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시대 (2) - 닫힌 우주에서 열린 우주로

[최기영의 ‘공학+교육=사람’] 초소형위성, 우주관광 등 민간사업 본격화 지금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새벽’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이 주도한 민간 우주비행 계획 '인스퍼레이션4'(Inspiration4)에 따라 아이잭먼 등 민간인 4명을 태운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이 우주에서 관광하고 있는 상상도. 지난 9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의 39A 발사장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돼 사흘간의 우주관광을 마치고 18일 귀환했다. 사진=SPACE X 트윗 캡처/연합뉴스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이 주도한 민간 우주비행 계획 '인스퍼레이션4'(Inspiration4)에 따라 아이잭먼 등 민간인 4명을 태운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이 우주에서 관광하고 있는 상상도. 지난 9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의 39A 발사장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돼 사흘간의 우주관광을 마치고 18일 귀환했다. 사진=SPACE X 트윗 캡처/연합뉴스
  •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에 과학자는 늘 장래희망 최상위권에 있었다. 다른 무엇과 순위를 다투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막연하게나마 그 길을 걸을 갈 것이라 다짐했고, 중학교 무렵에 ‘항공공학과’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 매혹적인 이름에 빠져 오늘까지 그 분야의 밥을 먹고 있다. 분야는 정했지만 직업에 대해서는 뚜렷한 목표는 없이 시작한 공부가 한 해 두 해 늘어났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 쯤에는 가르치는 것에 대한 흥미와 작은 자신감까지 생겼고, 결국 수 년 간의 직장 생활 후 교수로 새로운 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수학하는 내 친구들이 저 제목을 보면 놀라자빠질 것이다. 공학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수학기호를 저렇게 말도 안 되게 쓰냐고 타박할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에 어떤 방향성을 주고 싶은데, 거기에 바로 현재의 내 정체성과 내가 지향하는 바를 담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 사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공학과 교육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지금은 오히려 약간 시들해졌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무렵에 지금의 변화를 혁명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냐는 용어의 정의로 한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그때 봤던 인상적인 문구 하나가 기억에 남는데, ‘혁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일어나고, 그 이후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고 했다. 즉,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의 기운이 잠재되어 있는 방아쇠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국가주도 사업에서는 발사의 성공과 실패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경제성은 그 다음이다. 적의 핵무기가 우리에게 날아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만연한 상태에서는 돈이 얼마가 들든지 그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1차 기능이다. 따라서 효율이 아니라 신뢰성과 성공률의 관점에서 만들어졌고, 우주시대의 개막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런 방식을 통해 안정적으로 기술 개발을 이루었다. 이로서 파생된 ‘상용 우주 시장’ 또한 그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사업의 영역에서 후발주자들이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같은 종류의 물건을 싸게 만들거나, 확실히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발사체든 위성이든 무조건 싸게 만드는 것은 답이 아니다. 신뢰도는 보험과 연계되고 이것은 다시 비용과 직접 연계되므로 신뢰도까지 포함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가능성은 스페이스X가 보여주었다. 지난 수 십 년간의 로켓 기술, 재료, 전기전자부품, 소프트웨어의 기술 발전을 과감하게 도입할 경우 이전과 동일한 성능을 더 싸게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상용 장비로 구성된 스페이스X의 통제실(왼쪽)과 전용장비 위주의 나사 존슨 우주센터 통제실(오른쪽)
상용 장비로 구성된 스페이스X의 통제실(왼쪽)과 전용장비 위주의 나사 존슨 우주센터 통제실(오른쪽)

스페이스X의 성공신화 후계자들

월등한 경제성과 유연성을 갖춘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스페이스X가 위성 제작부터 서비스 제공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안 보인다. 일정 부분 시장 재편은 지속되겠지만, 이 분야에서 스페이스X의 우월적 지위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작은 신생 기업들이 계속 기존 시장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전자,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위성이 소형화 되면서 굳이 대형 발사체가 필요 없어지고, 따라서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수 십 개 업체들이 각자의 특장점을 내세우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심지어는 상용 발사체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업체들이 도전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스페이스X 발사체의 최대장점으로 재사용성을 꼽았는데, 이들 신생 기업들에게는 재사용성은 별로 인기 있는 방식이 아니다. 스페이스X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재사용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로켓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회수해서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부품을 사용해서 신뢰성을 높이고 추가 연료를 탑재해야 하는 등의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이전의 로켓은 재사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도 최상급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개발되어 왔고, 그 결과 발사체가 무겁고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면, 새로 시장에 도전하는 업체는 재사용 기능을 빼고 철저하게 소모성의 관점에서 설계하고 제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생태계 개발 차원에서 이런 기업들에게 발사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등에서 최근 몇 차례의 발사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그러나 그 실패의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로켓을 개선할 것이고, 새로 시도하는 다른 기업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을 개발할 역량들을 키우고 있기에, 가까운 시일에 이런 소형 발사체가 지구 저궤도에서 비행하는 소형위성의 발사 서비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낮아진 발사 문턱은 다시 위성 산업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초소형 위성 - 대형위성의 보조재에서 상호 보완재로

