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는 한반도 안보에 어떤 의미인가?
[최수정의 유럽 외교전] 러-우戰후 동북아 안보지형도 급변 북중러 對 한미일 신냉전 현실화 나토 “유럽 안전하려면 인·태 안전해야” 韓, 중국 서해 내해화에 나토와 공동대응 나토 안보이익 직결된 북극항로 ‘신중’을
- 이 글은 지난 7월 28일자 문주용 <더칼럼니스트> 대표 겸 기자가 작성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한-러 관계 및 동북아 역학관계를 조명한 글에 대한 필자의 소견이다. 필자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나토국방대학원(NATO Defense College)의 리서치펠로우로 근무하는 특별한 경험을 가졌다. 나토와 서유럽 국가들의 러-우 전쟁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그들의 의도를 매우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해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하는 기획의도에서 마련한 세 개의 칼럼중 두 번째 글이다.
북-중-러 동맹, 동북아 안보 위협 요소
앞선 글에서 동북아시아에 구축된 북-중-러 삼각동맹은 신냉전의 가장 명징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렇게 달라진 안보환경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동북아 평화에 한미동맹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1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러-우 전쟁 발발 후 중국은 거세지는 미국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북한과 어느 때보다 전략적으로 밀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을 분산시키기 위해 러-우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아가 북한 핵문제와 러시아의 대북한 군사역량 지원은 한반도 불안을 증폭시킬 요인이다. 중국에게는 미국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카드가 탄탄해진다.
지난 5월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반미연대를 천명한 것은 앞으로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가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결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암시다. 한미일의 밀착은 동북아 안보의 주요 핵심과제인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있어 3국의 공동대응으로 갈 수 밖에 없음을 예고한다. 한국이 대만문제에는 관여하지도 지원하지도 않을 경우,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일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시각은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입장이다.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각각 맺은 군사동맹이 유사시 한반도 진출을 가정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만이 한반도 유사시 지원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략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대만과 한반도 문제를 등가교환방식으로 고려하는 것이 한반도 안보를 더 안정화하는 방법이다.
동북아 신냉전: 안보가 경제를 압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 연대를 강화할 경우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각각의 양자협력을 통해 이들의 위협을 상쇄할 수 있을까? 경제적 이슈가 안보이슈를 압도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 비군사적 협력이 과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있을까? 또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교류를 안보협력 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보일 경우,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만약 신냉전이라는 전제가 존재하지 않았던 러-우전쟁 이전 상황이었다면, 다자주의 또는 다이념주의가 존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결구도가 표면화한 상황에서 다자주의는 그 이념적 유연성을 상실하고 있다. 다자주의의 핵심인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대화와 설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유엔 안보리가 가지는 제재의 구속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일 군사협력체제에 기대어 한반도의 안보에만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상황인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안보 불안은 다시 한반도의 안보 불안으로 이어지는 연쇄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만문제는 미-중 갈등에만 머무르지 안고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진 않을 것이다.

나토의 인도태평양 핵심 관심사항
NATO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토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핵심이슈로 대만과 한반도 안보를 주시한다. 나토는 이들 두 지역 정치지형의 변화가 동북아로 끝나지 않고 세계 정치경제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특히 나토는 서유럽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동북아 안보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 나토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은 “러시아”다. 그러나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영향력을 동아시아로 확장하며 나토도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을 안보파트너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도 나토를 안보파트너로 고려해야 하는 것을 하나의 카드로 생각할 수 있다.
2022년부터 나토 정상회담에서 IP4 국가들(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이 참석해 함께 인도태평양 안보를 논의하는 것은, 혹시나 있을 대만 위기와 중국의 안보위협 때문이다. 그러나 러-우 전쟁을 통해 북한의 전쟁수행능력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면, 한국도 이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나토를 중요한 파트너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에 대해
최근 중국이 서해에 해양과학시설을 구축한 것은 국제법상 중첩수역에서 사전협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한 일방적인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국제법상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중국의 부당한 조치에도 한국이 합당한 법률적 여론전을 전개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혼자 중국을 상대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 대한 깊은 무역 의존성과 중국의 악명높은 비관세장벽조치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시장을 얼마나 심각하게 교란하는지는 이미 경험해 본 적이 있다. 2000년 마늘파동 사건과 2017년 이후 취하고 있는 한한령은 한국 경제에 파괴적 피해와 굴욕감을 안긴 사건들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중국의 해상구조물에 대해 불합리한 조치라고 비난해 줄 수 있을까? 북한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 영해에서까지 중국의 과잉어업을 방관하면서 서해어족자원의 황폐화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해를 중국 마음대로 운영하도록 놔둘 경우 중국의 내해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때 나토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것이 가능할까? 나토가 추구하고 있는 글로벌 안보의 근간은 규칙에 기반한 법치주의 존중에 있다. 나토가 주권존중과 해양이용의 공평한 접근원칙을 존중할 것을 언급한다면, 한국과 나토 양측의 공동가치가 수립되는 것이 된다.

