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쁜, 그리고 이상한 위로들...우리는?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재해 등 상처 입은 분들에 대한 위로 어떻게 하면 힘든 마음에 용기를 줄지 서툰 위로로 상처주지 않는 방법에 대해

지난 22일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는 오열하다 끝내 실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는 오열하다 끝내 실신했다. 사진=연합뉴스

폭우, 너무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남부와 중부 지방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졌고 너무나 많은 것들이 그 물길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할퀴고 지나갔다. 재산과 가족을 잃은 아픔이 얼마나 컸을 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망연자실할 만큼 고통스러웠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더 비가 내릴지 모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과 절망의 아픔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재해 당한 이들에게 어떤 위로를...

잃은 사람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건넨들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상실을 품은 사람들의 마음은 깨지기 쉬운 얇은 유리잔 같아서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위로는커녕, 서로의 평소 관계까지도 깨져버릴 수 있다. 그만큼 위로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옆에 상처 입은 사람을 두고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오늘은 꺼내기 어려운 주제, 위로의 대화법이다.

최근의 호우 피해는 그렇다 치고 살아가다 보면 가족, 친구,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을 위로해야 할 일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막상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코 간단치가 않다. 도대체 뭐라 말해야 상대가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얻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괜히 잘못 얘기했다가 상처만 건드리는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생각이 많아지면 가벼운 한 마디도 건네기가 쉽지 않다. 반면 아무 생각 없이 위로의 말을 건네게 되면 의도와 상관없이 오히려 상대를 화나게 하거나 더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나는 크게 실의에 빠지게 된 사건을 겪은 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되니까 재밌게도 지인들이 정확하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나뉘어졌다. ‘좋은 놈’은 말 그대로 진정한 위로를 해주고 나도 힘을 얻게 하는 사람들이다. ‘나쁜 놈’은 뒷말 하고 내 아픈 일을 신나서 퍼다 나르는 자들.(당사자는 모르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실을 다시 알려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상한 놈’은 위로를 한답시고 하는데 공감도 안되고 듣다 보면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게 하는 자들, 그야말로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 단언컨대 절반쯤은 ‘이상한 놈’에 속할 것이다. 그만큼 위로를 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새암 : 남친이랑 헤어졌다며? 괜찮아?

미현 :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 버틸만 한 것 같기도 하고.

새암 : 나도 헤어져 봐서 알아. 지금은 괜찮을거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정이 격해진다. 분했다가 슬펐다가…

미현 : 이미 충분히 아파. 여기서 더 아프란 거야?

새암 : 냉정하게 생각하라는거야.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몰라.

미현 : 뭐가 잘됐다는거야? 넌 위로를 하는 거니? 화를 돋우는 거니?

새암 :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는 거지.

미현 : 됐다. 니 말 듣고 있으니까 더 미칠 것 같다.

새암 : 그러게 누가 헤어지래?

미현 : 아, 나 이만 들어갈래.

해서는 안될 위로 ‘3종 세트’

여기서 새암은 위로할 때 해선 안되는 3종 세트를 ‘뿜뿜’ 쏟아내고 있다. 위로의 ‘키 코드’는 공감이다. 공감이 느껴지면 좋은 위로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위로가 되는 것이다. 새암의 위로는 상대로 하여금 공감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첫째, 위로를 할 때는 잘난 사람이 되어선 안된다. 잘난 훈계, 기경험자로서의 조언, 선배로서의 지도, 이런 것들은 위로가 아니라 화를 북돋우는 행위이다. 안 그래도 상처받고 비참한 기분인데 누군가가 나의 못남을 지적한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만 해도 화가 나지 않나? 그러나 당신도 종종 이같이 할 것이다. 위로한답시고 웅덩이에서 건져 주는 기분으로 조언의 말을 ‘툭’ 던져 댄다. 특히 “내가 해봐서 아는데…” 따위의 말은 절대금지어이다.

