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분석: 로컬라이저를 왜 저렇게 설치했나?
[최기영의 ‘공학+교육=사람’] 사고 원인 모든 가능성을 짚어보면 착륙장치, 복행, 제동의 문제 가능성 로컬라이저 설치 방식에 문제있는 듯 “흔들리지 않되 부러지게 설계했어야” 수개월 내 분석될 듯...시나리오도 상정
- 조류 충돌로 오른쪽 엔진이 손상되었다. 조종사는 긴급히 복행 결정을 한다. 남은 하나의 엔진 출력을 올리려는데, 이 엔진마저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제 조종사는 정상적인 복행을 포기하고 그 시점의 항공기의 에너지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활주로로 돌아와야 한다. 공중에서 체공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에너지를 잃어버리면 활주로로 돌아오지 못한다.
- 이때 (혹시) 노출된 바퀴와 플랩을 접고 항공기를 클린 상태로 만든다. 긴급히 선회해서 19 활주로에 정렬하고 착지하려 한다. 유압이 떨어졌으므로 조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엔진 추력이 없는 상태에서 거리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엔진 유압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플랩을 쓸 수 없고 바퀴를 내릴 여유도 없다. 순항 상태처럼 클린한 형상이라 속도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지면효과로 고도를 낮추는 것도 어렵다.
- 부족한 조종력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활주로 정중앙에 착지했지만 남은 거리가 짧다. 동체 마찰 외에는 감속 수단이 없다. 제동력 부족으로 안전지대까지 지나쳐 버렸고 안타깝게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에 부딪히며 파손되었다.
작년 12월 29일 아침에 발생한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언론의 관심 또한 여전히 뜨겁다. 당일 아침부터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필자를 비롯한 관련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갖가지 방향으로 추정을 해봐야 그것이 당장의 궁금증에 물 몇 방울 떨어뜨려 일시적인 갈증을 해소해주는 것 외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혹시 지금 알고 있는 정보를 신뢰하고 추정하여 결론을 내렸는데 나중에 그 기초 자료가 틀려서 결론이 전혀 다른 방향을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또는 발언의 맥락이 와전되어 엉뚱하게 해석되고 남용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복합적으로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피하려고 피했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몇 군데 언론과 인터뷰를 해야했다. 그 당시의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발언만 하려고 했지만, 지나고 보니 후회되는 말도 있다. 또 빠트리고 하지 않은 말도 아쉽고, 며칠 사이에 추가로 공개된 자료도 있기에 이 시점에 한번은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사고의 규모
안타깝게도 크고 작은 항공 사고는 늘 일어난다. 그 중 이번의 참사는 그 규모가 최근 발생한 사고 중에는 가장 심각한 것이라서 왜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느냐 피할 수는 없었느냐는 질문들을 많이 한다.
이번 사고는 조류 충돌로 엔진에 고장이 생기고(또는 그렇게 추정하고), 복행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복행 절차와는 다르게 긴급하게 반대방향으로 내리고, 바퀴 없이 동체 착륙으로 진입하였으며, 활주로의 끝이 아니라 3분의 1정도 지점에서 착지하였으며, 짧은 거리 내에서 멈추지 못하며 로컬라이저 지지 구조물에 충돌하고, 큰 화재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 개별 단계들은 드물지만 일어나는 일들이고, 현대의 항공기들이나 지상의 지원 시설은 이런 사고에 대비해 나름대로 대비를 갖추고 있기에 그 자체로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의 경우도 만일 앞서 언급한 과정에서 어느 하나만 달랐어도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안타깝게 이 모두가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큰 참사로 끝나고 말았다.
항공기의 날개와 동체에는 적지 않은 양의 연료들이 늘 있기 때문에 화재에 민감하다. 따라서 화재 발생 요인을 줄이고, 화재 발생시 90초 이내에 모든 승객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하지만 이번 화재는 일반적인 화재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의 충돌과 함께 날개와 동체에 내장된 연료탱크가 파손되고 거기서 쏟아져 나온 연료가 마찰로 뜨거워진 동체에 닿았다. 순간적으로 화재가 넓게 퍼져 대형 참사가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조류 충돌 원인?
