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맞이하는 신냉전시대의 해저전쟁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나토의 ‘사이버 해저 전쟁’ 준비는? NATO해양안보컨퍼런스 참석記 그들이 만들려는 해저시설 규범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와 한국이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안보 분야에 낯선 우리로서는 나토의 실력을 잘 알지 못한다. 국제해양법 전문가인 최수정 박사는 나토가 국제 안보관행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구로, 어떻게해서든 자기들의 정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다. 지금 나토는 바다속 해저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패널로 참석한 최수정 박사의 칼럼이다.-편집자주

6월 27-28일, 제4차 나토해양안보회의 개최

필자는 지난 6월 27, 28일 양일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나토-해양안보센터(NATO-MARSEC) 주최 제4차 해양안보컨퍼런스에 패널리스트로 참여했다. 이 회의는 2021년부터 나토해양안보센터가 개최하는 해양안보관련 회의로서, 나토가 관할하고 있는 수역에서의 주요 해양안보 이슈를 다루는 회의다.

이번 회의 주요 의제는 ▲러시아의 에너지인프라 무기화 ▲해저무인시스템의 역할 확대와 해상 사이버안보의 위협 ▲해저 기간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과 그 취약성 등이었다. 특히 나토의 주요 관심사항은 해상 에너지 기간시설의 취약성과 군사무기화, 해저통신기반시설의 피격 가능성과 대응전략 등이었다.

<NATO-MARSEC, 제4차 해양안보회의>

나토, 해저기간시설보호를 위한 전담팀 꾸려

이번 안보회의에서 나토와 참석자들은 다가오는 신냉전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해양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해 어떤 구체적 준비가 필요한 지에 대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에너지안보 위기,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가져올 긴장관계 등이 중장기적으로 해양안보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2022년 북해에서 발생한 해상파이프라인(노르트스트림 2)의 파괴행위가 역내 많은 국가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지난 2023년 10월 스웨덴-에스토니아간 해저전선(케이블)의 절단으로 EU 및 나토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반영되어 지난 2023년 EU와 나토는 해저기간시설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데 합의했고, 관련 위험성 평가보고서도 발간했던 것이다. 또한 2023년부터 나토는 독자적으로 해저기간시설 보호에 대한 나토 전담팀도 꾸리는 등 구체화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해양안보 확보를 위한 나토의 노력은 대서양과 흑해, 지중해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 시각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그 협력 관계를 확대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출신의 패널리스트들을 함께 초청해 논의했다는 사실에서 이들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중국”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중국의 자유통항 위협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남중국해에 대한 국내화’가 내포하고 있는 국제분쟁의 위험성이 지적되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나토가 이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필자가 참여한 세션의 주제는 신냉전시대 해저전쟁에 대한 국가전략수립에 관한 것이었다.

오늘날 해양안보에 있어 가장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분야는 바로 해저지형에서 발생하는 주요국가간 각축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세계 대륙간 통신의 99%를 담당하고 있는 해저케이블(전선) 파괴행위다. 과거에는 일부 저인망 어선들의 어구설치나 선박의 정박용 닻을 잘못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해저전선 파손사고가 많았다. 그런 특징을 고려한 처벌규정은 유엔해양법 협약 제113조에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선박 등록 기국의 처벌의지에 의존한 규정으로, 오늘날의 다양한 해저케이블 파괴행위에 대응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컸다.

오늘날 해저전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고의적’ 목적성을 갖고 일부 국가에 진입하는 통신선을 차단함으로써 통신장애를 유발하는 것, 이를 통해 정치적 또는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공격행위다. 지난 2011년 이집트 시위대가 “아랍의 봄”을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이어갈 때, 이집트에서 외부로 송출되는 해저전선이 파괴되어 외부와의 연결이 두절된 적이 있다. 이처럼 시민들에 대한 폭력, 살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부와의 통신이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떤 무시무시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홍해 해저전선 교차로에서의 위협

또한 현재 홍해를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는 후티반군이 지난 2024년 3월 5일 예멘 수역에서 3개의 해저전선을 파괴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예멘 수역은 15개의 해저전선이 지나고 있는 중요한 해저전선 교차로(Choke-point)인데, 이는 아시아와 유럽의 데이터교신량의 25%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사실상의 교전 중인 수역에서 해저전선이 파괴되면 이를 수리하는 것 또한 간단하지 않다.

유엔해양법 협약에서는 앞서 언급한 조항에 따라 해당 파괴행위를 한 선박의 등록기국이 해당 선박과 그 승조원들에 대한 처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후티반군과 같은 비국가단체에 대한 처리는 매우 애매해서 국제법적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722(2024년)가 후티반군에 대한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미국과 영국의 주장까지 제기 돼, 협약의 조항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후티반군이 노리는 홍해의 해저케이블망, 출처 : Tele-Geography Blog>

이 뿐아니라 지난 2023년 2월 2일과 8일 대만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해저케이블이 의도적으로 파괴된 것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저강도 무력도발로 볼 수 있다. 대만 국가통신위원회의에 따르면 두 척의 중국 선박이 대만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 31해리에서 대만 본섬으로 들어가는 해저케이블 두 개를 차례로 절단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와 아주 유사한 상황으로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해저케이블에 대해 동중국해의 EEZ에서 어떠한 파괴행위가 일어날 때 연안국이 이것을 막을 방법도, 처벌할 근거도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국제법 현실이자 국내법 체계의 한계이다.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대만의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 출처 : thediplomat.com>

그리고 이들 해저전선에 대한 데이터 탈취 행위(cyber espionage)는 국제법상 어떤 곳에서도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해저전선이 사실상의 적성국의 영해나 접속수역을 통과하고 있을 때 적성국이 이 해저전선에 무인기기를 부착해 정보탈취에 나선다면 매우 심각한 정보탈취가 발발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 사안들에 대한 접근법으로 데이터보호와 GPS 위치추적을 통한 선박경보시스템 등이 논의되었다.

해저기반시설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필요

이 회의에서는 해저전선의 파괴 및 정보탈취로부터 해저전선을 보호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대두됐다. 구체적으로 해저전쟁에 있어 무인설비 및 수중드론의 활용가능성이 보다 폭넓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해저전선에서 탈취당한 데이터의 소유국을 피해국 지위로 확대하는 가능성도 함께 토론됐다.

나토는 이와 함께 오늘날 가장 시급한 해양안보문제로 해상 에너지기반시설과 해저통신시설에 대한 보호를 꼽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성은 축적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주제에 대한 전략적 로드맵은 구축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남중국해와 같이 EEZ가 중첩되고 해양경계가 합의되지 않은 수역에서의 해양 세력간 충돌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해당 수역의 해저기반시설에 대한 파괴 시도는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해저기간시설 보호를 위한 대응전략 마련 시급

이번 회의 발표내용 중 잠재적 적성국가들이 잠수정을 동원해 관할권 바깥 수역에서 기반시설에 대한 위협 또는 공격시, 국제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명시적,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법적 한계로 지적되었다. 따라서 향후 나토가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 또는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문제에 대해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접근논리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해당 주제를 나토 관할수역 외 인도-태평양 수역과 연계하고자 할 경우, 주요 관계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필자의 발표내용은 “사이버기간시설로서 공해상 해저케이블보호를 위한 접근법”이었음>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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