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골수까지 빼먹다가 테라포밍?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지하수 마구 쓰면 바다 수위도 상승 온난화까지 겹치면 12억 기후난민 발생 우리의 할 일은 다른 행성 찾아 테라포밍? ‘당면한 지구 문제’ 답 찾고 실천해야

화성에서 인간의 생존이 가능한지를 SF영화로 다룬 영화 '마션'의 한 장면.
화성에서 인간의 생존이 가능한지를 SF영화로 다룬 영화 '마션'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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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부 바다 아래 거대 ‘담수 대수층’

2025년 9월 초 미국의 과학자들이 대서양에서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뉴저지에서 메인(Maine)주까지의 미 동부 해수 아래의 지각에서 400m 깊이에 해당하는 곳에서 비밀 담수 대수층(淡水 帶水層)을 발견했다는 소식이다. 이 성과는 감춰진 대수층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수천 개의 샘플을 채취한 끝에 얻어낸 결과다.

관계자인 베이커 휴즈 재단 소속의 지구물리학 및 수문학 교수인 브랜든 두건(Brandon Dugan)은 “이번에 드러난 대수층은 수많은 비밀 담수 저장소 중 하나이며 이는 언젠가 지구의 심각한 갈증을 해소하는 차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발견한 물이 뉴욕시 만한 대도시가 8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할 것이라 믿고 있다.

뉴저지에서 매사추세츠 연안에 이르는 대수층(노란 그물표시) 지도. 삼각형은 해양연구선 탐사지역. 흰 점선은 1만5천년 전 빙하가 덮고 있던 지역. 오른쪽 하단 청색 부분은 대륙붕에 이어진 심해지역. 사진=사이언티피 리포츠, 구스타프슨 등 제공/ 연합뉴스
뉴저지에서 매사추세츠 연안에 이르는 대수층(노란 그물표시) 지도. 삼각형은 해양연구선 탐사지역. 흰 점선은 1만5천년 전 빙하가 덮고 있던 지역. 오른쪽 하단 청색 부분은 대륙붕에 이어진 심해지역. 사진=사이언티피 리포츠, 구스타프슨 등 제공/ 연합뉴스

그런데 관련 반응 가운데에는 “지구 골수(骨髓)까지 빼먹기”, “800년 후엔 다 사라지고 없겠네?”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런 비판적 관점은 기존의 생활방식은 그대로 둔 채 새 담수층 발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근거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인구가 늘고 산업이 발전하면 지표수만으로는 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런 까닭에 지하수를 꺼내 쓰지 않을 수 없다. 지하수는 세계 20억 인구의 식수원이 되며 전체 관개용수의 절반 정도의 몫을 담당한다.

지하수의 대부분은 대수층을 통해 천천히 흐른다. 대수층은 우물과 샘으로 물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지질층을 말한다. 토양과 모래, 사암 및 석회암처럼 쉽게 부서지는 암석이 대수층을 이룬다. 대수층은 ‘지하의 연못’이라 할 수 있다. 지구 대부분의 지면 아래(땅속)에는 지하수가 흐른다. 가뭄시에 강과 호수, 습지 등에 잘 흐르게 해주는 것도 지하수다. 지하수의 높이가 낮아지면 지하에서 강으로 흐르던 물이 강에서 지하로 흐르게 된다. 지하수가 줄어들면 지표면이 가라앉을 수 있다. 이렇게 지하수와 지표수는 상호작용을 한다.

지표수와 지하수의 균형을 위해

거대한 물을 담고 있는 대수층은 여러 요인들에 따라 양이 늘거나 준다. 가뭄, 홍수, 해빙 등의 자연적 요인과 인간의 개입 등으로 지하수의 양은 늘 변화한다. 현재 추세는 고갈(枯渴)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지하수 고갈은 지속적으로 지하수를 끌어올림에 따라 발생하는 장기간에 걸친 수위 저하를 뜻하는 용어다. 지하수를 끌어다 쓰면 자연 상태에서 지표로 유출되는 지하수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지표에서 지하층으로 흘러가는 물의 속도를 증가시켜 대수층과 하천, 호수, 습지 사이의 물 이동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강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속도는 지표를 흐르는 강물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다.

연구자들은 지하층에서 끌어올린 대부분의 지하수는 궁극적으로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된다고 지적한다. 종합하면 지상에서 지하로 스며드는 물의 속도는 아주 느린데 많은 양의 지하수를 끌어 올려 쓰니 바닷물의 수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전세계 지하수 고갈 상황. 출처=미 NASA
전세계 지하수 고갈 상황. 출처=미 NASA

온난화가 만드는 소용돌이

바닷물의 수위를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지구 온난화다.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바닷물의 온도가 오름에 따라 물의 부피가 늘어나 바닷물의 수위가 올라간다. 지하수 고갈도 한 몫을 차지한다. 정리하면 지하수가 줄어들면 바닷물의 수위가 올라가고, 온난화는 기록적 폭염과 파괴적 홍수 등을 부른다.

