와 공급이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고용은 빵의 수요를 창출하고, 빵의 판매는 고용을 촉진한다. 두번째, 돈은 돌고 돌면서 빵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돈이 돌고 돌면서 빵의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돈이 돌면 고용도 늘고, 늘어난 고용은 다시 수요를 만들며, 그리하여 생산이 늘면서 다시 고용이 느는 경제의 선순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리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빵집 주인이 미래에 대하여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설비투자를 늘리게 되며, 이를 통해 오븐 생산 공장도 고용을 늘리게 되고 동시에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이제 종업원들도 마음껏 빵을 사 먹으면서 경제 전체가 낙관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점이다. 경제는 거대한 “군중 심리적 현상”이다. 돈은 그러한 심리를 자극한다.

돈의 창조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위의 이야기에서 일종의 “보너스”로 얻을 수 있는 통찰이 있다. 만일 빵집 주인이 전체 매출에서 자신의 “이윤율”을 줄이고, 종업원들에 더 많은 비율을 임금으로 지불하면, 그 돈은 소비를 통해 다시 빵집 주인의 주머니로 돌아오며, 결국 빵집 주인이 벌어들이는 이윤의 “절대액”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통찰이란, 흔히들 이야기하는 성장과 분배 간의 갈등이란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성장과 분배는 사이좋게 항상 동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혹자는 어김없이 경제학 개론에서 배운 지식을 떠올리면서 즉각 “돈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른다”라고 반발하기 시작할 듯하다. 물론, 빵집의 예에서 만일 재료가 한정되어 있어서 생산할 수 있는 빵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거나, 노동가능한 인구가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지만, 경기침체 시에는 그러한 제약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은 무한동력”으로서 사용 후에 자신을 태워버림이 없이 다시 경제의 흐름에 투입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돈이라는 용어를 쉽게 사용하지만, 아주 어려운 개념으로서 한국의 경우 소위 본원통화는 광의의 통화(소위 M2)에 비하여 고작 6%에 불과하고, 광의의 유동성 대비 4%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 그 비율이 훨씬 작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정부에서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크나큰 잘못이다. “돈이 돈다”는 표현은 사실 나머지 거의 95%에 해당하는 “돈”이 어떻게 창출되고, 어떻게 유통되는가를 포괄하는 표현인데, 이때 은행에 의하여 돈이 창출되는 과정 또한 거대한 집단 심리적 현상이다. 이 글의 목적상,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겠다.

어려운 것은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호텔경제학”이란 말이 경제 원리에 무지한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돼 오로지 주창한 사람을 비방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그 용어를 폐기하고, 이제는 “빵집경제학”으로 개명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돈이 돈다는 원리를 설명하도록 하자.

그런데 정작 어려운 것은 필자가 말한 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각자가 지닌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이다. 케인즈는 그의 위대한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의 서론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본서에 공들여 정리된 생각들은 사실 지극히 단순하고도 자명한 것들이다. [진정한]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 자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 그 어려움이란 오히려 우리 마음 구석구석까지 가지를 치고 있는 오래된 생각들로부터 탈출하는 바에 있다”. (필자 번역, 2025년 가을 출판 예정)

글쓴이

현동균 경제분야 독립연구자

현동균은 금융인 및 경제학, 경제 사회학, 사회학 분야의 독립 연구자다. 과거 30년간 씨티그룹, ABN AMRO, VTB등의 대형 투자은행의 홍콩 및 싱가폴 아시아 지역 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인프라, 에너지, 자원, 중공업 산업분야에 있어서 사업 금융 자문, 직접 투자 및 자본시장 금융 조달 업무에 종사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및 케임브리지대학의 메그나드 데사이 경 및 제프리 하코트 교수 문하에서 정치경제학 및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을 수학하였고, 포스트 케인지언 및 제도학파의 시각에서 투자이론, 화폐이론 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해외 유수 경제학저널에 발표했다. 한글 역서로는 《케인스 경제학을 찾아서》(마크 헤이스 저, 2021),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에의 초대》(존 킹 저, 2022), ⟪권력의 법칙⟫(프리드리히 폰 비저 저, 2023)가 있으며, Bernhard Laum의 고전 Heiliges Geld를 영문으로 번역 및 해설하여 ⟪Sacred Money⟫(2023)를 출판. 최근 투자와 금융불안정성에 관한 논문인 ‘A financial frontier model with bankers' susceptibility under uncertainty’ (Metroeconomica, Wiley: Feb. 2023)를 발표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