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암석 사이로 비가 내린다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지구 깊숙한 곳에 물이 있을까, 진실은? 맨틀 비, ‘물이 풍성한 마그마 덩어리’ 고압 암석에 수소+산소로 녹아있는 물 뜨거운 암석 사이로 흐르다 분수처럼

쥘 베른의 '지구속으로'를 원작으로 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한 장면.
쥘 베른의 '지구속으로'를 원작으로 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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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표면과 내부가 마그마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행성이다. 지구는 어디에서든 마그마로 인해 연기가 나거나 끓고, 재와 가스, 용암이 분출한다. 용암은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익한 존재다. 용암에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물과 함께 암석으로 들어가 암석의 화학적 풍화를 촉진하고 물 속에 광물의 양분이 방출되도록 해주는 것이 단적인 예다.(앨런 타운센드 지음 『우주의 먼지로부터』참고) 용암 분출은 흔하지만 발생 지점을 분류하면 두세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판이 만나거나 멀어지는 곳, 판의 중심 등이 그런 곳이다.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섭입대’

판(板)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크고 작은 여러 개 판들은 1년에 몇 cm의 느린 속도로 쉼없이 움직여 부딪히거나 멀어지거나 수평으로 미끌어진다. 대륙판들이 부딪혀 산맥들이 솟아난다. 바다 아래의 판인 해양판들이 멀어져 틈이 생기는 곳에서는 (지하의) 마그마가 올라와 (지상의) 용암으로 분출한다.

앤드루 놀 자연사 교수는 “지구가 점점 커지지 않는 한, 해령(바다 한 가운데의 높은 산맥)에서 마그마가 올라와 새 지각이 형성된다면 다른 어디에선가 오래된 지각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오래된 지각이 사라지는 판의 지점을 ‘섭입대’(攝入帶)라 한다. 이곳에서 많은 일이 일어난다.

지구의 핵 가까운 곳으로부터 지각판의 중심인 열점(hot spot) 위로 솟아오르는 마그마를 ‘맨틀 플룸’(mantle plume)이라 한다. 맨틀은 지구의 지각과 핵 사이에 존재하는, 아주 느리게 유동하는 거대 암석층을 말한다. 맨틀 플룸은 지구 핵으로부터 맨틀을 통해 솟아오르는 유동성이 있는 빠르고 가늘고 뜨거운 암석 기둥을 말한다. 갈라파고스 제도(諸島), 하와이 제도(諸島) 등이 열점 위에 자리하는, 용암 분출에 의해 만들어진 섬들이다. 열점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지각판이다. 이 고정된 열점 위로 판이 이동해갈 때 용암이 계속 분출하면 섬들이 줄을 따라 만들어진다. 마그마가 올라오는 지점에서 멀리 자리하는 섬일수록 오래된 섬이다.

해양판 섭입을 통해 표면 물질이 지구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의 가상도. 그림= 연합뉴스
해양판 섭입을 통해 표면 물질이 지구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의 가상도. 그림= 연합뉴스

‘맨틀 비’, 물이 풍성한 마그마 꾸러미

판의 수렴 및 발산과도 무관하고, 열점과도 무관하게 용암이 분출하는 곳도 있다. 태평양, 유럽, 호주 동부 등 세계 여러 곳에 자리한 산들을 비롯, 백두산 및 한탄강 용암대지를 만든 산 등이다. 이는 2021년 지구과학자인 데니스 안드롤트 교수와 나탈리 볼판 카사노바 교수가 처음 쓴 ‘맨틀 비’(mantle rain)란 개념으로 해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맨틀 비’란 지하 410~660km 지점, 즉 지진파의 속도가 갑자기 변하는 지점인 맨틀 전이대(MTZ; mantle transition zone)에서 지표를 향해 올라오는 ‘물이 풍성한 마그마 꾸러미’를 의미한다. 안드롤트 교수는 맨틀 비를 이해하려면 모래 알갱이들이 진흙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달라붙은 질척한 혼합물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그는 맨틀 전이대 가운데 지표면 아래 약 410km 지점에 많은 양의 물이 저장된 층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영역에 많은 양의 물을 포획한 광물들 즉 함수(含水) 광물들이 존재한다. 이 물들은 대륙판 아래로 들어가는(섭입하는) 해양판으로부터 광물로 옮겨진 것들이다. 이 광물들은 다른 곳에서 섭입하는 해양판에 의해 밀려 올라가게 되는데 그 곳은 맨틀 전이대에 비해 압력도 낮고 온도도 낮다. 그 결과 두 가지 현상이 생긴다.