비행기는 하늘을 새와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는 우리가 늘 통제할 수 없기에 비행기가 지나는 길목에 들어오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따라서 항공기와 새가 부딪히는 일은 의외로 자주 생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100여 건의 충돌이 발생하고, 미국에서는 2023년에 8천 건이 넘는 조류충돌이 있었으며 이중 300여 건 이상은 실제 항공기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미국 여객기 운항만 볼 경우 2000년 이후 운항 횟수 기준으로 십만 번의 비행 당 조류 충돌은 연간 평균 약 23회 발생하며, 그 중 약 1.27회 정도는 손상으로 이어진다고 한다.[참고문헌: FAA &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Wildlife Services, “Wildlife Strikes to Civil Aircraft in the United States 1990-2023]
조류충돌은 주로 고도가 낮은 공항근처에서 발생해 항공기 기체와 엔진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한 손상이 생기는 경우 당연히 안전을 위해 긴급 착륙을 수행하는데, 인터넷에서 다양한 유사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항공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해서는 미리 대처를 하도록 되어 있다. 조류충돌이 생기더라도 이로 인해 항공기가 비행 불능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조종석, 기체 등에 1.5~8파운드 무게의 물체를 최대 약 시속 700㎞의 속도로 쏴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따라서 조류 충돌 자체만으로 항공기가 추락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착륙장치(랜딩 기어) 원인?
수백 톤의 기체를 받치고 착륙시의 충격을 견뎌야 하는 착륙장치는 높은 수준의 기계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이 분야에는 항공우주 선진국 중심으로 전문 기업들이 별도로 존재한다. 큰 힘을 받는 구조물인 만큼 무겁고 그만큼 작동시키기도 힘들기에 ‘유압’을 사용한다. 보잉 737-800의 유압은 1차적으로는 엔진에서 발생하는데,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전기 모터를 이용해 유압을 발생시킨다. 이걸로 착륙장치를 작동시키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각각의 착륙장치에는 왼쪽, 오른쪽 엔진에서 발생하는 유압이 독립적으로 연결되어 신뢰성을 더욱 올리도록 되어 있기에 착륙장치가 유압 장치의 결함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대비하더라도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생긴다. 이 때는 수동으로(접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접힌 착륙 장치를 풀 수 있다. 유압이나 수동이든 어느 경우든 접힌 착륙장치를 완전히 펴는 데는 약간이나마 시간 여유가 필요하다.
제주항공 2216편의 경우 초기 착륙 과정에서 착륙장치가 내려온 상태에서 비행하는 걸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흐릿한 사진에서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여러 가설 중 하나로 놓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만일 이 증언대로 초반에 랜딩기어가 내려왔는데 동체 착륙 과정에서는 접혀 있었다면 조종사가 일부러 접어 올리고 다시 내리지 않거나(즉, 내릴 의도가 없었거나), 못 내렸다고 봐야 한다.
의도는 있었으나 못 내린 상황으로는 내릴 시간 여유가 없거나 기계적인 결함으로 내려가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복행의 착오?
사고기 조종사는 절차대로 ‘메이데이’를 세 번 외치고 조류충돌로 인한 복행 절차를 선언했다. 즉, 약 3도의 각도로 내려오던 접근 경로를 포기하고, 다시 돌아 착륙을 재시도한다는 의미이다. 복행은 공항의 기상이 안 좋을 경우 또는 접근 중에 기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일반적으로 수행되는 절차이다. 접근을 포기한 후에는, 다시 고도를 올려 지정된 지점(무안공항은 활주로 서쪽 방향에 위치) 중심으로 선회를 하다가 준비되면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원래의 착륙 경로로 다시 돌아와 처음과 같은 패턴으로 착륙을 시도한다. 즉, 리셋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 크게 돌아 원래의 방향으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회전해서 반대 방향으로 진입했다. 사고기를 촬영한 또 다른 영상에서는 고도를 거의 높이지 못하고 공항을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착륙 과정을 포기한 이후 일반적인 복행절차로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엔진이상 원인?
여객기는 최소 2개 이상의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이 엔진이 가장 큰 힘을 내는 것은 이륙할 때이다. 비행기가 가장 무거운 상태이고 최대한 빨리 가속해야 하기에 엔진도 최대 출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순항 중에는, 특히 연료가 많이 소모된 비행 후반에는 엔진 출력에 여유가 생긴다. 심지어는 하나의 엔진으로 순항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제주항공 2216편도 만일 복행하는 시점에 단순히 하나의 엔진만 고장 난 상태였다면 이후 정상적인 비행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영상에는 오른쪽 엔진에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등 조류충돌로 이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보이지만 왼쪽 엔진도 정상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였을 수도 있다.
