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월23일 정치위기 돌파한다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연정 깨고 불신임 당한 숄츠 총리 의회 해산권, 대통령에게 있어 국민들, 자민당-사민당 연정 선호 신임총리, 트럼프에 대응책 수립해야

독일의 고장난 신호등연정, 출처: www.rbb.de
독일의 고장난 신호등연정, 출처: www.rb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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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숄츠’ 총리 재신임 실패

대한민국이 불법계엄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져 있던 사이에, 지난 12월 16일 독일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는 자신의 신임투표에서 재신임받는데 실패했다. 재신임 투표결과는 394명의 반대, 207명의 지지, 그리고 116명의 기권으로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이 철회되었다. 반대표 394명과 기권 116명을 포함할 경우 숄츠 총리의 재신임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71%에 달한다고 할 수 있다. 사민당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숄츠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숄츠 총리는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연방대통령을 예방해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독일 정치가 혼란에 빠지자 세계는 독일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걱정하는 모양새다. 물론 베를린에 살고 있는 필자 또한 이 사태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특히 고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대한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 탄핵소추 의결에 이어지는 탄핵찬반집회 등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양국의 상황이 민주주의 위기의 순간으로 겹쳐 보이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일의 의회민주주의와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남용을 막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독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회복되어갈지 살펴보고자 한다.

문제의 발단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인 지난 11월 7일 숄츠 총리가 연방 대통령에게 재무장관인 자민당(FDP)의 크리스티안 린트너의 해임을 건의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불이 꺼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원인은 2025년 예산편성에 관한 불협화음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발은 2023년 11월 발생한 똑같은 문제, 즉 2024년 예산편성에서 발생한 심각한 신호등 연정의 불신이 결국 올해 터지고 말았다는 해석이다.

독일 국영방송인 ZDF의 심층취재에 따르면 린트너가 지속적으로 신호등 연정의 확대예산편성을 견제하면서 연정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는 평가가 있다. 재무장관으로서 총리에게 2024년 예산편성에 있어 전년도 코로나기금 불용액을 기후변화기금으로 600억 유로 전용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공언하였으나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못했다. 이 사건은 작년 기민당(CDU)의 이의제기로 헌법재판소까지 간 결과, “위헌”으로 판정나게 되었다. 졸지에 2024년 기후변화대응기금은 600억 유로가 사라진 채 운용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던 것이다. 이것이 숄츠 총리의 린트너 재무장관에 대한 신임이 불신으로 바뀐 결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후 2025년 러-우 전쟁 기금으로 200억 유로의 초과예산을 긴급편성하여 의회승인을 받고자 한 숄츠 총리의 제안에 대해 녹색당은 지지했으나 린트너 재무장관이 반대함으로써 결국 갈등이 표면화되어 버렸다. 법적으로 초과예산편성이 가능할 수 있는 접근법이 있었으나 린트너는 더이상 부채를 늘이는 예산편성에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숄츠 총리 입장에서 보자면 린트너 재무장관이 600억 유로짜리 기금이전에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이후 헌재에 출석하여 제대로 된 기금이전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1/3 규모인 러우 전쟁 대응기금에 대해서도 재정마련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서로 다른 정당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연정이 깨어지면?

연방정부의 연정이 깨어진다고 해서 바로 연방정부의 기능이 상실하지는 않는다. 연방정부가 3당 연합으로 이루어진 만큼 남은 2개의 정당이 정부를 이끌어갈지말지 선택하는 것은 총리의 판단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입법권과 예산승인권을 가진 연방의회(공식적으로는 연방하원)의 협조를 받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연방의회를 해산해 자신이 원하는 정당구성으로 밀어붙이거나, 의회의 재신임투표를 통해 의회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남은 기간 의회와 안정적인 국정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의원내각제는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총리의 의회해산권이 없다. 또한 연방의회 또한 자기해산권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총리와 의회 양측 모두 필요한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려는 편의적 의도로 의회를 해산할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제한의 배경으로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역사상 14년 동안 평균 8개월에 한번씩 의회가 해산되고 16개의 제국정부가 들어서는 극심한 정치혼란의 경험이 있다. 그런 혼란 끝에 1933년 제국 총리로 아돌프 히틀러가 합법적으로 입각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의회주의의 맹점에 대한 보완장치인 셈이다.

예외적으로 독일 기본법에서는 두 가지의 경우에 한해서만 연방의회 해산이 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 조건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모두 연방대통령에 의해서만 연방의회 해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연방총리가 불신임을 받았고 의회정치가 위험에 처해있다 할지라도 총리가 고집을 피우면 그 상태 그대로 직을 계속 유지할 수는 있다. 다만 총리 입장에서 이러한 불안은 정국안정에 도움되지 않으므로 의회해산을 통해 국민의 새로운 선택에 의한 정국 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방대통령에게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청할 수 있다.