1) 낮아진 압력으로 인해 함수광물들이 지니고 있던 물이 방출된다. 이에 대해 어떤 지구행성과학자는 물은 일반적으로 암석 상태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기꺼이 용융 상태로 빠져나가 위쪽으로 스며들 것이라는 말한다.

2) 이 물이 암석의 녹는 점을 낮춤에 따라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이 마그마가 조건이 충족되면 분출로 이어진다. 이 분출을 종래의 분류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유형의 용암 분출로 해석할 길이 열린 셈이다.

물이 암석의 녹는 점을 낮추는 것(낮은 온도에서 암석이 녹게 하는 것)은 물이 암석의 산소-규소 결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덕에 암석을 녹이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덜 든다. 정리하면 지구 내부에서 압력, 온도, 물 등이 암석을 녹이는 조건을 만들어내면 용암 분출이 일어난다. 즉, 맨틀이 압력이 낮은 곳으로 상승할 때, 또 물이 뜨거운 암석 사이로 흐를 때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맨틀 비'의 가상도.
‘맨틀 비’의 가상도.

410km 지점에서 만들어진 마그마는 큰 덩어리 형태가 아닌 지름 10~20km의 방울 형태로 작아진 상태로 비처럼 위로 불규칙하게 올라간다. ‘마그마 비’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굳이 말하자면 방향이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기에 역방향의 비 또는 분수(噴水) 같은 비라 할 수 있다.

주위 암석에 비해 밀도가 낮은 마그마를 물과 비교해 보자. 물(액체)이 얼음(고체)이 되면 부피가 늘어난다. 반면 물 외의 모든 액체는 고체가 될 때 부피가 줄어든다. 마그마가 암석이 되면 부피가 줄어든다. 바꿔 말하면 암석이 마그마가 되면 부피가 늘어난다. 암석(고체)이 녹아 마그마(액체)가 되면 10% 정도 부피가 늘어난다.(톰슨 터크 지음『지구 시스템 과학 1권』 43p) 부피가 늘어난 만큼 밀도는 낮아지고, 주위보다 밀도가 작기에 상승한다.

맨틀 전이대에서 일어나는 일

전이대 중 깊은 곳(520km)의 링우다이트(ringwoodite, 고압광물의 일종)가 410km 지점에서 와즐리이트(wadsleyite, 고압광물의 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위 지점에서는 지구 상부 맨틀의 약 70%를 차지하는 녹색 광물인 감람석(peridot)이 된다. 와즐리이트와 링우드라이트가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를 밀려 올라가는 함수 광물들이 상전이(相轉移; 변화)한다고 표현한다. 마그네슘, 철, 규산염 같은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졌지만 원자의 배열방식, 결합 구조가 달라 압력과 온도에 따라 변화한 것이다.

전이대는 해수의 여섯 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구 깊은 곳에서 물을 발견했다는 말이 나왔다. 지구 내부의 물 순환 시스템과 관계된 ‘맨틀 비’는 마그마를 만들어 용암 분출을 통해 지표면에 영향을 미친다. 맨틀 비는 지구 내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표면에 늘 바다가 존재하도록 하는 물이라고 말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다만 비(rain)든 바다든 모두 문학적 은유라는 점이 중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맨틀 비’란 수소와 산소 원자로 분해되어 주변 암석과 화학적으로 결합된 물을 뜻한다. 직접 내리지(또는 솟아오르지) 않기에 비가 아니고, 출렁거리지 않는데다가 생물이 살지도 않기에 바다가 아니다. 맨틀 비, 바다 등의 표현은 은유다.

한탄강 용암대지를 만든 근원

한탄강 용암대지는 93만년전에서 18만년전 사이 판의 중심(내륙 한 가운데)에서 형성된 용암대지(臺地)다.(2025년 10월 22일 지질학회지 수록 길영우, 김정민 논문 ‘한탄강 화산지대의 화산층서’ 참고) 그간 형성 배경은 언급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태평양(지각)판이 일본 열도 아래로 스며들어 한반도 아래 600~700km 지점에서 조각으로 남아 있다가 부분적으로 녹은 뒤 상승함에 따라 지각 아래 100km 지점에서 마그마방이 만들어졌고 이 부분이 후에 조건이 충족되어 용암 분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최근 제시되었다. 맨틀 전이대와 관련된 맨틀 비란 개념으로 정교화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글쓴이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는 자연과 인문의 창의적 어울림을 목표로 하는 독서인이다. '새와 생명의 터(Birds Kore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서울 역사/문화해설사(2017년~ )로 활약중이다. 특히 한탄강(연천) 세계지질공원해설사(2020년~ ) 일을 하고 있다, 해인사(海印寺) 월간지 해인지 등에 기고했다. 저서로는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를 출간(2023년; 푸른역사 刊 공저)했고 ’한국의 세계지질공원‘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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