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동산 PF사태...근본해법은 임대주택정책
PF근본 문제는 투기와 토지 공개념 부재 ‘주거 걱정 없는 삶’ 보장하는 환경 만들어야 올바른 임대주택 정책으로 PF문제 해소를 관계자 모두 사심 버리고, 유연하게 생각해야
전세계에 유래 없는 토종 금융기법인 ‘부동산 PF’
한참 전의 일이다. 필자가 1990년대 중반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에서 재직할 때, ’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프로젝트 금융을 성사시켰다’는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모 대형 증권사에서 그 회사 프로젝트 금융 (PF)팀과 임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금융에 대한 강의를 했다. 확률적으로 계량화 될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해서는 소위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Monte Carlo Simulation)’을 통한 모델링 기법을 시현했더니 모두들 신기하게 느꼈다.
그런데 그러한 확률적으로 계량화될 수 있는 “위험”(risk)요소에 비해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 등 계량화되기 불가능한 “불확실성”(uncertainty)이 사업의 성과에 미치는 훨씬 중대한 요소이니 절대로 간과하지 말 것, 그리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프로젝트 금융”(project finance)이라는 개념은 사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통제”해 “가장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법이고,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의 “프로젝트를 위한 금융”은 절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요는 한국의 증권회사들에서 말하는 “프로젝트 금융”과 필자가 이야기하는 세계 다른 곳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프로젝트 금융”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전자가 “도박”이라면, 후자는 “위험을 최소화하여 투자하는 기법”이다. 애석하게도 그 대형 증권 회사 프로젝트 금융팀의 직원과 임원 중 어느 누구도 “원래”의 프로젝트 금융에 대하여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지금도 그러한 무지는 변하지 않았을 듯하다.
금융기관의 ‘단기적 사고’가 문제
그런데 모두들 시큰둥했다. 그 이유는 필자가 이야기하는 바를 따른다면 그 부서를 없애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한국 증권사의 PF팀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그에 자금 지원을 하면 당장 그 투자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장부상에 기장하고, 그에 따라 그 팀의 보너스가 결정되며, 회사의 수익으로 반영된다. 만일 미래에 그 사업의 분양에 차질이 생기고 따라서 사업이 실패로 입증될 수 있게 되는 위험은 당장 가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절대로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다.
그래서 필자가 강조한 ‘위험 관리’라는 차원에서 사업을 선정하는 순간 사실 그들이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은 극도로 협소해지고 그들의 먹거리는 사라져 버린다. 그 회사 경영진들도 사실 필자가 강조한 위험관리에는 무감각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주식 중개 내지 투자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고, 그들에게는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었다. 이렇듯 단기 실적 추구에 집착하는 금융회사들이 가세하여 “한국형 PF”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가 없는 기형적인 한국형 토종 금융기법이 탄생하게 됐다.
부동산 PF 위기의 거듭되는 재발
그리하여 한국의 부동산 PF의 위기는 한 두 번이 아니고 몇 년 주기로 거듭 되풀이됨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똑같은 상황이 재발됐다. 부동산 PF잔액은 2023년 3월 현재 무려 131조원이라는 기하학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연체율은 급상승 중이다.
문제는 단지 사람들의 기억이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기적 실적에 집착하는 금융사들의 태도와 위험관리에 대한 소홀, 그리고 금융 당국의 근본적 대책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자세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서는 모든 처방도 무용하다.
금감원이 최근 ‘구조조정’, 그리고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도대체 금융감독원이 이야기하는 ‘근본적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급하게 해결하는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재발을 방지하는 근본 대책을 의미하는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단순히 현재 급한 불을 우선 끄고 보자는 조치에 불과한 미봉책으로 여겨지고, 현재의 화재를 진화하더라도 분명 2~3년뒤에는 같은 사태가 재발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행여 문제가 극한 상황까지 도달하는 순간 건설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공적자금의 지원이 불가피하게 될 수 있고, 그렇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의 몫인데, 그러한 부담이 1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재발한다는 바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고 단지 강력한 부동산 PF 규제책을 도입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부동산 개발사업에 금융을 제공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반면 그 수많은 각 개발 사업에 잠재하는 위험 요소에 대해 규제 당국이 일일이 분석 평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건설을 위한 돈 줄이 막히고 따라서 주택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는 즉각적인 반발이 나올 것은 확실하다.
