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픈데, 축하는 해야겠다면?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부러움 느낄 만큼 잘 된 친구를 향해, 진심으로 축하하는 말을 전하려면... 4가지 노하우를 정리, 소개합니다

세 친구 부부의 허영과 은밀한 시기심, 부도덕함을 다른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세 친구 부부의 허영과 은밀한 시기심, 부도덕함을 다른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고향에서 만날 ‘배 아프게 하는 친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양대 명절인 설과 추석 중 굳이 더 중요시하는 명절을 얘기하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추석 쪽에 무게를 둘 것이다. 실제 통계적으로도 추석에 설보다 고속도로 통행량이 훨씬 많고 명절 선물 구입량도 추석이 우위라고 한다. 왜 사람들은 추석을 더 큰 명절로 생각하는 걸까? 정확한 이유를 짚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과거 농경 시대, 겨울을 나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설 보다는 추수 시즌인 추석이 상대적으로 풍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을까? 하여간 그런 환경적 이유가 지금까지 심리적인 요인으로 이어져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여간 ‘민족 최대의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최대 명절인 만큼 아무래도 많은 친지들이 모이게 되겠다. 이 때가 되면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 사람들이 있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노총각/처녀’, 근 이십 년간 사회 병리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취준생들’, 그리고 ‘며느리들’… 이 같은 반복적인 스트레스 외에 돌발적인 스트레스 요인도 있으니 사촌이 집을 사서 대박이 났다든가, 고향 친구가 승진해서 연봉이 올랐다든가 등등. 이런 상황이 오면 부럽고 배알이 꼴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축하는 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자!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프지만 축하 인사는 건네야 할 때…. 이게 오늘의 이야기 소재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오죽하면 지느니 죽겠다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세계에서 학구열도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이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수에도 올림픽 등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수도 없이 해낸다. 하여간 이렇게 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부러우면 지는 거란다. 즉, 지는 것만큼 부러운 상황이 싫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부러운 상황이 얼마나 많은가. 인스타그램 속에서 잘먹고 잘사는 장면만 봐도 부러운 것들이 수도 없이 넘쳐난다. 부러운 것을 지는 것만큼 싫다 했으니 배알이 꼴릴 만도 하다. 그런데, 부러워 죽겠는데 그래서 그냥 보고 있기도 싫은데 축하를 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안들었으면 몰라도 보고 들은 이상 관계를 위한 축하 인사를 건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건 칭찬일까 시기일까

원이 : 수영아, 새로 집 샀다며? 축하해~ 나는 언제 산다냐?

수영 : 어. 고마워. 그냥 조그만 집이야. ㅎㅎ

원이 : 요즘처럼 집 사기 어려운 때 좋겠다. 그런데 이제 집값 떨어질 것 같다던데 괜찮을까?

수영 :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나도 그거 땜에 고민 많이 했는데, 어차피 내가 살 집인데 오르건 떨어지건 상관없다는 생각에서 샀어.

원이 : 그랬구나. 근데 기왕이면 회사 가까운 데로 하지, 너무 멀지 않아? 매일 출퇴근 개고생이겠다.

수영 : (살짝 짜증이 난다) 난들 회사에서 먼 곳에 사고 싶었겠냐? 가까운 곳은 너무 비싸니까 그렇지. 고생스러워도 할 수 없지 뭐…

원이 : 하여튼 집도 사고 했으니 밥 한번 거하게 사라!

수영 : 야야, 대출금이 얼만데. 이제 도시락 싸다녀야 할 판이다!

원이 : 치사하다 야~

이런 상황 많이 보고 경험해 봤을 것이다. 원이는 지금 부러운 마음에 축하의 덕담이 아니라 악담에 가까운 말들을 내뱉고 있다. 그래 놓고 밥을 사란다. 이런 축하를 받고 무슨 밥을 살 마음이 생길까. 욕 안하면 다행이지. 이렇게 축하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축하를 하면서 서로 관계가 더 좋아져야 하는 것인데, 악화되고 말았지 않은가. 기왕에 축하의 말을 건넬거면 부러운 티 내지 말고 제대로 축하하자.

제현 : 수영아, 새로 집 샀다며? 축하해~ 그동안 고생 많았다.

수영 : 어. 고마워. 그냥 조그만 집이야. ㅎㅎ

제현 : 니가 집 사는 거 보니까 덕분에 나도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아.^^

수영 : 그래, 열심히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오네. 너도 곧 오겠지.

제현 : 고마워. 나중에 집 먼저 산 선배로서 조언도 부탁해. ㅎㅎ

수영 : 그래! 내가 앞으로 내 집 살아보니 아쉬운 점들 잘 기록해 놨다가 알려줄께.

제현 : 그래, 고맙다. 하여튼 집도 사고 했으니 밥 한번 사라!

수영 : 물론이지. 내가 크게 한번 쏠께! ㅎㅎ

제현 : 친구가 집 사니까 밥이 생기네 ㅋㅋㅋ (디퓨저를 건네며) 이건 그냥 조그만 마음의 선물이야. 새 집에 좋은 향기가 함께 하면 더 좋겠지?

수영 : 정말 고마워. 넌 정말 최고의 친구다.

