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시대(1)...스페이스X, 혁신의 불꽃을 살리다

[최기영의 ‘공학+교육=사람’] 위성으로 지구를 덮는다...첫구상은 모토롤라 고비용 위성발사 부담...모토롤라 ‘파산’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발사비용 ‘혁명’ 수만개 위성 하늘에...대용량 데이터통신사업 채비

'스타링크(starlink) 위성' 60기를 실은 팰컨9 로켓의 발사장면. 사진=연합뉴스
'스타링크(starlink) 위성' 60기를 실은 팰컨9 로켓의 발사장면. 사진=연합뉴스
  •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에 과학자는 늘 장래희망 최상위권에 있었다. 다른 무엇과 순위를 다투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막연하게나마 그 길을 걸을 갈 것이라 다짐했고, 중학교 무렵에 ‘항공공학과’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 매혹적인 이름에 빠져 오늘까지 그 분야의 밥을 먹고 있다. 분야는 정했지만 직업에 대해서는 뚜렷한 목표는 없이 시작한 공부가 한 해 두 해 늘어났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 쯤에는 가르치는 것에 대한 흥미와 작은 자신감까지 생겼고, 결국 수 년 간의 직장 생활 후 교수로 새로운 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수학하는 내 친구들이 저 제목을 보면 놀라자빠질 것이다. 공학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수학기호를 저렇게 말도 안 되게 쓰냐고 타박할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에 어떤 방향성을 주고 싶은데, 거기에 바로 현재의 내 정체성과 내가 지향하는 바를 담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 사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공학과 교육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소위 우주시대는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 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와 함께 시작했다. 서로를 멸망시킬지 모른다는 일촉즉발의 살벌한 냉전 중에 발생한 이 사건은, 미국한테 자존심의 손상과 함께 적국 소련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안방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공포를 더해주었다. 미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력을 집중해서 소련을 추격했다. 소련 역시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칠 생각이 없었고, 유인 우주비행, 우주 유영에서 한 발 앞서갔다. 하지만 격차는 점차 줄어 최초의 통신위성, 최초의 지구정지궤도 위성, 최초의 유인 달 탐사의 영광은 미국에게 돌아갔다.

국력을 과시하고 군사적 유용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목적의 우주개발 경쟁은 냉전 기간 내내 지속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중들의 관심은 줄어들었고,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국가주도 우주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반대 목소리도 커져갔다. 달 착륙 성공 후 화성을 다음 목표로 내세웠지만 현실성이 없어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퍼즐 조각처럼 맞물린 우주사업의 한계

유인 달 탐사와 화성 탐사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아폴로 11호는 이륙부터 지구 귀환까지 약 8일이 걸렸다.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지금의 로켓으로는 가는데 대략 6개월이 걸린다. 화성까지 간 다음 착륙하지 않고 돌아올 수도 없다. 이미 지구는 그 사이에 출발할 때에 비해 태양의 반대편으로 움직여 버렸고 화성도 얼마간 움직였기에, 화성에 간 우주선이 바로 출발해서 원래의 자리에 오면 그 자리에 지구가 없다.

지구와 화성이 적절한 배치에 이를 때까지 우주인들은 화성에서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화성에 다녀오려면 최소 2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우주선의 기계적 전기적 내구성은 물론이고 음식, 물, 공기 어느 하나 소홀히 할 게 없다. 몇 사람이 2년 동안 사는데 필요한 이런 것들을 모두 지고 화성에 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따라서 달 탐사 이후 화성에 가는 것은 구호에 그쳤고, 그 밖에 대중들에게 딱히 보여줄 유인탐사는 더 없었다.

어마어마한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대원들의 활동보다는 차라리 허블 망원경이 보내오는 경이로운 우주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이 더 대중에게 다가왔다.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의 기간 중에 대중들이 기억하는 우주개발에 대한 기념비적 성취는 거의 없다. 인공위성의 성능과 활용도는 올라갔지만 발사비용은 여전히 높았고 일부 제한된 국가기관과 업체만 사용이 가능했다.

로버를 이용한 화성 탐사 등 과학기술적인 진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혁신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우주 사업은 발사체, 위성, 활용의 세 분야를 나눌 수 있는데 이 각각은 서로 강하게 연동이 되어 있다. 한쪽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다른 쪽의 한계에 의해 실행에 제한이 된다. 퍼즐조각처럼 맞물려버린 이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구정지궤도 통신위성의 성공과 한계

케플러는 약 400년 전에 태양과 행성의 거리가 멀어지면 공전 주기가 길어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같은 법칙으로, 지구에서 수백㎞ 떨어져 도는 인공위성은 대략 10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도는데,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음력으로 한 달, 약 27일이 걸린다. 그 사이 어딘가에는 하루에 한 번 지구를 도는 궤도가 있는데, 이것이 지상에서 3만6천㎞ 떨어진 ‘지구동기궤도’이다.

지구동기궤도 중 적도면에서 도는 위성은 남북반구에 오르내리지 않고 24시간에 한번 공전함으로 지구에서 보는 위치가 변하지 않게 된다. 휴즈 항공사는 1964년에는 이 지구정지궤도에 통신위성을 안착시키고 방송통신 위성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이와 같은 통신 및 방송용 위성은 대표적인 상용 우주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구 반경의 다섯 배 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위성과 통신하려면 그 먼 거리 때문에 고출력, 고감도의 전용 장비가 필요했다. 지금은 유선인터넷망으로 이용자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파트 베란다에 빼곡히 달려있던 가정용 위성 TV 접시 안테나를 생각하면 된다. 그나마 방송 수신은 위성에서 큰 출력으로 쏘기에 작은 접시 안테나로 받으면 되는데, 개인 간의 쌍방향 통신은 쉽지 않다.

