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200억마리 닭, 왜 ‘가축화’를 받아들였을까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수만년 오랜 육종과 가축 진화의 역사 인간 관점 아닌, 동식물 관점에서 보면 유전자 확산 등에 도움된다는 판단이 커 자연과 인간, 상호이익 교환한 역사의 기록

육종에 쓴 야생닭 암·수.
육종에 쓴 야생닭 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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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육종의 역사를 짚어보면

인간과 농작물, 가축은 함께 진화를 해왔다. 진화의 목적이 종의 확장과 개체 생존이라고 하면, 농작물과 가축의 육종(育種)은 철저하게 종의 확장에 맞춘 것이다. 가축과 농작물의 육종은 수천, 수만 년에 걸친 야생동물의 진화과정을 압축된 시간에 가능하게 하는 유전학, 집단유전학, 통계학, 생물정보학 등의 기술이 총망라된 과학기술의 결정체다. 한국도 오랫동안 작물이나 가축의 육종 사업을 해 왔고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나라다.

인류가 식물과 동물을 심고 사육하게 되면서부터 육종은 시작되었다. 우수한 식물이나 동물을 인간이 기를 수 있는 환경에 맞게 순화시켜서 길러온 것이다. 이 순화하는 과정을 ‘육종’이라고 한다. 육종 기술은 보다 높은 생산성, 보다 높은 생존율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이다. 이는 철저하게 동식물에 맞춘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에 맞추어서 진행됐다. 인간의 욕구는 인구 증가와 경제 문화 수준의 향상에 따라서 그에 맞는 농작물이나 가축이 필요했고, 오랜 기간동안 육종해 온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신품종을 만들어 냈다.

과거의 육종이 보다 많은 생산성을 목표로 했다면, 요즈음은 단순히 생산성만을 논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다 높은 품질, 그리고 수요 시기에 맞춘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보기 좋은 모양을 가지도록 개량하기도 한다. 딸기는 분명히 빨간색인데 최근에는 흰 딸기를 겨울철에 먹을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삼계탕용으로 개량 닭을 만들어서 40일 키우고 바로 삼계탕 특화용으로도 팔기도 한다. 즉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에 맞추어서 철저하게 개량되는 것이 현실의 육종 기술이다. 이 기술은 유전자 공학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유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복제를 통하거나 배양을 통해서 필요한 식재료를 만드는 단계까지 왔다.

인간의 육종을 통해 닭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인간의 육종을 통해 닭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육종은 동식물에게 왜 도움됐을까

그렇다면 진화학의 입장에서 가축들이나 농작물은 이를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어떠한 이유이든, 농작물과 가축들이 육종 과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재배되고 사육이 되었다. 즉 이유가 없었다면 더 이상 재배나 사육이 이뤄지지 못했을 터인데, 나름의 이득이 있었기에 농작물과 가축은 육종 기술에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육종을 하는 인간은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으로 보지만, 농작물과 가축도 생명이라는 관점으로는 진화상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장 많이 퍼트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이 닭의 유전자가 대중화된 것은 현대 사회이다. 즉 종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많은 종이 확산되는 방법이 인간에 의한 육종인 셈이다. 그런 이유로 인간보다 많은 수가 지구 곳곳에서 사육되고 또 식재료로 사용된다. 종의 관점에서는 유전자의 확산이 가장 극대화된 형태이지만 개체의 입장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자신의 생존의지와 관계없이 도살되고 식재료로 제공되고 있다. 즉 종의 확산과 개체의 생존에는 괴리감이 있는 것이 육종 과정이다.

둘째로는 생존을 위한 먹이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즉 가만히 있어도 필요로 하는 인간들이 영양분이나 먹이를 제공하고,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즉 먹이 경쟁에 필요한 에너지를 철저하게 줄여 주기에 이 에너지를 줄여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부분인 살을 찌우거나 열매를 충실하게 만들면 되는 셈이다. 즉 먹이 경쟁을 안하기에 이에 저축된 에너지를 인간들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점은 인간과의 관계에서 주고 받을수록 확실하다.

동식물도 인간의 보호가 좋았다!

셋째로 개체의 보호를 위해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작물들에 대한 해충의 공격이나 가축들에 대한 늑대나 야생동물들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종의 입장에서 이를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생존에 필요한 위험제거를 인간이 해준 것이고 농작물과 가축은 그 위험 제거의 대가로 열매와 단백질을 인간에게 보상해 주었다.

