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기술혁명(2)...머스크의 특별함

[최기영의 ‘공학+교육=사람’] 독점화된 우주기술시장에 혁신 일으켜 우주사업 패러다임 바꿔....’뉴 스페이스 에이지’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에 과학자는 늘 장래희망 최상위권에 있었다. 다른 무엇과 순위를 다투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막연하게나마 그 길을 걸을 갈 것이라 다짐했고, 중학교 무렵에 ‘항공공학과’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 매혹적인 이름에 빠져 오늘까지 그 분야의 밥을 먹고 있다. 분야는 정했지만 직업에 대해서는 뚜렷한 목표는 없이 시작한 공부가 한 해 두 해 늘어났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 쯤에는 가르치는 것에 대한 흥미와 작은 자신감까지 생겼고, 결국 수 년 간의 직장 생활 후 교수로 새로운 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수학하는 내 친구들이 저 제목을 보면 놀라자빠질 것이다. 공학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수학기호를 저렇게 말도 안 되게 쓰냐고 타박할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에 어떤 방향성을 주고 싶은데, 거기에 바로 현재의 내 정체성과 내가 지향하는 바를 담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 사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공학과 교육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스페이스X의 업적에는 온갖 ‘첫 번째’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현시대의 우주 사업에서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초기의 스페이스X 업적에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민간’. 즉, 이전에는 미국이든 러시아든 정부 주도로 했던 일인데 민간 기업이 자력으로 그것을 해냈다는 것이다.

만일 스페이스X가 자력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면 ‘달에 사람을 보낸 최초의 민간 기업’이 되는 것인데, 스페이스X는 이것을 넘어 ‘화성에 사람을 보낸 첫 번째 기업’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독점시장의 안일함을 깬 발상의 전환

우주 사업은 발사체, 위성, 운용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발사체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국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어마어마한 시설이 필요하기에 정부 또는 관계 기관이 아니면 진입하기 어렵다. 또한 발사체의 수요자는 대부분 인공위성 운용자인데, 이 인공위성의 용도 또한 국방, 통신, 과학, 관측 등으로 범위가 비교적 제한되어 있으므로 시장은 폭발적 성장이 아니라 안정적 성장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었다.

시장을 지키려는 우주기술 강국과 기존 업체의 견제 역시 혁신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미국 안에서는 라이벌끼리의 분쟁이 격화되었고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치솟았으나 정부나 민간 통신위성 업체들은 다른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2005년에 공동사업자로 ULA라는 회사의 설립에 합의했는데, 독점에 민감한 미국 정부조차 이것이 오히려 안정적인 우주 운송수단 확보라는 측면에서 국가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해서 2006년에 승인을 내줬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창업한 건 2002년이다. 그보다 앞서 머스크는 화성에 소형 바이오랩을 보낼 구상을 했다. 몇 대의 무인 탐사로봇들이 화성 표면에서 활동하는 상황에서 바이오랩을 화성에 보내 생명을 키울 수 있다면, 단번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었다. 문제는 바이오랩을 화성에 보내줄 로켓이었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가서 찾아봤지만 적절한 비용으로 화성까지 보내줄 운반체를 찾지 못했다. 아무도 화성까지 물건을 보내려는 신생 민간기업과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수요는 있는데, 적절한 공급원이 없었다. 몇몇 업체의 독과점 체제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혁신은 없었다.

여기서 머스크는 로켓을 직접 개발하기로 한다. 가격을 내리려면 재사용하면 될 것인데, 왜 그러지 못하냐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당시의 무거운 로켓 엔진으로는 재사용을 위한 회수용 연료를 탑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들은 개선은 해도 개혁은 하지 않았다. 로켓 엔진 역시 기존의 검증된 기술에 기반을 둔 것들이었다.

재사용을 위해 회수지점으로 돌아오는 펠콘 헤비의 부스터 로켓들. 사진=스페이스X
재사용을 위해 회수지점으로 돌아오는 펠콘 헤비의 부스터 로켓들. 사진=스페이스X

머스크가 찾아낸 ‘괴짜 엔지니어’ 톰 뮬러

머스크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했다. 먼저, 자기의 구상을 실현시켜줄 로켓 엔진 전문가를 구했다. 톰 뮬러는 당시 TRW사에서 수소 엔진 개발을 주도하고 있었는데, 큰 회사의 보수적인 접근 방식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업무와는 별도로 자신의 아이디어로 자작 로켓을 만들어 아마추어 로켓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존재였다. 머스크는 톰 뮬러를 영입했고, 서로 각자의 꿈을 실현시켜줄 사람으로서 의기투합하였다.

