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잠시 잊어두자
[최기영의 ‘공학+교육=사람’] 시험발사 명백히 성공한 누리호 성공실패에 매달리게 하지 말아야 ‘더 과감한 목표 도전’ 나서게...지금 잊어줄 때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학생들이 헷갈리는 용어 중에 실험과 시험이 있다. 학부 1학년에서 물리실험, 화학실험 같은 과목을 듣는데, 그 영향인지 대학원에 와서도 비행실험을 한다는 표현을 쓴다.
사전에서 실험은 ‘과학에서, 이론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함’ 또는 ‘새로운 방법이나 형식을 사용해 봄’이라 되어 있고, 시험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지로 증험하여 보는 일’이라 되어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무인기는 그 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설계되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론적 검증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모든 오류를 수정하고 나면 이제 밖으로 나가 비행을 준비한다. 첫 단계에서는 지상에서 그냥 전기만 넣어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시동을 걸어서 또 점검하고, 이런 단계들을 순차적으로 밟으며 많은 개선 과정을 거친 다음 비행에 들어간다.
이처럼 시험 비행과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실내에서 확인하지 못했던 기능을 하나하나 검증해서 완성도를 올리는데, 그 과정이 오래 걸린다. 이 한 단계 단계는 설계에서부터 그 직전 단계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식으로 예측한 것을 확인하는 과정인데, 보통 모든 게 예측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이전의 단계로 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이 시험이다.
반면에 ‘실험’은 그 결과의 예측성이 시험보다 떨어진다. 실험 중에 여러 변인들을 조절하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런 새로운 현상이 새로운 과학 이론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니, 학생들이 비행 ’실험’을 하겠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비행시험은 해도 비행실험은 하지 말자. 잘못하면 사람 다친다.
성공적으로 진행된 누리호 발사 시험
1.5톤급 실용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 시험이 끝났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고, 최종 단계로 모의 위성의 분리까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그 직전에 521초 동안 작동해야 할 3단 엔진이 1분 정도 일찍 꺼지는 바람에 모의 위성이 원래 목표로 했던 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만일, 이 발사가 발사 서비스 업체에서 유상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려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발사의 목적이 최초로 완전하게 조립된 누리호에서 당초 예상했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라는 점에서는 명백한 성공이다.
설사 이 한 번이 궤도안착까지 완벽하게 진행되었어도 시험은 어차피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에 확인할 것이 있고 다음에 확인할 것이 있다. 한번 잘 되었다고 계속 똑같이 잘 되라는 법도 없다. 수 십 만 개의 정밀한 부품이 극한의 조건에서 작동하기에 어느 곳이든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품시험부터 체계시험까지 계속 반복함으로써 불확실한 영역을 줄이고 신뢰도를 올려야 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끝나면, 유상하중을 싣고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때는 ‘시험 발사’에서 ‘발사’로 바뀌게 된다.
발사의 전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수집되었고, 연구원들은 이제 이 데이터들을 분석하며 그 것들이 설계에서 예측했던 값들과 얼마나 잘 맞는지 살펴볼 것이다. 일부 부품에서 예상보다 더 좋은 성능이 나와도 골칫거리다. 예상에 사용되었던 이론이나 계산식을 잘못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경우 그 이론 또는 계산식을 적용한 다른 부품들이 잠재적 문제를 가진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엄밀한 확인 과정을 통해 개선점을 찾을 것이고, 다음 시험은 좀 더 완벽에 가까운 상태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국가 전략 영역으로서 항공우주분야 육성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는 의무교육이 되었고, 고등학교도 거의 정부에서 학생들의 학비를 부담한다. 일반 국민의 기본 역량 수준을 중등교육까지 이수하는 정도로 목표를 설정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이 수준까지 그 부담을 질 능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대학에 가느냐, 어떤 분야를 전공할 것이냐는 개인이 선택인데 각자의 적성, 취업률, 발전 전망 등 다양한 요소를 따져 신중하게 결정한다. 여기에는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 누리호의 개발은 의무교육과정 중에 수행되는 한 단계에 비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선진국 및 강대국들은 항공우주산업을 핵심전략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 통제도 엄격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기술이 아닌 것이다. 세 번의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이번 누리호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적지 않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1단 로켓과 기술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고 운용해본 나로호는 우리에게는 작은 행운이었다. 우리의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주지 않는 기술이었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핵심 요소이기에 우리 스스로 획득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최근 UN 기구에서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재분류하기도 했다. 현재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 중에 우리만큼 최근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다. 