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는 섬 탄생부터 특별했다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섬이 어떻게 생겨났고 동물이 건너갔을까 ‘육교’설에 ‘천연 뗏목’ 가설까지 등장 다윈 “땅도 끊임없이 유동하며 변화한다” 남미 나스카板 움직이다 ‘동적평형’ 이뤄
적도(赤道; equator)는 지구를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누는 가상의 선이다. 에콰도르(Ecuador)는 바로 이 위도 0도의 적도(赤道)선이 북부를 통과하는 나라다. 스페인어로 적도를 의미하는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약 1,000㎞ 떨어진 태평양 한 가운데에 갈라파고스 제도(諸島)가 있다. 갈라파고스(Galapagos)는 한때 해안을 뒤덮었던 땅거북이의 이름을 따라 명명한 섬들이다. 갈라파고는 스페인어로 말 안장이란 뜻이다.(갈라파고스 땅거북은 등딱지의 모양에 따라 돔형과 안장형으로 나뉜다.) 갈라파고스로 향하는 출발점은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다. 해발 2,850m에 있는 도시 키토는 적도선이 통과하는 유일한 도시다. 이 덕에 키토에서는 남, 북반구의 별을 두루 볼 수 있다.

지구의 판(板)으로 설명하면,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서해안에 인접한 태평양 아래의 주요 해양지각판인 ‘나스카판(板)’ 위에 자리하는 섬들이다. 지각운동 차원에서 보면, 갈라파고스는 지구상에서 화산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무수히 반복된 화산 활동으로 겹겹이 쌓이고 솟아오르며 만들어진 섬의 연합이다. 이들은 수천 년 동안 고립되어 온 하나의 자족적 세계라 부를 만하다.
갈라파고스의 생성 메커니즘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주 오래전 대륙과 이어졌던 육교(陸橋)가 바다로 가라앉아 섬이 남았다는 가설이 있었다. 이 가설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에 놓인 육교를 통해 동물들이 오고감에 따라 두 대륙에 같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았으며, 현재 대륙이 떨어진 것은 육교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었다.
천연 뗏목 가설
하지만 과거 대륙과 이어졌던 육교가 바다로 가라앉아 섬으로 남았다면 가라앉은 부분의 바다는 깊지 않아야 함에도 갈라파고스 주변의 바다는 상당히 깊다. 1950년대 판구조론을 통해 갈라파고스 제도가 화산 활동의 결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제도가 과거 남아메리카와 육교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갈라파고스의 땅거북은 해류에 의해 이 섬에 오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참고할 만한 사실은 2004년의 발견사례다. 남아시아 국가에서만 발견되는 아시아 자이언트 거북이가 750㎞ 떨어진 아프리카 탄자니아 해안을 거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자이언트 거북이가 태평양을 건너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듯 갈라파고스 거북이도 그랬을 수 있다.
그러면 헤엄도 치지 못하는 땅거북이 어떻게 대륙에서 1,000㎞ 떨어진 갈라파고스로 갔을까? 여기엔 천연 뗏목 가설이 등장한다. 폭풍 때문에 뿌리 뽑힌 나무와 식물 넝쿨, 이런저런 부유물들이 얽혀 뗏목이 만들어졌다. 대륙의 암컷 땅거북이 낳은 알이 흙과 함께 바다로 흘러가 뗏목에 안착한다. 거북이의 알이 뗏목에 실려 갈라파고스로 오기까지 놀라운 우연과 극적 행운이 결합된 것이다.
갈라파고스 제도 방향으로 남적도 해류가 흐르고 반대편에서는 적도 잠류(潛流; 해면에 나타나지 않는 바닷물의 흐름)가 흘러온다. 이 해류는 차가워서 깊은 곳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다가 갈라파고스 제도의 해분(海盆; 주변이 높은 지형으로 둘러싸인, 움푹하고 낮은 해저 지형)에 부딪혀 상층부로 솟구친다. 이 때문에 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대량의 유기물 염류가 표층으로 끌어올려진다. 이는 표층부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이나 해조류의 중요한 영양소가 된다. 플랑크톤이나 해조류는 어패류와 해양생물의 식량이다. 어패류는 새, 바다사자, 물개들의 좋은 양식이다.