둘째, 위로는 이성적인 분석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위로를 할 때는 이성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위로하는 자도, 위로 받는 자도 이성적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나오기 쉽지 않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는 실의에 빠진 사람이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 새롭게 출발해야 할 때나 필요한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등의 말은 꺼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셋째, 실의에 빠진 자의 실수, 아쉬운 부분 등을 지적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왜 그랬냐?”, “안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등은 위로가 아니라 비판의 말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현한답시고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나쁜 놈 내지 이상한 놈이 되고 싶다면 이런 표현을 맘껏 쓰면 되겠지만, 아마 그 사람은 지인 명단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놈’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좋은 위로를 하는 방법 3가지

그럼 어떻게 해야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좋은 놈’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비결은 사실 앞에서 이미 다 이야기했다. 나쁜 놈 내지 이상한 놈이 되는 방법을 거꾸로 풀면 된다.

첫째, 잘난 사람이 아니라 못난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잘 나서 막 떠드는 것 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듣고 호응하고 긍정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한테는 잘난 척 보다는 바보스러운 호응이 훨씬 낫다. “아무 말도 안하고 들어만 줬더니 ‘당신 참 말을 잘한다’고 하더라”는 말이 있다. 듣는 것이 최고의 공감이다. 최고의 위로는 ‘방청객 모드’다.

둘째, 감성적으로 접근하라.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고 하는 것이 진정한 위로이다. 위로에 분석은 없다. 실의에 빠진 사람의 감정에 그대로 공감해서 말하고 행동하면 된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2인칭 표현 보다는 1인칭 표현이 좋다. “그래, 너 맘이 너무 아프지?” 보다는 “그래, 나도 맘이 참 아프다”가 낫고, “화가 많이 나겠다” 보다는 “나도 화가 나네”가 낫다.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로 느끼고 이야기할 때 상대도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것이다.

셋째, 상대의 아픈 상황이 연상되는 단어는 언급을 피하라. 상대의 실수를 지적하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픈 상황이 연상되는 단어조차도 꺼내지 않는 것이다. 위 사례라면 ‘남친’, ‘헤어졌다’ 등의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충격을 받았을 때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당분간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위로를 한답시고 자꾸 상기하게 만드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에게 비수를 꽂는 행위이다. 대신 덕담을 건네는 것이 위로의 비결이라면 비결이 되겠다. 같은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이 함께 계시니 다 잘될거야”라고 한다든지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있을거야”라고 한다든지 말이다. 공감을 느끼게 하고 축복까지 해준다면 최고의 위로가 될 것이다.

새암 : 괜찮아?

미현 :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 버틸만 한 것 같기도 하고.

새암 : 그래…

미현 :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잘해보려고 했는데…

새암 : 나도 울고 싶다. 이리와. (안아준다)

미현 : (조금 흐느낀 후) 고마워.

새암 : 아팠으니 이제 행복한 일만 생길 거야.

미현 : 정말 그럴까?

새암 : 그럼! 이제는 웃을 일만!

미현 : 고맙다. 널 만나니까 정말 큰 위로가 되네…

이 정도 위로가 가능하다면 실로 위로의 달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 세 가지와 해야 할 것 세 가지만 명심한다면 당신도 위로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이 땅의 ‘이상한 놈들’이 ‘좋은 놈들’로 업그레이드되길 기원하며!

<부록 : 카톡 메시지로 주고 받는 위로>

I. ‘이상한 놈’ 편

현진 : 이번에 퇴직했다 들었어요. 기분 더럽겠어요.

정동 : 뭐, 이번 기회에 좀 쉬어야죠.

현진 : 어째요… 빨리 일자리 알아보셔야죠

정동 : 예.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뵐께요.

현진 : 힘내세요.

정동 : 네…

II. ’좋은 놈’ 편

현진 : 자유인이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

정동 : ㅎㅎ 그러게요 너무 오랜만에 자유를 찾았네요.

현진 : 워낙 능력이 출중하시니 내년도 FA 최대 대어가 되셨네요.

정동 : ㅋㅋㅋ 감사합니다. 표현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현진 : 멋진 미래 기원합니다!

정동 : 정말 고맙습니다~~

글쓴이

이영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필자인 이영균은 홍보 전문가로 25년간 사람 만나는 일을 해왔다. 약 4만 명의 사람들과 깊고 얕은 만남을 지속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기술, 관계의 기술을 습득했다. 만나온 사람들은 주로 언론인, 기업인, 방송인, 연예인들이다. CJ E&M, 오리온 등에서 홍보팀장 및 홍보임원(상무)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에브라임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 홍보>(2015), <제대로 통하는 소셜마케팅 7가지 법칙>(2011), <미르몽의 원더풀 트위터 라이프>(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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