북방정책의 불확실성 : 북동항로는 러시아 내해
최근 한국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북극항로는 나토의 핵심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 북극항로 개척은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나토 국가들과 동북아 한중일의 공동이익에 기반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북극해에 존재하는 북동항로와 북서항로 중 보다 접근성이 좋은 북동항로는 러시아의 내해를 통과하는 노선이다. 당연히 러시아의 통항허가는 물론이고 통항세를 내야 하며, 러시아 쇄빙선의 안내를 받는 것이 의무화될 것이다. 러시아가 중국처럼 국내 정책을 이유로 갑자기 “노”라고 하면 그 날로 통항은 불가능하게 된다. 불확실성이 높다.
거기다 중국이 북극항로를 통한 “빙상 실크로드” 구상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중국과협력을 추구할 경우 그들에게 무엇을 지불해야 할까. 북극항로가 모든 국가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이익이 되지 못하고 일부 국가들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동북아 북중러 삼각동맹이 구축된 상태에서 한국이 경제적 이득을 제시하며 러시아에게 안전한 항행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도 알 수 없다. 앞서 <더 칼럼니스트>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와 가진 인터뷰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러시아가 북방정책의 개방에 있어 중국, 북한의 이익에 우선하여 한국을 고려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러-우전쟁 발발 이전처럼 북방정책에서 경제문제를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접근방법은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치 독일이 러-우전쟁 전 미국의 지속적인 경고를 무시하고 러시아와 천연가스 도입사업을 고집하다가 산업경쟁력 전반에서 심각한 피해를 받았던 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말라”는 금언은 북방정책에 있어서도 적절한 경고가 될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여전한 만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장미빛 돌파구로 보는 시각은 제재를 주도한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칠지 모른다.
북서항로의 대체항로 가능성
대안은 무엇일까? 북극항로 중 북서항로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과 함께 북동항로에 대한 개방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지하자원, 항행, 어업의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는 것은 해당 수역을 영유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개발경쟁은 기후변화의 위협요소이기도 하다.
북극정책은 인류의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당사자는 비단 북극해를 영유하고 있는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극정책은 해양의 이용 및 보존에 대한 보다 투명하고 공평한 접근 원칙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극항로의 이용에 있어 러시아의 일방주의적인 북극정책이 관철되지 않도록 국제적인 컨센서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에게 장기적인 이익이 될 것이다.
또한 북동항로가 러시아의 일방주의에 의해 차단될 경우에 대비한 북서항로의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북동항로가 북서항로보다 해빙구간이 길고 안전하다는 평가가 있으나 안보불안이 있는 상황에서 북동항로만 고려할 수는 없다. 미국과 캐나다가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북서항로에 대한 협력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극정책에 대한 나토와의 협력
북극해의 안보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밀접하게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나토가 2018년 10월부터 북극해에서 최대 해상작전연습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북극해 이용에 있어 국제법과 인류공동이익이 고려되지 않는 긴장관계가 형성된다면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버티고 있는 북동항로의 이용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신냉전의 기류가 북극해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망상적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기보다 북극해에서도 안보문제가 경제이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북동항로만 고집하는 것은 국제정세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일지 모른다. 북극해는 러시아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토의 안보정책도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나토가 동북아 이익, 특히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나토 회원국들은 한반도 안전보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이다. 더 나아가 북방항로 개척을 위해서 협력해야 할 안보 파트너가 미국, 캐나다를 위시한 나토 전체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러-우 전쟁 이후 경제와 안보가 불가분의 상호의존성을 가지는 시기에 집단적 안전보장체제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나토와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은 동북아의 안전보장과 경제협력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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