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한민국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가

[제헌절 76주년 맞아] 대통령의 국가철학 부재 탓도 있지만, 국회와의 견제·균형 깨는 헌법 규정 탓도 대통령 탄핵절차 등도 헌법 개정해야 국회의원에 불소추 특권도 부여해줘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 자신의 부인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권한을 남용하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 자신의 부인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권한을 남용하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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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할 수 있는 대통령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과 대통령 자신이 수사 방해와 은폐 의혹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남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국회 청원’이 현재 140만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국민 분노가 크다는 소리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야당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모색하기보다는 국회입법권 무시 하에 ‘시행령 정치’와 ‘법률안 거부권 정치’로 야당에 맞서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 안중에 대다수 국민 여론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보면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하의 가히 제왕적 대통령에 버금간다.

왜 대한민국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가?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크다. 역대 대통령 중에 대통령 스스로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국가철학이 부재한 대통령들은 제왕적 대통령의 길을 갔다.

헌법이 멍석 깔아준 ‘제왕적’ 대통령

그러나 대한민국 헌정사에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대통령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의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헌법부터 현행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상 삼권분립의 정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국회간 힘의 균형을 파괴하는, 대통령의 절대 우위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규정들이 존재한다.

첫째,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서 나타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간 신분보장의 불균형이다.

제헌헌법 이래 우선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사실상 대통령은 재직 중에 어떠한 중범죄를 범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반면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국회 회기중’에 검찰·정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경우에 한하여 해당 국회의원은 불구속수사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불구속재판 중에도 유죄가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재직 중 어떠한 중범죄를 범하고도 기소조차 되지 않는 절대적인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비하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 권한일 뿐이다.

한편,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규정이 없다. 미국은 연방하원과 연방상원 의원에게는 반역죄, 중죄 등을 제외하고 불체포특권을 보장한다. 독일헌법은 연방의회가 사안에 따라 연방의원에게 ‘임기중’ 불소추특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파면을 왜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나

둘째, 헌법상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와 탄핵절차이다. 우리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의 탄핵소추의 요건으로 ‘직무집행’ 관련성을 규정하여, 사실상 대통령 ‘취임 전 중범죄’뿐만 아니라 ‘재직 중 직무 외 모든 범죄행위’를 탄핵사유에서 제외하고 오직 ‘현직 중 직무 관련 행위’에 국한하고 있다. 또한 탄핵절차도 국회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2이상의 찬성으로, 단지 탄핵의 소추 의결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최종적 탄핵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가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 9인의 헌법재판관이 대통령의 공직파면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헌법의 경우 연방하원과 연방상원에서 대통령의 수뢰죄 등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다. 연방상원에서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은 탄핵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헌법의 경우 연방대통령의 탄핵은 연방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그러나 연방대통령은 우리의 대통령과 달리 사실상 영국의 왕이나 일본의 왕처럼 국가의 ‘상징적’ 존재이다. 행정부의 수반은 연방총리이다. 한편, 연방의회가 재적과반수로 후임자를 선출하고 연방총리를 불신임할 수 있다(독일헌법 제67조). 즉 연방의회가 연방총리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등은 실질적으로 행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이나 연방총리에 대한 탄핵 또는 해임을 의회가 결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 국회가 아닌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과거 헌법 제·개정시 독일헌법을 참고하면서 잘못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독일의 연방대통령과 같이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인데 말이다.

대통령 취임전후 중범죄 모두 탄핵사유되어야

이제라도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법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현행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더해 검찰과 정부의 체포동의안 남용의 견제와 국회의 기능보호를 위하여 국회가 스스로 사안에 따라서 국회의원에게 불소추특권도 부여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의 탄핵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국회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며, 대통령의 탄핵사유도 대통령 지위를 남용하는 범죄, 뇌물수수 등 취임 전후의 모든 중범죄를 탄핵사유로 하는 등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국회와 대통령 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헌법개정을 서둘렀으면 좋겠다.

글쓴이

남경국 헌법학연구소장

남경국은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원 헌법석사, 독일 쾰른대학교 법과대학 LL.M.,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었다. 동아대학교, 광운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연세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헌법을 강의했다. 그리고 남경국헌법학연구소 소장으로 헌법 강연과 연구활동 중이다. 저서는 「곽노현 버리기」(공저), 「헌법참견」, 「헌법과 이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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