문제의 본질은 ‘불로소득의 원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필자의 소견으로는 결국 주택을 삶의 거처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위한 투자 자산으로 간주함에 있지 않을까 한다. 부동산 개발업자나 증권회사 등은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 그 시점은 대체로 부동산 경기의 상승 시점과 맞물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시점에서는 불로 투자수익을 노리는 개인들이 주택 청약을 하고, 그를 위한 은행대출도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증권회사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소위 PF 금융을 제공한다. 그렇듯 모두가 낙관적 심리 하에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순간,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일반 무주택자들의 위기감이 고양되며, 그리하여 서로간의 “상승 작용”을 통해 부동산 버블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 전망이 꺾이는 어느 순간, 개인들은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청약을 철회하며, 그로 인하여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증권사들의 PF금융이 부실화된다. 이 주기가 결국 계속 반복되는 셈인데, 이는 경제학자 하이만 민스키(Hyman Minsky)가 이야기한 경기 변동 주기와 구조적으로 아주 흡사하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유사성
이렇듯 모두가 주택을 삶을 위한 거주 공간이 아닌 투자자산으로 간주하고 모두가 불로소득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는 순간, 모두는 무리하더라도 서둘러 주택에 투자하려 하고, 공공택지의 분양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검은 유혹은 싹트기 마련이다.
이는 주식시장이 열기에 휩싸였을 때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의 판돈으로 증권사들로부터 소위 마진 금융을 제공받고 투기 광풍에 휩싸이다가, 어느 순간 시장이 역전되면 계좌는 깡통으로 전락하고 증권사들도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이 두가지 종류의 투기적 시장은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준다는 식의 통상적인 단순한 교과서적 사고로는 절대로 분석하기 힘들다.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고 그를 위한 금융 여력도 증가하며 따라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다.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신규공급이 증가하더라도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부동산의 매물이 현저하게 감소함으로 인해 전체적인 공급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사실 부동산의 가격은 “신규” 공급 물량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스톡”에 대한 매수 및 매매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하여서는 절대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데, 애석하게도 정책당국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전 경제에 적용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근본적인 처방은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중요하게 부각하고자 하는 점은 정부에 의한 임대주택 사업의 활성화다. 누구나 평생 걱정없이 주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투기적 수요의 열풍을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임대 주택 확장’을 위한 제안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모 정당에서 갑자기 필자에게 임대주택 개발을 위한 부동산 금융에 대해 문의를 한 바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업 및 금융 안을 면밀히 살펴 보았는데, 그 골자는 △누적되어 잠자고 있는 정부기금을 투입해 건설비의 일정 부분을 조달하고, △공공부지 중 일부를 민간업자들에게 “매각하여” 부족한 건설 금융을 보완하며, △완공 후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그 임대주택을 민간에게 미래의 시세대로 “매각”하여 정부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이었다. 요는 결국 정부 토지를 “매각”하여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각종 부동산 개발 의혹에서 보여지는 구조와 다를 바가 없는 그림이며, ‘토지 공개념’이라는 철학은 실종되어 있다. 그렇다면 일정 기간 후에는 그 때까지 살고 있던 임차 거주자들은 거리로 내 몰려야만 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정책은 단순한 미봉책이기에 문제의 근본 핵심인 투기적 수요를 줄이지는 못한다. 만기가 되면 거리로 내앉을 수 밖에 없는 세입자들은 어떤 수단을 강구하더라도 계속 부동산을 취득할 기회를 엿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정한 부동산 정책 방안은 누구라도 일생 동안 주거 걱정이 없이 살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안에 대한 전면적 개혁을 건의했다. 골자는, 공공부지를 민간에게 불하하거나 미래에 민간에게 주택을 매각하지 말고, ‘토지 공개념’의 철학에 입각하여 정부가 영원히 소유권을 가지고 있을 것, △정부 기금은 주택건설에 직접 투자하지 말고, 공유지의 인프라 개발에 사용하여 누구나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 △그리고 주택 건설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금융은 “진정한” 프로젝트 금융기법을 이용하여 사업의 위험을 극소화시킨 후(그러한 금융기법은 존재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연기금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때 세입자가 지불할 월세를 물가 수준과 연동시키고(현재 70만원이 월세액이라면, 30년뒤의 월세액은 그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율을 감안하여 변동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을까), 동시에 연기금으로부터의 차입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도 모두 물가에 따라 연동시킨다면, 연기금의 가장 큰 고민 거리인 물가 상승의 위험에 대하여 보험을 제공하는 격이고, 따라서 그들로부터 더 낮은 수준의 명목금리로 차입이 가능하다(현재 그러한 물가연동채권 시장이 한국에 존재한다).