그만큼 우리는 상대적으로 시작이 늦은 것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지금부터 100년도 전에 유럽과 활발히 교류하며 그들의 앞선 과학 문명을 받아들였다. 라이트형제가 동력비행을 성공시킨 지 불과 8년 뒤에 일본 최초의 동력비행기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그것에 수 십 년이 뒤졌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앞선 나라들의 알려진 실패를 피해간다 하더라도 모든 단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항공우주선진국들은 이미 지난 70년간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통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데이터를 쌓았고, 인적 자원을 확보했으며, 그 결과 우리보다 앞서 가고 있다. 늦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가야 하고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인력도 없고, 기술도 없고, 국내 시장 규모마저 한정적인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럴 때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주도 우주개발이 일정 시간 후 한계효용곡선의 정점에 이르는 것을 선진국 사례에서 확인했기에, 우리는 누리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국가와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우리 수준에서는 아직 민간 기업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고 왜 다른 나라 기업처럼 못하냐고 할 수 없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미국도 신생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정부가 기회를 제공한다. 타 사업에서 봤을 때는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핵심 전략 분야이면 어쩔 수 없다. 내부의 경쟁이 아니라 외부와의 생존 경쟁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만, 국가의 지원에 대한 기본 방침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방향과 목표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고민과 논쟁이 필요하다.
항공우주분야에도 도전 의식과 열린 자세
지난 3분기에 전 세계적으로 226기의 인공위성이 발사되었는데, 14개가 실패했다. 이 중 하나는 인도 정부의 대형위성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신생기업에서 개발 중인 고체연료 기반의 소모성 소형 로켓에 실려 있던 것이었고, 나머지 12개는 9월 2일 하나의 로켓에 실려 있던 위성들이었다.
인도의 위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순수 민간 사업자들이다. 중국은 우주 기술에서는 최강국의 하나임은 틀림없는데, 중소 사업자들이 상용 발사 서비스 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들어간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실패한 미국의 발사체인데, 파이어플라이(Firefly)라는 신생업체가 만든 알파 발사체의 첫 비행이었다. 우리의 누리호나 파이어플라이의 발사체나 모두 첫 시험 비행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기능 없이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으로 최대 유상하중인 1.5톤의 무게만 맞춘 위성 모사체 싣고 올라간 반면, 파이어플라이는 미국, 스페인, 그리스의 여러 큐브위성 또는 포켓큐브위성을 싣고 발사되었다.
여기서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 10센티미터의 기본 모듈을 여러 개 합친 모양에, 보통 수 킬로그램 내의 무게로 각종 소규모 실험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는 인공위성이며, 포켓큐브위성은 한 변이 그 반 만한 위성이다. 이들 위성들은 우주용 특수 부품이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부품을 사용하므로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인공위성의 기본 구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 대학들에서 교육 및 연구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누리호는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실용 발사체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고, 알파 발사체는 회사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첫 발사에 나선 것으로 각각의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발사의 성공을 위해 로켓의 성능 시험 외 모든 것을 배제한 반면, 파이어플라이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업체임에도, 전 세계에서 보내온 큐브위성 아이디어를 받아 심사를 통해 선정한 큐브위성에게 무료로 발사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실패에 따른 책임은 없을 것이다. 큐브위성 제작자들은 파이어플라이 실패에 따른 원망 보다는 우주로 나갈 기회를 제공해준 것에 더 감사할지 모른다.
우리도 다음 발사부터는 국내에서 제작한 큐브위성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에는 이걸 좀 더 키워 국제적인 행사로 하면 안 될까? 우리 세금으로 만든 것이니 우리만 써야 한다는 것보다는 좀 더 열린 자세로 접근하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지원하는 많은 국가들에게 우리의 큐브위성 키트를 나눠주고 그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발사해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생각해본다.
시험 성적만 가지고 칭찬하고 꾸지람을 하면 깊이 있는 공부 대신 점수 올리는 공부만 하게 된다. 교육으로 치면 이제 겨우 의무교육 수준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우주 기술이 보다 원천적인 성과를 이루려면 우리의 궁극적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성찰해 볼 때이다.
적어도 한 두 번의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 하는 건 늦게 시작한 이 아까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누리호는 당분간 잊자. 그렇게 해서 연구원들이 조금 더 과감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자. 그리고 그 위에서 어떻게 한 단계 도약할지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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