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란 ‘공직’ 맡기에 적절한가
공사구분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 곳곳에서 직무유기 잘못 저질러 개인폰 사용하며 공적 책임 방기 여당 공천 개입 자백..선거법 위반 김건희 국정농단 잘못도 인지못해
사과 같지 않은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밝혔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사과’를 하긴 했지만 무엇을, 왜 사과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가오지 않았다. 회견 말미에 한 기자가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인데, 마치 사과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 사과하는 것 같다는 오해를 살 것 같다”고 한 질문이 본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다시 국민에게 사과를 한다면 어떤 내용이어야 할까? 이 부분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과 대통령이 심사숙고하기를 기대한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민주공화국을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대통령 부부의 사적인 이익이 민주공화국의 공적이익을 훼손하거나 훼손하도록 방치한 직무유기의 잘못이다.
공사 구분을 못하는 대통령
즉, 대통령은 ‘공적 사안’(res publica)이어야 할 공화국의 업무를 ‘사적 사안’(res privata)으로 전락시키는 ‘직무유기’를 범했음에도 자신의 잘못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잘못이다. 이 부분에 대해 분명히 재고하고, 다음 기회에 분명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공화국을 의미하는 ‘리퍼블릭’(republic)은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유래한다. 한 마디로 공화국이란 국정이 ‘공적 사안’으로 행해지는 나라라는 뜻이다. 이번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들이 뜨악해 했던 것은, 대통령의 발언이 이 공화국의 숭고한 이념과 헌법정신을 훼손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윤석열이라는 시민 대표자가 과연 대통령이라는 ‘공직’을 맡기에 과연 적절한가 하는 근본적 회의를 갖게끔 한다.
공무를 개인폰으로 지시내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민주공화국의 대표자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직무유기 행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적인 사안에 사적인 개인 휴대폰을 사용한 잘못이다. 도·감청이나 위치추적에 취약한 일반 휴대전화 대신 ‘비화폰’(도청 방지 휴대전화)을 사용해야 하는 대통령이 개인폰을 사용하여 공인의 자세를 저버린 것은 분명 잘못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중에 무분별하게 언론에 (통화 내용이) 이렇게 까지고(까발려지고), 이런 생각을 그때 못했던 것 같은데 이게 전부 제 책임”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이 됐어도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계속 쓰고 있으니 무조건 바꾸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통상적 공무원, 장·차관과 (통화나) 국가 안보 관련이 아닐 땐 제 휴대폰을 쓰고, 지금도 엄청 많은 문자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미리미리 전직 대통령 때의 프로토콜대로 싹 바꿨으면 되는 건데 저 자신부터 못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근본으로 들어가면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폰을 사용해서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밝혀진 대로 지난 2023년 8월 2일 이종섭 국방장관과 세 차례 통화가 있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건 것도 이례적이지만, 개인폰을 사용한 사적 통화였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대통령의 개인폰 사용은 국가안보의 심각한 보안·경호 위험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도청과 위치추적에 취약하다. 만약 대통령 동선이 개인폰을 통해 실시간 추적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생길수 있다. ‘비화폰도 모르는 정신 나간 대통령’(박지원 의원)이란 힐난이 무리가 아니었다.
기록이 남지 않는 개인폰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 역대 대통령은 업무지시할 일이 있으면 직접 통화보다는 비서를 시켜 ‘연결’토록 했다. 왜냐하면 국가 운영에서 공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않는 행태는 부정부패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공천개입의 위법성도 자각 못해
둘째,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집권여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음성통화 녹취록’ 정황을 남긴 만큼, 공사구분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개입 수사를 담당했던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더 엄격하게 공사구분을 못한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공천 개입과 김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을 자백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것은 논쟁과 사실규명 사항으로 남아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총선 때도 사람들이 누구누구 좋다고 저한테 알려주면 저는 그대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에 패스(전달)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취임 뒤 치러진 지난 4월 총선 당시 당에 출마자를 추천했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외압이 아니라 의견을 얘기하는 거니까 사실 ‘누구를 꼭 공천 줘라’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대통령이 이야기한다고 (공천)되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를 두고 “그동안 우리는 의심만 있었지 명확한 개입 여부를 알지 못했는데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직접 (공천 개입을) 자백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말대로 총선 당시 여당에 특정 인사를 추천했다면,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85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폭로한 녹취에 담겼던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는 자신의 발언이 ‘공천개입’이 아니라 ‘단순 의견 개진’이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누가 윤 대통령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어 줄 것인가?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은 말뿐?
