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의 ‘높은’ 해법은

[김병철의 퇴직연금 되살리기] 가입자에게 금융상품 선택하게 해 이를 바꿀 일임운용·집합운용 도입을 계약형 아닌 기금형 제도 도입도 필요 복수의 기금 만들되, 평가 동반돼야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기금별 평가도 필수적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 기금별 평가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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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제도보다도 불리하다니

우리나라 퇴직연금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서며 양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임금상승률 보다 낮은 수익률을 실현하고 있어 국민의 노후안전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도산 등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은 퇴직연금 제도가 어느 정도 수행했지만, 그 대가로 ‘임금상승률과 퇴직연금 수익률 차이’만큼 퇴직연금 가입자가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의 한계인 것이다.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 문제만 해결될 수 있다면, 근로자 입장에서 기존 퇴직금 제도가 퇴직연금 제도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하여도 무방한 상황이 지금의 퇴직연금 제도이다.(주- 퇴직연금 제도 중 DB(Defined Benefit) 구조는 기업이 퇴직 시 확정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라 임금상승률과 퇴직연금수익률의 차이만큼을 기업이 부담하며, 수익률에 따라 급여를 받게 되는 DC(Defined Contribution) 구조와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구조는 수익률의 차이만큼 근로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지난 2019년~2024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평균 2.82%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 8.69%와 비교해 3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했다. 복리로 계산해서 2019년에 퇴직연금에 1억 원을 적립했다면 5년간 불과 1천 5백만원 수익이 난 것이지만, 국민연금에 적립했다면 원금의 절반을 넘어서는 5천만 원의 수익을 얻는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

1천5백만원 vs 5천만원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퇴직연금 가입자를 노후빈곤으로 몰고 가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입자 상당수가 관심이 없거나 사소한 문제 중 하나로 여기는 상황이라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기관 또한 퇴직연금 가입자가 안전 자산을 선호한 결과로 인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변명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는 국민연금이 다음 세대에는 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빠지면서 국민적 관심대상이 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아이러니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으면” 국민연금 고갈상황을 보완하고 대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대해 국민연금 만큼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은 국민적 관심대상이 되어야 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와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려 한다. 특히, 해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가입자가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으로 상품을 선택해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금융기관인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금융상품들 중에서 원하는 (하나 이상의) 상품을 직접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개인들의 경우 안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서 퇴직급여는 퇴직 시 최후 보루처럼 인식되는 중요한 자금이라는 생각을 한다. 최후 보루에 해당하는 퇴직자금을 개인이 직접 선택하라고 하면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는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직접적인 이유다.

즉 가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90% 가까이를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선택한 결과이며, 이는 가입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주-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는 가입자로 하여금 안전자산을 선택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성향분석에 따른 상품선택제한과 디폴트옵션인 사전지정운용제도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도록 하자.)

신탁? 일임?

결국 수익률을 높이려면 가입자가 직접 선택하는 것을 줄이고, 선택을 일임하거나 위탁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선택이란 스스로 직접 하는 것, 전문가에게 일임하여 하는 것, 집단의 결정에 따르는 것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금융 선택도 마찬가지로 3가지 방법이 있는데, 직접 선택하는 직접운용, 전문가에게 선택을 일임하는 일임운용, 집합된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자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는 집합운용으로 구분된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현재 제도는 가입자가 일임운용과 집합운용을 선택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초 퇴직연금 제도 도입 시 신탁계약이라는 제도적 틀 아래 만들면서 일임운용과 집합운용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주-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퇴직급여 보호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었으며, 신탁계약 제도를 통해 ‘수급권보호’를 하였다. 도입 시와 달리 퇴직연금 제고가 중요한 이슈가 된 상태에서는 일임계약과 (기금형 퇴직연금을 포함하는) 집합운용이 필요하며, 신탁계약이 아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수급권보호’ 문제는 별도의 법률적 보완장치를 두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임계약과 집합운용은 개인이 직접 선택하여 운용하는 것에 비하여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방안이다. 개인이 직접 선택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으로 선택하는 소위 ‘선택 편향’이 발생지만, 일임자산을 운용하는 전문가와 집합자산을 운용하는 운용자는 ‘합리적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는 자산배분을 수행한다. 자산배분을 하게 되면 소위 ‘원리금비보장’상품이라고 불리는 ‘중장기투자자산’에 분산하여 장기 투자하게 되어 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주-집합운용은 개인별 자금필요시기에 맞추어 투자하지 않고 집합적인 유동성 관리를 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좋은 상품에 장기투자가 가능해 지는 장점도 가진다. 이는 직접적으로 수익률 상승과 연결된다.)