필자가 제시한 안에 따르면 낮은 금리로 인해 주택의 실질 잔존 기간 동안에 연기금으로부터의 차입에 대한 원리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는 구조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시뮬레이션을 하니 임차인의 “실질적”(미래의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월세 부담은 20평형 기준으로 월 60만-~70만원이 될 수 있었다. 이런 구조하에 임대주택 사업을 실행한다면, 주택의 실제 내용연수(혹은 수명)가 30년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그 30년 뒤에도 토지는 여전히 국가의 소유로 남아 있고, 또한 건설비용에 대한 차입은 이미 모두 상환되었기에 그 시점에서 같은 금융 구조로 재건축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기존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다른 곳에서 새로 건설된 임대 주택으로 이주하면 된다. 이는 누구나가 임대주택에서 평생 집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제약된 국가의 공공부지를 영원히 효율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종전처럼 공공토지를 분양받은 누구인가가 불로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근절할 수 있다.
필자는 이렇게 할 경우 주택에 대한 가수요가 현저히 감소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방안을 통한다면 국가의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기존의 적립된 기금들은 직접적으로 주택 건설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 건설되는 주거 단지의 인프라, 그리고 각종 교통 및 편의 시설 확충에 사용하여 임대주택은 빈민 지역이라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불식시킬 수도 있을 듯했다.
‘현실의 벽’을 극복할 필요
하지만, 정치적 결정은 필자의 이상적 생각과는 당연히 괴리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일단 모든 국민이 주택투기를 통하여 자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만 표심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사고 방식 자체가 문제였다. 또 기존의 “기형적인” 한국의 부동산 PF가 마치 표준적인 금융 방식인 것으로 착각하는 기존의 부동산 전문가들의 고정관념과 무지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결국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다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보급해, 임대주택 및 주거 환경의 질적 개선 등을 통해 모든 이가 최소한의 부담으로 평생 주택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하고, 희소한 토지 자원은 국가가 지속적으로 소유하여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 공개념’의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투기적 열기의 많은 부분이 줄어들 것이고, 주택 가격도 안정될 수 있으며, 거듭 재발되는 “한국형 부동산 PF”의 위기도 줄어들 수 있다.(단, 증권사의 수익과 담당 직원들의 보너스 삭감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필자의 바람이 현실화될 수 있기 위해서는 모두가 욕심을 버리고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우선은 정치인들의 대중영합주의적 자세, 건설사들과 금융사들의 단기적 욕심, 정부 관계 기관 등의 관행적 사고, 소위 부동산 금융 전문가들의 편협함과 아집, 이 모든 것들을 불식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듯 하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수적 효과는 건설사들에게는 황금알이라고 불리워지는 공공 부지 분양과 개발사업 대신에, 국가 소유의 임대주택 사업을 개시함으로써 지금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는 부동산 스캔들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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