핀란드에 있는 ICEEYE라는 신생 업체는 무게 85kg의 위성으로 3m 해상도를 가지는 레이더영상(SAR)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 정도면 2000년대 초반 1톤이 넘는 국가주도 중대형 위성 수준이다. 중대형 위성은 성능이 우수하며 신뢰성이 높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비싼 만큼 많은 대수를 운용할 수 없다. ICEEYE 같은 초소형위성 기반의 사업에서는 한 대 한 대의 신뢰도와 성능은 고가의 중대형 위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위성을 운용함으로 단점을 극복하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방식이 가지는 결정적 우위는 재방문 주기에 있다. 위성은 대략 90분에 한 바퀴 남북반구에 걸쳐 지구 주위를 돌고, 지구는 24시간에 한 번 자전하므로 위성이 어떤 지점을 관측한 다음 다시 그 지점에 돌아오려면 대략 2~3일 정도 걸린다. 수 십 기의 위성을 운용할 경우 이걸 수 시간 내로 줄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대형 물체의 이동 등을 관측하는 데는 훨씬 유리하다.

이런 초소형 위성의 또 다른 장점은 개발 및 제작비용이다. 위성은 일단 발사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외는 고장수리라는 것이 없다. 비행기도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지만 비행조종 컴퓨터 같은 핵심 부품을 다중화 구조로 엮어 필요한 요구도를 만족시킨다. 위성은 부피와 무게 제한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의 신뢰성을 추구하고, 그만큼 비싼 특수 부품들을 쓰고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한다.

다수의 위성을 운용하는 경우, 한 대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위성들을 통해 (비록 일부 성능의 저하는 있어도) 전체 기능은 유지된다. 대형 위성을 운반하도록 설계된 발사체는 준비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여객기 타는 것처럼 수시로 발사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이런 소규모 위성업체들에게 자체에서 개발한 위성을 우주로 보낼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

지난 7월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 발사 기지에서 미국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가 이륙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7), 그의 동생 마크(50), 82세 여성 월리 펑크,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과 함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간 우주 관광을 한 뒤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사진= AP/연합뉴스
지난 7월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 발사 기지에서 미국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가 이륙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7), 그의 동생 마크(50), 82세 여성 월리 펑크,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과 함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간 우주 관광을 한 뒤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사진= AP/연합뉴스

손에 잡히는 우주 사업 – ‘우주 관광’

최근 스페이스X는 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을 실어 나를 목적으로 개발한 우주선에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 네 명으로만 구성된 체험단을 태워 3일간 우주여행을 실시했다. 버진 갤럭틱과 아마존은 이처럼 우주에 체류할 수는 없지만 100km 근처까지 올라가서 우주의 황홀한 비경을 보고 귀환하는 도중에 수 분간의 무중력 체험이 가능한 준궤도 우주여행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현재 수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이 여행은 모두 재사용 발사체를 이용하는데, 대중화는 가격을 내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우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의 소형 위성 발사체 서비스가 안정되면 많은 업체들이 이 영역에 도전할 것이다.

비록 위성으로 중계되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매일 출퇴근길에 GPS 같은 항법위성으로 위치를 전송 받는 차량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지만 우주는 여전히 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영역이었는데, 이런 체험 관광은 우리 인류의 사고의 지평을 또 한 단계 넓혀줄 것이다.

새 시대의 첫새벽 - Space for Earth에서 Space for Space로

우주사업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지는데, 이제 ‘우주경제(Space Economy)’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서는 지금까지의 우주경제가 Space for Earth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Space for Space로 확대될 것을 예측했다. 이제는 달에서 자원을 캐서 달기지 운영과 확충에 쓰고,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 곳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더 이상 지구 주위에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이다.

선진국은 정부 주도 우주 개발을 이 방향으로 추진하면서 민간과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는 이제 민간사업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제 우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이 ‘새 우주 시대의 새벽’이라고 한다. 이 시대를 여는 혁명은 우리가 잠들어 있던 사이 조용히 시작되었으나 종래에 그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이제 우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이 뉴스페이스 시대의 새벽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글쓴이

최기영 인하대 교수

필자인 최기영 교수는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에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어떻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가르칠까 하는 고민과 함께, 기술혁명기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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