국제연합(UN)은 해빙(解氷)과 해수면 상승, 산호초 멸종, 해양 산성화, 산불 등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과감한 공동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2050년까지 12억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에 근거한 제안이다.

“나는 땅, 얼음, 물, 공기 등이 독립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지만 그것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모두 알지도 못하고, 인간이 홀로 또는 집단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도 전혀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의 기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기후과학자 케이트 마블(Kate Marvel)이 한 말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테라포밍을 위해서?

많은 기후 연구자들이 지구 온난화는 명백히 진행되고 있는 문제라 말한다. 그들은 앞으로 더 위험하고, 심각하고, 파급력이 크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지구가 금성처럼 쉼 없이 이어지는 온실 효과에 결국 무릎을 꿇고 지옥의 불구덩이처럼 활활 타는 행성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필 토레스 지음, 『디 엔드』 339 페이지).

물론 가까운 장래에 지구가 지옥의 불구덩이로 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구가 결국 지옥의 불구덩이가 될 것이라 말하는 사람 가운데 ‘테라 포밍’(terraforming)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테라 포밍’이란 지구 외의 다른 행성이나 위성 등을 지구의 대기와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어 인간이 살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어떤 의도에서인지 모르나 앞에서 인용한 『디 엔드』를 쓴 과학자 겸 철학자 필 토레스(Phil Torres, 1986~)는 위험 및 비용의 최소화를 전제로 우주 식민지화의 이점에 대해 생각할 것을 주장한다. 우주 식민지 개척은 존재론적 위기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그는 말한다.

다채롭고 자비로운 지구를 물려주자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 로베르토 트로타(Roberto Trotta, 1969~)는 필 토레스의 견해와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모든 인간이 지구 자원을 더 공평하게 공유하는 방법, 인간 외의 생명체가 지구에서 계속 번성하도록 하는 방법, 지속 가능한 환경 기반 위에 문명을 재구성하는 방법, 우리가 물려받은 지구만큼 다채롭고 자비로운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방법 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트로타의 말은 화성(火星)을 지구처럼 꾸미는 것은 어렵고, 태양계를 넘어선 우주의 별을 지구처럼 꾸미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말이다. 트로타는 화성은 한 가지 생물종만을 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 말한다. 화성이 고래, 매, 나비를 위한 공간이 될 리는 없다는 뜻이다. 화성이 고래, 매, 나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말은 화성이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그렇다고 화성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트로타는 다른 우주세계에서 산다는 허황된 꿈을 좇는 대신 지구의 관리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트로타보다 더 근본적(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사람은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Amedeo Balbi, 1971~)다. 발비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전제한다. 그는 지구 밖으로 인류의 일부를 이주시키려는 어떠한 가상의 계획도 엄청난 복잡성에 맞닥뜨릴 것이라 말한다.

발비는 진입 자체가 위험하고 힘든 데다가 지구상의 그 어떤 황량하고 척박한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이 가혹한 화성에 거주하려하기보다 당면한 환경 문제의 답을 찾으라 말한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의미다.(아메데오 발비 지음,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참고)

이산화탄소의 역할, 우리의 역할

지구 밖의 행성을 지구처럼 꾸미는 것은 성공 가능성도 낮고, 성공한다 해도 너무 많은 세월이 소요될 과제다. 무엇보다 먼저 기후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한다. 트로타가 말한 ‘당면한 환경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이 트로타나 발비가 말한 ‘다채롭고 자비로운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지구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가 없었다면 마이너스(-) 18℃가 되었을 것이라 한다. 이산화탄소는 이렇게 우리를 살게 해준 기체다. 개념은 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가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순배출량을 제로(0)가 되게 하는) 탄소중립이다. 이산화탄소의 몫이 지구를 따뜻한 행성이 되게 한 것이라면 우리의 몫은 지구를 뜨거워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글쓴이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는 자연과 인문의 창의적 어울림을 목표로 하는 독서인이다. '새와 생명의 터(Birds Kore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서울 역사/문화해설사(2017년~ )로 활약중이다. 특히 한탄강(연천) 세계지질공원해설사(2020년~ ) 일을 하고 있다, 해인사(海印寺) 월간지 해인지 등에 기고했다. 저서로는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를 출간(2023년; 푸른역사 刊 공저)했고 ’한국의 세계지질공원‘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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