엔진이 둘 다 꺼지면 항공기의 여러 기능들이 멈추거나 성능이 떨어진다. 엔진의 출력으로 큰 힘을 발생시키는 유압장치들이 보조 유압만으로 작동해야 하기에 느리고 조종에 많은 힘이 필요하다. 전기도 배터리로 전환되어 비(非)필수적인 기능은 꺼진다.
여객기들은 안전의 이유로 자신의 위치와 속도를 거의 1초 간격으로 방송하는데, 이걸 ADS-B 장치라고 한다. 이 ADS-B 신호는 누구나 수신할 수 있는데, 사고 직후 민간에서 나온 항적 자료는 이 ADS-B 신호를 수신하고 저장하여 보여준 것이다. 이 신호가 일정 시점 이후에 끊어졌다고 하는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양쪽 엔진 상실로 배터리 전원으로 대체되면서 ADS-B로 가는 전원이 차단되었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공항 근처라 인근 지형의 영향으로 근처에 적절한 수신기가 없었을 수도 있다. 만일 신호 미 송수신의 원인이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두 엔진 모두 꺼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착륙 시 엔진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도 있어 혼란스럽다. 동체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와 혼돈했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모두 가설이다.
활주로 방향 원인?
무안공항의 01 활주로, 19 활주로는 이제 널리 알려졌다. 활주로에 붙는 이 번호는 진행 방향을 의미한다. 01은 방위각 10도, 19는 방위각 190도. 즉, 01은 거의 정북으로 향하고 있고, 19는 그 반대방향으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활주로가 진입 방향에 따라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해서 구분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활주로는 두 방향을 다 쓰는데, 바람의 방향에 따라 그때그때 사용방향이 결정된다. 관제탑에서 관리하는데, 이륙하는 비행기, 착륙하는 비행기 모두 동일한 방향을 유지한다.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 이에 따라 하루에서 몇 번 이 방향은 전환되기도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남북 방향의 바람이 우세하기에 활주로를 남북 방향으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공항을 지을 때 그 지역의 바람을 오랜기간 관측하여 활주로 배치에 반영한다.
이번 사고가 생겼던 시점에 바람은 약한 측풍 외에는 없었다고 한다. 바람이 없는 경우 비행기 하나만 놓고 보면 어느 방향이든 상관이 없다. 이번에도 비상상황이라 정상적인 01 활주로가 아니라 19 활주로로 진입한 것 자체는 비행 특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착지 위치 원인?
짧은 선회를 마친 항공기는 활주로 방향에 거의 정렬되어 들어오는데, 착지점의 위치가 활주로 시작점에서 약 1200m였다고 한다. 전체 길이가 2800m였으니 거의 반 정도 지점에 착지한 것이다. 제동거리는 기상, 비행기의 무게, 착지 시점의 속력, 그리고 감속 조치 등에 따라 결정된다.
당연히 천천히 내리는 것이 안전하고 제동도 쉽다. 하지만 공중에서의 속력이 너무 느리면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이 줄어들어 수직강하속도가 빨라져 충격이 크다. 따라서 바퀴에 최대한 하중을 덜 주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좋은데, 이를 위해 날개의 앞, 뒤 쪽에 ‘플랩’과 같은 고양력장치를 두고 활용한다.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에 날개 뒤쪽으로 장치가 빠져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텐데, ‘플랩’이라는 장치이다. 쉽게 생각하면 날개의 면적을 늘려주어서 느린 속도에서도 큰 양력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다. 하지만, 이런 장치를 썼을 때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저항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기는 일반적인 착륙과정에서 보이는 플랩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플랩을 사용한 상태에서 내렸으면 제동거리는 줄어들었겠지만, 공중에서의 속력 감소 때문에, (엔진이 정상작동하지 않은 경우) 오히려 활주로에 못 미쳤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모른다.