결국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접 선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가(로보어드바이저 포함)에게 일임하거나 집단의사결정이 가능한 집합운용을 허용해 퇴직연금 자산이 적절하게 자산배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올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올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이란

우리나라에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자는 것은 수익률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퇴직연금에 집합운용을 허용하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국민연금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것이 발화점이 되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이 계약형 구조이고 국민연금구조는 기금이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가 기금형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직관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국민연금 구조가 집합운용을 통해 적절한 자산배분을 할 수 있는 기금 구조라 수익률이 높은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퇴직연금이 계약형 구조이기에 수익률이 낮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주장한 것처럼 계약형 구조(기업이 금융사와 상품계약)아래서도 자산배분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운용해 주는 일임계약이 허용되면 수익률이 올라갈 수 있다.

한편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기금형을 도입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 맞는 기금형에 대한 정의와 올바른 합의가 필요하다. 수익률 논쟁의 시발점이 된 국민연금도 해외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러 기금형태 중 하나로서, 국부펀드로서 확정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의 기금이다.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리 지급되는 퇴직연금과는 그 본질부터 다른 기금형태라 국민연금을 퇴직연금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집합운용을 허용한다는 전제 아래 한국의 현실에 맞는 최적의 ‘기금형 퇴직연금 구조’를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 연금 선진국의 다양한 사례와 장단점을 검토해야 한다.

푸른씨앗 같은 복수의 집합+기금형

선진국의 기금형 퇴직연금 발전방향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 적합한 구조는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형태의 CDC(collectively Defined contribution:집합 확정기여형 연금)구조를 기반으로 근로자의 가입주도권을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먼저 도입된 기금형 구조의 퇴직연금은 ‘푸른씨앗’이다. ‘푸른씨앗’은 기금형 구조를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집합투자 구조다. ‘합리적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는 자산배분을 통하여 일반 계약형 구조의 퇴직연금에 비해 높은 수익률(2023년 6.97%)을 실현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관리공단 ‘푸른씨앗’과 같이 집합투자가 가능한 여러 기금들을 만들어 경쟁시켜야 한다.

복수의 기금이 생겨날 경우 기금 가입의 주도권을 기업에서 근로자 중심으로 바꾸는 제도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은 ‘푸른씨앗’이라는 하나의 기금만 존재하여 노사합의에 따라 기금형 퇴직연금을 선택하면 근로자가 모두 하나의 기금에 가입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복수의 기금이 설립되는 경우 근로자가 기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기금수탁기구를 두는 구조의 경우 자칫 기금이 사업장의 이해관계에 얽매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통해 수익률을 올리고자 하는 목적과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주-다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업장과 근로자가 합의하여 (개별 또는 연합)사업장이 기금수탁법인을 설립하고 기금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금형 구조는 근로자 선택권한이 제한되고, ‘수익률제고’라는 기금형 도입 목표가 자칫 훼손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근로자가 자유롭게 기금을 선택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기업이 복수 기금을 추천하고 근로자가 이를 선택하도록 하여야 한다.)

더불어 선진국의 여러 사례와 같이 기금형 구조가 기존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계약형 퇴직연금 구조에 비해 수익률은 높을지 몰라도 자칫 기금의 부실로 인한 문제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약점을 가진다. 따라서 기금을 허용하는 경우 설립인가의 투명성과 지속적인 감시 및 평가를 통해 기금의 부실 등 위험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주-우리나라 기존 계약형 구조의 퇴직연금의 경우에도 공시 및 평가의 투명성이 부족하였다. 기금 구조 퇴직연금의 가장 큰 위험은 기금 부실 문제이다. 따라서 기금 구조 퇴직연금이 도입되는 경우 공시 및 평가의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글쓴이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는 자산운용회사와 증권회사가 합쳐진 투자신탁회사에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해 자산운용시장의 영업, 제도, 상품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2000년 (주)제로인에서 펀드평가시장 개척에 나서 펀드와 펀드매니저, 자산운용사를 평가했고, 연기금 등 투자자에게 성과평가 및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제공했다. 2016년에는 KG제로인 대표이사를 지냈고, 올해 한국연금평가를 법인을 설립하고 연금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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