개인들이 휴대폰처럼 작은 출력의 기기로 위성 중계를 이용해서 통신을 할 수 있으려면 위성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하지만 위성의 고도가 3만6천㎞보다 낮아지면 위성의 공전속도가 지구의 자전속도보다 빨라져 사용자와 위성간의 상대위치가 계속 바뀌게 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 보였던 위성이 지평선 너머로 내려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므로 통신이 끊어진다.

그때 반대편에서 또 다른 위성이 올라오고 앞의 위성이 이 새로운 위성에게 중계를 이양하면? 많은 수의 위성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면 늘 하늘에 최소 몇 대의 위성을 관측할 수 있을 텐데, 이 위성간의 릴레이를 통하면 끊이지 않고 통신이 가능하다. 미국의 스페이스X나 영국의 원웹은 이러한 방식으로 지구 전역에서 음성은 물론 인터넷 통신 기능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신위성의 혁명과 실패...스페이스X의 도전

그런데, 이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말 이 아이디어로 특허가 출원되었고 모토롤라는 이리듐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초 77대의 인공위성을 연동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리듐이란 사업명은 원소번호 77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그 비싼 인공위성 수십 대를 동원해서 통신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사업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역시 50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비싼 단말기와 서비스 비용, 제한된 품질 등으로 만 명 정도의 가입자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당시 급격하게 세를 늘리던 휴대용 전화기에 밀린 끝에 1999년 15억 달러의 채무로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초의 모토롤라 주도 사업은 이렇게 청산되었고, 현재 다른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인수 받아 82개의 위성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비록 경제적인 면에서는 최초 기대만큼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이 이리듐 프로젝트는 위성통신 방식에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구정지궤도에 올라가는 방송통신위성은 5톤 내외의 무게로 가격은 1억~2억 달러 수준이다. 발사비용 또한 비슷한 규모인데, 발사 비용이 큰 만큼 한 번에 대형 고성능 위성을 올리는 개념이다. 반면에 이리듐은 700kg 내외의 무게에 제작비용은 1기당 5백만 달러 수준까지 낮췄다고 알려져 있다. 고신뢰성의 첨단기술로 정교하게 만든 대형 위성을 사용하는 개념에서 다수의 소형 양산품을 이용하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개념도 좋았고 위성도 그에 맞게 개발되었으나, 저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저렴한 비용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수단이 모토롤라에게는 없었다. 정지궤도에 수 톤 크기의 위성을 올려놓을 수준의 대형 발사체는 변화된 시대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이제 그 시장에서 누구보다 경제적으로 발사체를 운영할 수 있는 스페이스X는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개념은 이리듐과 동일하다. 하지만 서비스의 품질이 다르다. 이리듐이 전화기능 정도만 제공하는데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고속인터넷 기능까지 제공한다. 스타링크 사업 계획의 위성 배치 계획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계획으로는 200kg 내외의 인공위성 수 만기로 지구 전역을 덮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링크 프로젝트' 개념도.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링크 프로젝트’ 개념도.

스페이스X 성공의 키워드...’남들과 다르게, 과감하게’

이 위성들은 다양한 고도의 궤도에 배치되는데, 다수의 위성이 지상궤도 300㎞대에서 운영된다. 이 궤도는 공기저항으로 인해 오래 머물 수 없기에 현재의 상업용 위성들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통신 품질을 개선시켜 인터넷 등 대용량 데이터 통신에는 유리하다. 2021년 9월 현재까지 총 1791기의 스타링크 위성이 발사되었고, 그 중 134기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거나 고장이 났다. 이 실패 비율은 우주 기술이 상당히 안정화된 현재로서는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성공률을 올리려면 비용도 그만큼 올라간다. 완벽한 초기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일부 위성이 고장을 일으키더라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위성들을 올려 차별적인 기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위성을 고가의 내구재가 아니라 소모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업체들은 이러한 시도를 하지 못한다. 발사 비용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경쟁자보다 저렴하게 위성을 올릴 수 있다. 휴대폰 회사가 자신이 생산한 반도체를 이용하는 것과 다른 회사로부터 사서 쓰는 것의 차이다. 이렇게 하면 휴대전화에도 이익이고 반도체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스페이스X는 발사 서비스 제공 업체에 머물지 않고 발사수요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에 더해, 거의 대량생산에 준하는 생산과 시험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해 위성의 가격도 낮추었다. 이전에는 위성운용 업체, 위성개발 업체, 발사체 업체가 다 별개였는데, 스페이스X는 이걸 통합함으로써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 망이 가지는 안정적이며 넓은 통신 대역에 더해 지역적 제한점마저 극복하여 지구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데이터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로 진출하려 하고 있다. 멀린, 랩터 엔진의 개발에서 재료부터 최종 조립까지 과감하게 일관공정을 도입해서 남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경험을 살려 이제는 발사부터 위성운영까지 전 과정을 통합했다. 기존 사업의 개선이 아니라 이전에 없던 사업 모델이 생긴 것이다. (계속)

글쓴이

최기영 인하대 교수

필자인 최기영 교수는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에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어떻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가르칠까 하는 고민과 함께, 기술혁명기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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