찰스 다윈의 깨달음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 머리말에서 군함(軍艦) 비글호에 박물학자로 승선해 항해하며 겪고 느낀 점을 상세히 기록했다. 다윈이 감명 받은 부분은 남아메리카의 생물 분포, 과거에 그 대륙에 서식하던 생물 및 현존 생물 사이의 지질학적 관계 등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가 고대(古代)에 만들어진 땅이 아니며 끊임없이 유동하여 날마다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윈의 깨달음은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1830년)』의 핵심과 궤를 같이 한다.『지질학 원리』의 핵심은 산, 강, 연안 같은 물리적 세계가 오늘날에도 같은 영향을 미치는 힘에 의해 끊임없이 진화하여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 해류’ 이야기
지난 2022년 9월 출간된 『생명해류』란 책에서 일본의 생물학자인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동적평형(動的平衡)’이란 개념으로 판의 움직임에 따라 펼쳐지는 변화상을 설명했다. 신이치에 의하면, 태평양 남동쪽으로 이동해 간 나스카판(板)은 남아메리카 대륙과 접한 곳에서 거대한 남아메리카판과 부딪혀 남아메리카판 아래로 가라앉는 ‘동적평형’ 위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것은 얼핏 불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항상 움직이면서 평형을 유지하고 미미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는 그 궤적과 운동을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진화’라고 부를 수 있음을 깨닫는다.” 후쿠오카 신이치가 『생명해류』에서 제시한 위의 말이 ‘동적평형’이란 개념에 대해 잘 말해준다.
『생명해류』는 후쿠오카 신이치가 한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다윈이 들르지 않았던) 산타크루스섬을 기점으로 여행을 시작해 플로레아나섬-이사벨라섬-볼리바르 해협-산티아고섬으로 이루어진 다윈의 여행 코스를 그대로 따른 뒤 기록한 관찰 및 탐사 일지다. 후쿠오카는 땅거북의 등딱지 모양이 다각형 유닛으로 구성된 것처럼, 지구의 판도 땅거북의 등딱지처럼 다각형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 비추는 거울 같은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는 해양 지각이 맨틀(지구의 지각과 외핵 사이에 있는 단단한 암석) 아래로 섭입함(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줄을 지은 여러 섬이다. 다른 말로 활처럼 늘어선 여러 개의 섬이라 한다.
화산 분출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용암대지에 처음부터 생명체가 살 수는 없었다. 용암이 식어 완전히 굳은 대지(臺地)에 처음 온 것은 바람에 실린 작은 식물의 씨앗이었을 것이다. 씨앗은 때로 바람에 실려서가 아니라 바다를 떠돌다가 왔거나 새들의 소화관을 통해 왔을 것이다. 물이 없는 환경을 이기는 선인장 또는 ‘맹그로브’가 자랐을 것이다. ‘맹그로브’는 아열대나 열대의 해변 또는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소금기 많은 습지에서 자라는 관목, 교목을 말한다.
고유종들이 여러 섬 각각의 환경에 맞춰 진화하고 적응해온 갈라파고스의 현주소는 어떤가.
① 심해에서 흘러드는 영양분이 풍부한 해류 덕분에 생명으로 가득하던 이곳에 기후 변화가 찾아왔다. 이 때문에 해류 순환이 늦어지고 수온이 오르고 용존 산소량이 줄어 먹이가 감소하고 있다.
② 이사벨라, 산타크루스, 산크리스토발, 플로레아나 등 네 개의 유인도에 거주하는 사람들 수는 4만 명 이상이다.(섬 전체의 97%는 국립공원으로 보호받고 있다.) 사람들이 농업 및 주거 용도로 토지를 사용하는 만큼 동물들의 서식지는 줄고 있다.
③ 지난 20년간 해수면 온도가 1.2도(℃ )상승했다. 갈라파고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되어 자연의 ‘동적평형’을 무너뜨리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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