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後②민주당 포퓰리즘 반복말아야

이번 사태, 민주당내 가결파 탓 아냐 ‘불체포특권’에 대한 지도부의 무리수 이재명 대표공약이자 혁신위 쇄신안 “진정한 의미의 정치” 위해 탕평 나서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기각 결정을 내린 영장전담인 유창훈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궁지에 몰렸던 이 대표는 기사회생하여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법원의 기각결정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자)에 굴복한 부적절한 결정”이라며 “구속기각이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애초부터 검찰의 무리한 정치수사였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과와 한동훈 법무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기각 결정으로 구속의 위기에서 벗어난 이재명 대표는 흔들렸던 당내 입지와 리더십의 재구축을 위해 최고위원회를 통해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도한 비명계를 숙청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 친명계는 비명계를 향해 배신, 해당 행위, 출당, 징계와 같은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파 의원들을 향해 “지지자, 국민들에게 피멍 들게 했던 자해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도 체포동의안 가결표 색출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될 부분도 있다”고 말하면서 징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구치소를 나오며 정치권에게 했던 “전쟁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당 내부에서부터 탕평책으로 중도확장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참에 계파갈등의 수습과 탕평책을 위해 이번 기각 결정의 의미, 그리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더 반성해야

잠정적인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번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헌법 제44조 정신에서 잘 드러나고 있듯이, 비명계가 체포동의안을 가결로 표결한 게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초부터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과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대단한 정치개혁인 것처럼 포장하여 국민에게 공약하고 이슈화해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즉,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 자체가 헌법 제44조 정신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포퓰리즘 공약임에도 당권파인 친명계가 이것의 이슈화를 무리하게 주도하다가 이번 사태를 키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진지하게 인정하고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헌법정신은 헌법 개정이 없는 한, 애초부터 불체포특권을 국회의원 개개인이 스스로 포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재명 대표, 불구속 재판이 바람직하다>라는 칼럼에서 밝힌 남경국 남경국헌법학연구소 소장의 언급처럼, 우리 헌법 제44조 정신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보장은 단순히 국회의원 개인 보호의 목적이 아니라 국회기능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에 공권력에 의한 국회의원의 인신구속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이 기본원칙”이다. 이 점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44조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처럼 재직중 검찰의 기소조차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동의한 경우에 한하여 구속 수사와 구속 재판을 받을 권리에 그친다. 헌법적 권한은 국회의원 스스로도 포기할 수 없고, 정당이 나서서 자당 국회의원들에게 포기를 강요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이상과 같이 헌법 제44조 정신의 관점에서 이번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사태의 원인을 다시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청래 최고위원은 가결된 데 대해 “검찰과 윤석열 정권에 놀아난 민주당 가결파들의 폭거가 기가 막힌다”고 밝히면서 가결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인과론적으로 볼 때,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진단된다.

자승자박에 빠진 이재명 대표

첫째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가 지난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민주당의 당론이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6·1 지방선거 충북 지원 유세에서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10년 넘도록 먼지 털듯이 탈탈 털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둘째, 이재명 대표가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한 점이다. 즉, 이 대표는 대국민 연설에서 “검찰이 소환한다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에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했다.

셋째는 이런 불체포특권 포기를 민주당의 당론으로 결정하자고 재차 요구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점이다. 이 대표가 지명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7월 12일 혁신위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미온적인 의원들을 향해 “쇄신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넷째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자율투표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인 9월 20일 사실상 부결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낸 점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 달라”고 호소를 했는데 이것이 비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번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사태’는 한마디로 말해서 헌법 제44조 정신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좌충우돌한 민주당의 상식부족에서 벌어진 ‘상처가 큰 해프닝 사건’으로 보인다. 결국 이재명 대표가 김은경 당 혁신위원회가 제기한 ‘불체포특권 포기안’을 제대로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해 스스로 그 프레임에 갇혀 자승자박한 꼴이 되어버렸다.

중도층 역풍 부를 징계 명분없어

‘야당탄압을 빙자해 당대표만 구하려는 방탄정당’ 등의 꼬리표를 달고 다음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큰 여파를 미칠 수 있는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당론에 따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위해 양심적으로 투표한 의원들을 이제와서 해당분자로 몰아서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은 민주적인 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도층 역풍을 부르는 ‘자기얼굴에 침뱉기’에 불과하며,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다. 더욱더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율투표에 맡겼기 때문에 반대자를 해당행위자로 몰아 징계할 명분이 없다.

이런 실수는 공당에서 두 번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헌법 제44조 불체포특권은 ‘정당한 체포영장청구’ 요청에 대해서만 국회가 찬성해 주라는 뜻이고, 검찰의 청구가 정당한 청구인지 여부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판단하라는 취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상식적인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제44조가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반헌법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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