머스크의 목표는 명확했다. 기존의 로켓보다 훨씬 저렴하게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로켓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는 비용을 10분의 1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두 가지가 필요했다. 낮은 발사 비용과 10회 이상의 재사용성. 기존의 로켓은 무겁고 로켓 엔진 가격이 비쌌다. 스페이스X는 뮬러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로켓 엔진 개발을 시도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멀린 엔진’이다.

멀린 1A부터 시작해 현재는 멀린 1D 엔진이 스페이스X의 주력 엔진이다. 이 멀린 엔진은 추력 대 중량비가 기존의 다른 동급 엔진의 두 배를 넘는다. 엔진 무게가 대략 500kg 정도이니, 같은 추력을 내는 기존의 엔진보다 그만큼 연료를 더 실을 수 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콘9 로켓의 1단은 이 멀린 엔진을 9개 사용하는데, 로켓 이륙중량 기준 약 1%의 연료를 더 싣고 출발하며, 2단 분리 후 남은 연료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회수지점에 착륙한다. 또한 9개 중 두 개까지 고장이 나더라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비가 비싼 대형 엔진 대신 오히려 작은 엔진을 사용하여 전체 시스템의 신뢰성까지 확보한 것이다.

미국 동부에서 동쪽으로 발사되는 팰콘9의 1단 로켓은 주로 대서양에서 회수한다. 로켓의 낙하지점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해 그 부근에 바지선을 배치한 다음, 자동으로 로켓과 교신하며 최종 착륙지점에서 대기한다. 로켓의 1단부는 9개의 엔진 중 1-3개를 이용해서 강하속도를 줄이고 자세를 잡아 안전하게 착륙한다. 엔진은 제작성도 고려해 개발되었기에 그 사업영역에서는 대량생산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빨리 만들어낸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팰콘9의 발사비용은 동급의 미국과 유럽의 발사비용에 비해 약 3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가 당초 공언한 것처럼 아직 10분의 1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다른 업체들과는 초격차로 앞서고 있다.

‘메탄’ 이용한 랩터 엔진에 도전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페이스X는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멀린 엔진은 케로신을 사용하기에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그을음으로 10회 정도를 재사용 한계로 본다. 현재 10회 이상 재사용한 멀린 엔진도 있지만, 이런 근본적인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케로신이 아니라 액체 메탄을 사용하는 랩터 엔진을 개발해 본격적인 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을음은 석유난로와 도시가스 난방기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메탄 엔진은 운용성과 효율의 측면에서 케로신과 수소의 중간이다. 둘 다에 밀릴 수도 있지만 둘의 단점을 극복할 수도 있는 엔진으로 각광받아왔다. 문제는 케로신 엔진과 수소 엔진이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대형 로켓 업체들은 서둘러 새로운 모험을 할 이유가 없었고, 다양한 신생업체의 시도는 이미 짜인 시장의 틀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 새로운 영역에 스페이스X가 도전한 것이다. 이미 상당한 시험을 마친 이 랩터 엔진으로 스페이스X는 다시 한 번 점프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우주사업 패러다임 바꿨다”는 평가

1톤짜리 엔진의 무게를 반으로 줄이라면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모든 시스템들은 나름대로 최적화되어 있는 것들이다. 추력 대 중량비가 중요한 로켓 엔진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엔진들은 모두 그러한 결과물들이다. 그런데, 머스크는 이걸 해냈다. 기존 엔진의 무게를 반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동급의 성능에 무게가 반인 엔진을 개발한 것이다. 상세한 기술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설계 과정에서 처음부터 철저하게 최신의 기술들을 사용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키는데 두려움이 없던 엔지니어들은 로켓엔진 외의 영역에서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새로운 지식들을 활용해 그것이 가능함을 보였다. 결과는 아름답지만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멀린 1A를 사용한 첫 세번의 로켓은 모두 실패했다. 이어 개량형 멀린 1B 엔진으로 만든 로켓이 연달아 두 번 성공함으로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그 과정에서 스페이스X는 물론, 머스크의 모든 사업들의 존폐까지 거론된 시기가 있었다.

1회용 팰콘9 로켓은 성공적이었지만, 재사용을 위한 회수 과정에서의 연이은 실패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를 더 키워주었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처음 공언한 목표대로 꾸준히 밀어붙였고, 그 결과 오늘의 스페이스X가 존재한다.

스페이스X의 성공이 가져온 의미는 단순히 경제성 있는 발사체의 등장 이상이다. 우주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이 새로운 시대를 ‘뉴 스페이스 에이지(New Space Age)’라고 한다.

글쓴이

최기영 인하대 교수

필자인 최기영 교수는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에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어떻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가르칠까 하는 고민과 함께, 기술혁명기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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