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後①한동훈 장관, 정치적·법적 책임져야

법원, “불구속수사 원칙 확인” 의미 크다 헌법상 불체포특권은 죄가 없다 불체포특권이 악용· 남용되지 말아야 韓, 야당대표 조롱·범죄 확신하며 구속 주장 권한남용·정치적 중립성 위반 책임 물어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월27일 이재명 민주당대표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자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가 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월27일 이재명 민주당대표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자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가 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법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실상 법원은 “피의자 이재명에 대한 범죄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국회에 제출된 검찰의 영장 청구와 윤석열 정부의 체포동의안에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사유(증거인멸 우려)를 살펴보기에 앞서 주요 혐의 소명 부분에서 “직접증거 자체가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검찰, 이재명 기소해도 재판서 유죄 쉽지않아

그동안의 검찰과 한동훈 장관의 주장과 달리, 검찰은 범죄혐의 소명도 하지 못하고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 수사와 구속 재판에 목매온 검찰의 영장청구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탄압이다”는 말을 들어도 이제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검찰의 피의자 이재명에 대한 범죄혐의 소명 정도(‘직접증거 자체가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있다’)로는 검찰이 앞으로 기소하더라도 본안재판에서 유죄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검찰과 한동훈 장관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유무죄를 다툰 것이 아니라 구속수사가 아닌 불구속수사 결정일 뿐이다”며 영장 기각의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런데, 검찰이 국회에 영장청구를 한 것도 유무죄를 가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이재명을 구속 수사·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고, 그 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검찰은 피의자 이재명의 구속수사·구속재판을 주장한 것이다.

이런 검찰의 요구에 대해서 법원은 혐의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하여 검찰의구속수사 요구를 배척하고 불구속수사 결정을 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요구가 다 배척된 검찰은 법원을 비난하는 대신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 스스로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중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이상민 의원(왼쪽)과 이재명 당대표.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중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이상민 의원(왼쪽)과 이재명 당대표. 사진=연합뉴스

당내 불만 이유로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찬성해

이번 법원의 영장 기각 의미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불구속수사 원칙을 확인하였다는 데 있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불구속수사와 불구속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특히 국회에서 훼손된 이러한 불체포특권의 취지를 사법부가 사후적으로나마 바로잡은 것이다.

대통령에 대해서 재직 중 수사와 기소 자체를 면제해 주는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에 비하면 헌법 제44조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특권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국회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불구속수사와 불구속재판을 받는 것이 내용의 전부이다. 이미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모든 국민에게 불구속수사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44조 불체포특권은 불구속수사 여부에 대한 1차적 판단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한지(정치탄압 여부)를 법원보다 먼저, 국회의원들 스스로 살펴보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월 21일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 찬반 투표’에서는 영장청구의 정당성 여부(정치탄압 여부)가 아니라 정파적·계파적 이유가 표결에 영향을 미쳤다. 투표 전후 민주당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했던 국회의원들은 “검찰의 영장청구는 부당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방송에서 “사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부당하고 별건 수사도 남용하고 수사권의 오남용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검찰의 폭주, 검찰의 부당한 수사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가 분명히 있다고 보았다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것이 헌법 제44조 불체포특권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당대표의 거취 등에 관한 민주당내 불만이 표결 결과를 좌우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체포특권에 대한 국민의 새로운 인식 필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한 이번 사건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첫째, 헌법 제44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오해와 이해 부족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헌법 제44조 ①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국회의원이 회기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검찰을 앞세운 행정부의 권한 남용(정치탄압)에 대해서 사법부에 앞서 국회 스스로 국회기능 보호를 위하여 영장청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헌법이 부여하고 있다.

과거 불체포특권을 근거로 범죄혐의가 소명되는 경우에도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검찰의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해서 임시국회 등 소집을 통해 회기를 연장하는 방법 등으로 불체포특권을 남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불체포특권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국민정서에 편승해 불체포특권 폐지 또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거나 불체포특권 포기를 강요하는 목소리가 정치개혁의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회는 헌법을 따르는 것이 맞다.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현행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물론 대다수 국민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에 찬성한다면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 폐지하면 된다. 그러나 헌법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에 대해서 찬성할 수 없다.

국회가 불체포특권을 남용한 지난 사례들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국회와 국회의원의 의식, 정치수준과 관련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에 따라 정당한 영장청구인지 여부를 체포동의 가·부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스스로 헌법상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 이는 헌법 규정 취지에 따른 헌법상식이다. 이재명 대표가 국회 발언을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던 것은 헌법에 반한다. 이 대표에게 불체포특권 포기를 압박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 그리고 김은경 민주당혁신위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이 대표를 비난하는 것도 헌법에 위반되는 주장이다. 또 정의당과 자당 국회의원 6인이 현행헌법 규정을 무시한 채 ‘불체포특권 폐지 당론’을 앞세워 ‘묻지마 가결’ 투표를 한 것은 헌법준수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 신분을 망각한 헌법파괴적 행위이다.

둘째, 이번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부와 검찰에 의한 정당하지 않은, 구속사유와 구속의 필요성이 없는 구속영장청구의 위험성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헌법상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의 현실적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결” 찬성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 권한남용 큰 문제

셋째, 무엇보다 검찰의 영장청구가 권한남용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당내 문제를 이유로 가결 투표를 한 일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권한남용은 검찰의 권한남용에 못지않은 큰 문제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 대표의 사퇴와 공천권 등을 이유로 불체포특권 규정을 오용하고 검찰의 권한남용에 대해서 눈을 감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반헌법적·반정치적인 행위이다.

넷째, 한동훈 장관의 주장과 달리 법원은 직접증거도 없는 등 주요 범죄혐의도 소명되지 않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국회에서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 앞에서 야당 대표를 조롱하고 범죄를 확신하며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발언을 쏟아낸 한동훈 장관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임명직인 장관에게는 선출직과 달리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요구된다. 더욱이 지금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는 한동훈 장관의 권한남용과 정치적 중립성 위반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결국,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건’은 헌법상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헌법상 불체포특권의 폐지가 정치개혁의 의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불체포특권 취지를 오남용하는 국회의원들이 정치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국회는 이제라도 헌법에 따라 해당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체포동의안)에 대해서 영장청구의 정당성 여부(정치탄압 여부)를 따지고, 범죄혐의의 소명·구속사유 등을 살펴 가부 투표를 엄격히 해야한다. 더이상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과 같이 당내 갈등을 이유로 체포동의 가결 표를 던지는 불체포특권 규정의 오남용은 없어야 한다. 앞으로 검찰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불구속수사 원칙과 헌법상 불체포특권의 취지인 국회의원에 대한 불구속수사 원칙을 존중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글쓴이

남경국 헌법학연구소장

남경국은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원 헌법석사, 독일 쾰른대학교 법과대학 LL.M.,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었다. 동아대학교, 광운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연세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헌법을 강의했다. 그리고 남경국헌법학연구소 소장으로 헌법 강연과 연구활동 중이다. 저서는 「곽노현 버리기」(공저), 「헌법참견」, 「헌법과 이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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