숄츠 총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국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독일 연방공화국 역사상 총리에 대한 재신임투표는 5번이나 제기된 바 있다. 이 중 세 번은 총리가 재신임을 받지 못하였고 이로 인해 새로운 선거가 치러진 경우가 있다. 연방의회는 1972년 빌리 브란트, 1982년 2월 헬무트 슈미트, 1982년 12월 헬무트 콜, 2001년 및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에 대해 신임투표를 실시하였으며, 1982년 슈미트와 2001년 슈뢰더만 재신임을 받은 바 있다.

숄츠 총리는 2024년 12월 11일 독일 연방의회에 공식적으로 신임투표를 위한 동의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 신임투표 발의와 투표 사이에는 최소 48시간의 시간을 두고, 그동안 총리의 신임투표 요청에 관한 연설과 토론이 진행되도록 했다. 재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연방의회 절대과반인 367표가 필요한데, 이번 투표는 절대과반이 넘는 394명이 신임투표에 반대표를 던졌다.

연방의회 해산과 같은 중요한 헌법적 조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연방대통령이다. 연방대통령은 독일 기본법 제68조에 따른 연방정부와 연방의회 간의 긴장관계에 있어 민주적 절차에 따른 국가행위의 책임자이자 최고의 집행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연방의회가 의도적으로 연방정부에 대한 신임문제를 제기하여 정부기능을 파괴하려 할 경우, 총리의 불신임이 결정되었다고 할지라도 의회가 원하는 조기총선의 길을 열어주지 않을 권한 또한 연방대통령에게 있다. 또한 연방총리가 불신임받았다는 이유로 연방대통령에게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청할 경우에도 연방대통령이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연방대통령의 권한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무엇보다 연방총리가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긴급한 필요가 있는 입법사안에 대해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연방의회로부터 불신임받은 연방총리가 그 직을 계속 수행하려면 의회의 협조를 구하기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긴급히 연방의회의 협조를 구해 법률을 통과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예를 들어 민생관련 법안은 가능하고, 헌법개정안은 안된다) 연방총리는 연방상원(지방정부에 의해 임명된 대리인으로 구성)의 동의를 얻어 연방의회 의장에게 ‘입법적 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특정 법안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으로 ‘입법적 비상사태’가 선언된 법안에 대해서는 연방의회의 거부권 행사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연방총리가 그 직을 유지하는 기간동안 긴급히 필요한 민생법안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어려움을 막기 위한 것이다.

새 총리가 선출되려면?

지난해 12월 16일 숄츠 총리가 연방의회로부터 재신임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곧바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총리는 오는 2월 23일 치러질 예정인 총선 이후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업무를 이어간다. 또한 지금의 신호등연정의 경우도 차기 연방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진다.

신호등연정이 해체된 11월 각 정당 지지율, 출처: www.forschungsgruppe.de
신호등연정이 해체된 11월 각 정당 지지율, 출처: www.forschungsgruppe.de

신호등연정이 깨진 이후 조사된 ZDF의 여론조사를 살펴보자면 기민당(CDU, CSU포함) 32%, 사민당(SPD) 16%, 녹색당(Grüne) 12%, 독일대안당(AfD) 18% 등으로 지지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문제의 중심에 놓였던 자민당(FDP)은 3%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민당의 경우 향후 실제 선거에서 5%를 넘지 못하면 기민당과의 연립을 통한 연방정부 참여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위의 지지율이 선거에서도 유지될 경우 가장 유력한 연방정부는 기민당-사민당의 흑적(黑赤)연합, 또는 기민당-녹색당의 흑녹(黑綠)연합 정도로 예상될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연정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흑적연합이 74%의 지지를 받아 가장 선호되는 연정형태로 나타났다. 이것은 과거 메르켈 총리 시절의 16년간 이어졌던 연정의 형태로서, 독일 국민들은 이 때의 연정이 가장 안정적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흑적연합의 경우 사민당 총리후보인 숄츠 총리와 기민당 총리후보인 프리트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가 총리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인데, 이 경우 메르츠가 숄츠 총리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총리호감도 조사에서는 숄츠와 메르츠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인물은 지금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 국방장관이었다. 그는 사민당 당내경선에서 스스로 숄츠 총리를 위해 이번 총리경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조기총선이 치러지고, 신임총리가 선출되면 그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이미 2025년 1월 20일 취임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방향에 발빠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독일의 기울어가는 경제상황을 재건하기 위해 효율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유럽의 실질적인 ‘원톱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은 정치경제적으로 큰 난관에 부딪힌 유럽연합(EU)의 미래를 위해 숄츠총리 때보다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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