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과학’인가 ‘괴담’인가?
‘자신만의 과학’만 과학이라 할 수 있나 의심하는 태도를 ‘괴담’이라 우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비과학적이다
‘과학’을 ‘괴담’이라 부르는 시대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찬반 양론이 사회 각계 각층에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 논쟁의 중심에 ‘과학’과 ‘괴담’이라는 용어의 대립이 있다. 그런데 이 용어의 사용방식은 역설적으로 이 용어의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에 대한 몰이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에 일본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를 위해 도시바가 개발한 ‘다핵종제거설비’를 도입했다. 이는 영어로는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즉 ‘고급 액체 처리 시스템’이라는 겸손한 이름이지만 어쩌면 약어 ALPS(알프스)의 발음이 ‘청정한 공기의 알프스산맥’을 연상시키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의 효용성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알프스는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었음에도 수소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는 제거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동해안에 빗물로 1년에 내리는 양 정도 수준이라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다핵종제거설비로 거른 물이 기준치보다 높으면 다시 집어넣어서 여러 번 필터를 거치므로 안전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산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밥상에 도착할 때는 우리가 평상시에 노출되어 있는 수준의 방사능으로 낮아지므로 인체에 실질적 해악이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섭취한 후 유전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방사선 장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과학’에 대한 왜곡된 시선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적 실험의 결과라고 일컬어지는 자료들도 딱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오염물질이 걸러지는 비율이 몇 %에서 몇 % 사이로 표시되고, 성분의 검출도 항상 어떤 성분이 얼마나 어디에서 검출되느냐로 복합적으로 기록되며, 태평양을 돌다가 우리나라 해역에 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몇 개월에서부터 몇 년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분명한 하나의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없다. 또 측정치의 수용에 있어서도 그것이 기준치 내에 들어오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고, 수치가 측정 시마다 편차를 보인다면 어느 정도의 측정값을 오차 범위 내의 것으로 볼 것인가 즉 어디까지는 맞는 거고 어디부터는 안 맞는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때 신뢰할 수 있는 오차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누가 정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그리고 관측 결과가 주어졌다고 이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유일한 판단 기준과 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다. 관측 결과는 다양한 해석의 대상이 되어 여러 이론을 낳기도 한다. 이때 어떤 이론이 타당한 것인지 판단하려면 어떤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결국 수치적 다양성은 과학적 실재론이 상정하는, 연구자의 해석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객관성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과학 이론의 객관성에 있어서 실재론(realism)의 관점보다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관점이 과학철학계의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 즉 과학자들이 관측 자료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이에 대해 내린 해석들이 이론 체계 내에서 논리적 정합성을 갖고 이것이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합리적으로 수용될 때 객관성을 부여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객관성이란 대다수의 과학자들에 의해 상호주관적인 검증을 거쳐 수용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과학에서 있어서의 엄격한 객관주의는 실체에 관한 존재론적인 믿음이 아니라 방법론상의, 절차상의 원칙이라 하겠다.
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혼란
또 한 가지 우리가 과학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는 ‘과학’과 ‘과학자’의 혼동이다. 과학적 현상은 분명한데 이 마저 과학자들 사이에 이견을 드러낸다. 예컨대 여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포드 커비 컬리지의 명예교수가 ALPS로 처리된 오염수를 마셔도 되며, 저선량 방사능은 안전하고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삼중수소는 무해하고 몸 안에 축적되지 않아 먹이사슬을 통한 영향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이것이 몸안의 세포와 DNA에 접촉해서 손상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과학연구’와 ‘과학지식’을 혼동한다. 과학철학자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만들어가는 ‘연구’ 활동에서 객관성이 확보되는 방식과 이미 관련 논쟁이 종료되어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모두 합의하고 교과서에까지 실린 과학 ‘지식’이 학문 후속세대에게 교육되는 과정에서 객관성이 발현되는 방식의 차이를 사람들이 흔히 간과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다른 과학자의 주장을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그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오류도 수정하고 더 나은 과학지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상욱 교수는 이러한 과학논쟁이 과학의 객관성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의 객관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말한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과학지식들은 수많은 실험적 증거와 이론적 분석에 의해 입증되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다양한 예측 모형은 아직 논쟁 중인 것으로 확립된 것이 아니라, 과학적 ‘객관성’을 구성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과학연구를 과학지식으로 확정하는 것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고, 나아가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과학연구를 심지어 ‘괴담’으로 폄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알 수 없다면 안전하다 말할 수도 없다”
연구가 아직 부족하여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을 때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1년에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성 핵종이 미국 식품 공급에 안전하지 않은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섭취하도록 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왜일까?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유죄가 증명되지 않는 한 무죄로 간주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서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억울함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관련하여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있어서는 아직 과학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해서 확실하지 않을 때는 반대로 안전하지 않다고 추정하며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방류된 오염수가 수산물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 이르렀을 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불신을 버리지 않고 경계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을 비과학적인 것, 혹은 심지어 ‘괴담’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여 비난하는 것을 옳지 않다.
지금처럼 과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진행되고 진실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일 때, 여러 나라 국민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국민 여론을 물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일본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IAEA와 미국 정부의 입장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국가들이 반대하고 나선 모양새이다.

신뢰를 잃은 일본 도쿄전력
우선 일본 내에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으며 이외에도 북한, 대만, 중국, 러시아, 필리핀 정부를 포함한 일본의 이웃 국가들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여론이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히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 사람들은 결국 행위 주체의 신뢰를 보기 때문이다. 요컨대 어떤 사람의 말을 믿을지 말지를 결정할 때 우리는 말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그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2015년 히로세 나오미 도쿄전력 CEO는 후쿠시마 어업 협동조합에 도쿄전력이 어업 업계와 협의하기 전에는 방류하지 않겠다고 서면으로 약속했으나 이번 방류 결정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아 협동조합은 정부의 결정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외에도 알프스에 관해서도 거짓말을 해 왔음이 밝혀졌는데, 예컨대 2019년에 와서야 ALPS를 통과한 물에서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과 스트론튬, 요오드 129 등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음을 인정했고, 2020년 8월에 이르러서야 탄소-14도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2021년에는 ALPS의 필터 25개 중 24개가 손상된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향후 관리 능력에 대해 회의를 품게 했고, 보다 근본적으로 과학저널 ‘사이언스’지 Dennis Normile의 기사는ALPS 장비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로부터 ALPS의 오염수 분석을 위해 채취한 표본 자체가 너무 작아서 결과를 신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에 입각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과학에 대해 똑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학은 우리와 별개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우리가 형성해 가는 것이고, 과학자들 사이에 합리적인 합의를 통해 확립되는 것이다. 과학연구와 과학지식을 혼동해서는 안 되고 과학과 과학자를 혼동해서도 안 되며, 불명확한 상태에서 가지는 의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다.
그러므로 자기의 과학만 ‘과학’이라 하고, 의심하는 입장을 ‘괴담’이라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태도야말로 가장 비과학적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그것은 한 번 잃으면 되찾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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