여기서 제현은 수영이 부럽거나 배가 아프지 않아서 이렇게 진심 어린 축하를 한 것일까? 그렇다면 두 사람이 그야말로 ‘소울 프렌즈’ 관계이거나 제현이 남들 잘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그런 관계나 사람이 아니라면 앞에서 봤던 원이와 수영의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인가? 사촌이 땅을 사서 아무리 배가 아파도 축하해야 할, 그것도 상대가 기뻐할 정도로 축하해야 할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진심으로 축하하는 방법 4가지

부러워도 축하하는 법, 그 첫번째는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마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성인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마음’을 찾을까? 상당히 번거롭고 쉽지 않지만 확실한 방법이 있다. 축하받을 대상이 잘됨에 따라 나한테 좋은 점을 찾는 것이다. 위 예에서 제현은 이미 그것을 찾은 듯하다. ‘저 친구가 집을 샀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저 친구를 통해 조금 먼 지역에 집을 사는 장단점을 판단할 수 있겠다, 제대로 축하해 주면 한 잔 거하게 얻어먹을 수 있겠구나 등등.

정 찾을 게 없다면 저 친구가 원거리 출퇴근하면서 고생하는 걸 보면서 내 생활에 대한 상대적 만족감이 있을 수 있겠다, 집 안 산 덕분에 이자 안 내고 사는 내 삶에 감사할 수 있겠다 등 조금은 얄밉지만 ‘상대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식의 좋은 점이라도 찾을 수 있다. 하여간 상대가 잘됨으로써 나한테 좋은 점을 찾아보라. 경험에 의하면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이든지 그 사람이 잘돼서 나한테 좋은 점은 반드시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 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느끼면 진심으로 축하를 할 수 있게 된다. 축하할 수 있는 ‘마음’을 찾은 후에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이 뭐가 어려우랴.

두번째, 예전 칼럼 ‘좋은, 나쁜 그리고 이상한 위로들...우리는’(2023년7월25일자)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있었는데, 축하할 때도 1인칭 표현이 좋다. ‘너 잘됐다’, ‘너 좋겠다’ 류의 표현 보다는 ‘나도 진심으로 기쁘다’, ‘니가 잘되니 나도 좋은 점이 있다’ 류의 표현이 상대로 하여금 진심의 축하를 받았다고 느껴지게 만들 것이다. 이 세상에 내가 잘되자 남도 함께 기뻐해주는 상황만큼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 이 세상에 가장 좋은 친구는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친구라고 했고, 그 보다 좋은 친구는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친구라고 했다. 내가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만큼 훌륭한 축하는 없다.

세번째, 아무리 부러워도 상대의 기쁨에 흠을 찾고 언급해서는 안된다. 우리 아버지 친구 분 중에 그런 분이 있다. 친구의 집들이 자리에서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조금 더 작아야 한다고 흠을 잡고, 친구 아들이 임원이 됐다고 하면 빨리 잘린다고 흠을 잡는… 그것은 아마도 수십 년 친구 관계 속에서 일종의 놀이처럼 이루어지는 의식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정도의 관계가 아닌 상황에서 이런 얘기들을 했다면 자칫 따귀 맞기 십상일 것이다.

앞의 대화에서 원이는 수영을 염려하는 척하면서 계속적으로 트집을 잡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축하가 아니라 ‘저주’다. 아무리 결정적인 흠이라고 하더라도 축하 상황에서는 꺼내는 것이 아니다. 정 염려가 된다면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조용히 그것도 조심스럽게 언급을 하는 것이 맞겠다.

네번째,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선물을 하라. 말로만 축하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 사회는 누군가 좋은 일이 생기면 남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생일이면 밥을 사야 하고, 합격해도 밥을 산다. 남들이 함께 기뻐할 명분을 만드는 의식이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받았으면 공유해야 한다는 오랜 민족의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축하와 함께 선물을 전하라

하여간 뭔가 남들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오히려 역으로 선물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은 둘도 없이 감사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후 관계는 이전보다 몇배는 가까워지겠지. 원래 기쁠 때 경계심이 풀어지는 법이고 이럴 때 ‘훅’ 들어오는 사람은 ‘진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이 잘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은 사실 그 자체로 매우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이 잘 됐을 때, 그것을 시기하지 않고 진심 어린 박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난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성인이 아니고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기에 때로는 그런 멋진 사람인 ‘척’ 할 필요도 있다. ‘척’ 하더라도 제대로 ‘척’ 해보자. 그런 척했는데 아무도 그렇게 공감하지 못한다면 한마디로 ‘쪽팔린 것’ 아닌가.

글쓴이

이영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필자인 이영균은 홍보 전문가로 25년간 사람 만나는 일을 해왔다. 약 4만 명의 사람들과 깊고 얕은 만남을 지속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기술, 관계의 기술을 습득했다. 만나온 사람들은 주로 언론인, 기업인, 방송인, 연예인들이다. CJ E&M, 오리온 등에서 홍보팀장 및 홍보임원(상무)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에브라임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 홍보>(2015), <제대로 통하는 소셜마케팅 7가지 법칙>(2011), <미르몽의 원더풀 트위터 라이프>(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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