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유전보다 더 중요한 해저케이블 이야기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21세기 글로벌정보통신의 99% 세계 최초는 1854년 대서양 바닥에 무선라디오·인공위성과 경쟁하기도 케이블 파괴행위와 정보탈취로 ‘골치’

해저케이블 매설과 이용, 출처: www.nature.com
해저케이블 매설과 이용, 출처: www.na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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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케이블이란 무엇인가?

지난 5월 5일 일본 니케이신문은 미국이 향후 동북아시아에 건설하는 해저케이블들은 중국을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달리 말해서 미국은 앞으로 일어날 정보전쟁에서 중국을 대놓고 제외시키겠다는 것이다. 해저케이블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일까?

오늘날 세계 글로벌정보통신의 99%가 해저케이블을 통해서 전달된다. 디지털정보 중 세계 주식거래, 무역대금 결제, 영화, 게임, 외국플랫폼 사용 등 거의 대부분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면 이것 외 다른 통신수단이 없는 것인가? 있긴 하다. 인공위성이다. 이를 통한 통신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인공위성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우기, 폭우, 안개 낀 날에는 통신이 원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그리고 오늘날 전세계 바다에 촘촘하게 깔린 해저케이블의 사용료와는 비교가 안 되게 비싸다.

세계 해저케이블 지도. 이미지 출처: SubmarineCableMap.com
세계 해저케이블 지도. 이미지 출처: SubmarineCableMap.com

해저케이블의 역할이란?

세계 최초의 해저케이블은 1854년 아일랜드 서안에서 캐나다 뉴펀들랜드까지 연결된 전신선으로, 당시 빅토리아 여왕이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이 전신선을 이용한 대서양간 10개 단어의 전신 이용료가 당시 약 100달러(오늘날 약 2100달러) 정도 했다. 정보가 금보다 비쌌던 시기였다. 대서양 횡단 선박이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약 보름의 시간이 걸렸던 시절, 하루만에 소식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정보 가치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 중요한 정책결정자의 사망과 새로운 인물의 등장 등등. 모든 사업의 향방을 결정지어야 할 사안이 발생할 때 전신의 역할은 대단했다. 19세기 정보전쟁이 그런 식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이것은 세계 대전중에 본격적인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4년 8월, 영국은 해저전선을 매설하는 선박에 명령하여 독일로 들어가는 모든 해저전선 연락망을 파괴하도록 한다. 그리고 독일은 그해 연말 인도양에 있는 연합군의 전신선 집중시설과 해저케이블을 공격한다. 이것이 바로 “케이블 전쟁(Cable War)”이다.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정보교환의 중요한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저케이블의 중요성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그 중요성의 정점을 찍었는데, 이 시기에 무선라디오를 통한 정보교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무선라디오 신호를 암호화해 잠수함 공격 또는 공습 정보가 비밀리에 아군에게 전달되도록 하였다. 독일의 암호기계가 바로 그 유명한 “에니그마(Enigma)”였고, 미국의 암호기계는 “시가바(SIGABA)”였다. 2014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독일의 비밀 암호기계 에니그마의 암호를 해독하는 연합국의 노력을 다룬 것이다. 정보전쟁의 극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독일군의 에니그마는 해독당하지만 미국의 “시가바”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끝내 뚫리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렇게 무선라디오가 등장하면서, 해저케이블이 무선라디오로 대체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다. 해저케이블 설비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려하여 프랑스와 독일은 무선라디오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난 뒤 살아남은 것은 해저케이블이었다. 해저케이블 파괴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무선라디오 시설은 목표물 타격이 손쉬웠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인공위성의 시대가 오자, 해저케이블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다시 등장했다. 1960년대 전신선이 전화선으로 그 기능적 발전을 했음에도 통신위성이 연결하는 위력에 비해 상업성이 초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저케이블 매설 비용과 비교할 때 인공위성은 발사 비용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날씨에 따른 연결상태가 불규칙하여 해저케이블의 완전한 대체자로 자리매김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리고 1988년, 세계 최초로 광섬유 해저전선으로 통신이 가능한 인터넷선이 대서양에 매설되었고 24년간 그 기능을 수행했다. 이 디지털 기능의 해저케이블은 대륙간 통신비용을 드라마틱하게 절감시켰고, 통신속도 또한 빨라져 대륙간 밀리세컨드(1밀리세컨드는 1000분의 1초)의 시간 사이에 전기신호로 정보가 전달되는 21세기 사이버환경 구축의 핵심기간시설이 된 것이다. 오늘날 해저케이블의 경제적 비용과 안전성을 능가하는 대체가능한 글로벌 사이버기간시설의 등장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 해저케이블의 문제는?

그럼에도 해저케이블의 안전에 있어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해저케이블에 대한 물리적 파괴행위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해저케이블에 대한 사이버도청을 통한 정보탈취문제이다.

해저케이블이 파괴되는 경우로 오늘날까지 가장 빈번한 사고는 어선으로 인한 사고이다. 특히 저인망 어선이 어망을 설치하고 바닥을 끌다가 해저케이블을 끊어버리는 사고가 많다. 분명 이런 사고는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경우 어선이 최선을 다해 해저케이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면 정상참작이 될 때가 많다. 물론 해로에 해저전선망이 표시되어 있도록 하는 것이 의무이고 해저전선을 파손하면 국내법에서 벌금부터 실형까지 행위자를 처벌할 수도 있다.

이런 고의성 없는 사고와 달리, 의도적인 파괴행위가 2010년대 이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베트남에서 발생한 해저케이블 5백㎞ 도난사건, 2013년 이집트 근해에서 스쿠버다이버들을 시켜 해저케이블을 파괴하게 한 행위, 2016년 홍해에서의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 등등이 있다.

특히 2023년 발생한 핀란드 연근해에서 발생한 발틱해 해저케이블 절단사고는 여전히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물론 짐작은 가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책임추궁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유엔해양법협약에서 해저케이블과 동일한 법령적용을 받는 해저파이프라인 파괴사건으로 2022년 발생한 “노르트스트롬2 파괴사건”이 있은 이후, 유럽은 해저케이블에 대한 테러행위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어 ②편으로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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