비행기가 지면 가까이서 날면 지면효과의 영향을 받아 양력이 커진다. 날개는 공기가 밀어 올려주는 덕분에 위로 향하는 힘을 발생시키지만, 동시에 공기분자들은 아래로 내려간다. 지면에 가까울 때는 이 아래로 내려가는 공기분자가 지면에 반사되어 다시 위로 향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이 증가한다.
착륙할 때는 양력이 커지는 것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빨리 지면에 착지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이 ‘지면효과 현상’이라 생각한다. 모든 제어가 원활한 상태에서는 지면효과를 상쇄하고 원하는 지점에 착지하지만, 순항상태처럼 공기저항을 최소로 하는 형상으로 내려오는 중이었기에 속도의 감속이 충분하지도 않고 조종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면 지면효과를 상쇄하며 빨리 착지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제동 장치 원인?
순항속도보다는 느리다고는 하지만 착지할 때 여객기의 속력은 시속 200㎞가 넘는다. 당연히 큰 제동력이 필요하다. 크게 세 가지 장치를 쓴다. 먼저 ‘역추력’이다. 제트엔진 분사 가스의 방향을 바꿔 엔진 앞쪽으로 나가게 한다. 여객기 착륙 직후 실내에서도 큰 엔진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역추진이 진행되는 순간이다.

다음은 날개에 장착된 플랩, 스포일러 등 각종 장치를 사용해서 앞에서 봤을 때 면적을 늘려 공기저항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역추진, 날개보조장치 모두 유압으로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주(主)착륙장치의 ‘브레이크’다.
역추진이 ‘작동했다’, ‘안했다’는 의견이 있다. 역추진은 엔진이 정상 작동할 때 의미가 있는데, 역추진이 가능할 상태였으면 왜 공중에서 그렇게 빨리 복행했을까 의문이다. 또한, 조종사들에 의하면 하나의 엔진만으로 역추진할 경우 비행기가 회전해버릴 수 있기에 하나의 엔진으로 착륙할 경우는 역추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는 러더로 균형을 잡지만 속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역추진을 하면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엔진 및 역추진의 작동여부는 비행기록장치의 데이터를 살펴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엔진 추력이 없고, 따라서 역추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사고 당시의 동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공기저항을 키우는 장비들과 착륙장치의 브레이크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 순수하게 동체와 활주로면 사이의 마찰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착륙장치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의 아랫면과 지면과의 마찰을 이용해서 감속하는 것을 ‘동체착륙’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Belly Landing’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기체의 배를 땅에 붙여서 착륙하는 것이다. 현대의 여객기들은 큰 엔진을 장착하기에 동체착륙시 동체가 완전히 땅에 닿지 않는데, 이번 경우처럼 한쪽이 들린다.

로컬라이저 원인?
충분히 제동되지 않은 항공기는 활주로 포장면을 약 300m 지나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했다. ‘로컬라이저’는 정밀착륙을 도와주는 장치이다. 야간이나 악(惡)기상 상황처럼 활주로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조종사는 공항에서 발신하는 전파 방향을 따라 활주로에 접근할 수 있다.

‘정밀착륙’에는 두 개의 방향 정보가 필요하다. 하나는 진입각(글라이드 슬로프 Glide Slope)을 알려주는 것인데, 보통 지면에서 3도 정도 들려있다. 이 각도보다 급하게 들어오면 수직 속도가 빨라 착지시 충격으로 착륙장치와 기체에 구조적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너무 얕으면 활주로 진입전 도심상공을 낮게 비행하는 구간이 길어져 소음 피해지역이 늘어난다. 도심에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공항은 진입각을 좀 더 높게 설정하기도 한다.
방향의 두 번째 요소는 활주로 기준 좌우 정렬인데, 이걸 도와주는 장비가 로컬라이저이다. 방위각 지시기는 부적절한 용어인데, 방위각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활주로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어느 정도 치우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항공기 기준) 좌우 방향으로 각각 90Hz와 150Hz의 신호를 보낸다. 비유하자면, 왼쪽 귀로는 90Hz를 듣고, 오른쪽 귀로는 150Hz의 소리를 듣는데, 90Hz가 더 크게 들리면 내가 활주로에서 왼쪽으로 치우쳐있고, 150Hz가 더 크게 들리면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조종사는 90Hz와 150Hz가 같은 크기로 들리는 방향으로 진입한다. 그러다 보니 이 장치는 활주로의 중심선 위에 놓여야 한다.