그렇기에 자연에서는 자연 선택과정을 통해서 일정한 종 집단의 숫자가 제어가 되어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질 수 없지만, 가축화되면서 특정 종의 경우, 대표적으로 닭은 200억 마리 이상이 매일 생존하는 지구상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넷째로 인간과 농작물, 가축은 역할 분담을 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농작물과 가축을 길러주고, 농작물과 가축은 열매나 식재료를 제공했다. 즉 자연과 인간이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협력하며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인간이 사냥을 하며 단백질을 공급받아야 한다면 1인당 필요한 면적이 엄청 커야했고, 고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가축을 사육하게 되면서 필요한 공간도 줄고 시간과 위험도 줄었다. 대신 농작물이나 가축도 그만큼의 이득을 보았다. 즉 자연과 인간의 협력이 이루어진 과정이 농업과 목축업의 발전과정이다.

가장 먼저 가축화된 것으로 꼽히는 동물이 ‘개’다. 개는 늑대로부터 진화되어 가축으로 변화해 왔지만 아무리 유전자가 같다고 하여 늑대를 가축화시킬 수는 없다. 늑대를 가축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완전히 인간의 식습관과 같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기에 늑대 새끼를 잡아서 가축화한다고 하여 가축이 되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늑대로부터 진화하면서 가축화된 '개'. 인간과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늑대로부터 진화하면서 가축화된 ‘개’. 인간과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육종의 과정을 통해 농작물과 가축은 인간과 자신의 종을 위해서 진화를 해왔다. 상호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지 못한 농작물이나 가축은 도태됐다. 야생작물이나 야생동물을 재배나 사육을 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의외로 많은 동식물이 사육 또는 재배에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연에서 포획하거나 채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야생동물이나 야생식물도 많다.

농작물과 가축들은 인간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육종이 되지만, 자신들의 유전자 확산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육종의 길을 따랐다. 이 과정이 자연이 인간과 함께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왔던 인류사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상호 이익이 되었기에 인류도 번성하고 또한 농작물과 가축도 번성한 것이다.

일본 중소기업은 종합상사의 육종에 따라

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종합상사가 만들어낸 과정과 비슷하다. 즉 일본의 중소기업은 마치 농작물이나 가축처럼 종합상사가 요청하는 것을 제공하고 그 대신 농작물이나 가축이 제공받았던 이익과 같은 것을 제공받았다.

먼저 종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 종합상사의 우산 아래에는 2만에서 5만개의 중소기업이 결합되어 있다. 즉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홀로 생존하기 보다는 함께 공동체로 움직이면 훨씬 생존율이 높다고 믿는다. 적어도 상호 이익이 되는 때까지는 협력할 수 있다.

둘째로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자금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종합상사에서 제시하거나 준비해 주기에 오로지 낮은 가격과 요구하는 품질에 맞는 생산만 해내면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 마치 농작물이나 가축이 인간에게 의지하듯이 종합상사에 의지하면 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중소기업이 나서서 위험성 높은 시장 개척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외부적인 공격에 대해서도 종합상사가 막아준다. 인간이 농작물이나 가축을 기르고 보호하듯이 종합상사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

넷째로는 일본의 종합상사와 중소기업은 마치 거대한 조직내의 부서처럼 역할 분담하고 그 책임을 다한다. 일본에서 아무도 모르는 조그만 세라믹 업체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에 물품을 공급하는 일이 가능한 것도 앞단에서 종합상사가 계약을 따내기 때문이다. 일본의 종합상사와 중소기업간 협력은 1백여 년을 지속해 왔고, 이것이 일본의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힘이 되었다.

사실 일본의 중소기업을 보면 기술은 대단하고 장인정신도 투철하지만, 독자적으로 생존가능성이 있는가를 따진다면 그렇지 못하다. 마치 조직폭력배 보스에게 대항하면 보복 당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일본의 중소기업은 종합상사의 지시를 어기는 순간이 되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뀐다. 이는 마치 가축화되어 기르던 가축이 야생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생존할 수 없는 현상과 비슷하다.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바람직한 관계는

야생동물이 가축화되는 것처럼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재벌의 하청기업으로 들어가는 것도 생존의 한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면 대기업의 횡포나 종합상사의 ‘양털깎기’를 견디어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의 특성에 따라 오히려 힘이 약할 때는 보호받을 수 있는 우산 밑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기서 끝나면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파리 목숨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힘을 길러낸다면 야생으로 몰려나가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인간과 농작물, 가축의 협력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으로 한국 산업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한국의 중소기업이 어려울수록 더 필요한 것이 ‘공생의 우산’이다. 그런 우산이 많으면 좋겠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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