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정책 신뢰도...양도세 또 유예 논란

사진=KBS뉴스 캡쳐.
사진=KBS뉴스 캡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사실상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정책 일관성’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더 이상의 중과 유예 연장은 없다”고 공언했던 정부가 입장을 뒤집은 모양새가 되면서, 시장의 혼란과 함께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부동산 시장의 현실에 맞춘 정책 유예라고 할 수 있지만, 흔들리는 정책신뢰도는 정권의 지지율하락과 맞물려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진화 나섰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발표된 세제 개편안 중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둘러싼 논란에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앞서 올해 5월 정부가 추가 유예는 없다고 못 박았음에도 다시 퇴로를 열어준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책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결정하면 단호하게 해야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생긴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중과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1~2년에 걸쳐 퇴로를 열어주되 처분 시기에 따라 차등 중과를 적용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에 나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년 이내 처분 시 2주택자는 5%포인트, 3주택자는 10%포인트만 중과하고, 2년 이내 처분 시에는 각각 10%포인트, 20%포인트를 중과한 뒤 원상 복구하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기만 조율되었을 뿐 사실상 다주택자 규제를 늦춰준 ‘유예 연장’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세 정상화 불가피’ 정면 돌파 시도

이 대통령은 정책 일관성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근로소득세와 부동산 양도소득세 간의 극심한 불형평성을 강하게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김용범 정책실장으로부터 연 소득 10억 원 초과 노동자의 최고세율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49.5%에 달한다는 보고를 받은 뒤, “10억 원을 넘는 소득에 대해 노동자들은 성실히 일하고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데,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 원대가 돼도 각종 공제로 실제 내는 세금은 몇억 원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투기용으로 사서 수십억 원을 벌면서 세금을 거의 안 내는 것은 노동자들의 근로소득과 너무 형평이 안 맞고, 도리어 투기를 보호해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정부가 고가 주택 및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부담을 대폭 강화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세금 얘기는 정부 입장에서도 인기 있는 일이 아니지만, 조세 제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불안감 잠재울 수 있을까

정부가 조세 정의와 형평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걸었으나, 핵심 정책의 잦은 수정과 기조 변화는 결국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부의 부동산 시그널을 믿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불신을 남기고 있다.

“괜히 미리 팔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해명에도 불구, 원칙을 강조하다 마지못해 규제를 완화하는 듯한 정책 혼선은 중장기 부동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 신뢰도의 바닥을 다잡아야 할 정부가 ‘조세 정상화’라는 명분과 ‘일관성 상실’이라는 비판 사이에서 어떤 입법 및 집행 결과를 보여줄지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전날 재정경제부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민·중산층 실거주 1주택 보호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여 시가 약 20억 원 이하 주택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거주용 1주택은 시가 20억~30억 원 구간에서 세액이 줄어들고, 30억~40억 원 구간에서는 세액 변동을 최소화한다. 반면 시가 40억~50억 원 수준을 초과하는 주택은 과세를 강화키로 했다.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줄인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고, 그동안 한도 없이 적용되던 공제액에 상한을 새로 둔다. 실거주 1주택자는 최대 80%의 공제율을 유지하되 양도차익이 큰 경우에는 공제액 한도를 적용받는다.

10년 이상 거주한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기본공제는 현행 연 250만 원에서 연 2500만 원으로 10배로 늘어나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수도권 주택을 팔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양도세를 최대 50%, 5억 원까지 감면받는다.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양도세 중과는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종부세 개편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양도세 개편은 내년 1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8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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