그리고 3도 각도로 진입하는 항공기에게 30㎞ 이상의 거리에서 수신되도록 해야 하기에 전파를 공중으로 방사한다. 일반적으로 지면에서 일정 거리 이상의 높이에 설치되어 지면과의 전파 간섭이 적도록 한다. 무안공항 19 활주로는 약간의 내리막 경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활주로 끝을 넘어 로컬라이저를 설치할 경우 지면에서 일정 높이 이상 들어 올려야 하는데, 그것을 기둥만으로 하지 않고 콘크리트 지지대 위에 설치함으로 결과적으로 장애물로 작용하게 되었다.
로컬라이저가 아니라 로컬라이저 설치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글라이더 슬로프 안테나와 로컬라이저 모두 정확한 방향을 가리켜야 하기에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히 설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항공기 진행 방향에 있으므로 불의의 사태시 항공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포괄적 원칙이 실제 설치 단계에서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바람에 견딜 만큼의 강성을 가지기 위해 무한정 튼튼하게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흔들리지 않되 일정 이상의 힘에는 부러지도록 설계하고 만들어야 한다. 현대 기술은 충분히 그러한 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데, 이 시설 구축 당시 그러한 점이 고려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블랙박스와 사고 조사
이미 일어난 사고에 이토록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이것이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문제로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항공운항의 안전은 지속적인 개선의 결과이다. 복잡계에서 모든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예상하여 문제에 미리 대비한다. 그럴려면 이번과 같은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야 한다.
이 작업의 기본은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널리 퍼진 제보영상 외에 사고 항공기의 운항 및 정비 이력, 공항의 감시시설, 교신내용과 같이 지상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와 함께 항공기에서 수집된 자료들을 활용할 것인데, 조종실의 음성과 비행기의 계측 자료들이 담긴 비행기록장치의 중요도가 무엇보다 높다.
초기 항공사고의 경우 이런 장치들이 없어 원인을 규명하기 힘들었다. 기술의 꾸준한 발전으로 훨씬 안정화되었고, 지금은 아주 복잡한 사고의 경우도 이 비행기록장치가 회수된다면 원인을 거의 대부분 밝혀낼 수 있다. 이 장치들은 중력의 3600배 되는 충격과 섭씨 1,000도(℃)의 고온을 견디도록 만들어졌다. 이 시점까지 음성기록장치의 데이터는 확보했고, 비행데이터기록장치의 경우 커넥터 부분이 손상되어 원제작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초 설계요구도를 볼 때, 내부 메모리에는 손상이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조사 후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는데, 그때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읽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각각의 데이터를 퍼즐 조각이라 보고, 그 조각을 모두 맞췄을 때 빈틈이 생기지 않는 결과를 도출해야 되기 때문에 그렇다. 부분적인 데이터를 보고 추정은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결론을 내기 위해 그만큼 많은 자료를 참조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사고에 따라 수년씩 걸리기도 한다고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비행기록장치의 내용만 잘 보존이 되어 있다면 거의 모든 자료가 확보되기에 분석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고, 빠르면 수 개월내 중간보고서는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인 밝힐 시나리오
앞에서 사고를 부분적으로 나눠서 살펴봤다. 하지만 이것들을 연결하여 전체를 구성하기에는 너무 정보가 부족하다. 사고 직후의 추정과, 며칠이 지나 자료들이 좀 더 보완된 지금의 대세적 추정이 벌써 다르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향후 추가 분석을 통해 나온 결론과도 다를 수 있다. 그런만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상황을 어설프게나마 재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많은 가설들이 나오고 있고, 실제는 이 어느 가설도 맞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는 착륙 당시 엔진 소음이 크게 들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도 이런 가설을 세우고 추리하는 이유는 어떤 원인은 최대한 빨리 파악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항공기의 착륙과정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함으로 전체 맥락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고, 그것이 사고조사의 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며칠전 경찰이 제주항공과 무안공항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두 기관에 대한 조사야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지만 사고조사가 진행 중인 지금 긴급하게 취할 조치였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원인을 규명에서 희생자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안전을 위해 다른 공항 시설까지도 다시 점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이다. 사고원인조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행정력이 집중해야 한다.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들에게 슬픈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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