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김병철의 퇴직연금 되살리기] 2.35%에 불과한 퇴직연금 수익률 국민연금 절반도 못돼...왜 낮을까 약간의 제도 개선으로도 살릴 수 있어 사업자 경쟁시키고, 가입자는 관심 높여야

그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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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인 400조 원대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퇴직연금 평가 기관들은 우리나라 퇴직연금을 C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후진국 수준의 평가인 거죠. 지난 2005년에 도입되어 20년 된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에는 가입자와 사업자를 연결해 지원하는 ‘제3의 회사’가 없습니다. 펀드평가회사에서 펀드 시장을 선진화시키는 데 기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직연금을 평가하여 선진화 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퇴직연금이 올바르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필자 註

수익률 2.35%의 초라한 성적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난 5년 평균 2.35%, 국민연금 수익률은 6.86%라고 합니다. 이에 퇴직연금 운용을 국민연금에 맡기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이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국민연금에 퇴직연금을 맡기면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질까요? 혹시 다른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1. 수익률은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됩니다

현대 재무이론은 연금 수익률은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도 낮은 수익률이 되도록 자산을 배분하였기 때문이라 할 것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수익률을 낮추는 예금 등 유동성자산을 90%가까이 보유하고,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과 같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자산에는 적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연금은 적정 유동성을 추정하여 예금 등의 유동성 자산을 최대한 적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신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과 같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합니다.

그래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유동성자산을 최대한 줄이고 중장기 투자자산에 많이 투자하도록 자산배분하여야 합니다. 때문에 자산배분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

2. 자금을 모으면 유동성자산을 최소로 줄일 수 있습니다

퇴직급여를 최후 보루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알프레드 케인즈가 주장한 ‘유동성선호 이론’처럼 불확실성에 대비해 예금 등 유동성자산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각 개인의 퇴직자금으로만 자산배분을 하라고 한다면, 중장기 투자자산의 비중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영국 등 퇴직연금 선진국은 이런 개인의 성향을 극복하도록 자금을 모아 집합(Collective)하여 운용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CDC(Collective DC)제도 등이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기금처럼 자산을 운용하는 전문기구를 만드는 방식이고요, CDC는 자금을 집합할 수 있는 곳에 돈을 맡겨 알아서 운용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다수의 자금을 모으면 인출이 필요한 최소한의 유동성자산규모를 추정할 수 있고, 중장기 투자자산규모를 최대한 늘릴 수 있어 적극적인 자산배분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수익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소규모 개인자금으로는 투자할 수 없는 다양한 고수익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익률은 높이고, 위험은 줄이는 최적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자금을 모아 집합(Collective)하여 투자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현재도 바꿀 수 있는데도 관행 탓에

3. 국민연금 수익률보다 더 양호한 성과를 추구할 수 있다

퇴직연금보다 높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자산배분과 집합투자에 따른 성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기금구조임에 따라 다수의 자금을 모아 집합하여 운용하는 형태입니다. 또 유동성자산을 최대한 줄이고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실현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개인에게 자산배분을 맡겨 예금 등의 유동성자산 중심으로 투자함에 따라 낮은 수익률이 나타난 것이지요.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수익률보다 높은 자산배분과 집합투자의 성과를 보여주는 ‘바람직한’ 상품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TDF입니다. TDF(Target Date Fund)는 은퇴시점(Target Date)에 맞추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비중을 자산배분곡선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입니다.

문제는 개별 근로자가 자신의 은퇴연도에 맞추어 TDF 하나의 상품만 지정해서 지속적으로 믿고 적립하기만 하면 국민연금 수익률보다 더 양호한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예금 등 여러 상품들과 TDF를 조합하여 적립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물가상승률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주는 ‘디딤펀드’를 만들어 퇴직연금 가입자를 유치하려 합니다. 이 역시 가입자가 장기적으로 믿고 하나의 상품에 맡기면 바람직한 퇴직연금 성과를 안겨줄 수 있는 상품입니다.

미국의 401K와 같이 퇴직연금을 가입할 때 하나의 TDF상품만 정하여 적립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 전체의 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사업자들 경쟁을 끌어내자

4. 수익률에 관심을 가져야 수익률은 높아집니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자금운용 사업자들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하여야 수익률은 높아집니다. 이를 위해 올바르게 수익률을 평가(Evaluation)하고 인증(Certification)하고 공시(disclosure)하는 ‘성과평가 프로세스’가 도입하여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는 수익률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정보가 완전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투자자가 실제로 받게 되는 수익금을 올바르게 수익률로 표시하기 위하여는 일별 수익률, 일별 자산규모를 알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별 수익률과 자산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최근 디폴트옵션 수익률을 정부가 공시하면서 투자자가 얻은 수익금을 기초로 측정한 수익률은 4% 초반인데 반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실현한 것처럼 통계조작에 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선택하였다는 핑계로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간 건전한 수익률 제고경쟁을 통하여 퇴직연금 가입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퇴직연금 가입자 역시 수익률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올바른 성과평가와 정보공개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글쓴이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김병철 에프앤가이드 퇴직연금 사업부 부문대표는 자산운용회사와 증권회사가 합쳐진 투자신탁회사에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해 자산운용시장의 영업, 제도, 상품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2000년 (주)제로인에서 펀드평가시장 개척에 나서 펀드와 펀드매니저, 자산운용사를 평가했고, 연기금 등 투자자에게 성과평가 및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제공했다. 2016년에는 KG제로인 대표이사를 지냈고, 2024년 에프앤가이드에 퇴직연금사업부를 신설해 부문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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