과연 민주당, 윤 대통령 중 누구의 말이 사실에 가까운 것일까? 공천 추천을 위한 ‘단순 의견 개진’인가? 아니면 ‘친윤 공천’을 위한 ‘공천 외압’인가?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약속대로 처음부터 착실하게 지켰더라면 이런 문제는 애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당정분리, 수평적 당정관계, 국민참여경선제 등의 개혁조치의 단행이 필수적이다. 특히, ‘공천권 장악’과 ‘의원 줄 세우기’의 동기로 유지되는 ‘중앙당 있는 정당체제’를 타파하고 ‘원내정당체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원내정당체제’의 전제 조건인 상향식 공천제도로 ‘국민참여경선제’나 ‘미국식 예비경선제’가 도입됐다면 선거 여론조사 조작과 대통령 부인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상징되는 ‘명태균 스캔들’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식 예비경선제도의 도입은 그동안 수많은 잡음으로 얼룩진 여론조사 공천방식을 막고 이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을 ‘단순한 조언’이라니
셋째, 대통령을 돕는 선거운동원이자 당선 후에는 1등 참모로서 사실상 공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대통령 배우자를 아무런 법적 보호 조치 없이 사인으로 방치한 잘못이다. 결국 사인으로 방치하다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해 이번 사태를 키운 잘못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배우자가 이른바 ‘줄리’ 의혹 등 ‘김건희 악마화 프레임’으로 공격을 받았음에도, 영부인을 공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김 여사가 공사구분을 못해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으로 지탄받게 한 잘못이 있다. 윤 대통령은 현행 우리 법이 대통령 배우자를 ‘공인’이 아니라 ‘사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대선 전부터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로 들어온 문자에 대신 응답을 했다는 윤 대통령의 설명 역시 국정농단의 강력한 정황 증거로 보인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선거 기간에 김 여사가 잠도 안 자고 당시 후보인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 응답을 해줬다는 건 그 이후 이어진 국정에도 이런 식으로 개입했을 수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자백”이라고 말했다.
이런 야당의 비판에 ‘국정개입이 아니라 대통령을 돕기 위한 단순한 조언’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은 공사구분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대통령 부부처럼 두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 배우자가 국정에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가 누구든 선출 또는 임명되지 않은 사인의 국정참여는 국정개입, 국정농단이라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돕는 영부인의 조언이나 국정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적 조치에 근거하여 권리와 책임을 갖도록 하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게 순리였다.
대통령의 역할을 돕는 배우자나 가족의 경우, 참모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법적근거가 있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법’을 참조하여 영부인을 제1참모로 임명하는 방안을 선택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 연방법(USC) 제3편 제105조에는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는데 대통령의 배우자가 대통령을 지원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지원 및 서비스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도 부여된다. 대통령이 배우자가 없을 경우 이러한 보조 및 서비스는 대통령이 지정하는 가족에게 제공된다’는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었다.

“김건희 특검·윤석열 탄핵” 대열은 불가피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마당에,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언제까지 공사를 구분하지 않는 윤 대통령 부부의 직무유기 처사에 인내심을 발휘할지 장담할 수 없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해 민주당이 ‘김건희 악마화 프레임에 따른 김건희 특검·윤석열 탄핵’을 정략적으로 동원한다는 국민의힘 입장에 일정정도 귀를 기울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 의혹사건에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국정운영기조의 전면쇄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은 ‘김건희 특검·윤석열 탄핵’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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